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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세계/양천문학 기행

약 속

 

 

                                       약 속

 

우르릉 쾅쾅.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천둥소리가 새벽잠을 깨운다. 세차게 쏟아지는 장대비가 베란다의 유리창을 마구 흔들며 금방이라도 유리창이 산산조각으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공포감속에 온몸이 움츠러든다.

 

하지만 이런 악천후 속에서도 넋을 놓고 날씨 타령을 할 처지가 아니다. 오늘이 바로 양천문학회에서 문학기행으로 안성에 있는 조병화시인의 기념관을 방문하는 날이다. 왜 화필이면 이런 날 비가 내린담. 볼멘소리로 투덜거려 보지만 전국적으로 80미리의 강우를 예보하고 있으니 쉬 그칠 비가 아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문학기행이라 문인들에게는 성지순례나 다름없이 선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이런 행사를 추진하기위해 임원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는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고는 모른다.

 

차량 예약하랴. 인원점검 하랴. 현지가이드 섭외하랴. 하나에서 열까지 세밀하게 준비를 해도 예기치 않은 날씨로 인해 불참사태가 일어난다면 말 못하는 좌절감속에 빠지고 만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약속이라는 두 글자가 떠오른다. 노심초사하고 있을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바로 약속을 지키는것이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마음이 급해진다.

 

집결장소인 양천문화회관 주차장까지는 의정부에서 2시간이 족히 걸리는 거리다. 간단히 세수하고 바짓가랑이를 흠뻑 적시며 회룡역으로 줄달음친다. 여름 장맛비가 무색하도록 세찬 빗줄기가 계속된다. 약속시간을 10여분 남겨두고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서니 회원 10여명이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는지 회장과 사무국장의 표정이 말씀이 아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구세주를 만난 듯이 반가워하는 그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약속을 지킨 내 자신이 더욱 행복한 순간이다. 약속이란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둔다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비슷한 말로 다짐과 신의가 있고, 그러기위해서는 약정과 서약, 규약과 계약까지 하는 것이 현실의 사정이다.

 

증자(曾子)는 효와 신(信)을 덕행의 근본으로 삼은 중국 춘추시대의 큰 유학자다. 하루는 그의 부인이 장을 보려고 나서는데 어린 아들이 따라가겠다고 울며 떼를 쓴다. 엄마는 아이를 달랠 요량으로 별 생각 없이 “시장에 다녀온 뒤 돼지를 잡아 맛있는 반찬을 해줄 테니 집에서 놀아라”라고 말하자 아들은 돼지고기로 반찬을 만들어 준다는 바람에 울음을 그친다.

 

얼마 후 아내가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이 마당에서 돼지를 잡으려 하자 놀란 아내가 왜 돼지를 잡느냐고 다그친다. 이에 증자는 “당신이 아이에게 돼지를 잡아 반찬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으니 잡을 수밖에 없다”며 아이는 부모가 하는 대로 따라 배우는 법인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이가 뭘 배우겠느냐”라며 기어코 돼지를 잡았다는 고사성어가 전해진다.

 

또한 50여 년 전 초등학교 사회생활에서 “예. 아니요” 란 글을 배운 기억이 난다. 이것도 약속을 가르치는 말로 친구가 놀러가자는 말에 무심코 예라고 대답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집안에 더욱 중요한 일이 있어 친구와의 약속을 번복해야하는 아니요 란 말을 하기가 어려우니 약속을 할 때는 신중하게 하라는 교훈으로 기억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척도가 다르니 너무 심한 비유가 되는지는 몰라도 약속이란 서로간의 신뢰감이 가장 중요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뜻으로 해야 하며, 약속의 어김을 당한 당사자는 시간적이나 물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므로 약속은 자신과의 다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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