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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백두산 트레킹 . 5 - 와! 천지다.

                                   

                                         

 

                                           제 5 부  와!  천지다.

 

 

만만하게 바라본 계단 길. 하지만 1,272개라면 만만하게 볼일이 아니다.

천지를 보겠다는 욕심으로 성큼성큼 올라서지만 400계단을 지나 800계단에 올라서며 오버패스의 후유증으로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백두산의 천지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는가?  5호경계비가 있는 언덕에 오르면 눈이 화등잔만큼이나 커진다.

 

                                                                        건너편의 천문봉

                                                                              건너편의 장군봉

 

 

 

 

                                                                             마천루의 직벽

 

하늘아래 가장 가까운 연못. 天池가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와!!!!!!!  천지다.   어제와는 다르게 선명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건너편으로 장군봉(2,750m)과 천문봉(2,670m)이 하늘높이 솟아올라 첨봉을 이루고 있다. 우리 앞에 펼쳐지는 별천지가 안개 속으로 사라질까봐 조바심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높은 하늘에 걸린 새털구름이 호수의 표면위로 내려 안고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연봉들이 호수 속으로 잠겨든다.

 

 

 

 

 

 

 

일 년이면 300일이 눈비가 내리고 안개 끼는 일수가 많아 천지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데,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니 이런 행운이 또 어디에 있는가?  아! 이 순간을 얼마나 갈망하였던가?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천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16개 봉우리들이 왕관의 꼭지 점으로 화려하게 펼쳐진다. 직접 오르지는 못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듯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든다.

 

 

 

 

 

 

 

 

 

 

 

 

 


푸르다 못해 잉크를 풀어놓은 청 보라의 물빛. 해수면이 2,189m    면적이 9.82㎢    둘레 14km   동서길이 3.82km     남북길이 4.55km     평균수심 213m    최고수심 384m의 규모로 화산 폭발로 생긴 호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고 한다. 또한 백두산은 3번의 화산 폭발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1702년 폭발로 휴면기에 있으며 2500m가 넘는 16개의 봉우리 중에서도 으뜸인 장군봉(2750m)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이며 백두대간의 시발점이다.

 

 

 

 

                                                                          백두산의 잔설

 

 

                                                             마천루 정상에서 바라보는 천지 - 정면이 장군봉

                                                   우리선조들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던 만주 벌판


 
삼천리금수강산의 높고 낮은 산과 계곡이 이곳에서 시작이 되고 나라의 근본이 이곳이 아니던가? 꿈결 같은 30분이 지나고도 자리를 뜨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오늘의 일정이 9시간의 대장정으로 어제의 트레킹이 전주곡이라면 오늘은 천지를 돌아가는 하이라이트의 행사가 아닌가? 5호경계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트레킹이 시작된다. 서파에서 북파로 시작되는 종주 길에 마천루(2,634m)의 직 벽을 피해 돌아가는 길에는 지난겨울 내린 잔설이 반겨주고 서쪽으로 길림성의 초원지대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우측의 작은 봉우리가 어제 올랐던 관명봉

                                                                    마천루에서 청석봉 오르는 길


 

우리 땅을 우리가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고 중국 공안당국의 안내를 받아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백두산의 개념도 또한 여행사마다 산 이름도 다르고 높이도 다르다 보니 기준점을 잡기가 어렵고 산세를 보아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지만 우리를 동행한 뫼솔 산악회에서 제공한 개념도를 참고하기로 한다.

 

 

 

                                                 청석봉 정상에서      우측 뾰족한 삼각봉이 어제 올랐던   관명봉

 

 

 


마천루를 우회하여 올라서면 또 다시 천지가 모습을 보인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보일 때 마다 감탄사가 절로 난다. 천지를 우측으로 끼고 돌아가는 암릉 길은 수십 길의 단애를 이룬다. 전면의 청석봉(2,682m)에 올라서면 천하일품의 조망대가 펼쳐진다. 우측으로 천지너머로 장군봉(2,750m)이 선명하고 어제 올랐던 관명봉(2566m)과 옥설봉(2593m),이 남측 벽을 싸고돌면, 정면으로 백운봉(2,691m) 이 우뚝 솟아오르고 그 너머로 천문봉(2,670m)이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서쪽으로는 나무도 자라지 못하는 초원지대가 광활한 지평선을 이루며 한 없이 펼쳐진다.

 

 

                                                                            천지와 천문봉

                                               운해가 내려 앉는 관명봉 (남파 4호경계비)

                                                                       천지와 야생화의 만남

 

 

 

                                                                 천지위에 태양과 장군봉이 내려 앉는다.


