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7구간
임꺽정봉(440m), 챌봉(516m), 호명산(423m), 한강봉(450m)
산행일시: 2004년 5월 2일 06시50분 -14시50분 산행시간: 8시간 도상거리: 약 16km
소 재 지: 경기도 양주군 -회천읍, 백석면, 장흥면 나홀로 산행 날 씨: 흐린뒤 비
지난주에 이어 한북정맥 7구간 종주에 나선것은 처음부터 계획한것이 아니고 금년에 가장 가보고 싶은곳중에 황매산이 있는데 모든 스케줄을 그곳으로 정하고 준비를 하던중 남쪽에서 시작된 비소식이 부푼가슴에 구멍을내고, 이제는 나이탓인지 비맞으며 산행하기가 싫어�으니, 더구나 철쭉단지와 암릉길에 비오는날 산행은 별의미가 없으므로 아쉬움을 간직한채 마음을접고 오후부터 내린다는 중부지방의 예보에따라 새벽부터 서둘러 샘내고개로 향했다.
7구간의 출발지인 샘내고개는 집앞을 경유하는 13-2번 버스로 30여분만에 현지에 도착하여 6구간의 종착점인 주유소 건너편 버스정류소 뒤편으로 올라서며 산행이 시작되었다. (06시 50분)
완만한 능선사이로 오솔길이 이어지고 붉게물든 아침노을을 뒤로하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들바람 맞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40여분만에 330봉에 도착하니 군작전도로가 능선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고 북쪽으로 유순한 도락산이 자리잡고 있지만 좌측방향인 남쪽으로 마루금따라 진행하다보면 산불 감시초소가 나타나고 군 유격장이 시작되는곳에 산허리를 깍아내리며 사찰(정불사)을 짓는 대공사가 벌어지고 있으니 정맥의 마루금이 잘려나아가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씁쓸한 마음으로 능선을 따라 조금내려가니 창업고개가 나타나고 이번에는 유격장의 철조망이 마루금을 가로막고 부흥사로 돌아가라는 경고문이 가슴을 답답하게한다. ( 08시 )
일요일 이른 아침이라 텅빈 유격장에는 공허로운 바람만 불어오며 철조망에는 친절하게도 정맥팀의 리본이 살랑살랑 손짓을하며 어서 넘어오라 유혹을한다.
지난번 군견에게 혼이난 이후로 부대 근처에만 가면 긴장이 되므로 유심히 살펴보아도 인기척이 없어 서슴없이 철조망을 넘어 숨가쁘게 경사면을 치고오르며 현장에서 벗어나려는 일념으로 한바탕 유격훈련을 톡톡히 치루며 전망좋은 암봉에 올라서니 임꺽정봉이 자태를 드러내며 유혹을 하고 민간인 접근금지 경고판으로 가려진 철조망의 개구멍을 비집고 유격장을 벗어나니 부흥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마주치게 되는데 2km이상 단축이 된셈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암릉을 오르다보니 임꺽정봉 바로밑에서 정맥길은 우측으로 방향을 틀고 스릴있는 임꺽정봉을 그냥 지나칠수 있으랴?
수직절벽에 걸려있는 동아줄이 아니면 오르기 어려운 10여m의 오름길은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고 가까스로 정상에 올라서니 암벽에 뿌리를 내리고 수백년 인고의 세월을 지나온 낙락장송의 그늘이 운치를 더하고 사방으로 막힘없이 내려다보이는 양주벌이 평화로우며 오늘 걸어야할 정맥의 마루금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지척에 있는 불곡산 정상이 날카로운 암봉으로 산수화를 그려내며 그뒤로 도봉산과 수락산이 선명하게 자태를 드러내고있다. (08시 30분)
불곡산 남쪽의 양지바른 산기슭에는 양주시청이 들어서고 유림의 고장인 유양리는 유명한 무형문화재인 양주 별산대놀이의 본고장으로 전용 공연장까지 갖추고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며 그 전통과 맥을 유지하기위해 뜻있는 후예들이 노력을 하고있는 곳이다.
15분간 휴식을 하고 주능선 삼거리로 되내려온뒤 서쪽 능선길로 내려서면 로프가 설치된 슬�지대를 두군대 통과해야 하는데 긴장도 되고 스릴도 넘치는 오늘의 정맥길의 백미를 장식하는 임꺽정봉의 진수를 만끽하는곳이다.
암릉을 넘나들며 내려오다보면 군시설물에 가로막혀 369봉쪽으로는 더 이상 전진을 못하고 좌측 계곡길로 발길을 돌려야하는 안타까움속에 10여분후 가족묘지가있는 곳에서 마루금과 합류를 하게되지만 곧이어 350번 지방도가 나타나고 대교APT를 거쳐 오산삼거리에 도착하며 불곡산과 작별을 하게된다. (09시 15분)
주내, 백석, 광적간 도로가 갈라지는 지점으로 금강석재의 맞은편 도로를건너 동쪽의 마을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서면 낮익은 리본들이 길잡이가 되어 반겨주고 곧이어 이름도 모르고 축성연대도 모르지만 낮으막하고 아담한 산성이 송림숲속에 자리잡고 있는데 한양으로 통하는 길목에 자리잡고있는 것으로 보아 혹시 녹림거사들의 본거지가 이닐런지?
