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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예봉산 가는길

                        

                       예봉산(683m)을 찾아서

                                    - 2008년 12월 25일 -

 


서울 주변에서도 가장 낙후된 팔당 유원지. 중앙선과 6번 국도가 지나는 간이역에 전철이 개통되고 산을 찾아 모여 드는 인파로 門前成市를 이루고 있으니 桑田碧海가 따로없다.

 

 

 


주변의 인구에 비해 번듯하게 지어진 2층 건물. 초현대 시설을 갖춘 팔당역을 나서면 시원한 강바람이 가슴을 파고든다. 예봉산 등산 안내도를 뒤로하고 굴다리를 지나면 유원지 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다락논이 있는 마을 길을 돌아 갈림 길에서 계곡을 버리고 송림 속으로 들어선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한 솔 밭에는 겨울해도 스며들지 못하는 음침한 그늘속으로 상큼한 솔 향기가 코 끝으로 스며든다.

 

 

 


이곳 예봉산은 조선시대 손님을 맞이하던 예빈사가 있던 곳이고 한양에 땔감을 대주던 곳이라고 한다. 제법 가파른 비알 길에서 숨소리도 턱에 차오르고 목덜미로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며 전망대 바위에 올라서면 커피와 막걸리를 파는 노점상이 자리를 잡고 있다.

  

 

 

 

고도가 높아지며 한강변의 라이브 카페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강변을 질주하는 차량들이 홍수를 이룬다. 전망대 바위를 지나 목책계단을 올라서면 한강을 굽어보는 전망대가 반겨준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으로 팔당대교 너머로 검단산과 하남시의 아파트 숲이 장관을 이룬다. 

 

 

 

 

정상을 목전에 두고 계곡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여 오르는 비알 길에는 한낮의 열기속에 밤새 얼었던 땅이 녹아 진흙탕으로 변하고 매서운 강바람이 양 볼을 사정없이 몰아친다.

 

 

 

 


683봉의 정수리에는 원색의 물결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천마지맥의 끝자락에 우뚝 솟은 고봉답게 수 백리 산자락이 시야에 가득하다. 이곳의 매력은 운길산과 연계하여 종주하는 말발굽 형태로 7시간이 족히 걸린다. 조안면 진중리를 가운데 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맞은편의 산세를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과 양수리의 두 물머리와 팔당댐의 너른 호수를 바라보는 조망이 압권이다.

 

 

 


물안개 피어오르는 두 물머리. 수종사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양수리는 꿈속에서 피어나는 불국정토에 들어 온 듯 신비로움에 빠져든다. 가파른 돌 계단을 올라 운길산 정상에 올라서면 예빈산(589m)과 예봉산(683m), 철문봉(630m), 적갑산(560m)이 병풍을 두른 듯 웅장한 자태로 솟아오르고 갑산(545m)을 지나 백봉(589m)까지, 15년 전 지나온 그 길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초가집 추녀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에 쨍하고 산산 조각이 날것만 같은 碧空. 살갗을 파고드는 영하의 날씨는 체감온도를 한 없이 끌어 내린다. 밀려드는 인파에 자리를 내 주고 천마지맥을 따라 율리봉(587m)으로 내려서면 남쪽으로 예빈산이 점점 높아만 간다. 율리 고개를 지나 응달진 빙판에서 한 바탕 씨름을 한 뒤에야 예빈산의 직녀봉(589m)에 올라선다.

 

 

 

                                       직녀봉에서 바라보는 예봉산


배를 타고 영월, 정선, 충주, 단양, 춘천을 오가던 길손들이 한양을 떠나면서 삼각산이 보이는 이곳에서“예”를 갖추었다고 해서 “예빈산”이라 하지 않았던가. 예봉산 제일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검단산이 팔당의 협곡을 사이에 두고 천혜의 요새지로 입맞춤 하고 북녘으로 흐르는 강물따라 천년고도 서울의 빌딩 숲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암릉을 올라서면 예빈산의 견우봉(581m)이라. 이곳 또한 시원한 조망 터로 팔당댐의 푸른 물이 넘실거린다. 강 아래는 줄어든 수량으로 강바닥이 하얀 배를 드러내고, 여울물 따라 사행천을 이룬다. 고도를 낮추어 내려서면 승원봉(470m)에 이르고 양수리의 두 물머리가 손바닥 처럼 내려다 보인다. 다산 정약용이 어린시절 이곳에 올라 청운의 꿈을 키우던 곳이라고 한다.

 

                                           승원봉에서 바라보는 견우봉

 

 

 

 

 

머리 풀어 헤친 겨울햇살이 두 물머리 호반위로 내려앉으면 능내리의 산 자락이 살포시 고개 숙인다. 육지속의 바다. 그 너른 가슴으로 북한강과 남한강을 품어 안는 두미강(양수강)이 펼쳐진다. 가파른 비알 길에도 낙엽이 지천으로 발길에 채이고 천주교 공원묘지에 도착하며 오늘의 산행도 마감을 한다. 남양주시에서 정성들인 이정표와 자연을 노래한 시들이 삭막한 우리의 가슴에 훈훈한 불길을 지피고 나른하던 몸에도 생기가 돋는다.

 

 

 

 


서울근교에 하루산행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산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으니 산을 찾는 이들에게는 귀중한 선물이다. 29일부터 국수역까지 연장되고 내년에는 용문, 후년에는 원주까지 개통이 된다고 하니 멀게만 느껴지던 치악산도 당일 산행으로 다녀 올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기에 말만 들어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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