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조지맥 / 59km
독조지맥이란 한남정맥상에 있는 문수봉에서 북쪽으로 분기한 앵자지맥이 칠봉산(447m)과 갈미봉(447m)을 거쳐 용실산(422m)에서 앵자지맥은 북쪽의 자봉으로 이어지고 또 하나의 산줄기가 동쪽으로 분기하여 독조봉(432m), 건지산(411m), 소학산(309m), 봉의산(315m), 대덕산(309m), 마국산(445m), 노성산(269m), 돌박지산(166m), 철갑산(225m), 신통산(279m), 달걀봉(218m), 중군이봉(223m)을 거쳐 청미천에서 그 맥을 다하는 약59km의 산줄기를 독조지맥이라 한다.
제 1 구간 : 용실산 분기봉 - 백암고개 /12km
용인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백암까지 운행하는 10번 버스로 청소년 수련원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산행이 시작된다. 독조봉 기슭에 자리 잡은 용인시 청소년 수련원은 공기 맑은 숲속에 자리 잡고 있어 시원한 바람결에 아카시아 향기가 상큼하게 코끝을 파고든다. 수련원을 오르는 연도에는 그림 같은 음식점들이 자리 잡고, 송 글 송 글 맺히는 땀방울에 가쁜 숨 몰아쉬며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산 중턱에 그림 같은 연수원이 반겨준다.
본관건물이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전면으로 체력단련장이 있는 돌계단을 따라 등산로가 열리고, 10여 분간 비지땀을 흘리며 올라선 곳이 독조봉(432m)정상이다. 이곳에서 독조지맥이 시작되는 용실봉은 서쪽으로 10여분 거리에 있지만 지난겨울 앵자지맥을 종주하며 이곳을 다녀간 것으로 생략을 하고 동쪽으로 독조지맥을 더듬어 간다. 작은 돌탑이 있는 423봉(전망바위봉)에서 일반등산로를 따라 내려서면 오른쪽 운동장 쪽으로 나무계단이 있다.
4차선 17번 국도가 지나는 좌찬(평창)고개 절개지위에서 왼쪽으로 내려와 17번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횡단보도를 통해 4차선 도로를 건넌다.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30여 m 진행하여 지산CC로 이어지는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100여 m 진행한 다음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선다. 原州元氏 家族墓域을 지나 능선으로 올라선 뒤 그네가 있는 갈림길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전원주택 경계선을 지나는 벼랑길에서 가시덤불과 한 바탕 씨름을 하게 된다.
지산CC 골프 연습장 펜스로 올라서는 사면 길에는 철조망을 뚫고 나온 골프공들이 숲속에 널 부러져 있다. 날아오는 공에 맞아 중상을 입는 경우가 종 종 있다고 하니 신경이 곤두선다. 지맥은 왼쪽의 펜스를 따르는 내리막 능선이나, 태봉산을 다녀오기 위해 오른쪽으로 약50m 정도 올라선 분기봉에서 남쪽으로 10여 분간 진행하면 작은 구덩이 옆에 삼각점(안성 408. 1987 재설)이 있고 비닐표지판이 걸려있는 태봉산(△309.2m)정상이다. 골프연습장으로 되돌아와 펜스를 따라 내려간다.
지산CC로 내려와 골프장 내 도로를 내려선다. 지난번 검단지맥을 지나며 88 C.C에서 직원들과 실랑이를 한 경험이 있기에 잔뜩 긴장을 하며 오르막 도로를 따라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정장 차림의 직원이 제지를 한다. 낮선 이방인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고 주위로 몰려드는 골퍼들의 시선이 따갑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곳에서 물러선다면 종주는 물 건너 간 것이 아닌가. 이럴 때를 대비하여 지도를 꼼꼼히 챙긴 보람이 있어 스키장 오르는 2차선 도로를 따라간다는 조건으로 통행의 허락을 받는다.
高山峻嶺을 넘어온 듯, 험준한 관문을 통과했다는 자신감에 활력이 넘치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까지 생기니, 오늘의 종주는 분명 축복받은 산행이 아닌가 싶다. 자산리조트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여 오른쪽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능선으로 오른다. 가파른 포장길을 오르며 뒤돌아보는 전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싱그러운 그린 위를 달리는 골퍼들이 동화속의 모습으로 평화롭게 보인다. 한 동안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리조트 스키리프트(상급자)위 정류장 옆을 지나 건지산으로 올라서는 들머리가 된다.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서며 따가운 햇볕은 피할 수 있지만, 된 비알에서 호된 신고식으로 두 다리에 맥이 풀린다.
어렵게 올라선 건지산(410.4m)에서 실망감이 앞선다. 판독할 수 없는 삼각점이 쓸쓸히 반겨주는 정상에는 울창한 나무가 시야를 가린 탓에 숲속의 포로가 되고 만다. 정상을 뒤로하고 내려서는 안부는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천수도 못하고 스러지는 소나무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신음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앞선다. 재선충의 벌떼 공격인가? 아니면 참나무의 자리다툼에 밀려나는 弱肉强食인가? 신성한 자연에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있어 약한 자는 도태되고 강한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우리네 인간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독조봉 다음으로 높은 건지산을 내려오는 등산로는 완만하게 이어지고, 나무벤치가 있는 정점을 통과하고 작은 돌탑이 있는 정점을 내려서면 산기슭에서 젊은이들의 함성이 들려온다. 무성한 나무숲에 가려 전경은 보이지 않지만 청강문화 산업대학에서 오월의 축제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외로운 종주 길에 길동무삼아 들려오는 축제의 리듬에 맞추어 발걸음도 빨라지고 285봉의 분기점에서 뚜렷한 직진 일반등산로가 아닌 왼쪽 방향으로 잡아 내려간다. 청강문화대학 교정을 왼쪽으로 두고 돌아가는 지맥은 녹슨 철조망과 산초가시가 앞길을 가로막아 惡戰苦鬪가 따로 없다.
