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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둘레길

한양 도성길. 1

 

   일  시: 2007년 7월 7일  (산행시간: 3시간 )

   구  간: 동대문 - 낙산공원 - 혜화동 - 와룡공원 - 탐방안내소 - 숙정문 - 청운대 - 북악산 - 창의문 (산행거리: 약 6.8km)


                                                                 북악산과 인왕산 그뒤로 안산 까지

저녁에는 둘째딸 미숙이가 친정 식구들을 초대하여 집들이 겸 만찬을 하기로 약속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근거리 산행에 나선다.  주간 예보로는 어제와 오늘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린다는 호우 주의보가 발효된다.  밝게 떠오르는 태양이 반갑기만 한 것은 산을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언제나 그렇듯이 새벽부터 서둘러 짐을 꾸리고 동대문역에 도착하니 7시 30분.

성곽을 따라 시작하는 지신 밟기는 창신2동의 골목을 들어서며 시작된다.

 

 


                                                 낙산공원오르는 길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도읍을 정하고 경복궁에 터를 잡아 북악을 주산으로 정할때, 좌청룡에 낙산을 우백호에 인왕산의 지세를 놓고 보니 낙산의 지맥이 너무도 허약하여 동대문을 흥인지문이라 하여 갈지자로 지맥을 보완하였다고 한다.

 

 

낙산정

 

낙산은 60년대 개발의 붐을 타고 시민아파트가 들어서며 정기를 잃고 정수리까지 민간인들의 사유재산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도에도 표시가 없는 유명무실한 곳으로 방치 되어 오다가  2002년 시민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나 문화의 거리 대학로와 연계되는 휴식공간으로 조성하여 낙산정의 정자와 홍덕이 채소밭을 지나 낙산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이어진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산책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정면으로 남산이 바라보이고 장안의 빌딩숲 너머로 북악과 인왕산, 안산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낙산의 높이가 125m로 완만한 경사에 1.2km의 등산로가 개설되어 30여분 만에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으로 내려선다. 곧 바로 혜화동로타리를 가로질러 헤화 초등학교와 경신고등학교를 지나 5분 만에 도성입구가 나온다.

 

낙산의 정수리를 차지한 민간 가옥

낙산에서 바라본 남산

 

 

정도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성터는 새로 복원한 부분도 많지만, 인고의 세월속에 산 역사의 증인으로 담쟁이 넝쿨과 바위 이끼로 속살을 감추고 고즈넉한 산길을 열어준다.

 

 

 

 

 

성밖으로 급경사를 이루는 성북동과 완만한 경사에 울창한 그늘속으로 계단이 이어지는 명륜동쪽으로 둘레 길이 이어진다. 성벽을 따라 오르는 동안 도심의 빌딩과 남산의 타워가 유난히 돋보인다. 와룡동에서 올라오는 산책로와 만나면, 정자를 비롯한 휴식공간에는 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즐긴다.

 

 

 

 

군부대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성벽이 허물어진 곳으로 둘레 길이 열리고 , 이곳부터 40여 년간 금족령이 내려진 역사의 현장으로 접근한다. 역사의 뒤안 길에서 풍랑이 일때마다 시련을 함께 해온 곳. 김신조의 청와대 습격사건으로 나라 안밖이 소용돌이 치는 와중에 일반인들의 출입도 금지된다.  울창한 숲으로 보존되고,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거듭 태어난 성벽이 우리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성벽을 넘는 철 계단 전망대에 올라서면 만리장성이 부럽지 않은 성벽이 끝없이 이어지고, 성북동 마을 뒤편으로

북악 스카이웨이의 팔각정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출입신고소에서 본 북악산

 

도심지에 있으면서도 때 하나 묻지않은 노송들이 운치를 더 하고, 시원한 그늘 아래 잘 어울리는 목조건물 한채가 반겨준다. 일반 등산객들이 출입신고를 하는 곳이다. 6월까지는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단체로 입장을 했다지만, 지금은 패찰을 교부하면 개인별로 입산이 가능하다.

