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울 산
김 완 묵
마지막 잎새마저
이별을 하고
매서운 북서풍에
매를 맞아도
내 마음 슬프지 않습니다
한창시절
매미도 쪽박새도
지상의 낙원이라 합창하며
부귀 영화 누리더니
물기가 잦아들고
원기가 쇠약하니
모두 등 돌리고 떠났습니다.
가슴 아린 슬픔도
시간 속에 녹아 들고...
시류따라 움직임은
자연의 섭리이니
명년 삼월 꽃이 피면
돌아 온다고
태양의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우리 이렇게 살아요
오 희 정
작은 산들이 병풍처럼 두르고
맑은 시냇가
물잠자리 나는 깊은 산골
무궁화 울타리 소담한 초가집에서
상추 쑥갓 오이랑 호박도 심고
평화롭게 떠가는 구름이나 보며
우리 그렇게 살아요
파꽃, 부추꽃, 장다리 흐드러진 봄날이 오면
흰 나비떼 찾아와 온 들을 수 놓고
명랑한 햇살아래 병아리를 쫒는 아이처럼
우리 그렇게 살아요
꿀벌 입 맞추던 감자꽃 질 때
밀보리밭 이랑에 뻐꾸기 소리나 들으며
토란잎 물방울처럼, 미나리 향기처럼
우리 그렇게 살아요
2005년 1월의 구름
박 상 임
그 여자는...
오늘도
달 가리고 별 막으며
별 짓을 다 하는 구나
그리고
또
연락이 왔다
명예에 눈이 멀었다고...
마 인 쯔 * 의 시월
이 장 영
시월의 길은
마인쯔의 공기 속으로 사라져 갔다
대기는 차갑고 축축했다
희미한 아침 안개 속으로
개를 거느린
민소매 여자가 달려간다
그녀는 곧 안개속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진 길 위로
쟈스민 향내만
풀풀 진하게 풍겼다
나무 사이로 흔들리는 기억들이
뚝뚝 떨어지며
나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시간들이 서서히 걷기 시작했고
생각들이 무거워졌다
나무들이 유령처럼
내 옆을 지나가고
나는 안개 속으로 사라진 그녀를 생각했다
풍 요 로 운 가 을
이 정 희
누우런 황금 들녘
누비는 메뚜기들 놀이터 세상
산에는 풀벌레 소리 드높이며
길가에는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곱게 곱게 피어
웃으므로 맞이하고
쪽빛 하늘
수놓는 잠자리 떼
높이높이 비행하며
가을 하늘 붉은 잎으로
수놓는 날 기다린다.
풍요로운 가을 들판
여름내내 농부들의 구슬땀으로
알알이 일궈낸 , 황금보석
숫, 조, 그리고 누우런 벼
결실의 계절, 가을
가지마다 붉은 열매
풍성함으로 행복 주며
누우런 황금들녘
사이사이
수줍은 듯 고개 숙여 춤을 춘다.
울 릉 도
이 실 태
울릉도 가는 뱃길
울렁울렁 파도치고
하늘도 파랗고
바닷물 빛 파란데
하얀 구름 하늘 날고
하얀 물새 정겨이 파도를 탄다.
울릉도 가는 뱃길
울렁울렁 울렁울렁
해뜨는 동녘으로
헤엄쳐 간다.
호박엿 달콤한
꿈나라 찾아
반갑다 아가야 !
반 영 학
아가가 왔다
그냥 와도 되는데
사랑 한 아름 안고 내 곁으로 왔다
그놈
아기집의 포근함에 취해
우리 곁으로 오는 것 망설이더니
삼신 할매로 부터
볼기 한 대 맞고서야
파란 멍 자국 남기고 우리 곁으로 왔다.
아가야
어디서 나른함 배웠길래
벌써 작은입 벌려 하품할 줄 알고
못마땅함 누구가 가르쳐 주었길래
오만상 찌푸릴 줄도 아는고
아가야 눈에 넣고 싶은 아가야 !
물 망 초
김 형 태
노랗고 빨간 단풍잎새를
하나씩 하나씩 책속에 끼워넣듯이
이제 너를 책갈피에 실어
나의 푸른 책장에 접어두련다.
생각나면
언제나
겨울에도 봄에도 여름에도
그 책갈피의 낙엽에서
애틋한 가을을 호흡하듯이
추억처럼 너의 향긋한 내음을 맡을 수 있게...
빚
이 남 섭
350만 원 달랑 들고
호적을 붙들어 맬 때
이미 다 알아챘었는지
일곱 번째 이삿짐을 쌀 때도
아내는 말이 없었었다
일 년에 한 평씩 늘려
나이만큼의 공간을 귀어 주겠다던
그저 단순해 보였던 약속은
나이 들수록 점점 허물어지는데
가을
또
방을 빼야 할는지도 모른다며
빈 통장만 만지작거릴 뿐
아내는
이 빚쟁이에게
마흔세 평 아파트를 내 놓으라고
독촉하지도 않는다
어머니와 가로등
이 영 희
차(車)소리 기다리는
가로등이 서 있다.
이슬 젖은 불 빛을
머리에 이고 서 있는 어머니
먹구름에 떠밀려온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다
까맣게
가슴 졸이며 서 있다.
어머니의 눈빛은
가로등 사위는 불빛이다.
샘물이 고이는 계단
이 종 석
교회당 숲길에 이르면
가브리엘 생각
주의 인도로 올라가는
숲속 계단에 샘물이 고인다
삼라만상 주의 뜻대로 되어짐은
순리의 여정
겸허한 마음으로 주께 나를 맡길 때
더욱 크신 主님의 은총
어느 날 교회당의 숲길에
안길때면
聖 金曜日의 머언 종소리
내마음에 울리고...
샘물이 고이는 계단이여.
선운사 동백꽃
정 연 자
선운사에 피는 꽃을
따서는 아니 될 성 싶어
향기나 주우러 갔더니만
여즉도 꽃 한철이라
줍기 조차 송구하여
그냥 색깔만 취해 왔더라
눈에만 담고 그저 돌아 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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