여름 산행의 어려움은 주위를 조망할 수 없다는 핸디캡으로, 미로와도 같은 낮은 언덕에서 지맥을 이탈하기 일쑤다. 자동차의 경적소리를 목표로 밤나무 단지를 내려서니 마장 고개에서 조금 벗어난 문화마을이다. 반가운 마음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가니 적개심 어린 눈초리로 달려든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자니, 다짜고짜로. 당신 지금어디서 오는 거냐며 시비를 건다. 불심검문을 받는 불쾌감에 연유를 물어보니 말도 없이 마을 입구에 걸어놓은 현수막을 가리킨다.
“긴급 방역 중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무슨 날벼락인가. 구제역으로 소들이 살 처분 된다는 뉴스는 들어서 알고 있지만, 직접 현장을 목격하고 보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아직 확정판결은 아니지만 예방 차원에서 외부인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는 설명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현장을 빠져 나오며, 농민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근심을 어찌 위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번에는 내고향 충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뉴스로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산이 좋아 다니는 내 모습이 그들에게 어찌 비춰 질지 편치 않은 마음으로 자성하고 반성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2차선 도로를 따라 신일 밸브 공장이 있는 마장고개로 올라선다. 이천시(마장면)와 용인시(백암면)가 경계를 이루는 고갯마루에서 도로를 건너 “경기농원” 철조망 바깥 옆 능선을 따라 오른다. 가시덤불을 헤치다 힘에 겨워 철조망 안쪽 밭 갓길을 따라 능선으로 오른다. 林川趙公, 慶州崔氏 合葬墓를 지나 희미한 산길 을 올라서면 소학산 갈림길에 도착한다. 한낮의 열기속에 바람도 나뭇잎에서 잠이 들고, 비알 길을 오르느라 지친 몸을 누이고 막걸리로 갈증을 풀어본다.
이천시(호법면, 마장면), 용인시(백암면) 3개면이 경계를 이루는 쉼터에서 소학산(309.3m)을 다녀오기 위해 왼쪽 능선으로 향한다. 돌탑과 삼각점 그리고 나무벤치가 있는 정상에 발 도장을 찍고 되돌아오는 데는 25분이 소요된다. 3개면 경계봉에서 내리막 능선을 따른다. 오른쪽으로 약30m 떨어진 바루산(265m)에 올라서면 답답하던 가슴을 시원하게 쓰러주는 전망대가 펼쳐진다.
건너편으로 왕릉처럼 봉긋한 수정산(345m)이 자리 잡고,가창리와 백암리의 너른 들녘에는 땅내를 맡은 벼들이 녹색의 초원을 이루어 풍년을 예고하듯 평화롭기 그지없다. 잠시 후 갈림길로 되돌아와 산길이 뚜렷한 능선을 따른다. 235봉을 넘어 십자 안부를 지나고 완만하게 올라서면 삼각점(안성413. 1988재설)이 있는 뒷동골산(223.5m)에 도착한다.
이곳에도 무성한 나무숲에 가려 시야가 답답하다. 지맥은 남쪽으로 연결되지만 진입로도 없고, 잘못 들어서면 가시덤불속에서 포로가 되고 말 것을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해서 편법인줄 알면서도 서쪽의 일반등산로를 따라 내려서고 만다. 호법면 동산리 쪽으로 329번 지방도로와 만난다.
연도에는 동산기계 공장, 양지요양 병원을 차례로 지나 S오일 동양주유소가 있는 고갯마루에 도착하며 지맥과 다시 만난다. 현재 시각이 2시 30분. 전면에 보이는 봉의산을 바라보며 심한 갈등이 생긴다. 331m의 봉의산이 높아만 보이는 것은 무슨 연유일가. 이제 몸도 옛날과 같지 않아서 지난해 등반 사고 이후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선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줄잡아 3시간이면 이것도 만만치 않고, 새벽 5시에 집을 나왔으니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 봉의산과 대덕산을 지나 백봉리 까지 종주할 경우에는 2시간 이상 소요되니 자신이 없어진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곳에서 1구간을 마무리하고 만다.
제 2 구간 백암고개 - 덕현고개 / 13km
행정구역상 용인시 처인구에 속하는 백암면은 용인시의 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 탓에 안성시 일죽면, 삼죽면과 이천시 모가면, 호법면, 마장면과 경계를 이루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그래도 한적한 이곳까지 수원에서 용인시를 경유하는 10번 버스가 10여분마다 운행하고 있으니 교통의 요지인 셈이다.
하지만 의정부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면, 지구의 반대편을 간다는 용기가 아니면 쉽사리 찾아올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다. 전철로 종로3가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여 양재역에서 하차한 다음 5002번 버스로 갈아타고, 용인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10번 버스로 40여분을 달린 뒤, 백암면에서 318번 지방 도로를 따라 1.5km를 걸어간 뒤에야 지맥과 연결되는 구 백암 고개 마루에 있는 삼성오일 주유소에 도착한다.
이곳까지 찾아오는 데만 장장 4시간을 소비하고 나면 산행도 하기 전에 온몸이 후줄근하게 늘어지고 만다. 푸른 공장의 철망 울타리 왼쪽으로 반가운 표지기들이 나부끼고 있지만, 등산로는커녕 나는 새도 뚫지 못할 가시덤불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으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할 수 없이 견공이 요란하게 짖어대는 농가의 앞마당을 가로질러 숲길을 헤친다.
