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5년 6월 22일
구 간: 탄도항 - 하내테마파크 - 장외산업공단 - 염전 - 한맥 중공업 - 벡미리 체험마을 - 궁평해변 - 궁평항 - 남양방조제 (19.5km)
12. 백미리 황금해안
10여일 전에 다녀간 탄도항에 도착한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누에섬을 건너가는 길이 뚜렷하였는데, 오늘은 물때가 아니라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있다. 참고로 오늘은 간조시간이 10시 07분부터 19시까지이다. 백미리 해안을 걸어갈 시간이면, 갯벌이 속살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
누에섬과 제부도에서 체험한 모세의 기적을 생각하면,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 큰 경험이었다. 요트계류장으로 유명한 전곡항을 바라보며 탄도방조제를 건너면, 화성시가 시작된다. 56만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화성시는 경기남부의 거점도시를 꿈꾸며, 인구 1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쾌적하고, 풍요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華城은 1794년(정조 18년) 정조가 수원부읍치와 현륭원을 위호할 성곽의 터를 둘러보면서 장자(莊子)의 화인축성(華人祝聖)이라는 고사를 생각하며 華城이라 붙인 이름이라 한다. 고사가 강조하는 바는 富나 長壽, 多子 등 세상의 바람을 여민동락(與民同樂)하여 豊饒의 고을이 되라는 뜻이라고 백과사전에 적고 있다.
301번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봉긋하게 솟은 구봉산이 나타나고, 사적 제217호로 지정된 당성(唐城)이 있다. 당성은 중국으로 통하는 길목이라, 삼국시대부터 이곳을 차지하기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장소다. 백제는 당항성, 고구려는 당성, 신라는 당성군으로 불렀다고 한다.
당성을 차지한 측에서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문물을 수입하고 문화를 발전시키는 힘을 얻게 된다. 특히 신라는 먼 바다를 돌아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당과의 교류를 통해 군사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고, 삼국을 통일한 이후에는 당성의 규모를 확대하여 중국과의 문화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 졌다고 한다.
전곡교차로에서 남쪽으로 선회하여 당성로(唐城路)를 따라가면, “하내테마파크”가 나타난다. 하늘아래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쉼터’라는 뜻을 가진 공원은, 잘 가꿔진 식물원과 야외정원, 운치 있는 산책로와 전시관, 박물관 등으로 꾸며진 공간이다. 월요일 아침이라, 관리인이 없어 자세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돌아선다.
광평삼거리에서 제부로와 만난다. 장외산업단지입구가 나오고, 남쪽으로 진행하여 산업단지 안으로 들어간다. 천하신기를 시작으로, 신우건철, 신우쇼트, 만복철강을 지나 왼쪽으로 선회하면, 바다낚시터와 철조망이 있는 해변방파제로 진행된다. 화성화남일반산업단지와 장외산업단지의 물동량을 소화하기위해 해안도로를 신설하며 덤프트럭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철조망 너머로 갯벌이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방파제 안쪽으로 소금밭이 펼쳐진다.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먹는 반찬이 소금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야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소중한 소금이 만들어지는 것을 직접보기는 처음이다. 저수조에서 퍼 올린 물이 바닷바람과 태양열로 증발하여 흰 소금 꽃이 피어나는 것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요, 우리조상들의 지혜가 결집된 특산물이 아닌가.
한맥중공업을 지나 백미리갯벌체험 이정표를 따라 잠시 바다와 멀어진다. 백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농민들의 주름살이 깊어만 가는데, 백미리는 벼 포기들이 고랑을 뒤덮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동구 밖 당산나무를 지나면 갯벌체험마을 백미리가 반겨준다.
정자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고, 동도재라는 한옥이 마을의 품위를 더하고 있는 풍요로운 백미리에도, 잊지 못할 슬픈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1999년 6월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으로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한 23명이 숨진 사고가 아직도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서해안은 경사가 완만하고, 조수의 차가 심하여 썰물이 되면, 넓은 갯벌이 속살을 드러내고 많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곳 백미리도 슬픈 기억을 씻어버리고,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전국에서 걷기 좋은 해안길 52곳을 선정하였는데, 이곳 백미리어촌마을에서 궁평항까지 5.4km를 해안 누리길로 선정한 황금해안길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으므로, 사전지식이 없으면 진입로부터 찾기가 어렵다.
