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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그리운 금강산 제 2 부 조물주가 빗어 놓은 만물상

 

                              그리운 금강산

제 2 부 - 조물주가 빗어 놓은 만물상

 

 


좋은 말로는 빌리지, 막말로 콘테이너 숙소는 장병들이 사열하듯 네 줄 벌로 10열 횡대. 1칸에 6명씩 새우잠을 자는데 다리건너 찾아가는 화장실과 샤워장은 70년대 꼬방 동네를 떠 올리며 맥을 놓고 돌아섰다가는 미아 되기 십상이라.

 

 

 


코고는 이, 이빨 가는 이 연화지옥 수라장이 따로 없고, 선 잠속에 과음한 탓으로 모래알 씹는 부폐 식당의 모두메밥,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억지로 배 채우고 만물상을 찾아간다.(08시 20분)

 

 

 


북측이 자랑하는 미인 송은 금강산과 백두산 시베리아의 어느 곳에만 자생하는 희귀종이라고 자랑이 늘어지고 15m 이상으로 미끈미끈하게 자란 것은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무게를 이기지못하고 가지들이 부러진 탓이라며 80년에서 300년씩 된 소나무 숲은 세상에 둘도 없는 산림욕장으로 아침햇살에 눈부시게 피톤치드 넘쳐난다.

 

 


일제시대 중단된 도로를 전사들이 만들어서 영웅고개(승리고개)라 부르며 내금강까지는 24km가 되지만 미니버스한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일방통행 좁은 길에 일흔일곱 구비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만물상을 오르는 12km 머나먼 길에 마주 오는 차가 한대도 없다.

 

 

 

온정리를 떠나 10분쯤 왼쪽으로 관음봉이 까마득히 올려다 보이고. 수백 척 절벽에 걸린 폭포는 이슬비 내리는 건폭이지만 7-8월 장마철엔 하늘에서 쏟아지는 힘찬 물줄기가 천지를 진동하고 굉음소리가 삼 십리 밖에서도 들린다는 육하폭포. 차안에서는 사진 찍는 것이 금지되어 아쉬운 장면들이 스쳐 지나고 만다.

 

 

 


25분 만에 만물상의 들머리인 고개 마루(표고 660m)에 올라서니 미리 와서 기다리는 수 십대의 버스가 길옆에 대기하고 버스에서 내린 행락인파로 만원을 이루는데 이곳은 만물상에 올랐다가 되돌아 내려오는 코스로 먼저 내려오는 순서대로 차에 탑승을 하게 된다.

 

 

 

 


또한 이곳에는 천선대와 망양대의 두 코스가 있는데 어느 쪽이든 자기의 취향에 따라 선택을 하여 한곳만 다녀와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주차장에서 1km 지점에 갈림길이 있고 이곳에서 천선대는 만물상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250여m의 짧은 코스이고 망양대는 해금강을 비롯하여 주위를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제1, 2, 3 전망대 까지 1,5km의 장거리 코스로 당연히 망양대 쪽으로 겨냥을 하여 출발을 한다.(08시 50분)

 

  

 


주차장에서 좌측으로 만상정이 있지만 내려와서 보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협곡으로 들어서니 처음부터 돌계단으로 시작이 되는데 세존 봉을 다녀오며 많은 힘을 소진한데다 과음을 한 탓인지 온몸이 쑤시고 결리고 평상시 같으면 성큼성큼 올라갈 계단에서 엉거주춤 물먹은 솜뭉치처럼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400여 m를 올라가면 삼선암에 도착하게 되는데 좌측으로는 흉물스러운 귀면암이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산행 길에 계단도 가팔라지고 하나둘 추월을 하다 보니 어느덧 선두에서 길을 안내하는 동무들을 만나게 되고 자기들 보다 먼저 올라가서는 안 된다며 통제를 하고 있다.