공장 경계선인 펜스를 따라 올라서면 검은 비닐막이 있는 약초재배 지로 들어선다. 우리 인간들에게 신비의 영약으로 알려진 장뇌삼 재배 단지로 울창한 소나무 그늘아래 탐스런 잎 새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장뇌삼은 산양삼이라고도하며 인삼종자나 야생 삼 종자를 산에다 뿌린 뒤 인위적인 관리로 재배하게 되며 7년에서 10년 후에 판매가 가능하다. 인삼은 좋은 토양위에 비가림 시설을 하고 적당한 비료와 농약으로 관리하여 4년에서 6년까지 집중적으로 촉성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산삼은 사람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고 자연적으로 자란 삼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15년 이상 된 것을 산삼이라 부른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처럼 행여 여린 잎이 다칠세라 조심조심 솔밭을 거슬러 오르면 뚜렷한 등산로가 열린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을 따라가면 곧바로 봉의산(324m)정상이다.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소나무에는 先踏者 들의 리본들이 반겨주고, 서북쪽으로 한줄기 전망이 트인다.
길이 좋은 일반등산로를 따라 한동안 내려가다 운동기구와 벤치가 있는 능선을 지나면 왼쪽으로 총회신학교 방향에서 오르는 갈림길을 만난다. 시원한 그늘 속에 실바람까지 불어오는 지맥은 부엽토의 부드러운 감촉이 너무도 좋다. 264봉을 지나며 왼쪽으로 덕평힐뷰C.C의 고운 잔디위로 골퍼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골프장 진입을 감시하는 초소를 지나 코스와 나란히 능선이 이어지고 그린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둥글산(272m)갈림길인 297봉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르면 곧 바로 삼각점과 작은 정상석이 있는 대덕산(309.4m)에 도착한다. 남쪽으로 열리는 완만한 등산로는 삼림욕을 하기에 적당하고, 뻐꾸기가 울어대는 숲속에는 인기척에 놀란 고라니가 줄행랑을 친다.
왼쪽으로 비에이비스타C.C. 전경이 눈부시게 펼쳐지고, 수 십 길 절 개지를 조심조심 내려서면 마루금과 동행하는 2차선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골프장 초소가 있는 입석재 고개에서 친절한 경비원의 안내로 무선송신탑을 향하여 절 개지를 치고 오른다. 고도가 높아지며 산과 계곡을 메우고 융단 같은 그린으로 단장을 한 수 십 만평의 골프장의 전경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무선전파기지국 통신탑을 지나 무명봉에서 심호흡을 하고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판독하기 어려운 삼각점(304 77.8.건설부?)이 있는 360.9봉에 도착한다. 희미한 지맥을 헤치며 남쪽으로 진행하면 무덤4기가 있는 343봉을 지나 약간 왼쪽으로 방향을 틀고, 골퍼들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치는 뉴스프링빌C.C 휴게소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말끔히 단장한 주차장 너른 광장에는 한낮의 열기가 내려 쪼이고, 그늘 속으로 파고드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시원한 그늘 속에는 살랑살랑 실바람까지 불어오니 숨 막히던 열기도 수그러들고 고지를 향하는 발걸음에도 생기가 돈다. 일단 주능선에 올라선 후에는 왼쪽으로 뉴스프링빌CC를 바라보며 반원을 그린다.
우리네 생활이 그만큼 좋아진 탓인가? 오늘만 해도 3개의 골프장을 지나고 있으니 골프장의 천국인 용인시를 지나는 동안 좋든 싫든 골프장과 동행을 하며 불 법자와도 같이 가슴조리며 지나야 하는 이 길이 그나마도 없어지고 말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가슴이 무겁기만 하다.
능선 분기 봉인 254봉에서 골프장의 경계선과 어깨동무하며 오른쪽 능선을 따라 내려선 후 코스 A 표지판이 가리키는 오른쪽 내리막 능선을 따른다. 골프장이 끝나는 남쪽 사면을 치고 오르면 널찍한 공터에 갈림길이 있는 3개 시<용인시 백암면, 안성시 일죽면, 이천시 호법면> 경계 봉에 올라선다. 그동안 동쪽으로 달려오며 정들었던 용인시와 작별을 하고 안성시와 이천시의 경계선을 따르게 된다.
내리막 능선을 따라 307봉을 지나 Y자 갈림길에서 뚜렷한 오른쪽 능선이 아니고, 거의 길이 형성되지 않은 왼쪽능선을 따른다. 자동차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나무사이로 중부고속도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고산마루님의 표기기가 가끔 나타나는 내리막 능선을 따라 70번 2차선 지방도로가 지나는 절개지 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며 사실티 고개에 도착한다.
만리장성보다도 견고한 중부고속도로. 70번 지방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약500m 정도 진행하면 중부고속도로를 통과할 수 있는 토끼 굴을 만난다. 고속도로를 건넌 다음 또 다시 고속도로 동측 갓길을 따라 절개지 방향으로 진행 한다. 위험천만한 고속도로의 갓길. 지나본 사람만이 아는 그 길을 벗어나며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된다.
표고라야 400여 m에 불과하지만 평지돌출의 가파른 비알 길을 치고 오르는 길은 만만하게 볼일이 아니다. 그동안 소진된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마의 구간이다. 빨간 우체통 모형의 쉼터가 있는 큰 바래기산(414m)에 도착하여 지맥은 오른쪽으로 이어지나 마국산을 다녀오기 위해 왼쪽으로 길이 좋은 일반등산로를 따른다.
