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을 일구어낸 선구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며 그분들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양천 문학회에서 실시하는
문학기행. 작년에 다녀온 인제의 박인환 문학축제에 이어 금년에는 "메밀꽃 필무렵 "으로 사랑받는 봉평의 효석 문화 제가
목적지다. 이곳은 강원도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심심산골이라 산행을 하면서 여러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문학축제에
참가하기는 처음이라 기대가 많이 된다.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달라는 박 정경 사무국장의 간곡한 다짐이 아니라도 문학기행에 관심이 많은 아내는 어느때 보다도 들뜬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린다. 이른 새벽 부터 부산하게 준비를 마친 우리는 모처럼의 나드리길에 신바람이 나서 2시간이나 걸리는
진명여고 앞으로 달려간다.
만원사례를 이룬 관광버스는 한강변을 신나게 달려가고 강진원 이사로 부터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 메밀꽃 필 무렵"의
해설을 들으며 다시 한 번 그분의 업적을 되돌아 본다.
장평 I.C 를 빠져나오며 봉평의 행사장으로 들어선다. 하늘높이 떠 있는 애드벌룬이 바람에 나부끼고,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
인파로 봉평의 작은 고을이 축제분위기속에 행사요원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산채 비빔밥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는
곧바로 행사장으로 향한다.
흥정천에 놓인 섶다리만으로도 향수에 목마른 도시민들에게는 고향을 찾아온듯 마음이 설레고, 길가에 흐드러진 메밀꽃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인구 5, 000여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 전국적인 문학축제가 열린다는것은 이효석이라는 현대문학의
거장이 태어난곳이요. 메밀꽃 필무렵의 무대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사실 이곳은 사람이 살아가기에는 열악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위는 온통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를 이루고, 식생활에 으뜸이라고 하는 쌀농사가 어려운 경작지에는 감자와 옥수수, 메밀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8월의 삼복더위가 시작되면 산허리와 분지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메밀꽃. 가녀린 순백색의 꽃대에서
허기를 달래주는 메밀이 익어간다.
끈기도 없고 영양가도 떨어지는 메밀이지만, 궁벽한 강원도 오지에서 끼니를 때우는데는 이만한 먹거리도 없다. 메밀묵으로
시작되는 먹거리가 메밀병전, 메밀저배기, 메밀국죽, 메밀전, 메밀국수로 선을 보이며 우리의 미각을 자극시킨다.
물레방아가 있는 행사장 입구에서 산 길로 올라서면 이효석 문학관이 있다. 봉평이 내려다보이는 산 언덕에 자리잡아 전망도 좋고
울창한 나무들을 조성하여 주민들의 산책로로도 손색이 없다. 사실 봉평은 눈길 가는곳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소재로 가득하고
소설속의 배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주민들의 주식인 메밀과 물레방아는 밀접한 관계가 있어 생활의 근본이 이곳에서 이루진다. 하지만 마을에서 떨어진 외진곳에
있어 어둠이 내리는 밤이되면, 인적도 끊기고 고요한 밤길에 빈 물레방아만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동산에서 떠 오르는 야심한
밤에 흐드러진 메밀꽃밭을 지나 물레방아간으로 모여드는 청춘남녀. 사랑을 나누기에 안성맞춤이 아닌가?
장돌뱅이 허생원과 성서방네 딸이 물레방아간에서 사랑을 나누던 밤도 휘영청 밝은 달빛아래 소금을 뿌린듯이 메밀꽃이 흐드러
지게 피어있다고 적고있다. 역마살을 타고난 허생원과 성서방네 딸의 우연한 만남이 기구한 운명으로 전개되어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문학관을 내려와 흥정교를 건너면 풍물거리가 나타난다. 엿장수와 약장수들의 재담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주막거리 충주집이
반겨준다. 전국 제일의 오일장 답게 봉평의 골목마다 난전이 펼쳐지고, 제기차기, 널뛰기로 옛시절을 그려 본다.
태풍 곤파스와 말로의 틈새를 비집고 떠나는 나드리 길이 걱정이 많았지만, 이렇게 청명하게 빛나다니. 양천문학회의 축복이요.
봉평에서 어름다운 향기를 한 아름안고 돌아오는 우리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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