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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국

태산 가는 길.3

2011년 10월 2일

                                       제3부 : 곤륜산으로 알려진 곤유산

태산이 자랑하는 층층계단 7,000여개. 40여 분만에 내려온 곳은 桃花源(도화원) 케이불카 승강장이다. 이곳에서도 2km를 더 가야 하지만 시간관계상 셔틀버스를 타게 된다. 천외촌 광장에 내려오니 우리가 타고 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시내로 들어온 우리는 이른 저녁을 먹고 또 다시 400 여km의 강행군을 시작한다. 내일 올라야 할 곤유산이 연태에 있지만 그곳까지는 500여 km가 넘기 때문에 窮餘之策(궁여지책)으로 중간지점인 래양시에서 숙박을 하기로 한다.

 

 

이틀간의 강행군으로 차에 오르기가 무섭게 모두들 골아 떨어진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의 굉음소리만 요란하고 어둠이 깔리며 화물차와의 아슬아슬한 차선경쟁이 벌어진다. 내 운명을 운전수에게 맡겨야 하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해서 중국 신화에 나오는 곤륜산에 대한 전설을 음미해 본다.

 

 

곤륜산은 땅의 기둥이자 머리이며 천지의 중심으로 일컬어진다. 곤륜산은 또한 온갖 신들의 거처라는 점에서 중국의 올림포스산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곤륜산은 특히 신중의 신인 황제(黃帝)와 여신중의 으뜸인 서왕모(西王母)가 지배하는 산이다.즉 곤륜산은 천상에 있는 황제의 하계의 도읍지이기도 하고 서왕모가 직접 살고 있는 땅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곤륜산이 아무나 갈 수 있는 평범한 산이 아님은 물론이다. 곤륜산은 사방이 8백리이고 높이가 만 길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홉 개의 성을 층층이 쌓아놓은 것 같았다고 한다.이 높디높은 곤륜산의 주위에는 약수(弱水)라는 강이 흐르고 있는데 이강은 가벼운 새털조차도 가라앉을 정도여서 그 누구도 쉽게 건널 수 없다. 그뿐인가? 약수의 바깥은 다시 불꽃이 이글거리는 염화산(炎火山)이라는 산이 둘러싸고 있어 염화산의 불길에는 무엇이든 닿기만 해도 타버린다.

 

염화산과 약수라는 장애물을 통과하여 곤륜산 안으로 들어가면 마지막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개명수(開明獸)라는 무시무시한 문지기이다. 개명수의 몸체는 호랑이 같이 생겼는데 사람의 얼굴을 한 머리가 아홉 개나 달려있는 괴수이다.

 

곤륜산에는 황제만 살았던 것이 아니다. 황제처럼 천상과 곤륜산을 왕래하는 신도 있었고 속세와 곤륜산을 왕래하는 신도 있었으며 아주 곤륜산에 자리 잡고 사는 신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궁궐이 아니라 여덟 방향의 바위굴에 살았다. 어쨌든 곤륜산은 신들의 하계시 거점이었던 것이다.

 

신성한 공간인 곤륜산에 존재하는 사물들 역시 범상치 않았다. 그곳에는 목화(木禾)라고 하는 길이가 다섯 길, 크기가 다섯 아름이나 되는 거대한 벼가 자랐다. 아마 이 벼로 인해 곤륜산에서는 흉년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주수(珠樹) 옥수(玉樹) 낭간수(琅 樹) 벽수(碧樹) 등 옥을 열매로 맺는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곤륜산은 사실 하나의 산봉우리가 아니라 부근의 여러 산을 한데 모아 부르는 이름이다. 곤륜산의 일부 지역인 옥산(玉山)은 글자 그대로 옥이 많이 나는 산으로 서왕모의 거처가 있는 곳이었다. 서왕모 역시 황제처럼 훌륭한 궁궐에 살았다.궁궐 옆에는 요지(瑤池)라는 아름다운 연못이 있었는데 서왕모는 이곳에서 신들을 위한 잔치를 자주 베풀었다.

 

그리고 삼천년 만에 꽃을 피우고 다시 삼천년 만에 열매를 맺는 반도(蟠桃) 복숭아밭도 서왕모의 소유였다. 역시 곤륜산의 일부 지역인 괴강산(槐江山)이라는 곳에는 황제의 꽃밭이자 옥이 지천으로 굴러다닌다는 현포(玄圃)가 있었다.이곳에서 맑기 그지없는 요수(瑤水)가 흘러나와 옥산의 요지로 흘러들었다. 이 지역을 관리하는 신은 이름을 영소(英招)라고 하는데 말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하고 호랑이 무늬에 새의 날개를 한 기괴한 모습으로 사방을 돌아다녔다.