삼각점이 있는 마국산(444.5m) 정상에는 정상석 과 오운봉(五雲峯)이라 표기된 또 하나의 정상석이 있고, 넓은 헬기장이 있는 공터에는 마옥산이라는 표지석이 또 있다. 오랜만에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조망 터에서 동쪽으로 노송산이 내려다보이고 장호원을 중심으로 이천의 너른 들판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큰 바래기산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20여분이 소요되지만 인근에서 가장 높은 정상을 다녀왔다는 행복감으로 피곤함도 잊은 채 남동쪽으로 시원하게 이어지는 일반등산로를 따라간다. 바위무더기 봉을 지나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봉(319m)에서 길이 좋은 일반등산로를 버리고 왼쪽으로 희미한 소로 길로 들어선다.
319.6m봉 이후부터는 서서히 고도가 낮아지고 수시로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독도에 주의 하여야 한다. 또 다른 바위무더기 봉에 올라서면 멀어보이던 노성산이 지척에서 손짓하고 급한 마음에 뛰어 내리는 발걸음에 이상한 감각이 전달된다. 신발 밑창이 툭 떨어지며 너덜거린다. 이런 변고가 있나? 난감한 일을 당하고 보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오뉴월 담장 밑에서 혓바닥을 쭉 내밀고 헐떡이는 개 모습으로 발을 움직일 때마다 너덜거리고 있으니 이 얼마나 우수꽝스러운 모습인가. 3년 동안 온갖 노고를 아끼지 않던 트랑고가 천수를 다 하고 만 것이다. 가장 아끼던 애마를 잃었다는 슬픔보다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산들을 오르내리며 갖은 애환을 함께 했는데, 이별을 해야 한다는 허전함이 앞선다. 배낭 속을 뒤져 응급처치를 한 다음 절뚝절뚝 다리를 절며 걸어가는 발걸음이 마냥 느려진다.
생각지도 않은 변고로 노성산을 지나 금당리 까지 가는 일정을 취소하고 덕현리 고개에 도착하여 마음씨 좋은 아줌마의 선처로 일죽면 소재지까지 무사히 도착하여 고속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에 안착하며 또 한 구간을 마감한다.
제 3구간: 덕현리 고개 - 문드러니고개 / 14km
독조지맥의 중간지점인 노성산구간은 동서울터미널에서 일죽까지 고속버스를 이용하게 된다. 용인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목적지에 도착하여 덕현 고개까지 택시로 10여분 거리다. 안성시 일죽면과 이천시 설성면이 경계를 이루는 329번 지방도로 오른쪽으로 마을 사람들이 산책길로 이용하는 오솔길이 시원하게 열린다. 하지만 충효의 고장 이천이 자랑하는 호국원을 외면할 수 없어 500여 m 떨어진 공원으로 향한다.
노성산 기슭에 자리 잡은 호국원은 입구에서부터 거창한 건물들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호국 영령들이 편안히 영면할 수 있도록 새로 단장한 장내는 정갈하고도 엄숙한 분위기가 풍긴다. 원호의 달을 맞아 영내에는 태극기로 물결을 이루고 위령탑 앞에서 경건한 묵념으로 예를 올린다. 말로만 듣던 호국원. 예로부터 충신열사들을 많이 배출한 고장의 후손들이 선열을 기리는 정성으로 훌륭한 공원을 조성하였으니 자손만대에 길이 남을 업적이라 하겠다.
들머리로 되돌아와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울창한 숲속으로 층층계단이 이어지고, 삼거리 갈림길에 오르면 노성산 0.7km의 이정표가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운동기구와 쉼터가 있는 250봉에 올라서면 너른 헬기장이 자리 잡고 모처럼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전망이 펼쳐진다. 268봉을 지나 약간 오른쪽으로 올라서면 삼각점(장호원 26.1985 복구)과 노승산. 장수봉(將帥峯)이라 표기된 2개의 정상석과 국기게양대가 반겨준다.
정상석 이름이 여러 개로 표기된 것은 산이 지니고 있는 명성과 전설에 따라 부르게 되는데, 예로부터 소나무가 많아 노송산(老松山)이라 부르고 말머리 바위에 얽힌 전설에 따라 장수봉이라 하며, 老스님이 부유한 산서(山西)마을에서 탁발하여 가난한 산동(山東)마을 사람들을 살려준 미담 때문에 노승산(老僧山)으로 부르고 있다. 또한 낮은 산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산세와 희귀식물인 고란초가 자생하고 있어 노성산(老星山)이라 부르기도 한다.
노성산은 웅장하거나 거창한 산이 결코 아니다. 높이라야 274m에 불과한 작은 산이다. 하지만 주위를 압도하는 기암괴석과 수 백 년을 자랑하는 노송들이 품어내는 솔바람이 가슴속을 시원하게 어루만지며, 솔밭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심신이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 삼림욕장이다. 이곳의 조망 역시 막힘이 없어, 설성면과 일죽면을 중심으로 경기 남부의 너른 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동쪽으로 널찍한 등산로를 따라 내려서면 왼쪽으로 수 십 길 벼랑위에 그림 같은 정자가 있어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다.
잠시 주변 경관을 돌아본 후 내려서는 등산로는 왕사토의 비알길이라 방심을 해서는 안 된다. 경내로 들어서면 새로 조성된 약사여래좌상을 중심으로 많은 건물들이 자리를 잡고 연대는 잘 모르지만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7층 석탑이 원경사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고고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천왕상이 있는 일주문을 나서면, 내소사 숲길에 버금가는 울창한 소나무가 하늘을 뒤덮고, 다람쥐와 청솔무가 숨바꼭질하는 고목나무 그늘 속으로 빠져나오며 노성산 탐방도 끝이 난다. 진입로를 따라 금당리까지 진행해도 되지만, 마루금을 이어간다는 사명감으로 잡목을 헤치며 왼쪽능선으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묵정밭에는 산딸기의 날카로운 가시들이 옷깃을 부여잡고 흐드러진 개망초가 허리를 휘어 감는다. 밭두렁을 따라 설성공원묘지 주차장까지 내려선 다음, 진입로를 따라 329번 도로가 지나는 설성자동차 정비공장 앞 삼거리에 도착한다.
