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핵심 정리]
작가: 정학유 연대: 조선 헌종 때 갈래: 장편 가사, 월령체 가사 형식: 월령체, 전 13장 셩격: 교훈적, 계몽적 주제: 월령과 절후에 따른 농가의 일과 세시 풍속
[원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머릿노래 - 34구
천지(天地) 조판(肇判)하매 일월성신 비치거다. 일월은 도수있고 성신은 전차1) 있어 일년 삼백 육십일에 제 도수 돌아오매 동지·하지·춘·추분은 일행(日行)을 추측하고 상현·하현·망·회·삭은 월륜(月輪)의 영휴(盈虧)2)로다. 대지상 동서남북, 곳을 따라 틀리기로 북극을 보람하여3) 원근을 마련하니 이십사 절후는 십이삭에 분별하여 매삭에 두 절후가 일망(一望)이 사이로다. 춘하추동 내왕하여 자연히 성세(成歲)하니 요순 같은 착한 임금 역법을 창제하사 천시(天時)4)를 밝혀 내어 만민을 맡기시니 하우씨 오백년은 인월(寅月)로 세수(歲首)5)하고 주나라 팔백년은 자월(子月)로 신정(新定)6)이라. 당금에 쓰는 역법 하우씨가 한법이라. 한서온량(寒暑溫凉) 기후 차례 사시에 맞아 드니 공부자의 취하심이 하령을 행하도다.
1) 전차 : 별이 가는 길(궤도) 2) 월륜(月輪)의 영휴(盈虧) : 달의 차고 이지러짐 3) 북극을 보람하여 : 북극성을 기준으로 하여 4) 천시(天時) : 계절의 변화 5) 인월(寅月)로 세수(歲首) : 인월은 음력 정월의 딴 이름으로 그것을 한해의 처음으로 삼는다. 6) 자월(子月)로 신정(新定) : 자월은 음력 12월의 딴이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정월령 (正月令) - 78구
정월은 맹춘(孟春)이라 입춘(立春) 우수(雨水) 절기로다. 산중 간학(澗壑)1)에 빙설은 남았으나 평교 광야에 운물(雲物)2)이 변하도다. 어와 우리 성상 애민(愛民) 중농(重農) 하오시니 간측하신 권농 윤음 방곡(坊曲)에 반포하니 슬프다, 농부들아 아무리 무지한들 네몸 이해 고사(姑捨)하고3) 성의(聖儀)를 어길소냐 산전수답(山田水畓) 상반(相半)하여 힘대로 하오리라. 일년 흉풍은 측량하지 못하여도 인력이 극진하면 천재는 면하리니 제각각 근면하여 게을리 굴지 마라. 일년지계 재춘하니 범사(凡事)를 미리하라. 봄에 만일 실시하면 종년(終年) 일이 낭패되네. 농기(農器)4)를 다스리고 농우(農牛)를 살펴 먹여 재거름 재워 놓고 한편으로 실어 내니 보리밭에 오줌치기 작년보다 힘써 하라. 늙은이 근력 없어 힘든 일은 못하여도 낮이면 이엉 엮고 밤이면 새끼 꼬아 때 맞게 집 이으면 큰 근심 덜리로다. 실과 나무 보굿5) 깎고 가지 사이 돌 끼우기 정조(正朝)날 미명시(未明時)6)에 시험조로 하여 보자. 며느리 잊지 말고 소국주(小麴酒) 밑하여라7). 삼촌 백화시에 화전 일취(花前 一醉)8) 하여 보자. 상원(上元)날9) 달을 보아 수한(水旱)을 안다하니 노농(老農)의 징혐(徵驗)10)이라 대강은 짐작느니.
정초에 세배함은 돈후한 풍속이라. 새 의복 떨쳐 입고 친척 인리(隣里) 서로 찾아 남녀노소 아동까지 삼삼오오 다닐 적에 와삭버석 울긋불긋 물색(物色)이 번화(繁華)하다. 사내아이 연날리기 계집아이 널뛰기요. 윷놀아 내기하니 소년들 놀이로다.
