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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

건지산은 지산 스키장이다.

    

                            

                              

                                         독조지맥이란

용인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백암까지 운행하는 10번 버스로 청소년 수련원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산행이 시작된다. 독조봉 기슭에 자리 잡은 용인시 청소년 수련원은 공기 맑은 숲속에 자리 잡고 있어 시원한 바람결에 아카시아 향기가 상큼하게 코끝을 파고든다. 수련원을 오르는 연도에는 그림 같은 음식점들이 자리 잡고, 송 글 송 글 맺히는 땀방울에 가쁜 숨 몰아쉬며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산 중턱에 그림 같은 연수원이 반겨준다.

 

본관건물이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전면으로 체력단련장이 있는 돌계단을 따라 등산로가 열리고, 10여 분간 비지땀을 흘리며 올라선 곳이 독조봉(432m)정상이다. 이곳에서 독조지맥이 시작되는 용실봉은 서쪽으로 10여분 거리에 있지만 지난겨울 앵자지맥을 종주하며 이곳을 다녀간 것으로 생략을 하고 동쪽으로 독조지맥을 더듬어 간다. 작은 돌탑이 있는 423봉(전망바위봉)에서 일반등산로를 따라 내려서면 오른쪽 운동장 쪽으로 나무계단이 있다.

 

4차선 17번 국도가 지나는 좌찬(평창)고개 절개지위에서 왼쪽으로 내려와 17번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횡단보도를 통해 4차선 도로를 건넌다.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30여 m 진행하여 지산CC로 이어지는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100여 m 진행한 다음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선다. 原州元氏 家族墓域을 지나 능선으로 올라선 뒤 그네가 있는 갈림길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전원주택 경계선을 지나는 벼랑길에서 가시덤불과 한 바탕 씨름을 하게 된다.

 

지산CC 골프 연습장 펜스로 올라서는 사면 길에는 철조망을 뚫고 나온 골프공들이 숲속에 널 부러져 있다. 날아오는 공에 맞아 중상을 입는 경우가 종 종 있다고 하니 신경이 곤두선다. 지맥은 왼쪽의 펜스를 따르는 내리막 능선이나, 태봉산을 다녀오기 위해 오른쪽으로 약50m 정도 올라선 분기봉에서 남쪽으로 10여 분간 진행하면 작은 구덩이 옆에 삼각점(안성 408. 1987 재설)이 있고 비닐표지판이 걸려있는 태봉산(△309.2m)정상이다. 골프연습장으로 되돌아와 펜스를 따라 내려간다.

 

지산CC로 내려와 골프장 내 도로를 내려선다. 지난번 검단지맥을 지나며 88 C.C에서 직원들과 실랑이를 한 경험이 있기에 잔뜩 긴장을 하며 오르막 도로를 따라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정장 차림의 직원이 제지를 한다. 낮선 이방인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고 주위로 몰려드는 골퍼들의 시선이 따갑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곳에서 물러선다면 종주는 물 건너 간 것이 아닌가. 이럴 때를 대비하여 지도를 꼼꼼히 챙긴 보람이 있어 스키장 오르는 도로를 따라간다는 조건으로 통행의 허락을 받는다.

 

高山峻嶺을 넘어온 듯, 험준한 관문을 통과했다는 자신감에 활력이 넘치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까지 생기니, 오늘의 종주는 분명 축복받은 산행이 아닌가 싶다. 자산리조트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여 오른쪽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능선으로 오른다. 가파른 포장길을 오르며 뒤돌아보는 전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싱그러운 그린 위를 달리는 골퍼들이 동화속의 모습으로 한가롭게 보인다. 한 동안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리조트 스키리프트(상급자)위 정류장 옆을 지나 건지산으로 올라서는 들머리가 된다.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서며 따가운 햇볕은 피할 수 있지만, 된 비알에서 호된 신고식으로 두 다리에 맥이 풀린다.

 

어렵게 올라선 건지산(410.4m)에서 실망감이 앞선다. 판독할 수 없는 삼각점이 쓸쓸히 반겨주는 정상에는 울창한 나무가 시야를 가린 탓에 숲속의 포로가 되고 만다. 정상을 뒤로하고 내려서는 안부는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천수도 못하고 스러지는 소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신음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앞선다. 재선충의 벌떼 공격인가? 아니면 참나무의 자리다툼에 밀려나는 弱肉强食인가? 신성한 자연에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있어 약한 자는 도태되고 강한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우리네 인간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독조봉 다음으로 높은 건지산을 내려오는 등산로는 완만하게 이어지고, 나무벤치가 있는 정점을 통과하고 작은 돌탑이 있는 정점을 내려서면 산기슭에서 젊은이들의 함성이 들려온다. 무성한 나무숲에 가려 전경은 보이지 않지만 청강문화 산업대학에서 오월의 축제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외로운 종주 길에 길동무삼아 들려오는 축제의 리듬에 맞추어 발걸음도 빨라지고 285봉의 분기점에서 뚜렷한 직진 일반등산로가 아닌 왼쪽 방향으로 잡아 내려간다. 청강문화대학 교정을 왼쪽으로 두고 돌아가는 지맥은 녹슨 철조망과 산초가시가 앞길을 가로막아 惡戰苦鬪가 따로 없다.