백미리는 사방을 둘러봐도 철조망으로 담장을 두루고, 마을에서 운영하는 체험현장으로 가는 쪽문만이 열려있다. 감투섬 직전에서 왼쪽으로 석축을 쌓은 제방이 황금해안길 출발 지점이다. 바로 이 석축이 밀물 때는 잠기기 때문에 물때를 잘 맞추어야만, 황금해안 길을 답사할 수가 있다.
징검다리 건너듯이 스릴 넘치는 500m 석축을 벗어나면 해안절벽 밑이다. 고립무원의 외로움이 엄습한다. 하지만, 밀물까지는 7시간이 남아있고, 오늘의 일정을 궁평항까지로 잡고 있으니 마음 편하게 자연 속으로 빠져든다. 갯벌이라면 발이 빠지는 곳으로 생각되지만, 백미리 해안은 암초들이 깔려있어 발이 빠질 염려가 없다.
암초사이로 소라 껍데기들이 모래톱을 이루고, 한 굽이 지날 때 마다 새로운 절경이 펼쳐진다. 문화관광부에서 전국해안을 돌아보며 선정한 곳이니, 부연설명이 필요 없이 해파랑길에서 보아오던 아름다운 경관을 서해안에서 도 볼 수 있게 되어 너무도 반갑다. 궁평리 솔밭까지 한 시간 동안 누구의 간섭도 없이 바닷바람 맞으면서, 자연 속에 동화되어 드넓은 갯벌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심취하고 만다.
철조망쪽문을 통해 들어간 궁평리 솔밭은 5천여 그루의 노송이 남북으로 1.5km에 걸쳐 숲을 이루고, 해안사구에는 입자고운 백사장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화성8경으로 선정된 “궁평낙조”가 바로 이곳이다. 소나무 그늘에는 간이 식탁과 널마루가 있어 이곳에서 점심 도시락을 펼쳐든다.
한기를 느낄 정도로 시원한 그늘 속에서 30여 분간 휴식을 하고 궁평항으로 향한다. 해수욕장에서 궁평항까지는 썰물 때만 건너다닐 수 있는 300 여 m의 콘크리트 도로가 있다. 장승과 솟대의 환영을 받으며, 궁평항에 도착한다.
궁평항은 경기도의 여러 항구 중에서 유일하게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곳이다. 항구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서해의 해산물과 러시아 등 해외에서 수입되는 해산물이 이곳 궁평항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입하도와 국화도를 오가는 여객선 터미널이 있고, 궁평항 홍보관과 직판장을 돌아보고, 화옹방조제가 시작되는 우정교를 건넌다.
화옹방조제는 궁평항과 매향리를 잇는 길이가 9.8km에 이르는 방조제다. 준공탑 공원에서 끝도 없이 긴 방조제를 바라보며, 2시간이 넘도록 걸어야 할 생각이 꿈만 같다. 30도가 넘는 열기 속에서 따분하고 지루한 길을 걷는 것보다는 유서 깊은 “남양천주교성지”를 돌아보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화성에도 8경이 있으니 용건백설, 용주범종, 제부모세, 궁평낙조, 남양황라, 입파홍암, 제암만세, 남양성지를 꼽는다. 이중에서 오늘 찾아가는 남양성지는 화성시 남양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1866년 병인년 대 박해 때 무명의 교인들이 순교한 거룩한 성지라고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조형물은 로사리오 성모님의 동산이다. 원형으로 펼쳐진 성지 전체가 하나의 묵주처럼 꾸며져 있는데 대형 십자가상과 성모상, 어른이 팔을 펼쳐야 겨우 안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묵주 알이 세워져 있다. 숲과 초원, 그리고 흙길이 펼쳐진 이곳은 천주교 신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식처다.
누에섬가는길 - 물에 잠겼다.
그동안 정들었던 123번 버스
그림같은 전곡항
바다 낚시터
해안도로 공사중
염전
물빠진 백미리 갯벌
백미리 해안가는길
궁평리 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해변가 약수
남양성모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