사당(祠堂)에 세알(歲謁)하니 병탕에 주과로다. 움파11)와 미나리를 무엄에 곁들이면 보기에 신선하여 오신채(五辛菜)12)를 부러하랴. 보름날 약밥 제도 신라적 풍속이라. 묵은 산채 삶아 내니 육미(肉味)와 바꿀소냐. 귀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는 생밤이라. 먼저 불러 더위팔기13) 달맞이 횃불 켜기 흘러 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1) 산중(山中)간학(澗壑) : 산골짜기 2) 운물(雲物) : 풍경 3) 고사(姑捨)하고 : 그만두고 4) 농기(農器) : 손질을 잘 하고 5) 보굿 : 굵은 나무줄기의 비늘 같은 껍데기 6) 정조(正朝)날 미명시(未明時) : 설날 아침 이른 새벽 7) 소곡주(小麴酒) 밑하다 : 찹쌀막걸리를 앉혀라. 8) 화전일취(花前一醉) : 꽃 앞에서 한번 취함(멋 있는 꽃놀이) 9) 상원(上元)날 : 정월 대보름날 10) 노농(老農)의 징험(徵驗) : 늙은 농부의 들어맞는 경험 11) 움파 : 움 속에서 자란 누런 파 12) 오신채(五辛菜) : 다섯가지 매운 나물. 부추, 염교, 파, 마늘, 생강. (여기서는 그것들을 넣 어서 만든 나물) 13) 더위팔기 : 대보름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내 더위 사라"고 하면 1년내내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풍속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이월령 (二月令)
이월은 중춘이라 경칩(驚蟄) 춘분(春分) 절기로다. 이월은 중춘이라 경칩(驚蟄) 춘분(春分) 절기로다. 초륙일 좀생이는 풍흉을 안다 하며 스무날 음청(陰晴)으로 대강은 짐작느니 반갑다 봄바람에 의구히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속잎이 맹동(萌動)1)한다.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맷비둘기 소리나니 버들 빛 새로워라. 보쟁기 차려 놓고 춘경(春耕)을 하오리라. 살진밭 가리어서 춘모(春 )2)를 많이 갈고 목화밭 되어 두고3) 제때를 기다리소. 담뱃모와 잇 심기 이를수록 좋으니라. 원림(園林)을 장점(粧點)4)하니 생리(生利)를 겸하도다. 일분은 과목이요 이분은 뽕나무라. 뿌리를 상치 말고 비오는 날 심으리라.
솔가지 꺾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장원(牆垣)5)도 수축하고 개천도 쳐 올리소. 안팎에 쌓인 검불6) 정쇄(情灑)히 쓸어 내어 불놓아 재 받으면 거름을 보태리니 육축(六畜)7)은 못다하나 우마계견(牛馬鷄犬) 기르리라 씨암탉 두어 마리 알 안겨 깨여 보자.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요 조롱장이 물쑥이라. 본초(本草)8)를 상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바위를 깨치나니 창백출(蒼白朮) 당귀(當歸) 천궁(川芎) 시호(柴胡) 방풍(防風) 산약(山藥) 택사(澤瀉) 낱낱이 기록하여 때맞게 캐어 두소. 촌가에 기구 없어9) 값진 약 쓰올소냐.