 

여름 산행의 어려움은 주위를 조망할 수 없다는 핸디캡으로, 미로와도 같은 낮은 언덕에서 지맥을 이탈하기 일쑤다. 자동차의 경적소리를 목표로 밤나무 단지를 내려서니 마장 고개에서 조금 벗어난 문화마을이다. 반가운 마음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가니 적개심 어린 눈초리로 달려든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자니, 다짜고짜로. 당신 지금어디서 오는 거냐며 시비를 건다. 불심검문을 받는 불쾌감에 연유를 물어보니 말도 없이 마을 입구에 걸어놓은 현수막을 가리킨다.

 

“긴급 방역 중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무슨 날벼락인가. 구제역으로 소들이 살 처분 된다는 뉴스는 들어서 알고 있지만, 직접 현장을 목격하고 보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아직 확정판결은 아니지만 예방 차원에서 외부인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는 설명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현장을 빠져 나오며, 농민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근심을 어찌 위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번에는 고향인 충주시 신니면에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뉴스로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산이 좋아 다니는 내 모습이 그들에게 어찌 비춰 질지 편치 않은 마음으로 자성하고 반성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2차선 도로를 따라 신일 밸브 공장이 있는 마장고개로 올라선다. 이천시(마장면)와 용인시(백암면)가 경계를 이루는 고갯마루에서 도로를 건너 “경기농원” 철조망 바깥 옆 능선을 따라 오른다. 가시덤불을 헤치다 힘에 겨워 철조망 안쪽 밭 갓길을 따라 능선으로 오른다. 林川趙公, 慶州崔氏 合葬墓를 지나 희미한 산길 을 올라서면 소학산 갈림길에 도착한다. 바람도 나뭇잎에서 잠이 들고 한낮의 더위와 씨름하며 비알 길을 오르느라 지친 몸을 누이고 막걸리로 갈증을 풀어본다.

 

이천시(호법면, 마장면), 용인시(백암면) 3개면이 경계를 이루는 쉼터에서 소학산(309.3m)을 다녀오기 위해 왼쪽 능선으로 향한다. 돌탑과 삼각점 그리고 나무벤치가 있는 정상에 발 도장을 찍고 되돌아오는 데는 25분이 소요된다. 3개면 경계봉에서 내리막 능선을 따른다. 오른쪽으로 약30m 떨어진 바루산(265m)에 올라서면 답답하던 가슴을 시원하게 쓰러주는 전망대가 펼쳐진다.

 

건너편으로 왕릉처럼 봉긋한 수정산(345m)이 자리 잡고,가창리와 백암리의 너른 들녘에는 땅내를 맡은 벼들이 녹색의 초원을 이루어 풍년을 예고하듯 평화롭기 그지없다. 잠시 후 갈림길로 되돌아와 산길이 뚜렷한 능선을 따른다. 235봉을 넘어 십자 안부를 지나고 완만하게 올라서면 삼각점(안성413. 1988재설)이 있는 뒷동골산(223.5m)에 도착한다.

 

이곳에도 무성한 나무숲에 가려 시야가 답답하다. 지맥은 남쪽으로 연결되지만 진입로도 없고, 잘못 들어서면 가시덤불속에서 포로가 되고 말 것을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해서 편법인줄 알면서도 서쪽의 일반등산로를 따라 내려서고 만다. 호법면 동산리 쪽으로 329번 지방도로와 만난다.

 

연도에는 동산기계 공장, 양지요양 병원을 차례로 지나 S오일 동양주유소가 있는 고갯마루에 도착하며 지맥과 다시 만난다. 현재 시각이 2시 30분. 전면에 보이는 봉의산을 바라보며 심한 갈등이 생긴다. 331m의 봉의산이 높아만 보이는 것은 무슨 연유일가. 이제 몸도 옛날과 같지 않아서 지난해 등반 사고 이후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선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줄잡아 3시간이면 이것도 만만치 않고, 새벽 5시에 집을 나왔으니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 봉의산과 대덕산을 지나 백봉리 까지 종주할 경우에는 2시간 이상이 소요되니 자신이 없어진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교통이 좋은 백암면 소재지까지 가장 가까운 이곳에서 1구간을 마무리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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