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찬 시인과의 만남
일 시: 2009년 11월 30일 오후6시
장 소: 강남 문화원 대강당
소 재: 제 2회 강남 문화원 시낭송회
招請詩人: 성 기조 詩人(문학박사,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황 금찬 詩人(원로시인. 92세)
안 도섭 詩人(시인, 소설가, 『문학21』발행인)
사 회: 장 충렬
인 사 말: 김 성옥(강남 문화원장)
내빈축사: 양 성우(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위원장)
시산 문학회 주 진하 시인
초청시인 인사 및 시낭송
심 상 - (황 금 찬)
욕구불만으로 우는 놈을
매를 쳐 보내고 나면
나뭇가지에서 노래하는 새소리도
모두 그 놈의 울음소리 같다
연필 한 자루 값은 4원
공책은 3원
7원이 없는 아버지는
종이에 그린 호랑이가 된다
옛날의 내가
월사금 40전을 못냈다고
보통학교에서 쫓겨오면
말없아 우시던
어머님의 눈물이 생각난다
그런날
거리에서 친구를 만나도
반갑지 않다
수신 강화같은 대화를 귓등으로 흘리고 돌아오면
울고 갔던 그 놈이 잠들어 있다
잠든 놈의 손을 만져본다
산이 되고 싶다 - (성 기조)
나는 가끔 산이 된다
가슴에 무거운 바위를 안고
잘 생긴 소나무를 보다가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세월을 짐작할 수 있다
나무가 자라고, 죽어간 고목에서
목숨을 생각하고
꽃피고 낙엽지는 나무를
닮아가면서 나는 행복해 진다
나는 가끔씩 산이 되어
世上雜事세상잡사를 잊고 산다.
지도地圖속의 눈 - (안 도섭)
이 피비린 지도 우에, 여기
1958년의 눈이 오네
그럼 우리 이 밤을
산화를 엮어내듯
꽃다이 살자
내 귀여운 소녀의 고동우에
코카서스의 눈 언 폭포에
너와 나의 지역 슬픈
눈이 오네, 그 사랑을 말하듯
지금 황량한 겨레여
거리마다 숨겨둔 형해와 남은 터에
쓰러져 우는 세기의
가슴에 분노처럼 이르는
그 역사함. 지도함. 설계함
합창대의 내일 시간을 몰아
보꾸러미처럼 뒤집는 마름
그럼 이 밤을 다시
신화를 엮어내듯 꽃다이 살자
내 귀여운 소녀의 고동우에
징기스의 샛별타는 나루에
이 피비린 지도우에, 여기
1958년이 오네
별과 고기 - (황 금찬) 김 성옥 문화원장 낭송
밤에 눈을 뜬다
그리고 호수에
내려 앉는다
물고기들이
입을 열고
별을 주워 먹는다
너는 신기한 구슬
고기 배를 뚫고 나와
그 자리에 떠 있다
별을 먹은 고기들은
영광을 취하여
구름을 보고 있다
별이 뜨는 밤이면
밤마다 같은 자리에
내려앉는다
밤마다 고기는 별을 주워 먹지만
별은 고기 뱃속에 있지 않고
먼 하늘에 떠 있다.
풀밭에서 - (성 기조) 이기애 시인 낭송
나는 풀들을 사랑한다.
풀이 풀과 더불어 푸르게 살아가듯이
나는 풀밭에서 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풀은 구름과 이야기하고
지나가는 바람과 이야기 하다가
잠시 몸을 피하듯 바람에 흔들려
다른 풀들을 손짓한다.
풀은 달밤이 좋아 달을 불러
영롱한 이슬을 머리에 이고
반짝이는 달 빛을 나에게 선사한다.
나는 풀들을 사랑한다.
별이 빛나는 밤
바람에 밀려서 풀들은 가지런히 누워
흔들리다가
바람이 지나가면
다시 서는 풀들을 사랑한다.
밟혀도 죽어지지 않고
꺾여도 절룸대지 않는
풀들을 나는 사랑한다.
파고다의 비둘기와 섹소폰 - (안 도섭) 민지원 시인 낭송
삼월 초하루
온 고을을 울리던 함성도 잊었는지
비둘기는 뜨는 해 반기고
모이 쪼다
이리 몰리고 저리 흩어져
탑동 골 구구 운다
하늘 푸르고
신록의 꽃바람 설레는
팔각정 모서리
사람 그리워 발길 잦은 나무 그늘.
