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버리미기재(490m) - 밀재(701m) - 늘재(375m) / 17.5km
버리미기재는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에서 충북 괴산군 청천면 관평리를 오가는 922번 지방도로의 고개로 백두대간의 구간을 이어주는 날머리이기도 하다. 이곳은 아홉 번 시집을 가서 낳은 자식들을 벌어먹이던 팔자 센 주막거리 과부의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문경새재가 양반들의 길이었다면 대야산 주변의 고개는 민중들이 주로 이용하던 곳으로 전해진다. 버리미기-(벌어먹이다의 사투리)
산행시작은 남쪽으로 전나무 숲을 지나 1시간동안 급경사를 치고 올라 곰넘이봉(733m)에 이른다.
곰의 등처럼 생겼대서 곰넘이 봉으로 부르고 있는데 커다란 암반위에 정상석이 자리 잡고 있다. 곰넘이봉 구간에서 밀재까지는 위험한 암릉 구간이 도사리고 있어 잠시도 방심할 수 없다. 20여 분간 암릉과 씨름을 하며 미륵바위를 지나고 몇 차래 로프의 신세를 지며 내려선 곳이 불란치 재(옛 지명은 불한령) 이다. 버리미기재가 개설되기 전에는 완장리와 관평리를 이어주는 중요한 길목이었지만 지금은 오가는 사람도 없고 너른 헬기장 옆에 옛길이 남아있을 뿐이다.
묘지가 있는 촛대봉(668m)을 넘어 촛대재에 이르면 버리미기재 까지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는 이정표가 있고, 남쪽으로 난 갈림길은 대야산 정상에서 피아골로 내려가는 길과 만나 월영대로 내려선다. 이제부터 올라야할 직 벽은 대간 길에서 희양산의 직 벽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가장 위험한 곳으로 특히 겨울등반에는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100 여m의 벼랑에 걸려있는 로프를 필두로 아슬아슬한 암 릉 구간을 통과하면 드디어 대야산(930m) 정상에 올라선다.
일명 상대봉이라 부르고 있는 정상에서 남쪽에 있는 용추계곡과 선유동계곡은 아름다운 절경으로 여름철 피서객 들이 즐겨 찾는 곳이며 서쪽으로 중대봉(846m)을 내려서면 속리산국립공원의 선유동구곡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대야산의 암릉 미가 천하절경이라 하지만 두 계곡을 끼고 있어 더욱 각광을 받는다. 낙락장송이 어우러진 암릉을 넘나들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코끼리바위와 거북바위를 내려서면 밀재에 도착한다. 동쪽의 용추계곡과 서쪽의 농바위골을 넘나드는 분수령으로 경상도와 충청도가 경계를 이루지만, 옛적부터 고개를 사이에 둔 정다운 이웃이 아닌가. 대야산 1.5km 통시바위 2.5km의 이정표가 반겨주는 고개 마루에서 잠시나마 속리산 국립공원과 작별을 하게 된다.
남쪽의 급경사를 치고 오르면 849봉에 이르고 동쪽으로 선회하여 854봉에서 동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마귀할미 통시바위(889m)에서 동쪽으로 둔덕산(969m)의 줄기를 따라 용추계곡으로 내려 설 수 있다. 대간 길은 남쪽으로 급경사를 이루며 계곡으로 내려선다. 주위에 펼쳐지는 암릉길은 조물주가 빗어놓은 아름다운 절경의 연속이다. 층층이 쌓아올린 기단위에 올라앉은 솟대바위는 불심을 가득담은 돌탑으로, 낙락장송 휘늘어진 벼랑 끝에 올라앉은 독수리바위는 마귀할미(통시 바위)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하려는 진한 모성애와 같고, 정상에 우뚝 솟은 장군바위(집채바위)가 삼라만상을 굽어보지만 애석하게도 경관 좋은 무릉도원에 채석장이 흠집을 내고 만다.