여주방향으로 333번 도로를 따라 진행하는 2차선 지방도로는 화물차들이 수시로 질주하고, 갓길도 없는 도로에서 무자비하게 달려가는 차량들을 피하느라 신경이 곤두선다. 장천2리 버스정류장을 지나 계원율림농장 입구(이정표) 갈림길에서 오른쪽 1차선도로를 따른다. 간담이 서늘한 2차선도로를 벗어나 한가로운 시골길을 걷노라면, 길옆으로 인삼밭과 과수원, 목장들이 펼쳐지고 구수한 쇠똥 냄새가 코끝을 파고든다.
모처럼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사색을 즐기며 계원율림농장 앞에 도착하니 육중한 철문에는 “이곳은 사유지이므로 외부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문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경비견의 위세에 눌려 안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왼쪽으로 농장의 철조망 사이로 난 임도가 길을 틔워준다.
흐드러진 밤꽃향기가 진동하는 계원율림농장은 수 십 만평의 분지위에 아름드리 밤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지방마다 특산물이 있어 상주에는 곶감이요. 가평에는 잣, 라주 하면 배가 유명 한 것처럼 공주 밤을 가장 알아주는데, 이곳에 대단위 밤 농장이 있을 줄이야 어찌 알았으리요.
시골집 뒤란에 밤나무 한그루가 동심의 놀이터가 아니던가. 소슬바람 불어오는 가을이 되면, 밤새 떨어진 밤 줍기에 잠을 설치고 화롯불에 익어가는 밤 까먹던 재미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지금이야 품질개량으로 어린아이 주먹만 하게 커지고 웰빙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유실수가 아닌가?
논둑을 가로질러 후문을 찾아왔지만 이곳역시 지맥을 점령하고 있는 밤나무단지로 인해 허탈한 마음으로 마루 금을 바라보며 서쪽으로 임도를 따른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농로에 고만고만한 산자락, 마루 금을 차지하고 있는 목장들 탓에 지맥을 찾아가는 길이 막연하기만 하다.
다람쥐 체 바퀴 돌듯, 송계리를 한 바퀴 돌아 울창한 숲 사이로 살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산불감시초소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밭고랑을 가로지른다. 돌박지산(산불초소, 삼각점 장호원 447, 1988 재설) 165m의 낮은 키에 빈약한 몸집이라 산이라고 부르기에는 낮 간지러운 곳.
하지만 호랑이 없는 골에 고양이가 왕이라고 했던가. 망루에 올라 사방을 굽어보니 설성면과 모가면, 가남면과 장호원 읍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무성한 가시덤불사이로 빠끔히 터진 길을 찾아 과수원으로 내려서면 왼쪽으로 가족묘지 가운데 커다란 비석이 눈길을 끈다. 유명인사의 묘역이 아닌가 하여 호기심으로 달려가니“예의바른 실천운동”의 문구가 반겨준다. 충효의 고장임을 일깨워주는 교훈으로 각박한 세상에 가문을 이어가는 한줄기 빛이 아닌가 싶다.
순탄하게 진행하는 안도감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왼쪽으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가남면 소재지인 태평리에서 설성면 금당리를 오가는 2차선 지방도로와 만난다. 금당리쪽으로 방향을 잡아 300여 m 진행하면 삼거리 이정표가 나온다. 직진은 안성, 금당리 방향이고, 왼쪽은 전파연구소 이천 분소 가는 길이다. 전파연구소 방향으로 진행하면 왼쪽으로 송암목장의 전경이 펼쳐지고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들이 평화롭게 보인다.
목장의 말들을 바라보며 10여 분간 진행하여 도로가 구부러지는 지점에서 왼쪽의 사면으로 접어들면 도로변에 김해김씨 묘가 반겨준다. 한 여름 웃자란 가시덤불을 헤치면 뚜렷한 등산로를 만나고 164봉을 올라서면 설성산 갈림길이 나온다.
설성산이 마루 금에서 비껴나 있지만 지척에 있는 정상을 어찌 외면할 수 있으리요. 잡목을 헤치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에, 계곡에서 들려오는 총소리가 귀청을 파고든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 유탄이 날아오는 사거리에서 사명감이 무슨 소용이냐. 머리칼이 곤두서며 온몸이 오그라든다. 三十六計 줄행랑으로 현장을 벗어나기에 여념이 없다. 전방의 산을 오르다보면 종종 이런 일을 당하게 되지만, 위험지역에는 경비병들이 안내를 하곤 했는데 오늘은 그런 징후도 없이 갑자기 당한 일이라 모골이 송연하다.
얼결에 225봉과 253봉을 지나고나니 총소리도 멀어지고, 위험지역을 빠져 나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긴장이 풀린 탓인지 피로감이 몰려온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풀며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는 중에 육중한 철조망과 함께 견고한 망루가 앞을 가로 막는다. 육군 교도소의 철조망을 따라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는다.
새로 신설되는 도로의 절개지로 올라서면 모처럼 설성면의 너른 들녘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방금 지나온 능선과 송암목장, 돌박지산이 손금 들여다보듯이 선명하고 금당리 뒤편으로 노성산이 가물거린다. 이제 오늘의 목적지인 문드러니 고개도 멀지 않은 듯,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들려온다. 248봉에 올라서면 직진은 골프장 가는 길이고 문드러니고개는 왼쪽으로 활등처럼 휘어진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따르면 또 다시 갈림길이 나오고 193봉을 지나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문드러니 고개 절개지에 안착하며 13km에 이르는 제3구간도 마감을 하게 된다.
