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에 서
임 마 리 아
잠기지 못한
어설픈 상처들이
바다 위를 헤매고 있다
툭! 툭! 물방울이
우산을 뚫고 마음에 꽂혀
우울의 중심에서 집시의 피가 출렁인다.
살이의 무게로
깊숙이 가라앉은
추억도 나를 위로하진 안았다
파도가 분무한 눈물은
이제 또
누구의 가슴을 젖게 할 수 있을까.
바 람
김 응 만
바람이 모인다
바람이 고인다
바람이 딍군다
날리는 추억이 낙엽 되고
삼월의 촉수 같은 새싹은
기억의 다리를 건너
사랑의 입맞춤도
애증의 꽃이 되어
슬픔으로 떨어지고
태양의 그림자로
지구 저 편에 나부낀다
밟히지 않는 그림자는
오가는 얼굴이어서
그대, 어느 나뭇가지 그늘에서
하늬바람과 웃고 있나
누구에게 또, 감격해 떠는가
나는 죽음처럼 말없음에
지나는 바람만 만져 본다
텅빈 차고 같은 가슴에
당신은 밝은 별이 되어 다가온다
독약처럼 추억을 마시며
불행한 날이 더 많았던 젊은 날을
사랑도 믿기 어려워
한순간으로
지나간 자리 또 바람이 분다.
이 별 그 후
박 정 경
다시는 사랑 타령 않으렵니다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해도
아는 척 않겠으며
뒤돌아보지도 않으렵니다
그대 가슴에 불꽃이 튄다 한들
그대 손에 편지가 들려있다 한들
난 모르는 일 일겝니다
눈물이 고여 늪을 이룰지라도
당신 때문이라 말하지 않겠습니다
죽음에 이르도록 외로워져도
그대 이름 부르지 않으렵니다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이라 기억하기 전
가슴을 닫으렵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한 때 그대 곁에서 행복했었습니다.
희 망 의 나 라 로
하 명 례
희망의 나라.
참으로 선량하고 정이 많아서 남의 탓도
내 탓이라 여기는 백성들이다.
하늘도 감동하여 우리 편에 서고 땅도 놀라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우리 모두 이념이나 지역감정 자신이 처한 입장
다 내려놓고 사랑 중에 사랑만 가슴에 안고
형제가 되어 걸어가자.
저만큼 우리를 오라 손짓하며 유혹하는 희망의 나라.
선지 조국의 미래가 있다.
슬픈 노래는 그만두고 꽹과리와 북을 치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면서 나아가자.
어깨에 맨 닷줄을 내려놓고 서로 부등켜 안고 웃으며
춤추고, 뜀뛰고, 노래 부를 수 있는 희망의 나라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 찬 곳”
아직도 “현제명” 님의 노래 속에 살아 있고
우리들 가슴속에 살아 숨쉬는 그런 나라로 가자!
사랑중의 사랑만 가슴에 안고
꼭 - - 그런 나라로 가자.
鐵 脈 - 序 詩-
강 진 원
한줌의 진솔한 정, 순박한 정에 살아
안개꽃 같은 환한 마음으로
우리 언젠가 가야하리
둥근 달 떠오르는 고향으로 가야하리
적막을 삼키는 새벽 간이역
흩어진 별무리 더불어
맥박 뜨거운 고향으로 가야하리
은빛 너울, 춤추는 고갯마루
금빛노을, 눈부신 圓光에 뭍히는
鐵脈의 고향으로 가야하리
칼날 같은 이성
타고 남은 후에도 식지 않은 열기로 남아
꿈결 같은 신기루 찾아서
우리 끝내 돌아가야 할 종착역은...