1) 맹동(萌動) : 움이 트기 시작함 2) 춘모(春 ) : 봄보리 3) 되어 두고 : 되갈아 두고. 한번 더 갈아 두고. 4) 원림 장점(園林 粧點) : 집 근처에 있는 나무들을 심거나 손질함 5) 장원(墻垣) : 담장 6) 검불 : 마른 풀과 지푸라기나 나뭇잎 7) 육축(六畜) : 여섯 종류의 가축(소·말·닭·개·돼지·염소) 8) 본초(本草) : 약재 9) 기구 없어 : 생활 형편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지 못하기 때문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삼월령 (三月令) - 100구
삼월은 모춘(暮春)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춘일이 재양(載陽)1)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백화는 난만하고 새소리 각색이라. 당전의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화간(花間)의 범나비는 분분히 날고 기니 미물도 득시(得時)하여 자락(自樂)함이 사랑홉다. 한식날 성묘하니 백양나무 새잎 난다. 우로(雨露)에 감창(感愴)2)함을 주과로나 펴오리라. 농부의 힘든 일 가래질 첫째로다. 점심밥 풍비(豊備)하여 때맞추어 배불리소. 일꾼의 처자권속(妻子眷屬)3)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후한 풍속 두곡(斗穀)을 아낄소냐.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한편에 모판하고 그나마 삶이4) 하니 날마다 두세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약한 싹 세워낼 제, 어린아이 보호하듯. 백곡 중 논 농사가 범연(泛然)5)하고 못하리라. 포전(浦田)에 서속(黍粟)6)이요 산전에 두태(豆太)7)로다. 들깻모 일찍 붓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좋은 씨 가리어서 그루를 상환(相換)하소. 보리밭 매어 놓고 뭇논을 되어 두소. 들농사 하는 틈에 치포(治圃)8)를 아니할까. 울 밑에 호박이요 처마 밑에 박 심고 담 근처에 동과(冬瓜) 심어 가자(架子)9)하여 올려 보세. 무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색색이 분별하여 빈땅 없이 심어 놓고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10) 둘러 막자. 계견을 방비하면 자연히 무성하리. 외 밭을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농가의 여름 반찬 이 밖에 또 있는가. 뽕눈을 살펴보니 눈에 날 때 되었구나 어와 부녀들아 잠농(蠶農)을 전심하소. 잠실을 쇄소(灑掃)하고 제구를 준비하니 다래끼 칼도마며 채광주리 달발이라. 각별히 조심하여 냄새를 없이 하소.
한식 전후 삼사일에 과목(果木)을 접하나니 단행(丹杏) 인행(仁杏) 울릉도며 문배 찜배 능금 사과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자접이 잘 사나니 청다대 정릉매는 고사(古査)11)에 접을 붙여 농사를 필한 후에 분에 올려 들여 놓고 천한(天寒) 백옥(白屋)12) 설한 중에 춘색을 홀로 보니 실용은 아니로되 산중의 취미로다. 인간의 요긴한 일 장 담는 정사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 하소.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향채(香菜) 캐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랒 으아리를 일분은 엮어 팔고 일분은 무쳐 먹세. 낙화를 쓸고 앉아 병술을 즐길 적에 산처(山妻)13)의 준비함이 가효(佳肴)14)가 이뿐이라.
1) 재양(載陽) : 절기가 따뜻해지다 2) 우로(雨露)에 감창(感愴) : 조상 은덕을 사모하고 슬퍼함 3) 처자권속(妻子眷屬) : 아내와 자식 등 딸린 가족 4) 삶이 : 못자리를 따로 하지 아니하고 바로 논에 볍씨를 뿌리는 일 5) 범연(泛然) : 대수롭지 않게 여김 6) 포전(浦田)에 서속( 粟) : 갯가에 있는 밭에는 피나 조를 심는다 7) 두태(豆太) : 콩팥 8) 치포(治圃) : 남새(채소)밭은 가꾸다 9) 가자(架子) : 덩굴식물을 올리기 위한 시렁 10) 개바자 : 남새밭에 개가 못 들어오게 둘러세운 대나 싸리 따위로 엮은 울타리 11) 고사(古査) : 나무의 낡은 그루터기 12) 천한 백옥(天寒 白屋) : 추운 겨울날 하얀 눈에 덮인 집 13) 산처(山妻) : 산중에 사는 아내 14) 가효(佳肴) : 좋은 안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사 월 령 (四月令)
사월이라 맹하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하다.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조 울고 보리 이삭 패어나니 꾀꼬리 소리 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도 방장이라. 남녀노소 골몰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면화를 많이 갈소 방적의 근본이라. 수수 동부 녹두 참깨 부룩1)을 적게 하고 갈 꺾어 거름할 제, 풀 베어 섞어 하소. 무논을 써을이고2) 이른 모 내어 보세. 농량(農糧)이 부족하니 환자(還子)3) 타 보태리라.