무릉도원의 황홀감속에 고모치에 도착하면 발치에서 솟아나는 옹달샘이 반겨준다. 멀고도 험한 길을 이어가는 산 꾼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갈증을 풀어주기에 족하다.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와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를 오가는 이곳은 부근에 광산들이 많이 있어, 그들이 왕래하는 통로로 이용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항산 1.2km 대야산 3.8km의 이정표를 보면서 조항산(953m)이 머지않았음에 용기를 갖지만 급경사 오르막에서 기력이 쇠진하고 만다.
정수리에는 새로 세운 표지석이 산 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오랫동안 이곳을 지나는 이들에게 길동무가 되어주던 비목이 한 모퉁이에서 초라한 몰골로 서있다. 피곤한 몸을 쉬어갈 수 있는 너른 공터에는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으로, 지나온 산들과 가야할 산들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정상에서 갓 바위재로 내려서는 암릉 길은, 잠시라도 한 눈을 팔다가는 날카로운 비수에 정강이를 훌치기 십상이다. 그래도 하산길이기에 주위에 펼쳐지는 산줄기와 계곡을 바라보며 체력을 재충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반대로 거슬러 오른다면 체력의 소진이 극심한 구간이다. 마루금은 좁은 암벽사이로 이어지고, 그 아래는 절벽이라 주의를 요한다. 뒤돌아보는 조항산은 멀리서 보면 볼수록 그 웅장한 모습이 진가를 발휘한다. 삼송리 의상저수지와 옛날 견훤이 활을 쏘며 무예를 연마한 농암면 궁리를 넘나드는 갓 바위재에 도착한다.
갓 바위재는 헬기장과 함께 너른 공터가 있어 시야도 좋고, 양지바른 곳이라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부드러운 능선 길. 대간의 줄기 따라 청화산을 바라보며 20여 분간 진행하면 801봉(헬기장)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약간 방향을 틀어 안부로 내려섰다가 급경사 암릉 길에서 또 한 번 비지땀을 흘리며 올라선 곳이 858봉이다. 이곳부터는 초원을 걸어가는 기분으로 모처럼 망중한을 즐기며 편안한 대간길이 이어진다. 물푸레나무와 졸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비알 길을 치고 안부에 올라선다. 이곳은 알바하기 쉬운 곳이다. 왼쪽으로 힘차게 뻗어 내린 능선은 시루봉(876m)과 연엽산(775m)으로 가는 길이고, 대간 길은 오른쪽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진행해야 한다.
청화산 정상에 올라서면 암봉의 좁은 공간 속에 아담한 돌비석과 시원한 조망이 터진다. 청화산은 경북 문경시 농암면과 상주시 화북면, 충북 괴산군 청천면이 경계를 이루는 3면 경계 지점이다. 늘재 3.5km 조항산 8.3 km의 이정표가 있는 쉼터에서 정면으로 문장대(1033m)와 천황봉(1057m)도 보이고 관음봉(985m)과 묘봉(874m), 멀리 조그마한 봉우리는 형제봉(803m)이다. 백악산(858m)과 도명산(632m), 지나온 조항산(951m), 구름위의 둔덕산(969m), 시루봉(876m)과 도장산(827m)등 시원하게 이어지는 줄기들은 청화산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멋진 조망이다.
택리지에 의하면 이중환은 스스로의 호를 청화산인(靑華山人)이라 칭하고 다음과 같이 청화산을 극찬했다고 한다. ‘청화산은 내선유동과 외선유동을 위에 두고, 앞으로는 용유동을 가까이 두고 있는데, 수석의 기이함은 속리산보다 훌륭하다. 산의 높고 큼은 비록 속리산에 미치지 못하나, 속리산 같은 험한 곳은 없다. 흙으로 된 봉우리에 둘린 돌은 모두 밝고 깨끗하여 살기가 적다. 모양이 단정하고 좋으며 빼어난 기운을 가린 곳이 없으니 거의 복지福地다.’