 

중국신화에는 다양한 낙원들이 등장하지만 곤륜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곤륜산은 특정한 공간을 지니지 않은 신화적 산임에도 불구하고 고대 중국에서는 이 대표적 낙원이 서쪽 어딘가에 있다고 믿어졌다. 「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의 글을 인용함」

 

 

사실 한국의 산악회나 산행기에 실린 글을 보면 내일 찾아갈 산을 곤륜산으로 적고 있다.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한 산이기에 그런 별칭을 갖게 된 것인지 궁금증이 커져만 간다. 23시 30분 래양시 용문 대주점에 무사히 안착한다. 래양시가 어디에 있는지 알 필요도 없이 그저 하룻저녁 스쳐가는 도시로 치부하고 고단한 몸을 누인다.

 

 

용문 대주점은 래양시에서 시설이 가장 좋은 호텔이기에 이른 새벽부터 결혼식이 열린다. 서둘러 로비에 나오니 신랑신부가 타고 갈 차가 화려하게 장식을 하고 하객으로 온 친구들의 차량이 같은 모양. 같은 색으로 10여대가 넘는 차량으로 구색을 맞추어 카퍼레이드를 벌인다.

 

 

연태로 가는 고속도로에도 결혼식을 끝낸 차량들이 신나게 질주하고 신랑신부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차선을 양보하는 미덕을 볼 수 있다. 1시간 반 만에 연태 시내로 들어온다. 휴양도시로 유명한 연태시는 고속 성장하는 중국의 대명사처럼 기간시설인 도로정비가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연태 대학이 있는 해안가를 중심으로 부자촌을 형성하여 고풍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연태대학이 있는 해수욕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남산골프장은 800만평(여의도의 9배)의 부지에 223홀을 소유하고 있어 관광객 유치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연태는 산동반도 동북쪽에 있는 항구로 서해와 접하고 있다. 면적이 830평방㎢이고 인구는 약 68만 명이다. 예로부터 동해의 진주라 불리는 연태는 당나라 시대부터 외국 통상을 위한 중요한 항구의 하나로 발전했다. 명나라 홍무제때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바다에 면한 북쪽 에기산에 봉화대를 세운 뒤 연태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곤륜산의 별칭을 갖고 있는 곤유산은 연태시에서 동남쪽으로 60 여km 떨어져있다. 해안가에 우뚝 솟은 해발 922.8m의 바위산이다. 멀리서 보아도 푸른 숲을 뚫고 치솟은 바위들이 장관을 이루는 국가에서 지정한 삼림공원이다. 연태시 모평구에 속한 곤유산은 입구의 간판에 구룡지 경구로 표시가 되어있다. 작은 저수지를 끼고 돌아가면 주위를 조망할 수 있는 盹望亭이 나타난다.

 

 

 

폭포가 쏟아지는 암반 옆으로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고 9마리용이 승천했다는 9개의 폭포가 벼랑 끝을 휘돌아 물보라를 일으킨다. 곤유산의 절경이 집중된 곳이기에 발걸음이 느려지고 금강산의 상팔담과 같이 백옥 같은 암반이 깊은 소를 이루어 고요한 달밤이면 선녀들이 목욕하러 내려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구룡폭포의 상단에 이르면 실망감이 앞선다. 폭포의 수위를 조절하기위해 사방댐을 막았으니 유원지입구의 저수지도 이곳으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이 아닌가 싶다. 정상은 왼쪽의 오솔길을 따라가야 하지만 어차피 정상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탓에 오를 수가 없고, 오른쪽의 팔각정을 바라보며 소나무 숲길을 따른다.

 

 

 

구룡정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사방이 모두 바위산이다. 용왕각이 있는 능선으로 내려오며 전망대 바위에 올라서면 구룡폭포의 전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것으로 곤유산 관광도 끝이다. 넉넉잡아 3시간. 이것을 보기위해 500 여km를 달려왔다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곤륜산이라는 애칭이 무색하여 노산의 화려함이나 태산의 웅장한 규모에 비해 너무도 빈약하기에 다른 곳으로 일정을 잡았다면 좀 더 보람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4박5일간 산행을 함께한 동료들과 도시락을 나누어 먹는 시간만은 행복한 순간이다. 여객선이 기다리고 있는 위해시를 향해 출발한다. 위해시는 우리나라와 가까운 지리적인 여건으로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등 약 150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약 3만명의 한국 교민과 600여명의 유학생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중국제일의 위생도시로 선정될 정도로 도시 전체가 그림처럼 깨끗하고, 중심가에 있는 행복의 문은 이도시의 심벌마크로 위해시의 상징물이다. 이로써 중국에서의 일정을 마감하고 황혼이 깃드는 위해시를 바라보며 귀국길에 오른다. 3일간 1,134m의 노산과 1,545m의 태산 922m의 곤유산을 오르기 위해 1500km의 대장정을 무사히 소화했다는 행복감으로 술잔을 높이 들고 다음의 행선지를 구상해보는 행복한 시간이다.

 

 

 

 

                                                                               연태 체육공원

 

 

 

 

 

 

 

 

                                                                              연태시 해변

                                                                                   연태의 부자촌

 

 

 

 

 

 

 

 

 

                                                                                      구룡지 상단의 저수지

 

 

 

 

 

 

 

 

 

 

 

 

 

 

 

 

 

 

                                                                                   구룡지 전경과 관광객들

 

                                                                                    곤유산 정상

 

                                                                              위해시  행복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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