한잠하고 이는 누에 하루도 열두 밥을 밤낮을 쉬지 말고 부지런히 먹이어라. 뽕따는 아이들아 훗그루 보아하여 고목은 가지 찍고 햇잎은 제쳐 따소. 찔레꽃 만발하니 적은 가물 없을소냐. 이때를 승시(乘時)하여 나 할 일 생각하소. 도랑 쳐 물길 내고 우루처(雨漏處) 개와(蓋瓦)하여4) 음우(陰雨)를 방비하면 뒷근심 더 없나니 봄나이 필무명을 이때에 마전하고 베 모시 형세대로 여름옷 지어 두소 벌통에 새끼 나니 새 통에 받으리라. 천만이 일심하여 봉왕(蜂王)을 옹위(擁衛)하니 꿀 먹기도 하려니와 군신분의(君臣分義) 깨닫도다.
파일날 현등(懸燈)은 산촌에 불긴하니 느티떡 콩찌니는 제때의 별미로다. 앞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 보세. 해 길고 잔풍(殘風)하니 오늘 놀이 잘 되겠다. 벽계수 백사장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수단화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촉고(數 )5)를 둘러치고 은린옥척(銀鱗玉尺)6) 후려내어 반석에 노구7) 걸고 솟구쳐 끓여 내니 팔진미(八珍味)8) 오후청(五候鯖)을 이 맛과 바꿀소냐.
1) 부룩 : 논밭 두둑이나 주된 작물 사이사이에 딴 작물을 듬성듬성 심는 일 2) 써울이고 : 써레질을 하고 3) 還子 : 나라에서 농민에게 봄에 빌려 주었다가 가을에 받아들이는 곡식 4) 雨漏處 改(蓋)瓦하여 : 비새는 지붕에 기와를 갈아 넣어서 5) 數 : 그물코가 아주 작은, 잔고기를 후리는 그물 6) 銀鱗玉尺 : 비늘이 번쩍거리는 펄펄 뛰는 싱싱한 고기 7) 노구솥 : 놋쇠나 구리로 만든 작은 솥 8) 八珍味 : 8가지 진기한 음식. 즉, 용의 간(龍肝)·봉황의 골수·토끼의 태(兎胎)·잉어 꼬리·징경이 구이·곰의 발바닥(熊掌)·성성이 입술(猩唇)·표범의 발굽(豹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오 월 령 (五月令) - 94구
오월이라 중하되니 망종 하지 절기로다. 남풍은 때맞추어 맥추(麥秋)1)를 재촉하니 보리밭 누른빛이 밤사이 나겠구나. 문 앞에 터를 닦고 타맥장(打麥場) 하오리라. 드는 낫 베어다가 단단이2) 헤쳐 놓고 도리깨 마주서서 짓내어3) 두드리니 불고 쓴 듯하던 집안 졸연(卒然)히4) 흥성하다. 담석(擔石)5)에 남은 곡식 하마 거의 진하리니 중간에 이 곡식이 신구상계(新舊相繼)6) 하겠구나. 이 곡식 아니려면 여름농사 어찌할꼬. 천심을 생각하니 은혜도 망극하다. 목동은 놀지 말고 농우(農牛)를 보살펴라. 뜬물에 꼴 먹이고 이슬풀 자로7) 뜯겨 그루갈이8) 모심기 제힘을 빌리로다. 보리짚 말리고 솔가지 많이 쌓아 장마나무9) 준비하여 임시 걱정 없이하세
잠농(蠶農)을 마칠 때에 사나이 힘을 빌어 누에섶도 하려니와 고치나무 장만하소. 고치를 따 오리라 청명한 날 가리어서 발 위에 엷게 널고 폭양(曝陽)에 말리니 쌀고치 무리고치10) 누른 고치 흰 고치를 색색이 분별하여 일이분(一二分) 씨로 두고 그나마 켜오리라 자애11)를 차려놓고 왕채12)에 올려내니 빙설 같은 실올이라. 사랑홉다 자애 소리 금슬(琴瑟)13)을 고루는 듯. 부녀들 적공(積功)들여 이 재미 보는구나! 오월 오일 단옷날 물색(物色)이 생신(生新)하다14). 오이밭에 첫물 따니 이슬에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볕에 눈부시다. 목맺힌 영계 소리 익힘벌로 자로 운다15). 향촌의 아녀들아 추천( 韆)16)을 말려니와 청홍상(靑紅裳) 창포비녀 가절을 허송마라17). 노는 틈에 하올 일이 약쑥이나 베어 두소.