청화산을 내려서는 발길에는 거칠 것이 없고 헬기장을 지나 벼랑 끝 전망대에 올라서면 속리산의 연봉들이 화려한 불꽃을 피워 올리며 화북면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암 능 구간에는 로프도 걸려있고, 정국 기원 단이 조성된 전망 좋은 암 봉에 올라 국태민안을 바라는 마음으로 옷깃을 여민다. 대간 길의 무사종주를 빌며 구간을 이어가는 고개 마루에 도착한다.
늘 재는 괴산군 청천면과 상주시 화북면을 잇는 32번과 49번 지방도가 지나는 곳으로 고개 마루에는 한강과 낙동강 분수령의 표지판이 있다. 한줄기 빗방울이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가 되어 머나먼 천리 길로 갈라지니 우리네 인생살이도 한 순간의 판단에 따라 가는 길이 사뭇 다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교훈을 안겨준다. 350년 된 엄나무는 당집과 함께 고개 마루의 수호신으로 오가는 길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18. 늘재(375m) - 갈령(443m) / 19.5km
대간 길은 서쪽으로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으로 처음부터 고된 신고식을 해야 한다. 또다시 속리산 국립공원으로 접어들어 한동안 비지땀을 흘린 후에야 696.2봉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백악산(858m)줄기가 분기하며, 암 봉에 올라서면 문장대를 비롯한 속리산의 연봉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급경사 비알 길을 20여분 내려서면 997번 지방도로인 밤티재에 이른다. 밤티재는 상주시 장암리와 운흥리를 오가는 고개로 운흥리에서 37번 국도와 연결된다.
문장대 가는 길에 594봉에 이르고, 이곳에서 왼쪽으로 분기된 능선에는 견훤산성이 있다. 경북 상주시 장암리 북쪽에 있는 장바위산 정상부를 외워 싼 퇴뫼식 산성으로 견훤이 쌓았다하여 견훤산성으로 부른다. 상주지역의 옛 성들이 견훤과 관련이 있는 것은 그의 아버지 아자개가 상주출신이란 기록 때문이다. 견훤은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신라의 장군으로 있다가 이곳에서 군사를 양성하여 진성여왕 6년(892년)에 반기를 들고 신라의 여러 성을 공격하여 효공왕 4년(900년)완산주에 도읍을 정하고 후백제를 세웠다. 이 산성은 사각형을 이루고 있으며 성벽의 둘레는 650m이고 성위에 올라서면 상주 쪽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아슬아슬한 암벽의 모서리에는 로프가 걸려있다. 세미 클라이밍 지역을 오르는 손끝에 간담이 서늘하고, 조물주가 빗어놓은 아름다운 절경은 마음을 비워야 오를 수 있는 속리산의 관문이기도 하다.
문장대(1.054m)는 속리산의 천황봉(1,058m)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거봉으로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에 위치한다. 거대한 암봉이 구름 속에 묻혀있다 하여 운장대라 하였으나 세조가 이곳에서 문무대신 들과 시를 읊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문장대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문장대정상에는 50여명이 앉을 수 있는 너른 암반으로 이곳에 올라서면 속리산 국립공원의 모든 사물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천하제일의 전망대라 할 수 있다.
문장대에서 오른쪽으로 뻗은 능선은 관음봉(982m), 묘봉(874m), 상학봉(834m), 미남봉(610m), 활목고개를 지나 금단산(756m)으로 이어지는 충북 알프스의 제 3구간이다. 법주사를 외워 싸고 있는 병풍 같은 암봉을 넘나들며 이어가는 종주 길은, 속리산이 자랑하는 클라이밍 코스이다. 문장대에서 곧바로 하산하면 법주사로 가는 길이고, 대간 길은 왼쪽으로 암릉의 전시장을 넘나들며 문수봉(1,005m)을 지나 신선대(1,016m)에 이른다. 우리 조상들은 명산대찰을 찾아 풍류를 즐기며 아름다운 경승지를 정하게 되는데, 특히 속리산에는 8자와 연관되는 지명이 많이 있다.
