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강원지역
1.향로봉(1.293m) - 진부령(529m) - 미시령(767m) / 34km
향로봉은 금강산 1만 2천 봉우리중의 하나로 인제, 고성, 간성의 3군 경계지역에 위치한 1,293m의 높은 고지로서 구름이 덮인 날이면 향로에 불을 피워놓은 형상이라 하여 향로봉으로 부르고 있다. 맑은 날이면 금강산의 비로봉과 고성의 적벽강이 보이고 동해 해금강의 만경창파가 넘실거리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산이다.
사실 이곳은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민간인들이 갈수 없는 통제 구역이었지만 사전에 신고를 하고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이곳은 최전방의 보루로써 조국의 수호를 다짐하는 을지 부대 장병들의 의지가 담겨있는 비석이 자리 잡고 있다. 살신성인의 귀감이 된 고 “김 칠섭 중령”의 숭고한 넋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며 향로봉을 가는 길은 비포장 임도를 따르게 된다. 남하하던 대간 길은 칠절봉(1,172m)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진부령에 이른다.
본격적인 대간의 시발점이 되는 진부령. 스키장 뒤편으로 오르는 첫 번째 산이 마산(1,051m)이다. 정상에서 동해안으로 뻗어 내린 능선이 죽변봉(680m)을 거쳐 운봉산(286m)으로 이어진다. 대간은 동남방향의 너덜지대를 지난다. 미시령이 개통되기 전에 고성군에서 인제군으로 넘나들던 대간령(642m)에 도착하면, 고개 마루에는 말에 풀을 먹이던 마장 터와 주막거리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1,204m의 신선봉에 오르면 동해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고 남쪽으로 설악산의 전모가 펼쳐진다. 잠시 후 상봉(1,239m)을 지나 미시령에 도착하는데, 이곳이 금강산과 설악산의 접경지역으로 향로봉과 마산, 신선봉이 금강산 1만 2천봉우리 중, 남한에 있는 3개의 봉우리로 부르고 있다.
2. 미시령(767m) - 한계령(917m) / 19.2km
국립공원 설악산을 지나는 구간으로, 지금은 미시령에 터널이 개통되어 용대리에서 속초까지 시원하게 달린다. 구 도로를 따라 올라선 미시령. 북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황철령과 마등령구간은 휴식년제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라 감시원들과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 지나는 대간 길이 대청봉까지는 내설악과 외설악을 아우르고 한계령까지 서북능선은 내설악과 남설악이 경계선을 이루는 설악의 대표적인 등줄기이다.
미시령에서 고도를 높이며 1,092봉 삼거리에 이르면, 좌측으로 계조암과 울산바위(873m), 달마봉(635m)으로 연결되는 분기점이다. 남으로 직진을 하면 대간길이 된다. 1,318봉에서부터 시작되는 너덜지대는 넌덜머리가 나도록 지루하고 험난한 구간으로, 안개라도 끼는 날이면 길을 잃고 미아가 되기 십상이다. 내외설악에서 가장 높은 황철봉(1,381m)에 올라서면 미시령과 남한 최대의 암릉인 울산바위, 신흥사와 백담사, 마등령과 대청봉등 설악 제일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깊고 깊은 저항령은 백담계곡으로 이어지는 길골과 설악동의 저항령 계곡으로 오가는 길목이지만, 휴식년제로 탈출로를 찾기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나는 새도 넘지 못할 저항봉(1249m). 험준한 비알 길을 치고 오르면, 이곳 또한 설악산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조망터로 밤새워 걸어온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저항봉에서 마등령을 오르는 구간 또한 만만하게 볼일이 아니다. 마등령(1.326m)에 올라서면 넌 덜 머리 나도록 건각을 괴롭히던 너덜지대도 끝이 난다.