 

바위틈의 야생화도 앉은키로 미소 짓고, 쑥부쟁이 들국화, 노란 만병초가 저마다 자태를 뽐낸다. 진홍색의 야생화. 천지와의 만남은 천생의 인연인가? 속궁합까지 잘 어울리는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청석봉의 비알 길을 더듬어 내려가면  백운봉가는 길에 직 벽이 가로 막고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운해가 신비감을 더한다. 白雲峰(백운봉) 해설이 필요 없이 현실이 우리에게 가르침으로 일깨워주고 고도 500여 m를 내려서는 한허 계곡으로 이어진다.

 

 

 

 

 

 

 


짙은 운무가 사방을 외워 싸고, 어둠속을 헤치는 발걸음에 포근한 융단길이 펼쳐진다. 천지의 물길이 바위틈을 비집고 흘러내려 내를 이루고, 우렁찬 계곡물이 흐르는 한허 계곡에 내려서면 뼈가 저리는 천지의 얼음물을 체험하게 된다며 발을 벗고 들어서라고 재촉을 한다. 손가락이 빠질 듯 시린 얼음물에 누구하나 발 벗을 생각을 못하고 세수하는 것으로 인연을 끝내고 안내원의 뒤를 따라 백운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천지가 조화를 이룬 장군봉

 

 

 

 

 

 

 

 

 


오늘의 트레킹에서 가장 험난한 길이다.  60여도의 경사에 돌 자갈길, 2,000고지라면 희박한 공기가 연상되지 않겠는가? 안개 속을 헤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한데 도봉산을 오르는 고도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한발 두발 오르다 쉬고, 오르다 쉬고 발걸음이 마냥 느려지며 선두와 후미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고진감래의 의미를 되새기며 발길에 채 이는 야생와의 향기로 피로를 풀어본다.

 

 

 

 

 

 

                                                               백운봉으로 피어 오르는 운해

 

 

                                                                      한허 계곡으로 내려선다

 

 

 

 

 

 


백운봉의 안부에 올라서면 너덜지대가 펼쳐진다. 경사는 완만하지만 너덜의 장애물이 더디기만 하다. 귀때기 청봉의 너덜과 황철봉의 너덜지대를 안주삼아 쉬엄쉬엄 올라서면 김 광문씨의 호언대로 막막하던 안개도 자취를 감추고 천지의 별천지가 우리를 반겨준다.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장군봉과 천문봉 아래로 펼쳐지는 그림은 가히 환상적이다.

 

 

 

                                                         백운봉 오르는길은 신선들이 노니는곳

 

 

 

    

 

 

 

 

             

중국에서 장백산으로 부르는 백운봉. 군계일학으로 높은 산세와 험준한 벼랑길이 트레킹 코스로는 위험도가 높은 곳이기에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속에 천지와 어우러진 경관은 가히 환상적이다. 용암의 분출로 생긴 분화구인 탓에 천지로 내려가는 길이 없고 수십 길 직 벽이 단애를 이루고 있다. 천지를 돌아  가는 봉우리마다 천하의 조망 터가 펼쳐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곳이 괴물바위가 있는 금병봉(2603m)가는 길이다. 천지를 내려다보는 둔덕에는 야생화가 만발하고, 편안하게 쉬기 좋은 너른 분지에서 때 이른 점심상을 차린다. 

 

 

 

 

                                                                        백운봉 정상에서

 

 

 

 

 


어제는 물에 빠진 생쥐처럼 빗물에 밥 말아 먹는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삼삼오오 짝을 찌어 옹기종기 모여앉아 정상 주까지 맛을 보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반찬 없는 도시락으로 민생고를 해결하고 관일봉을 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천지의 둔덕에서 팔베개를 하고 누었으니 산사나이들의 염원이 하늘까지 올랐는데 세상만사 부러운 것이 무엇이랴.

 

 

                                                                              금병봉 정상에서

 

 

 

 

 

 

 

 

 

 

 

 

 

 


아름다운 노래도 세 번이면 싫증이 난다는데 천지를 눈이 시리도록 보고 난 터라. 이제는 신물이 난다는 방정맞은 입방아로 장군봉도 천문봉도 구름 속으로 몸을 감추고 천지의 물가로 운해가 내려앉는다.

아!!!!!!! 다시 보고 싶은 천지여.  

언제다시 볼 수 있을까.     

영원히 가슴속에 묻어 두고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