길위에서다
발행일시: 2006년 9월 25일
한국 공간 수필가 협회 대표 수필선 제 11집
한강기맥 (두로봉-호령봉)
두로봉(1,421.9m), 상왕봉(1,493m), 비로봉(1,563m), 호령봉(1,560m)
산행일시 : 2004년 12월 21일 10시27분 -17시 산행시간 : 6시간 32분
소 재 지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 홍천군 내면 산행거리 : 약 19km
송암 산악회 날 씨 : 쾌 청 참여인원 : 30명
한강기맥
지난 봄 부터 여름의 삼복더위와 폭우 속에서도 완주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만사 제쳐놓고 심혈을 기울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참여 인원이 줄어들면서 새 목이 재를 통과하며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사정으로(참여인원 10명)중단을 하고 말았으니 아쉬운 마음으로 전전긍긍 하던 차에 때마침 송암 산악회와 인연이 되어 오늘 한강기맥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지난번엔 양수리에서 시작하여 오음산 구간을 지나 왔으니 기맥의 절반은 통과를 한 셈이고 이번에 두로봉에서 시작을 하여 오대산, 계방산, 보래봉으로 연결하는 코스는 겨울산행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계절에 잘 어울리는 눈꽃 산행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으며 송암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종주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를 해본다.
이상 난동으로 영상에 머물러있던 수은주가 곤두박질치며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7도로 금년 겨울 들어 가장 추운 이른 새벽에 천호동의 아침공기는 두꺼운 외투 깃을 파고들지만 오대산으로 향하는 산 꾼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는 없다.
평일의 고속도로는 탄탄대로, 눈의 고장 평창에 들어섰지만 눈을 씻고 봐도 눈은 보이지 않고 상원사 오르는 계곡물도 얼음장 밑으로 숨을 죽이고 인적이 끊긴 산사에는 적막감만 감도는데 너른 주차장에서 몸 풀기 운동으로 시작되는 기맥길,
두로령 오르는 비포장도로와 된비알을 치고 오르는 선두의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오늘의 구간이 19km의 장거리 구간인데다 송암의 내노라하는 대간꾼들이 모두 모였으니 처음부터 그들을 따라잡기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안간힘을 쏟는다. (10시 27분)
급경사 비알길을 지나 다시 구로령 넘는 길로 올라서니 지난밤에 내린 눈이 살포시 도로를 덮고 북대사를 지나 계속 도로를 따라가면 두로령에 도착하게 되는데 홍천군 내면 명계리로 이어지는 고개길은 승용차는 통행이 어렵고 봉고차와 화물트럭만이 다닐 수 있는 곳으로 우측으로는 두로봉, 좌측으로는 상왕봉으로 오르는 길목이다.
오늘의 종주코스는 두로봉에 올랐다가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야 하는 왕복코스로 완만한 경사지만 수북히 쌓인 눈속을 헤집고 조심스럽게 30여분간을 올라서니 두로봉 정상이 낙엽 진 활엽수림 속에 자리잡고 있다. (11시 55분)
백두대간 길따라 수년전에 올라온 곳이라 정감이 더하고 오늘 다시 이곳에 올라선 것은 어느 정맥보다도 험준한 산세를 이룬 한강기맥의 종주를 위함이니 서쪽으로 파도치는 높고 낮은 능선길 따라 국토를 순례한다는 사명감에 고취되어 기념사진으로 전의를 불사르며 162.6km의 행군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강기맥의 종주길이 아니라도 국립공원인 오대산은 동쪽으로는 소금강의 화려한 기암괴석과 계곡 사이로 결려있는 폭포와 넘치는 담소는 가을 단풍과 어우러지는 천하절경을 빗어내며 서쪽으로 동대산, 두로봉, 상왕봉, 비로봉, 호령봉의 오봉을 일컬어 오대산으로 부르는 불교의 성지인 이곳은 연꽃모양의 산세를 이룬 가운데에 상원사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뒤편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으니 정상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부드러운 산세는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님의 대자 대비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두로봉에 발 도장을 찍고 두로령으로 되돌아와 시야에서 멀어진 선두 그룹을 따라 상왕봉 가는 길로 들어서니 가파른 비알 길에 소복소복 쌓인 눈을 밟으며 동심 속으로 빠져드는 낭만을 즐기는 여유가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만은 대간 길을 달려가는 산 꾼들에게는 한눈 팔 겨를도 없이 낙엽과 얼음이 깔려있는 눈 위의 북사면 길을 치고 오르며 잠시라도 방심을 하면 나딩굴어 지기 십상이라 무거운 발걸음에 조심조심 안간힘이다.