여주시 가남면과 이천시 장호원읍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이곳은 우리나라의 대 동맥인 3번국도가 지나는 곳으로 중부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충주에서 서울로 가는 관문이기도 했다. 고개 마루에서 장호원쪽으로 300 m 를 가면 상승대(교도소 입구)이정표가 있는 이황리 버스 정류장이 있어 동서울 행 직행버스가 20분마다 있다.
제 4구간: 문드러니 고개(3번국도) - 오순절 갈림길 / 10km
동 서울 터미널에서 1시간 20분 만에 이황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며 도로를 따라 고개 마루 직전에서 오른쪽마을 진입로를 따른다. 사실은 고개 마루에서 절개지의 옹벽을 올라 가시밭길로 들어서야 하지만 한 여름 무성하게 자란 가시덤불을 헤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잠시 잠깐 우회를 하게 된 것이다.
조용하던 마을에 낮선 사람의 출입을 경계하는 개들의 울부짖음으로 한 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마루 금을 바라보며 접근하기 용이한 지점에서 허물어진 공장뒤편으로 들어서니 버려진 다락 논에는 버드나무가 숲을 이루고, 키를 넘는 갈대와 산초나무가 앞길을 가로막는다. 마루 금을 이어가자면 늘 상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풀숲을 헤치는 중에 논구석의 수렁으로 발이 빠지고 만다. 호랑이 굴을 피해 가던 길에 범의 아가리를 만났으니 산 사나이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수십m 의 거리를 앞두고 진쿠렁에서 허우적대는 꼴이란 누가 보아도 가관이다. 악전고투 끝에 산등성이에 올라서니 마루 금을 이어가는 희미한 오솔길이 동쪽으로 이어진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는 안도감으로 심호흡과 함께 옷 매무새를 정돈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76번 고압철탑을 지나며 키 작은 리기다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잠시 희미하다가 금 새 선명해지는 오솔길이 큰 기복도 없이 시원하게 열린다. 표시도 없는 병무관 고개를 지나 공터봉우리에 올라서면 마을 주민들이 만든 운동기구가 있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방재시험 연구소에서 산책코스로 설치한 반환지점이라는 표시가 바위 앞에 적혀있다.
잠시 후 갈림길에서 왼쪽은 방재연구소로 내려가는 뚜렷한 길이고 마루금은 오른쪽의 사면 길로 이어진다. 인적 없는 오솔길에 산새들이 지저귀고 주위를 분간할 수없는 무성한 숲 사이로 제법 높다란 봉우리가 보인다. 발 빠른 걸음으로 정수리에 올라서면 삼각점이 있는 214봉이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왼쪽으로 빅토리아 골프장의 주차장이 보이고 그린 위를 달려가는 골퍼들이 행복해 보인다.
마루 금을 따라 골프장의 철조망이 가로막아 남쪽의 임도로 내려서면, 젖소와 한우를 키우는 목장이 나타나고, 개 짖는 소리에 나타난 주인이 접근을 못하게 제지를 한다. 마루 금을 지척에서 바라보며 소먹이용 초지가 펼쳐지는 밭고랑을 지나 라래리 상곡마을로 내려서고 만다. 마을의 진입로는 마루금과 점점 멀어지고 초조한 마음에 골프장의 그린을 바라보며 진입을 시도하지만, 무성한 가시덤불이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만만하게 보이는 계곡으로 등산로를 찾아보지만 골프장으로 막힌 산길이 없어진지 오래 되어 막막하기 그지없다. 연대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 진입로를 찾기를 1시간 반, 실망감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의 끈을 잡고 산등성이를 오르는 중에 엉성한 등신불이 반겨준다. 마을사람들의 수호신인가. 주위가 정갈하게 정돈되어있다. 연대산(227m)을 오르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겪고 나니 마루 금 이어가기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앞으로 어떤 난관이 벌어질지 겁 부터난다.
모처럼 조망을 할 수 있는 바위에 올라서면 금당리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찢어진 태극기가 걸려있는 깃대와 희미한 삼각점을 뒤로하고 골프장이 있는 마루 금을 찾아 내려선다. 갈림길에서 북쪽의 84번 도로를 바라보며 연대 삼거리인 고개 마루에 도착한다. 왼쪽은 여주와 능서로 동쪽은 점동으로 가는 길이고, 도로를 건너 가족묘지가 있는 능선으로 붙는다.
무수한 잡목 속에 등로도 없고 가시철망 울타리가 마루금을 막고있어 오른쪽의 논으로 내려가 농장의 울타리 사이로 올라선다. 아름다운 조경농장의 오른쪽으로 올라가 밭고랑을 지나 산으로 들어선다. 잠시 후 능선상의 묘지사이로 등로가 나타나고 매봉(184m)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고산마루님의 표지판이 반겨주는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달려가면 아무런 표시도 없는 철갑산(224m)이 숲속에 묻혀있다.
거듭되는 실망감속에 연대산을 오르며 소비한 시간을 보충하기위해 휴식도 없이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관리가 잘된 묘소가 나타나고, 임도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른다. 왼쪽으로 여주골프장의 전경이 내려다 보이고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지척이다. 절개지로 내려서는 것이 두려워 왼쪽으로 골프장의 둔덕을 지나 넌덜머리가 나는 가시덤불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에야 방수로를 따라 굴다리로 내려가면 생태터널이 반겨준다.