상천이 지인(至仁)하사18) 유연히 작운(作雲)하니 때미쳐 오는 비를 뉘 능히 막을소냐. 처음에 부슬부슬 먼지를 적신 후에 밤 들어 오는 소리 패연히 드리운다19). 관솔불 둘러앉아 내일 일 마련할 제 뒷논은 뉘 심고 앞밭은 뉘가 갈꼬. 도롱이 접사리며 삿갓은 몇 벌인고. 모찌기는 자네 하소 논 삶기는20) 내가 함세. 들깨 모 담배 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 가지모 고추모는 아기딸이 하려니와 맨드라미 봉선화는 네 사전(私錢)21) 너무 마라. 아기어멈 방지찧어 들바라지 점심하소. 보리밭 찬국22)에 고추장 상치쌈을 식구를 헤아리되 넉넉히23) 능을 두소 샐 때에 문에 나니 개울에 물 넘는다. 메나리 화답하니 격양가24)가 아니던가.
1) 麥秋 : 보리가 익는 철 2) 단단이 : 한단 한단 3) 짓내어 : 흥을 내어. 도리깨질을 그렇게 한다는 것 4) 卒(猝)然히 : 갑자기 5) 擔石 : 작은 곡식 섬 6) 新舊相繼 : 새 것이 낡은 것의 뒤를 이음(보릿고개를 넘긴다는 말) 7) 자로 : 자주 8) 그루갈이 : 이모작(二毛作)을 위한 근경(根耕) 9) 장마나무 : 장마 동안에 땔 나무 10) 쌀고치는 희고 굵고 야무지게 지은 좋은 고치, 무리고치는 잘 짓지 못한 쌍고치 11) 실을 감는데 쓰는 얼레 12) 고치를 켤 때에 실을 뽑아 감아 올리는 물레 비슷한 기구 13) 금슬(琴瑟) : 거문고와 비파(두 악기는 서로 잘 어울림을 표현) 14) 물색(物色)이 생신(生新)하다 : 풍경의 빛깔이 싱그럽게 새로워진다. 15) 목이 아직 트이지 않은 어린 수탉이 연습삼아 자주 울어댄다. 16) 추천( 韆) : 그네뛰기 17) 여자들이 이날 창포의 줄기로 비녀를 만들어 꽂는 것이 단오의 풍습 18) 상천(上天)이 지인(至仁)하사 : 하느님이 지극히 인자하시어 19) 줄기차게 비가 쏟아진다. 20) 모내기 21) 사전(私錢) : 부녀자의 사삿돈에서 온 말(제 욕심만 너무 채우지 말라는 뜻) 22) 냉국 23) 여유 24) 농요(農謠)의 한가지
****기타**** * 중하 : 한여름. 음력 5월 * 망종과 하지 : 절기 이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유월령 (六月令) - 80구
유월이라 계하(季夏)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대우(大雨)도 시행(時行)하고1) 더위도 극심하다. 초목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평지에 물이 괴니 악마구리2) 소리 난다. 봄보리 밀 귀리를 차례로 베어내고 늦은 콩팥 조 기장은 베기 전에 대우 들여3) 지력(地力)을 쉬지 말고 극진히 다스리소. 젊은이 하는 일이 기음매기 뿐이로다. 논밭을 갈마들어 삼사차 돌려 맬 제 그 중에 면화밭은 인공(人功)이 더 드나니 틈틈이 나물밭도 북돋아 매어 가꾸소.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좌차(坐次)4)를 정한 후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 먹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없고 주린 창자 메운 후에 청풍에 취포(醉飽)하니5) 잠시간 낙이로다.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오조 이삭 청태콩이6) 어느 사이 익었구나. 일로 보아 짐작하면 양식 걱정 오랠소냐. 해진 후 돌아올 제 노래 끝에 웃음이라. 애애한 저녁 내는 산촌에 잠겨 있고 월색은 몽롱하여 발길에 비취는구나. 늙은이 하는 일도 바이야 없을소냐. 이슬 아침 외 따기와 뙤약볕에 보리 널기 그늘 곁에 누역 치기, 창문 앞에 노꼬기라7) 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쉬움 북창풍에 잠이 드니 희황씨(羲皇氏) 적 백성이라. 잠깨어 바라보니 급한 비 지나가고 먼 나무에 쓰르라미 석양을 재촉한다.