이국풍 모자 쓴 악사
색소폰 울어
감정의 색실 올올이 풀어 놓는데
그런 오후
비둘기 나래 실은 한 소식
풍선처럼 떠 오렴
수 천 비둘기여
너도나도 얼려 덩실 춤추며 노래할
광장 하나 어디이뇨
종소리 멀리 잦아들고
하얀 분수 터지는 무덥던 그 하루
비둘기는 구구구
새날 기리는 그날에도
너희 시새워 탑동골 찾으려니
안개 낀 날의 낮은 음계인가
이 한 낮 구슬피 우는
색소폰 소리.
어미 노루의 슬픔 - (황 금찬) 전 미경 시인 낭송
어미 노루는
혼자서 풀잎을 뜯고 있었다
외롭게 그리고 또 외롭게
지난 겨울
어느 욕심쟁이
아저씨가
걸어 놓은 올가미에
3살 난
외아들이
걸려 죽었기 때문이다
그날 눈이 내리고 있었지
나가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그놈은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리며
눈길에 나섰지
어미 말만 들었어도
그 참변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칡 순 싸리잎이
목에 막혀 넘어가지 않는다
그놈이 있었으면
저 구름같이
얼마나 좋아했을까
어미 노루는
어린 아들 생각에
진종일 울고 있었다
사랑 중의
가장 위대한 사랑이
부모의
자식 사랑이다.
방문을 열며 - (성 기조) 안 재진 시인 낭송
다락리 집은 물 속처럼 조용하다
대청에서 바라보는 푸른 소나무떼
은행나무가 3백 년은 넘었는데
10년이 안된 가죽나무가 웃자라 하늘을 찌른다
너무 조용해서
안방문을 열면
어머니는 어디 가셨을까
성경책도 손거울도 방안에 그대로 있는데
그림처럼 앉아 계실 어머니는 저승에 가셨다
어머니의 숨소리는
벽에 걸린 옷에서
쓰다 남은 화장품 속에서
아니 내가 들고 있는 손거울 속에서
내 얼굴을 뒤에서 들려와
내 숨소리와 어머니의 숨소리가 겹치고 있다
방안은 물 속처럼 조용한데
내 숨소리와 어머니의 숨소리가
하나로 들린다.
아침의 꽃수레 타고 - (안 도섭) 김 희숙 시인 낭송
저 하늘
산봉우리 위에
햇살 부시게 피면
아침의 꽃수레 타고
어느 누가 오나
가슴 조이며
기다리는 님
한길 열어 깃발처럼 달려오나
뉘누리 같은
한 겨레 환호소리
지층을 흔들며
깊은 잠 일깨워 오나
아롱진 꽃다발
손에손에 들고
아리랑도 구성지게
넘쳐나는 긴 행렬 굽이쳐 오나
온 누리 밝히는
선연한 아침 꽃
가슴과 가슴에 새겨
한라 백두머리 손짓하면
아침의 꽃수레 타고
어느 누가 오나.
낙엽시초 - (황 금찬) 문 형주 연극배우 낭송
꽃잎으로 쌓아올린 절정에서
지금 함부로 부서져가는 ‛너’
낙엽이여,
창백한 창 앞으로
허물어진 보람의 행렬이 가는 소리
가없는 공허로 발자국을 메우며
최후의 기수들의 기폭이 간다
이기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저 찢어진 깃발들,
다신 언약을 말자
기울어지는 황혼에,
내일 만나는 것은 내가 아니다
고궁에 국화기 피는데
뜰 위에 서 있는 ‘나’
이별을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문을 닫으라
낙엽,
다시는 내가 가는 곳을 묻지 말라.
因緣說인연설 - (성 기조) 문 형주 연극배우 낭송
어둠이 밀려올 때
눈이 사락사락 내릴 때
바람이 불어올 때
매서운 추위가 몰려올 때
목화 같은 다사로움으로
바위 같은 침묵으로
풀꽃 같은 향기로
무르익은 과육으로
개화하는 꽃잎의 부드러운
눈짓으로
눈오는 밤 당신이
내게 들려주는 사랑의 말씀.
