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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시산의 정기 야유회

 

              시산의 정기야유회 (군자산 948m)


                      소 재 지 ; 충북 괴산군 칠성면


한번 다녀온 산은 다시 가지 않는 것이 나의 신조이기에 지금까지 260산을 넘고 500산을 향한 발걸음이 계속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사정이 다르기에, 만사 제쳐두고 6개월(봄 산행은 한식절 집안행사로 불참)만에 만나는 그리운 얼굴들, 반가운 얼굴들, 모두 보고파 잠실벌로 향하는 발걸음에 날개를 단다. 시산의 벗들이여 그동안 잘들 계셨는가?


너털웃음 터트리며 너스레를 떠는 현암, 산색시 수줍은 미소에 풀꽃향기로 내 마음을 사로잡는 야생화, 텁텁한 이웃친구 패랭이, 몇 달만의 만남이라 더욱 반가워 회룡역이 떠들썩하게 손 인사를 나누고 마냥 줄 거운 대화 속에 몇 번을 찾아와도 낮이 설은 잠실역의 미로를 헤매다 물어물어 탈출구를 올라서니 밝게 비추는 아침햇살이 더욱 소중하게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선진관광 -좌석은 비좁고 불편하지만 다정한 벗들과 함께한 자리는 마냥 줄겁기만 하고 거듭 태어나는 산고의 열기로 차내가 후 꾼 달아오르며, 새로운 열매를 맺어가는 소중한 시간으로  거친 말들이 오고가지만 시산의 내일을 향한 밑거름이 되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소금강 주차장에는 태백에서 진주에서 포항에서 부산에서 달려온 시산의 벗들이 함박웃음 터트리며 손을 맛 잡고, 처음 보는 이들도 격의 없이 대하며 어색한 벽이 허물어진다.


선들바람 불어오는 솔 그늘 속에 처음부터 기죽이는 가파른 등산로,

가쁜 숨 몰아쉬며 내딛는 발걸음에 가슴속 응어리진 무거운 짐들 모두 벗어버리고 달콤한 향기 담뿍 마시며 정지된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주능선에 올라서니 동쪽으로 수 백길 기암절벽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르고 휘늘어진 낙락장송이 한데 어울려 막혔던 가슴을 티 워 주며 원효 대사가 득도했다는 굴이 아마도 이 근처 일터 이지만 고단한 산행 길에 찾을 마음을 접어두고 그분의 혼이 서려있는 산길을 따라 가쁜 숨을 몰아쉰다.


숨바꼭질 하듯 밀림 속을 헤 메다 하늘이 반짝 열리고 시원하게 조망이 터지는 전망대 바위에 올라서니 작년에 우리 벗들이 함께 올랐던 칠보산과 보배산이 건너편에 자리 잡고 마루금에는 막장봉, 장성봉, 힌 대머리 희양산이 하늘금을 그으며 백두대간의 주능선이 달려가고 산과 산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피어나니 무아지경으로 빠져든다.


정상을 향한 발걸음에는 힘이 실리지만 군자산이 자랑하는 암릉 구간에서는 모두 오금이 저려 쩔쩔매고 비지땀을 흘리며 안간힘을 쏟는다,

 

손에 잡힐듯 가까운 정상은 뒷걸음질만 치고 지친다리 쉬어가며 가까스로 올라서니 빼 꼼이 하늘만 보이는 정상이 시원한 바람을 안겨주며 갑자기 부산스러워진 공터에선 먹자판이 벌어지고 갖가지 음식들이 잔치판을 벌이지만 김택근 부회장의 홍어회가 가장 돋보이는 대상이고 팔도의 모든 술들이 활개를 친다.


작은 군자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오르락내리락 전망도 좋고 선들바람 불어오는 시원한 날씨에 도마골재 까지는 평화로운 길이다.


하지만 도마골의 숲에 가린 복병을 누가 알 수 있으랴 ?

 

인생이 가는 길에도 희 노 애락이 있드시 너덜길이 지친다리에 장애물이 되어 발목을 잡고 음산한 숲 속에 징검다리 돌들이 습기로 반들반들 오금이 저려온다.


하늘 반짝 마음 반짝 줄거운 하루 오늘이 다하면 지구의 종말이 오는듯 뒤풀이의 함성은 새벽2시까지 그칠줄 모르고, 쉰 목소리 터져라 고함을 치며 노래방의 반주에 정렬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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