양지바른 헬기장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선두그룹,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니 점심식사 끝이 나고 주섬주섬 배낭 챙겨 길 떠나는 야속함,
김치국에 밥 말아먹는 삼분 식사로 부지런히 뒤를 따라 달려 보지만 상왕봉 깔딱고개 힘에 겨웁고 정상에 올라서니 영하의 날씨에 평일이라 인기척도 없는데 상원사 오름길에 중대사, 적멸보궁 그림 같은 정경으로 낙락장송 그늘아래 자리를 잡고 건너편에 비로봉이 손짓을 하네 ( 13시 25분)
1,400m가 넘는 고 지대에 부드러운 능선 길 따라 걷는 발길은 사방으로 확 트인 조망으로 답답하던 가슴이 활짝 열리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아래 북쪽으로 대청봉이 힌 고깔 머리에 이고 중봉따라 서북능선으로 시선을 돌리면 피라밑 모양의 귀때기청봉, 날카로운 암릉의 가리봉과 주걱봉, 그 앞으로 부드러운 점봉산 길따라 방태산, 갈전곡봉 첩첩이 구비치는 대간 길,
구룡령 안부에서 한숨 돌리고 약수산, 응복산 ,두로봉을 지나 동대산으로 이어지면 동해바다 어렴풋이 고개 내밀고 철모자 눌러쓴 황병산 아래 질펀하게 펼쳐진 대관령 목장의 누런 잔디밭, 선자령 너머 발왕산이 민 대머리에 힌 댕기로 뭍 시선을 유혹하는데 하늘금에 가리왕산 아른거리고 서쪽으로 계방산 높기도 하여라.
남한강과 북한강의 발원지는 아니라도 비로봉 정상에서 남북으로 나눈 빗물, 멀고먼 여정으로 가는길이 달라도 소양호에 몸을 담고 충주호에 몸을 �어 굽이굽이 산하를 감아 돌아 기맥따라 걷는 발길 양수리에 도착하면 두물머리 너른 물결 다시만나 얼싸안고 춤을 추는 팔당호가 되겠지
(비로봉 정상 14시 07분)
따사로운 햇살아래 북서풍의 칼바람도 숨을 죽이고 휴식다운 휴식도 제대로 못하며 15km 먼길을 4시간 30분만에 호령봉 정상에 올라섰다면 느린 걸음이 아닐진대 날렵한 선두그룹 찾을길 없고 오늘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자부심으로 배낭속에 간직한 56도의 화끈한 고량주로 건배를 하며 서쪽으로 뻗어가는 기맥 종주길따라 무사히 완주하여 주십사 기원을 한다 (14시 50분)
오르내리는 어려운 고비길 모두 지나고 널널하게 쉬엄쉬엄 하산하는 능선 길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돌려 4km의 길고긴 동피계곡 들어서니 얕잡아본 방심에 일침을 가하며 처음부터 겁을 주는 빙판 길 따라 네 굽으로 기어내리며 호기를 부려보지만 점입가경이라 갈수록 험해지는 바위 벼랑길, 간담이 서늘하게 오그라 붙고, 겨울에 코피 터지도록 고생하는 계곡이라는 가이드의 유머가 아니라도 유순하고 부드러운 산세에 앙칼진 계곡이 숨어있을 줄이야.
휴식 년제로 인적이 끊긴지 오래되어 히미한 오솔길도 지난해 태풍으로 쓸려 내리고 수 백년 자란 고목들이 계곡을 가로막는 음산한 벼랑길에 얼음 깔린 바위 길을 넘나들며 건너뛰는 계류는 수십번 되풀이 되며 벼랑 밑으로 흉물스러운 용소들이 마각을 드러내고 아차 한번 실수하면 물귀신 되고 말일,
동짓날 짧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터앉아 뒷산 그림자가 계곡을 쓸어 덮어 검은 장막 드리우니 산전수전 ,백전노장 호기롭게 산을 타던 객기는 어디가고 초라한 몰골로 깊고 깊은 수렁에서 살길 찾아 계곡을 더듬으며 내가 살아온 험난한 인생길을 되돌아보며 반성 또 반성 고은심성 기르며 살아가리라.
땅거미가 기어드는 오대산 대피소, 연화교 아래서 얼음물에 머리감고 혼비백산 몽롱한 정신 추스르며 19km의 길고도 험난한 길 호된 신고식을 마감하며 넉넉하고 후덕한 오대산 이지만 오만방자한 산 꾼에게 경종을 울리며 항상 겸손하게 산길을 가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머리 숙인다
(17시 산행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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