비선대와 오세암으로 내려서는 길목으로 설악산이 자랑하는 공룡능선의 시발점이기도하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피곤한 몸을 쉬어가는 쉼터에는 사방을 둘러봐도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이 일품이다. 건너편의 용아장성을 길동무삼아 나한봉과 1.275봉을 지나 신선봉에 올라서면 지나온 공룡능선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외설악의 천불동계곡과 내설악의 가야동계곡의 분수령인 무너미 고개에는 휘운각 대피소가 있어 이곳에서 체력을 보강하고 대청봉을 향해 오르게 된다.
철 계단에서 진을 빼며 소청봉(1633m)에 오르면 소청산장 아래 봉정암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1300m)곳에 위치한 암자로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 중에 한곳이다.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이곳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며, 불자들의 성지순례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용아장성을 오르는 길목으로 구곡담 계곡과 수렴동 계곡, 백담사 계곡의 발원지이기도하다. 중청봉(1,676m)의 너른 분지에는 대청 대피소가 자리 잡고 있는데, 지하 1층 지상2층의 목조 건물에는 15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사전에 예약을 해야만 숙박이 가능하다. 1970년 전국에서 다섯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설악산의 정상인 대청봉(1708m)이 지척에 있다.
남한에서 한라산(1,050m), 지리산(1,015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대청봉에 오르면 내설악과 외설악 남설악과 점봉산의 모든 곳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설악의 모든 산등성이와 계곡이 이곳에서 시작되는 정점이다. 또한 일출과 운해는 대청봉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절경이고, 동북쪽으로 갈라지는 화채능선은 화채봉(1,300m)에서 칠성봉(1,077m), 집선봉을 거쳐 권금성에 이르러 토왕성 폭포를 빗어 놓고 케불카로 많은 관광객들이 설악산의 천하 절경을 즐긴다.
대간 길은 중청봉에서 서쪽으로 끝 청봉(1,604m)을 지나 서북능선을 따라 진행하게 된다. 이곳 또한 내설악과 남설악이 경계를 이루는 능선으로 한계령에서 내려오는 아흔아홉 구비를 손금 들여다보듯 전망이 좋은 곳이다. 우리의 가슴속을 시원하게 쓸어내리고 1,459봉을 지나 4시간 만에 한계령 갈림길에 이르면 대간 길은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한계령에 이른다.
직진하는 서북능선은 귀때기 청봉(1,577m)과 1,408봉을 지나 대승령(1,210m)에 이른다. 남쪽은 장수대로 향하는 길목으로 우리나라 삼대 폭포중의 하나인(금강산의 구룡연폭포, 개성의 박연폭포) 대승령 폭포가 있는 곳이다. 안부에서 북쪽은 흑선동 계곡으로 내려가 백담사로 가는 길이고 서북능선을 계속 따르면 안산(1,430m)과 십이 선녀탕을 지나 남교리에 이른다.
3,한계령(917m) - 구룡령(1,023m) / 45.2km
한계령은 설악산을 관통하는 고개(진부령, 미시령)중에서도 교통량이 가장 많고,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세파에 찌든 몸을 씻어주는 선경이다. 인제군에서 양양으로 오가는 관문이고 설악산을 오르는 들머리로 사시사철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제 대간 길은 남설악으로 들어서며 필례약수 가는 도로의 절개지를 치고 남진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 또 하나 서쪽으로 뻗어 내린 가리능선은 필례령(1,082m)을 지나며 날카로운 암 봉들이 병풍처럼 치솟아, 전문가들이 아니면 오르기 어려운 가리봉(1,519m), 주걱봉(1,472m), 삼형제봉(1,225m)까지 아슬아슬한 구간의 연속으로 건너편의 서북능선을 바라보는 전망 또한 일품이다.