부지런한 사람들의 손놀림으로 두룹나무의 새순이 잘려나가고 앙상한 가시만이 갈길을 가로막고,
가시넝쿨 헤치며 앞길을 재촉할때 의정부 녹양동에서 가업리로 넘어가는 작고개(일명 어둔리고개)가 나타나고 건너편의 별장으로 마루금이 이어지지만 앙칼진 개들의 울부짖음으로 미리 겁을먹고 우측 능선으로 들어서니 이곳으로 표지기가 달려있는 것으로 보아 그들도 개들의 위세에 눌려 우회전 한것으로 추측이되고 (09시50분)
고압선 철탑이 줄줄이 이어지는 호명산 오름길은 밤나무와 굴참나무들이 무성한 호젓한길로 매마른 대지에 새순이 돗아나고 연분홍 진달래가 화려한 퍼레이드를 벌인뒤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철쭉의 향기속에 춘정을 못이겨 짝짓기에 여념이없는 노루한쌍이 산기슭을 내다리며 희롱하는데 나그네 발길로 훼방을 한것이 아니고 나는 나대로 가는길이 따로있으니 서로 간섭하지말고 무릉도원에서 함께 노니는것이 어떻하겠느냐?
무성한 숲길을 숨가쁘게 오르다보면 복지리에서 호명산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잔디가 깔려있는 철탑의 광장은 임꺽정봉과 함께 최고의 전망대로 백석면과 광적면의 너른평야가 한눈에 들어오고 지나온 그 능선들이 주마등처럼 아른거리는 황홀한 쉼터로, 대교APT에서 준비한 막걸리로 갈증을 달래며 꿈같은 휴식을 하고 표시도없는 호명산 정상을지나 마루금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10시 20분 ,10분휴식)
남쪽으로는 군부대 시설물이있는 461봉이고 한강봉으로 향하는 마루금은 90도 우회전하여 진행을 하게되는데 원형 헬기장을지나 땅이 꺼지도록 내리막길에 신바람을 내다보면 차한대가 지날 수있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건너편 철조망 사이로 들어서면 낮익은 표지기들이 모두모여 환영을하고 한강봉 오르는 가파른 길에서 200여m의 고도차를 극복하자면 혼신의힘을 쏟아부어야한다.
한강봉정상은 울창한 숲속에 너른공터를 이루고 정성들여 쌓아올린 아담한 돌탑이 표지석을 대신하며 은봉산쪽에서 올라온 등산객들로 제법 활기가 넘치며 정맥의 종주를 이해못하는 그들에게서 山 귀신으로 대접을 받으며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눈다 (11시 40분 , 20분휴식)
굴참나무 사이로 바라보이는 챌봉은 높기만한데 한강봉을 내려딛는 발길은 속절없이 곤두박질 치고 그 모습이 보였다 숨었다 숲속에 같혀 방황을 할때 흔한 길라잡이 리본도 자취를 감추고 그동안 잘참아주던 비까지 조용하던 숲속을 마구 흔들어대니 다급한 풍운아 팔진도에 발이묶여 살아나는 문을 찾아 꾀꼬리봉 까지 내달으며 마음은 급한데 시간은 흘러가고 숲속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20분간 시간을 소비)
천신만고끝에 높디높은 챌봉에 올라서니 시원하게 터진 공터에는 헬기장이 자리잡고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물에빠진 생쥐가 되어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어디로가고 초라한 몰골로 토치카 속으로 피신을하니 켜켜이 쌓인 먼지와 거미줄로 음산한 기운이 감돌지만 아방궁보다도 아늑한 휴식처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고 피어오르는 운무속을 하염없이 걸어간다. (정상도착 12시55분, 15분간 식사)
인생의 가는길에 어찌 순탄한 길만이 이어지겠는가? 오르막과 내리막길 깍아지른 벼랑길을 피해가다보면 너른 초원도 나타나고 방심하는 사이에 늪에빠져 허우적 거릴때도 있으니 매사 조심조심 지뢰밭을 걸어가듯 신중한 자세로 ,그러나 미리부터 겁을먹고 의기소침 하는것은 더욱 금물이니 새로운 세상으로 도전해보는것이 삶의 보람이 아니겠는가?
빗속이싫어 남쪽의 황매산을 피해 한북정맥을 택했지만 비와 함께하는 운명이라면 빗물을 흠뻑먹은 풀잎에 몸을 내맡기고 신발속에 물이 가득차 올라도 높고낮은 능선들을 오르내리며 자연에 길들여지는 순한양이 되어 순진무구한 마음으로 고개길을 오른다.
425봉을 지나 우측으로 진행을 하다보면 너른 분지위에 감시카메라까지 설치된 양주항공 무선표시소의 건물이 마루금을 가로막고 철조망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다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어 큰힘 들이지않고 산하나를 넘어서면 공동묘지가 나타나고, 발아래로 울대고개를 넘는 차량들의 행렬을 바라보며 빗속의 길이지만 도상거리 16km를 8시간만에 완주했다는 자신감에 희열을 맛본다.(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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