노파의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못하여도 묵은 솜 들고 앉아 알뜰히 피워내니 장마의 소일이요 낮잠자기 잊었도다. 삼복(三伏)은 속절(俗節)이요 유두(流頭)는 가일(佳日)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 가묘(家廟)에 천신(薦新)하고8) 한때 음식 즐겨 보세. 부녀는 헤피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누룩을 드리어라 유두국(流頭 )9)을 켜느니라. 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새맛으로 일없는 이 먹여 보소. 장독을 살펴보아 제맛을 잃지 말고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족족 떠내어라. 비오면 덮어 두고 독 전을 정히 하소.10) 남북촌 합력하여 삼구덩이 하여 보세. 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쪄 벗기리라. 고운 삼 길삼하고 굵은 삼 바 드리소. 농가에 요긴키로 곡식과 같이 치네. 산전(山田) 메밀 먼저 갈고 포전은 나중 갈소.
1) 大雨도 時行하고 : 큰 비도 때때로 오고 2) 악마구리 : 참개구리는 울기를 잘 한다 3) 간작(間作)을 해서 4) 坐次 : 앉는 순서(長幼有序는 언제 어디서나) 5) 醉飽하니 : 보리술에 얼근히 취하고, 밥을 배부르게 먹으니 6) 오조는 '올조' 즉 일찍 익은 조, 청태공은 아직도 깍지가 푸른 콩 7) 젊은이는 해뜨기 전에 논밭에 나가서 부지런히 일하고 달빛을 밟고 돌아오며, 늙은이는 가까운 텃밭에서 오이따기·보리널기·누에치기 아니면 집안에서 노를 꼬는 등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한다는 뜻 8) 家廟에 薦新하고 : 사당에 새로 나온 곡식이나 과일, 새 나물 반찬을 곁들인 음식을 바치는 일 9) 流頭 (유둣날 마시는 술) : 밀기울도 버리지 말고 모아서 누룩을 빚으면 이 유두국을 만들 수 있다(근검절약의 기풍을 특히 부녀자들에게 강조한 것) 10) 부녀자에게 있어서는 장을 담그고 정갈하게 관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대목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칠월령 (七月令) - 72구
칠월이라 맹추(孟秋)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화성(火星)은 서류(西流)하고 미성(尾星)은 중천(中天)이라. 늦더위 있다한들 절서(節序)야 속일소냐. 비밑도 가볍고 바람끝1)도 다르도다. 가지 위의 저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는고. 칠석에 견우 직녀 이별루(離別淚)가 비가 되어 성긴비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 제2) 아미(蛾眉)같은 초생달은 서천(西天)에 걸리거다.3) 슬프다 농부들아 우리 일 거의로다. 얼마나 남았으며 어떻게 되다 하노. 마음을 놓지 마소 아직도 멀고 멀다.