대간 길은 공룡능선, 용아장성에 버금가는 암릉 들이 앞길을 가로막고 망대암산(1,236m)에 오르면 동쪽으로 남설악의 주전골과 오색약수가 자리 잡고 있다. 설악산에서도 단풍으로는 주전골이 으뜸이다. 그 옛날 인적이 없는 후미진 곳에서 위조 엽전을 주조했던 곳이라 주전골로 불리는 이곳은 가을이면 핏빛으로 물든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남설악의 주봉인 점봉산(1,424m)은 설악산과는 대조적으로 거대한 육산으로 갖가지 식물들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봄이면 약초와 산나물의 채취로 유명하고 한 여름이면 야생화단지로 명성이 높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작은 점봉산(1,295m)과 가칠봉(1,164m)에 이른다. 다시 대간 길은 정상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단목령(920m)까지 직진을 하는데, 이곳에서 북쪽의 계곡으로 내려서면 주전골이고, 남쪽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궁벽한 하늘아래 첫 동네인 진동리에 이른다.
354.6㎢의 설악산 국립공원도 끝이 나고 북암령(940m)을 지나면 양수발전소의 상류에 도착하게 된다. 강원도 오지의 대간 길은 사방을 둘러봐도 첩첩산중이요, 멧돼지들의 천국으로 조침령(약 780m)의 이정표가 있는 고개 마루에 도착한다. 양양군 서면 서림리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를 넘는 험한 길이었지만 이제는 새로 관통된 터널로 418번 지방도가 국도로 승격이 되었으니, 13년 전 이곳을 지나며 진동리의 나무꾼과 선녀의 간판이 있는 팬션에서 새우잠을 잔 기억이 생생하다.
한계령까지 23km, 구룡령까지 22km가 되니 이번구간의 절반이 되는 조침령 고개 마루를 지나면 특별히 어려운 코스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오지답게 굽이치는 대간 길은 울창한 활엽수림에 하늘마저 가리고 만다. 답답한 마음을 진정하며 50여분을 진행하면, 쇠나들이 고개(구 조침령 고개), 다시 1시간거리에 연가리골 샘터(1080m), 또다시 1시간 30분간 지루한 길을 이어가면 왕승골 안부에 이른다. 지루한 오르내림이 이어지는 가운데 구룡령을 내려온 56번 국도가 깊고 깊은 계곡을 파고들며 양양쪽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갈전곡봉(1,201m)에 이르게 된다.
갈전곡봉의 정상 또한 울창한 수림에 싸여 시야가 제로이지만 대간을 지나오며 피로한 몸을 쉬어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리본이 많이 붙어있는 곳으로 직진을 하면 가칠봉(1,240m)을 거쳐 응복산(1,155m)에서 서쪽으로 구룡덕봉(1,388m)에 이르고, 이곳에서 방태산(1,443m)과 개인산(1,341m)이 갈라지며 내린 천이 굽이치는 상류지점으로 그 유명한 개인약수가 있는 곳이다. 정상에서 좌측으로 이어나가는 대간 길은 구룡령 옛길을 지나 1시간 만에 구룡령에 도착하게 된다.
갈전곡봉에서 50여분이면 구룡령 옛길의 정수리에 도착한다. 양양군 서면 갈천리와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연결하는 구룡령 옛길은 진부령과 미시령, 한계령보다 비교적 평탄해 양양과 고성지방 사람들의 한양 나들이 길로 많이 이용을 하였다고 한다. 수백 년 넘게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아름다운 전설이 깃든 이곳을 옛길로는 전국 최초로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을 했다고 하니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안내 간판을 보면 양양 쪽으로 듣기에도 생소한 지명들이 있다. 옛 문헌에 의하면 옛날 상여꾼들이 장례식을 치르면서 나무뿌리가 관을 뚫지 못하도록 뿌렸던 횟가루를 채취하던 「횟돌 반쟁이」를 비롯하여 200-300년 된 금강송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솔 반쟁이」는 경복궁 복원에 사용된 사례가 있어 지어진 이름이고 「묘 반쟁이」는 옛날 조선시대 양양과 홍천의 경계가 애매하던 시절, 당시 고을 원님들이 서로 만나 경계를 정하기로 하고 젊고 발이 빠른 젊은이를 대동했는데 양양의 청년이 빠르게 달려 홍천군 명계리에서 만나 그곳을 경계로 하였지만 돌아가는 길에 청년이 죽자 그 공덕을 기려 묘를 만든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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