우 산 아 비
김 상 경
그 조그마한 체구로
여나 믓 호구들을 안고 지고
꽃피는 삼월 진달래를 꽂아주며
찔레순을 멕이면서
보리의 아련한 꿈
강물처럼 심어주었네
아리랑고개 넘어질 듯 넘어가다
몇 번은 고꾸라져 찟기고 절은 말뚝 정강이
헤진 옷이 단풍처럼 붉을때 막걸리 두어 사발
남사당 춤을 추며 느티나무 그늘 밑을 돌다가
불꽃이 산 그림자에 포말 되는 것을 보았네
그해, 비가 참
많이도 내렸다
에미 떠내려가고 홍수가 앞 냇가를 먹었을 때
눈물은 씨 말라지고 그즈음
우두둑 부러진 이빨 잇몸으로 씹으며
구렁이 힘줄로 고개를 엮어 왔다지
소 몰던 신발 아랫녘 튼실해지고
잔비 내려 오는 날
낡은 우산 하나 들고 황토 샛집
훠이 훠이 모처럼 쉬러 가셨다지
예 뫼 골 나 들 이
원 진 희
꾸불꾸불 오르는 계곡을 타고 오르다
안개비 내린 산자락 선녀가 낙하하여 발길 멈춘 곳
가장자리 운치의 머문 찬 이슬 머금은 산 고을
건물 뒤로 널따란 떡갈나무 잎
이마를 마주 대고 눈길 사로잡는 황홀함은
산중문답 이백의 싯 귀 절 중
도화유수묘연거(桃花流水杳然去)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란
물레를 돌려 만든 뎃샤 도자기 운치의 시가 흘러나온다
예술이 있고, 풍류가 있는
산을 끼고 흐르는 물줄기와 더불어 아리랑을 부른다
휘영청 늘어진 소나무 잔디밭을 연산홍 방긋 거리며
종이로 만든 벽걸이 액자 속에서 수선화가 화들 짝 웃는
참나무 분재에서 후덕함을 지닌 주인장의 인자함과
흘러내린 내천 면경처럼 맑은 호수의 눈망울
산중턱 안개 속에 용이 승천하려
쏟아지는 까만 빗줄기 두드리는 북장단 소리가
영화에서나 만날 것 같은 통유리로 지어진 그윽하고도
우아한 분위기속에서 빼어난 주변 경관을 자랑하는
제대로 된 더덕오리구이 요리를 즐기는 맛이 일품이다.
얼 레 지 꽃
白 英 雄
겨우내 언 땅 속 헤쳐 나와
봄 햇살 가득 머금고 피어난
한 송이 얼레지 꽃 고개 숙여
꽃잎은 수줍어 반곡 되었네
얼루 엽신 치마 자락 펼치어
나를 반겨주는 새아씨 얼레지
가녀린 허리에 꽃송이 하나
꽃잎은 검은W점 곤지연지 찍어
오늘도 꽃 매무새 고이단장하고
산 속 물가에 사르르 모여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네
0 시
서 영 선
창문에 불빛 하나 둘 사라지면
하루의 삶이 마감되는 시각
꿈의 여정으로 망각속에 잠기어
0시 그 끝에 이어지는
내일의 푸른 기약.
겨 울 산
김 철 교
수식어는 다 지고 주어 동사만 남았다
길고 지루한 시간들은
소설 속에서 한 두 줄 삶으로 요약되듯
온 겨울이 한줄기 바람으로 피어올라
나무들을 간질이고 있다
아직은 꽁꽁 언 가슴팍이지만
한 해를 아우른 씨앗 한 톨
품어 넣고 생명을 풀무질한다
버려진 깡통위에도 생명들이 스멀거리고
다 삭아버린 뼈에도 핏줄이 돗는다
새로운 수식어를 준비하고 있다.
노 을 로 서 서
이 정 원
사위는 노을 자락
눈시울에 내려 놓고
고갯마루 넘어가는
내 무게는 얼마일까
세월이
오두마니 앉아
지켜 보는 저울 눈
삶이란 꽃잎 같아
떨궈야만 여문다기
샘물처럼 솟는 생각
핏줄마다 채웠는데
이렇듯
빈수레구나,
꿈쩍 않는 저 눈금.
하 늘 공 원
장 윤 우
지척(咫尺)에 둔치
20년을 사는데
쓰레기 매립지로 버렸던 땅을
이제사 비로소 찾는다
찬란히 부서지며
고개숙여 인사하는 억새풀들
차마 부끄러워
머얼리 흐르는 한강만 보네
난지도, 가난의 매립지(埋立地)엔
엮겨운 냄새와 닳아지는 살들
씻은 듯 살아지는 드넓은 공터에
눈부시게 흔들리는 은회색(銀灰色) 물살
한맺힌 땅위에,
천지개벽(天地開闢)의 하늘아래
마주보이는 안양천도 수줍어서
하늘공원 풀섶 뒤로 숨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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