진입을 금하는 도로공사의 안내문을 보고 들어서면 센서와 카메라가 정상작동 되고, 절 개지를 따라 오르면 뚜렷한 소나무 숲속으로 완만하게 산길이 이어진다. 고도 약182m 정도 정점 직전에서 오른쪽으로 지맥은 이어지나 182봉에 오른 후 되돌아와 오른쪽 지맥을 따른다. 왼쪽으로 남 여주CC가 나무사이로 보이는 능선을 따라 살짝 오른 후 고도 약195m 정도 되는 분기 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오른쪽 남여주 골프장으로 내려가 클럽하우스 오른쪽 카트 길을 따라 골프장을 통과하여 잠시 아카시아 잡목지대를 헤치며 능선으로 올라서면 뚜렷한 등산로와 만난다. 가남면과 여주읍의 경개봉인 203봉에 도착하여 북쪽의 대포산(△251.3m) 능선이 아닌 남동쪽 능선을 따라 지맥을 이어간다.
잠시 짧은 잡목지대를 지나서 비교적 길이 뚜렷한 능선을 따르고, 잔 소나무와 잡목이 많은 평탄한 갈림길에서 오른쪽 1시 방향의 능선 길을 따르다 묘 몇 기가 위치한 가족묘역을 통과하여 능선으로 오른다. 완만한 오르막 후 211봉을 통과하고, 3면 경계봉(여주읍, 가남, 점동면) 갈림길에서 왼쪽 11시 방향으로 진행한 다음, 갈림길에서 오른쪽 1시 방향으로 진행한다.
신통산(279m)을 향하여 오르다 오른쪽 오순절 평화마을에서 오르는 길이 좋은 일반등산로와 만나는 갈림길에서 갈증과 피로를 참지 못하고 남쪽으로 내려서고 만다. 오순절 평화의 마을 앞 정류장에서 여주행 50- 12번 버스에 올라서며 다음을 기약한다.
제 5구간: 오순절 마을 - 청미천 / 9km
삼복더위 炎天之節에 산을 오른다는 것은 큰 용기가 아니면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유난히도 더위가 심한 금년에는 매일저녁 열대야로 몸살을 앓고 도시를 떠나는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태평리까지 고속도로를 달려온 버스는 가남면 소재지인 태평리에서 시내버스로 환승을 하게 된다. 2시간마다 운행하는 버스시간에 맞추어 8시 15분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일정에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가남면의 동리마다 순례하며 오순절 평화의마을 입구에 도착하면 8시 45분. 독조지맥 마지막 구간을 답사한다는 긍지를 가지고 진입로를 따라 10여 분간 거슬러 오르면, 울창한 나무숲속에 오순절 평화의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천주교에서 장애인들을 돌보는 휴양시설로 음성의 꽃동네와 같이 세간에 알려진 곳이 아니고, 입소문으로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주차장 남쪽으로 산책로를 따라가는 길옆으로, 골고다의 언덕을 오르는 예수님의 고난의 순간들과 자애로운 모습들을 판넬로 전시하여 놓았다. 가로등까지 가설된 주능선을 따라 삼거리 갈림길에 도착하여 지맥과 합류하여 정수리로 올라서면 거대한 마리아상이 오순절 평화의 마을을 내려다보고 서있다. 이리저리 카메라의 구도를 잡아보지만 협소한 공간에 너무도 거대한 몸집을 담을 수 없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린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일반등산로를 따라 지맥이 연결되고, 철조망이 가로막혀 있는 'T'자 갈림길에서 철조망을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신통산(279m)에 도착하여 일반등산로를 따라 내려간다. 철조망과 동행하는 길목에는 아카시아와 소나무가 빽빽이 숲을 이루고, 제철만난 버섯들이 화려한 옷매무새로 꽃 잔치를 벌인다.
독버섯, 식용버섯 구분이 안가지만 아름다운 그 자태에 흠뻑 빠져든다. 꽃도 아닌 것이 꽃보다도 더욱 화려하기에 곤충들도 사람들도 독을 알면서도 손길을 거둘 수가 없지 않은가. 오늘의 일정이 10여 km에 불과한 짧은 거리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버섯에 빼앗긴 마음으로 자연히 발걸음이 느려진다.
산이라고 하기에는 낮 간지러운 200여 m에 불과한 높이. 마을의 뒤를 타고 흐르는 주능선을 따른다. 하지만 남한강을 품에 안은 지리적인 특성으로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은 품질이 우수하여 옛날부터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여주이천의 잡채 쌀로 유명하고, 도자기를 비롯하여 고구마와 땅콩의 생산량이 전국에서 으뜸이 아니던가. 그만큼 이 고장 사람들의 인심이 후덕하여 담장을 낮추고 살아가는 평화로운 고장이다.
철조망이 왼쪽으로 휘어지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일반등산로를 따라가면 운동기구가 있는 쉼터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신다. 남쪽으로 점동면 소재지가 내려다보이고, 청안리 주민들이 산책코스로 이용하는 산책로에 갈림길이 많아 독도에 주의가 필요하다. 길이 좋은 내리막 능선을 지나 벤치2개와 작은 돌탑이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갈림길에서 길이 좋은 오른쪽이 아닌 왼쪽 잔솔밭 능선을 따른다. 하지만 빽빽한 솔밭과 한 여름 웃자란 잡초 속에서 방향을 가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빤히 바라보이는 목적지를 두고도 산초가시에 가로막혀 돌아가기 일쑤이니, 이래저래 여름산행은 고난의 연속이다. 흐릿한 족적을 따라 가시덤불을 헤치고, 점동교회 작은 표지판과 오른쪽으로 도로 표지판이 있는 2차선 37번국도 삼거리에 도착한다.
아스팔트도 녹일 듯, 35도가 넘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그나마 나무그늘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 상책이다. 나무 그늘이라야 별 볼일이 없다. 바람도 날개를 접고 어깨를 떨 군 나뭇잎들 속에서 비지땀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국궁장<활터>으로 사용되었음직한 곳에 도착하여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서면 37번 우회도로공사가 한창인 절개지에 도착한다.