 

  

 


사전교육에 하지 말라는 첫 번째는 침 뱉지 마라 . 휴지 버리지 마라 . 담배 피지마라. 방뇨하지마라. 하지만 가장 큰 것은 이북 안내원들과 정치얘기로부터 그들과 언쟁을 하지마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데 어찌 거역을 하겠는가? 순한 양이 되어 고분고분하게 말 잘 듣는 모범생처럼 아픈 다리 쉬어 갈 겸 철 계단에 걸 터 안는다.(9시 5분)

 

 

 

 

 

 

 

 

 

잠시 후 절부암에 올라서면 고도가 높아진 탓인지 주위의 만물상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건너편의 석주기둥 꼭대기에는 날렵하게 올라앉은 독수리상이 이채를 띠고 드디어 갈림길에 도착한다. 왼쪽으로는 천선대 가는 길이지만 선두에선 주력 좋은 산객들인지라 모두 망양대 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점점 험해지는 산행 길에서 뒤로 처지고 만다. 하지만 예정시간보다 빨리 가고 있으니 조급하게 굴 것도 없고 뒤돌아보며 만물상을 구경하며 쉬엄쉬엄 오른다.

 

 

 

 

 

 절부암에서 600m를 오르면 전망이 좋은 안심대에 도착한다. 사방을 둘러봐도 일만 이천의 기암들이 만 가지 형상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건너다보이는 망양대 정상에는 어느덧 하나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며 심호흡으로 내 지르는 야호 소리가 계곡 속으로 울려 퍼진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어느 곳이나 호락호락하고 만만하지 않은 법.

가파른 철 계단이 협곡사이로 걸려있고 엉금엉금 기다시피 안부에 올라서니 시끌벅적 인기척이 나는 정상이 지척이다. 안심대에서 720m 주차장에서 이곳까지는 2.2km 그리 멀지않은 곳이지만 가파른 돌층계를 오르는 길이 수월하지 않고 1,041m의 정상은 뾰족한 암봉 위에 서너 사람이 머물만한 공간으로 협소하다.(9시 40분)

 

 


사방을 둘러봐도 나오는 이 감탄이요. 보고 또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 조물주의 걸작품.  서쪽으로는 관음봉 너머로 어제 올랐던 세존봉이 뾰족한 첨봉으로 보이고 금강의 주봉인 비로봉은 봉황이 비상하는 날개 짓으로 옥녀봉, 관음봉, 차일봉, 장군봉, 집선봉의 연능들이 꼬리를 치켜든다. 남쪽을 바라보면 수정봉의 백옥 같은 바위들이 아침햇살에 눈이 부시고 동쪽으로 짙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금수강산. 일만 이 천봉 어느 한곳도 부족함이 없는 수석 전시장으로 우리의 가슴이 요동친다. 

 

 

 

 


이제 남은 것은 건너다보이는 제2 제3의 전망대로 건너가는 길.

하지만 앞을 가로막는 안내원들. 더 이상 가지 마시라요. 냉정한 한마디에 가지 못할 전망대를 바라보며 힘없이 발걸음을 돌리고 만다. 오후 2시에 만나는 그 시간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지 막연한 생각에 천선대가 떠오르고 나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금강산의 외설악에는 어제 올랐던 구룡연과 만물상이 대표적인 관광명소인데 구룡연은 계곡을 끼고 5km에 걸쳐 크고 작은 폭포와 용소들이 아름다운 절경을 빗어내는 섬세한 여인의 모습이라면 만물상은 기골이 장대한 호걸선풍의 남자에 비유할 수 있으니 두 곳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라 할 수 있다.

  

 

 

 


다시 갈림길.

길목을 지키고 있는 안내원들. 수고 많이 하셨습네다. 안녕히 가시라요. 사정도 하기 전에 일언지하에 거절의 표정을 보고  발길을 돌리며 곰곰이 생각을 해도 천선대를 그대로 지나치기에는 미련이 남아 올라오는 일행들 틈에 끼어 천선대의 길목을 통과하는데 성공을 하고 쾌재를 부른다.(10시)

 

 

 


빼어난 암릉미의 전망대는 지근거리인 70m를 오르면 너른 암반위에 펼쳐지고 많은 사람들이 휴식 겸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데 이곳부터 정상까지는 200여 m 남짓하지만 수직절벽의 벼랑에 걸쳐놓은 철사다리가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거리가 짧다는 만만함으로 노약자들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는데 생전 마지막으로 금강산 구경을 왔다는 80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 아슬아슬한 사다리에서 후둘 거리는 다리를 가누지 못하고 여러 사람들의 길을 방해 하지만 누구하나 불평 없이 기다리는 느긋함에서 선진국민의 질서 의식을 실감할 수 있다.

 

 

 

 

150여 m를 20여분이나 기다리며 땅 문에 올라선다.