풀잎서장序章 - (안 도섭) 문 형주 연극배우 낭송
풀잎은 이슬을 머금고 무지개를
그 품에 안고 산다
풀잎은 흙의 의지를 닮아서인지
메마른 황토나 습지에서도 무성히 자란다
풀잎은 어느 국경도 휴전선도 없다
푸르른 꿈을 안고
대지 그 어디까지나 뻗는 혼
풀잎은 또 평화의 옹호자처럼
뿌리와 뿌리 흙에 묻고
해사한 햇볕에
끝없는 초원을 이룬다
풀잎은 사나운 태풍도 두려워 않는다
산이 분노하는,
화산이 터지고
하늘에 우레치고 지진이 일어도
그래도 풀잎은 흙의 지지자일 뿐이다.
축하 공연 이 용희 성악가 이 경민 피아니스트
시춤
지리산 - (안 도섭) 박 정이 시인 춤 장 충렬 시인 낭송
사시사철
어머니의 품처럼
의젓한 산 지리산
부채살 꽂는
연하봉 아침해 뜨면
산이 고와 날고 시프다
도도한 역사의 숨소리
솔바람에도 흐느끼고
피아골의 아픔이 등걸인 듯 저려온다
한 번 어둠이 걷히고도
누가 누글 겨누던
그 밤낮 피가름의 불길이더냐
봄이면 철쭉꽃
푸른 산맥 넘나든
청노루
그 보람마져 앗아가 버리고
오 지리산,
침묵의 산 지리산이여
말을 해다오
혈맥처럼 산줄기 뻗어
연이은 고을과
웅크린 마을 휘둘러 섰는
우뚝 우뚝한 봉우리
바라보면 갈매빛
하늘 맞닿은 천왕봉
그날의 메아리 달려가는 듯
한여름 구름 휘몰리고
깊은 골 우레치면
천지간에 몸을 떠는 지리산
산이 운다.
촛불 - (황 금찬) 임 혜정 시인 낭송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극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태워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근황 - (성 기조) 정 광수 시인 낭송
잘 그려진 神仙圖신선도를 본다
그림속의 노인과 말벗이 되어
천년도 넘는 옛날로 돌아가
우물 속에서 물을 퍼 올리듯
인정을 퍼 올리면
산 굽이굽이를 돌아오는 학의 울음
바람은 幽玄유현한 곳에서 꽃내음을 찾아낸다
노인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따라오라고 자꾸만 따라오라고
뒤범벅이 된 세태 시끄러운 거리
그리고 온갖 불신을 싸워 이겨
세상을 빨래하고
이슬 같은 인정을 찾으며
따라오라고 손짓하며
亭子정자 속으로 들어간다.
잘 그려진 南畵風남화풍의 신선도
그 속의 노인이-.
하나의 소망 - (안 도섭) 최 병준 시인 낭송
우리는 한 몸 되자꾸나
백두산 쑥잎 뜯고
동방의 빛 찾은 길손이어늘
눈과 눈은 눈 기리며
손과 손은 손 내밀어
어둠 떠밀고 일어서는 새 아침
꽃봉오리는 웃는
저 하늘 참새들도
그날의 기쁨 노래하리니
남녘 끝
한라산 발밑 휘감아
철렁대는 바다 물결 거세니
만남 - (성 기조) 서 정혜 시인 낭송
솜털 같은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햇볕이 따뜻하게 내려 쪼일 때
가로수가 이파리를 흔들며 나를 부릅니다
나는 흔들리는 나뭇잎을 따라 길을 떠나야 합니다
잰 걸음으로 당신이 계시는 곳을 찾아가야 합니다
길은 멀고 아득하지만
당신을 만나야 하는 목마름 때문에
나는 주저없이 발걸음을 옮깁니다
거기 계십시오
이제까지 겪어온 고통을 버리고
사랑과 평화, 인정이 핏줄처럼 당기는
나날을 위하여 우리는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한마음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것만이 당신과 내가 할 일이니까요.
겨울온실 - (황 금찬) 박 정이, 김 희숙, 안 혜란, 최 지영: 합동 낭송
겨울 온실 속엔
하늘의 소망이
눈을 뜨고 있다.
밖엔 십팔도의 영하가
안개로 밀려오는데
내일의 생명이
호흡하고 있다.
수선화 영산홍
은매화 산단화
모란 난초
봄과 여름의 역군들
겨울 온실의
화창한 신비.
나는 겨울 온실이
꽃필 날을
손꼽아 본다.
주검의 겨울에는
새로운 내일의 생명이
온실 앞에서
자라고 있구나
문득 나비를 생각한다.
항공을 날고
흩어지는 꽃가루
나도 날개를 가져 본다.
어느 지점에서
내일이 자라고 있는데
나는 지금, 겨울
어느 위치에 서 있을까?
판 소리 명창 김 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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