잘려진 주능선은 깊은 고랑으로 변하고, 가파른 절개지를 왼쪽으로 내려섰다 반대편 절개지를 치고 오른다. 지금이야 공사 중이라 어렵지 않게 통과를 했지만, 준공 후에는 만리장성보다도 견고한 장벽이 가로막지 않겠는가? 길이 좋은 리키다 나무 숲, 완만한 능선을 올라 정상에서 오른쪽 뚜렷한 능선 길을 따른다. 곧 이어 왼쪽에 묘2기가 있는 곳을 통과하여 약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하게 오르고 'Y'자 분기 봉에서 왼쪽능선을 따른다. 길이 좋은 오른쪽 길로 내려서면 사곡리 가래울로 연결되는 독도 주의 점이다.
여전히 주위를 분간할 수 없는 밀림 속을 지나는 답답함의 연속이다. 131봉을 지나 왼쪽 11시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목에서 꿈에 그리던 영지버섯을 발견하게 된다. 수 백 종이 넘는 버섯 중에서도 유독 영지만은 자신 있게 식별할 수 있기에 서슴없이 손길이 간다. 샛노란 바탕에 짙은 갈색의 영지. 언 듯 보기에는 독버섯처럼 화려하면서도 깔끔하여 먼발치에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영지. 손바닥 만 한 것을 중심으로 주변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야생 영지란 산삼에 버금가는 영약으로, 심산유곡 명산대처에 선인들이 노니는 선경에만 자라는 신선초라 하여 한방에서는 항암치료에 특효가 있는 신비의 약재로 인정한다. 「본초강목」 명 시대 의학자 [이시진]에 의하면 눈이 맑아지고 장을 보호하며 정혼약량, 기혜의 역량을 높여 기억력 증진, 심기보강, 비장보호, 의지력을 강하게 하며 콩 팥을 돕고 혹, 악성종양을 치료, 통증해소, 풍을 다스리며 자궁암, 장암 등에서 오는 출혈을 방지하고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으며 신선이 된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영지의 종류는 1, 적지(붉은색) 2, 흑지(검은색) 3, 자지(보라색) 4, 녹각영지(사슴뿔) 5, 백지(흰색) 6, 황지(황금색) 7, 청지(푸른색) 8, 편목영지(자루 없이 평평함 큰 것은 솥뚜껑만한 것도 발견됨) 9, 쓰가 영지가 있다고 한다. 민 주름 버섯 목 불로초과에 속하는 영지는 1년생이며, 활엽수의 썩은 그루터기에 자연 상태로 자생하고 편목영지만은 다년생이다.
생각지도 않은 영지를 발견하고는 연신 땅으로만 시선이 가는 것은 욕심이 앞선 때문이 아닌가. 그 동안 수많은 산을 답사 하면서도 이렇게 탐스러운 영지를 발견하기는 처음이다. 흥분된 마음을 진정하며 내려선 곳이 바디고개 옛길이다. 시멘트 포장의 이 길은 사곡리 모래실 마을에서 이교리를 넘나드는 고개로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모래실과 새터 사람들이 여주읍 내를 가려면 이 길을 지나야만 하던 곳이 아닌가싶다.
145봉을 지난다음 달걀봉 갈림길에 도착한다. 달걀봉은 남쪽으로 지근거리에 있어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제법 가파른 비알 길을 치고 오르는 수고가 따른다. 커다란 삼각점이 있는 달걀봉(△218.4m)에 올라섰지만 생각보다는 시야도 가리고 햇볕을 가릴 그늘도 없어 되돌아 내려선다. 213봉에서 동쪽으로 진행하면 서쪽으로 분기되는 소무산 갈림길이 나온다.
피곤한 몸이지만 다시 오기 어려운 소무산을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 무거운 발걸음을 이어간다. 고압 전신주 2개를 지나는 능선에는 한 여름이 다가도록 다녀간 사람이 없는지, 키를 넘는 억새들이 앞길을 가로막는다. 솔푸더기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남한강이 모처럼 답답하던 가슴을 시원하게 쓸어내리며 목적지인 청미천이 멀지않았음을 예고해준다.
삼각점(장호원 476 1988 제설)이 있는 소무산(△248.6m)에 도착하여 주위를 둘러보지만, 이곳 또한 시야가 틔워지지 않아 먼 거리를 달려온 보람도 없이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고 만다. 되돌아온 갈림길에서 동쪽으로 내려서는 지맥 길엔 버섯이 지천으로 널려있고, 훌라후프가 걸려있는 쉼터 봉을 통과하여 오른쪽으로 흐릿한 족적을 따라 고갯마루를 통과한다.
잡목과 밭두렁의 검은 채양막이 드리워진 개사육장 옆을 통과하여 족적이 희미한 능선으로 오른다. 잡목지대를 지나 1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뾰족한 승안교회 건물탑이 있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목장승이 있는 고갯마루에 도착하여 밭 가장자리를 따라 능선에 오른 후 좀 더 진행하면, 승안리에서 올라오는 뚜렷한 등산로와 합류하여 171봉에 오른다.
참호와 사각시멘트 기둥이 있는 정상에서 오른쪽의 사면 길로 내려서면 장안리에서 도리로 넘어가는 고개가 희미한 발자취를 남기고 전면에 보이는 중군이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한달음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은 마음뿐이고, 삼복더위 속에서 5시간의 강행군은 감당하기 어려운 난관이 아닌가? 사력을 다하여 올라선 중군이봉(223m)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물은 넓은 바다와 같이 유유히 흐르고, 청미천의 합수머리에 발을 담그며 60여 km 의 독조지맥 최종구간 답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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