 

하얀 지붕이 숙정문

 

7월 1일부터 일반에게 자유로운 산책길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 우리의 심장부를 지키는 곳이기에 100여 m 간격으로 초병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숨겨진 비경들이 우리의 눈 앞으로 펼쳐진다.

 

 

 

10여분 후 그림 같은 숙정문에 도착한다. 이성계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며, 쌓은 성벽을 따라 동서남북으로 4대문을 설치 하였는데, 이곳이 북문에 해당하는 곳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별로 없는 외진곳이라 울창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자연을 최대한 살리며 쌓은 성터를 오르며 바라보는 경치는 그야말로 선경이 따로 없다. 이층의 누각에 올라서면 북악스카이웨이와 팔각정, 그 뒤로 살포시 고개 내미는 백운대의 암 봉이 한 폭의 그림같다.

 

 

 

북악산 개방이 얼마 안된 탓인지, 휴일임에도 이곳을 찾는 탐방객이 별로없어 호젓한 오솔길에 삼삼오오 짝을 이룬 연인들의 모습이 한가로워 보이고, 싱그러운 솔향기에 흠뻑 취해 시간 가는줄을 모른다.

 

 

 

 

숙정문을 지나며 북악산성에서 가장 힘든 계단이 나타난다. 천헤의 요새답게 밖으로는 수 십길 단애를 이룬 절벽이요. 성안쪽으로는 45도가 넘는 가파른 경사를 이룬다.  성벽이 직각을 이루는 꼭지 점에 잘생긴 소나무가 있는 휴식공간이 나타나고 10여 m 위에 북악산 제일의 전망대가 펼쳐지는 곡장에 올라선다.

 

곡장에서 바라보는 북악산과 인왕산

 

 

 

수 십 길 단애를 이룬 곡장은 삼면에서 공격하는 적의 동태를 파악하고 방어하기 위해 설치한 곳을 말한다. 북쪽으로 북한산의 전경이 펼쳐지고,서쪽은 북악마루의 정상까지 새로 복원된 성벽이 장관을 이룬다. 그 옆으로 인왕산과 자하문 밖의 세검정이 그림같이 펼쳐지고 남쪽으로 지나온 능선들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다시 소나무가 있는 공간으로 내려와 10여 분 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무심히 넘겨버릴 역사의 뒤안길을 되새겨본다. 북악산을 중심으로 남산과 낙산. 인왕산을 잇는 성벽이18km에 이르지만, 현재까지 복원된 부분이 10여km에 이른다고 한다. 도성과 산성, 장성의 차이점과 곡장, 여장의 상징적인 의미로 부터 한양천도의 풍수지리까지 해박한 지식이 일사 천리로 쏟아진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군부대의 주둔으로 산책로는 성벽을 넘나들며 전망대가 조성되고, 잠시 후에 곡장과 함께 북악산 제일의 전망대인 청운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안내원의 설명이 반복되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40여 년간 우리의 발목을 잡고 족쇄를 채웠던 총탄 맞은 소나무가 반겨준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하는 와중에 벌어진 총격전으로 아직도 상처의 흔적이 뚜렷하다.

 

 

 

북악산의 정수리

북악 마루 오르는 계단이 지옥의 문턱인가? 다리가 뻐근하도록 진땀을 흘린 뒤에야 정상에 올라섰지만 안보상의 이유로 무성한 숲이 앞을 가려 시야가 흐리고,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바람 한 점 없는 찜통더위 속에 소나무 그늘에서 안내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하산 길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인왕산이 지척에서 손짓하고, 그 유혹에 이끌려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창의문 쪽으로 수 천 개가 넘는 계단 길이 까마득히 내려다 보인다. 내려가는 것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데, 장애우들이 정상을 향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차마 바라보기 조차 민망스럽다.

 

 

 

 

장애우들의 정상을 향하는 집념

아슬아슬한 계단을 내려와 검사소에서 패찰을 반납하고, 자하문으로 부르는 창의문에 도착하며 북악산 답사는 일단 끝이난다. 슈퍼에 들어가 시원한 사이다로 갈증을 달래고, 캔 맥주 하나와 사이다 한 캔을 따로 배낭 속에 넣은 다음 인왕산을 향한 행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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