고생한 만큼의 보상을 받는 것인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절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우리 모두 동심의 세계에서 소풍 나온 유치원생처럼 기쁨과 즐거움에 홍조 띤 얼굴로 처음 보는 사람과도 격의 없는 대화가 오고가고 십년은 젊어지는 듯 ?소문만복래라?

 

 

  


드디어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제216호 천선대* 의 표지석이 있는 정상(936m)에 올라서며 금강산의 백미를 장식하고 오묘한 바위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위대한 수령님 찬양비가 있는 곳을 정점으로 하산 길에 들어선다.10시 40분)

 

 

 

 


하늘문의 들창을 열고 정원을 바라보면 망양대의 산수화가 정면으로 들어오고 하늘의 신선들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노닐던 곳이 아닌가? 가파른 벼랑을 휘돌아 내려서면 만물상의 산삼이 녹아 흘러내리는 망장천에 이르고 몸에 좋은 영약이라 아기 오줌 줄기보다도 적은 양으로 감질나게 기다려야 하는 인내가 필요하지만 장수한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기다리는 인내력으로 한 모금 목을 축이고 또다시 벼랑길을 휘돌아 내리면 갈림길에서 안내원 동무. 안녕히 가시라요. 상냥한 미소로 작별인사를 건넨다.

 

 

 

 


올라오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 모두가 기다림에 지쳐 짜증이 나는데 새치기 하다 무안당하는 꼬락서니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온들 별수 있나* 담배꽁초하나, 쓰레기 한 점, 먹다 남은 과자봉지하나 찾아볼 수 없고 똥파리와 개미떼를 볼 수 없으니 공중도덕 자연보호 본받아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에서 몸소 실천하여 본보기를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곳에도 이동주보 목청을 높이고 옥수수술 한 병에 3불씩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망양대 다녀오는 갈증에는 최고 인기라. 내장까지 시원한 짜릿함이여.(11시 10분)

 

 

 

 


되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금강산 찾아가자 일 만이 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어느새 합창으로 변하여 멀리멀리 관음봉 골짜기로 울려 퍼지고 그리운 금강산의 정경이 우리가슴속에 자리를 잡는다.

 

 

 

온정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11시 50분.

서둘러 샤워하고. 온정각 동관.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제육볶음(10불)에 반주로 소주잔을 기울이며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2일간을 되돌아보며 입가에 피어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없다. 면세점에 들려 쇼핑도하고 금강산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장전항으로 향한다.

  


행정지명으로는 고성 항으로 부르고 있는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아이가 활시위를 팽팽이 당기고 있는 모습이라 長箭港(장전항)으로 부르고 있단다. 뱃길이 열리고 처음에는 장전항에 유람선이 들어와 정박을 하고 이곳에서 숙식을 하며 관광을 하였다고 하는데 지금도 장전항에는 싱가포르에서 구입한 자상 6층에 지하 2층의 유람선을 해금강호텔이라 명명하고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오른쪽이 촛대바위 (636m)

 

 

 


해금강 호텔 테라스(갑판)에서 바라보는 경관 또한 압권으로 명경지수의 잔잔한 호수는 아름다운 산수화를 그려내고 정면으로 외금강의 주요한 산들을 한곳에 모아 놓은 듯 황홀경에 빠져든다. 바닷가의 낮은 언덕에는 골프장이 조성되어 영업 중이고 이곳에도 빌리지가 단지를 이루며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 잡은 팬션과 큰 대조를 이룬다.

 

 

 

                                  가운데 하늘금에 쌍봉이 비로봉(1,639m)

 

  

  

  

 

 

  

 


다시 온정리로 돌아와 금강산을 출발하는 시간이 남아있어 면세점 옆의 광장으로 올라서니 큰 비석에는 고인이 된 현대아산의 정몽헌 회장을 추모하는 비문과 그 옆에 유품으로 조성한 묘가 있다. 먼 훗날 정주영 명예회장 부자의 공적이 더욱 빛을 발할 큰 업적이기에 머리 숙여 추모를 하며 이분들의 숭고한 정신이 헛되지 않아 남북이 화해의 물꼬를 트며 뱃길이 열린지 10년 만에 150만의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아 단편적이지만 북한의 실상을 체험하고 남북이 하나 되는 날이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제 3 부  금강산을 다녀오는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