광명산, 지명산, 구봉산, 미지산, 형제산, 소금강산, 자하산, 속리산이 8산이요. 내석문, 외석문, 상환석문, 상고석문, 상고외석문, 비로석문, 금강석문, 추래석문을 8석문이라. 문장대, 입석대, 경업대, 배석대, 학소대, 은선대, 봉황대, 산호대가 8대요. 천황봉, 비로봉, 길상봉, 문수봉, 보현봉, 관음봉, 묘봉, 수정봉을 8봉이라 1,000m를 오르내리는 높지 않은 봉우리들이지만 빼어난 절경으로 대 가람인 법주사를 품고 있는 명산으로 사시사철 많은 인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신선대에 자리 잡은 주막집은 대간 길에 지친 산객들의 객고를 풀어주는 휴식 터로, 막걸리 한사발이면 피로가 싹 가신다. 입석대의 늠름한 기상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내딛으면 오른쪽으로 깊은 계곡의 너른 분지에 법주사가 자리 잡고 관음사, 복천암, 상고암을 끼고 도는 대간 길은 왼쪽으로 상주시 화북면의 들녘이 포근히 다가온다. 이곳 속리산도 불가와 인연이 깊어 봉우리마다 비로봉, 문수봉, 보현봉, 관음봉, 묘봉의 이름을 달고 있으며 모든 중생들을 굽어 볼 수 있는 천황봉(1,058m)에 오른다.
천황봉에서 서쪽으로 뻗어가는 능선이 한남금북 정맥이고 이곳은 三破水라하여 동쪽으로 내리는 빗물은 낙동강으로 북쪽은 한강, 남쪽은 금강으로 흘러든다. 일반 등산객들이 많이 오르는 동쪽의 장각 계곡에는 높이 6m의 장각 폭포가 있고 금난정의 정자가 소나무그늘에 자리 잡고 있어 운치를 더 하고 있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급경사를 내려서며 대목리 갈림길에 도착한다. 동남쪽으로 휘어지는 대간 길은 지금까지 암릉에 시달린 지친 몸을 어루만진다. 순하게 열리는 대간 길에서 체력을 보강하며 쉬엄쉬엄 진행하면 봉긋하게 솟은 667봉 정상이다.
667봉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700여 m를 전후로 고도를 유지하며 30여 분간 진행하면 만수리로 내려서는 피앗재에 도착한다. 천황봉 5.8km 형제봉 1.6km의 이정표가 반겨준다. 40여 분만에 형제봉에 올라서면 초라한 표지목이 반겨주고, 직진하면 충북 알프스의 제1구간인 구병산(876m)과 연결된다. 대간 길은 동쪽으로 선회하여 급경사를 10여 분간 내려서면 갈령 삼거리에 도착하며 구간의 종주를 마감하지만 977번 도로인 갈령까지 30여분 진입로를 따라야 한다.
형제봉에서 속리산 국립공원도 끝이 난다. 충북 보은군, 괴산군, 경북 상주시의 경계에 있는 속리산 국립공원은 법주사지구, 학소대 주변 은폭동(隱瀑洞)계곡, 만수계곡, 화양동지구 화양동계곡, 선유동계곡, 쌍곡계곡과, 장각폭포, 오송폭포(五松瀑布)등의 명소가 있으며, 정이품송(正二品松 천연기념물 제103호), 망개나무(천연기념물 제207호) 등 1,055종의 식물과 까막딱다구리(천연기념물 제242호),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제328호) 등 희귀 동물을 포함하여 1.831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자연자원의 보고(寶庫)로 면적은 283.4㎢이 이른다.
이곳에서 잠시 잠간이지만 충북의 경계선을 벗어나 경북의 상주지방으로 이어지고 강원도의 도래기재에서 시작하여 중부지방의 허리를 관통하던 대간 길도 이곳에서 남쪽으로 덕유산을 지나 지리산까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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