꼴 거두어 김매기 벼포기에 피 고르기 낫 벼려 두렁 깎기 선산(先山)에 벌초(伐草)하기 거름풀 많이 베어 더미지어 모아넣고 자채논에4) 새 보기와 오조밭에 정의아비 밭가에 길도 닦고 복사(覆砂)5)도 쳐 올리소. 살지고 연한 밭에 거름하고 익게 갈아 김장할 무 배추 남 먼저 심어 놓고 가시울 진작 막아 허술함이 없게 하소. 부녀들도 셈이 있어 앞일을 생각하소. 베짱이 우는 소리 자네를 위함이라. 저 소리 깨쳐듣고 놀라서 다스리소. 장마를 겪었으니 집 안을 돌아보아 곡식(穀食)도 거풍(擧風)하고 의복(衣服)도 폭쇄(曝 )하소. 명주 오리 어서 뭉쳐 생량전(生凉前)6) 짜아내소. 늙으신네 기쇠(氣衰)하매 환절때를 근심하여 추량(秋?)이 가까우니 의복을 유의하소. 빨래하여 잘 바래고 풀먹여 다듬을 제 월하의 방치소리 소리7)마다 바쁜 마음 실가(室家)의 골몰(汨沒)함이8) 일변은 재미로다. 소채 과일 흔할 적에 저축을 생각하여 박 호박 고지 켜고 외 가지 짜게 절여 겨울에 먹어 보소 귀물(貴物)이 아니 될까. 목화밭 자조 살펴 올다래9) 피었는가. 가꾸기도 하려니와 거두기에 달렸느니.
1) 비밑·바람끝 : 비온 뒤에도 구질구질하지 않고, 바람의 뒤끝도 산뜻하다 2) 오동소우(梧桐疎雨)는 옛사람이 즐겨 쓰던 말이다. 커다란 오동잎 위에 뚝뚝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소리도 낭만적이려니와 바람도 없는데 커다란 오동잎이 뚝 떨어지는 것은 가을이 옴을 알리는 신호라 하여 정감이 깊었다 3) 누에나방의 눈썹같이 생긴 초승달이 서녘 하늘에 걸려 있다. 4) 자채볏논(자채벼는 제일 좋은 품종의 벼) 5) 복사(覆砂) : 비에 밀려 내려와 논밭을 덮은 모래 6) 생량전(生凉前) : 선선해지기 전에 명주를 빨리 짜라는 소리 7) 달밤에 방치?다듬이질)하는 소리 8) 실가(室家)의 골몰(汨沒)함이 : 집안 일에 바빠 돌아가는 일이 한편으로는 재미라는 것(노동의 즐거움) 9) 올다래 : 일찍 익은 다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팔월령 (八月令)
팔월이라 중추되니 백로 추분 절기로다. 북두성 자조 돌아 서천(西天)을 가리키니 선선한 조석(朝夕) 기운 추의(秋意)가 완연(宛然)하다.1) 귀뚜라미 맑은 소리 벽간에서 들리구나.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백곡을 성실(成實)하고 만물을 재촉하니 들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일 공생(功生)2)한다. 백곡이 이삭 패고 여물3) 들어 고개숙여 서풍에 익은 빛은 황운(黃雲)4)이 일어난다. 백설 같은 목호송이 산호 같은 고추 다래5)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볕 명랑하다. 안팎 마당 닦아 놓고 발채6) 망구7) 장만하소.
목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 콩가지요 나무꾼 돌아올 제 머루 다래 산과로다. 뒷동산 밤 대추는 아이들 세상이라. 아람8)도 말리어라 철대어 쓰게 하소. 명주를 끊어 내어 추양에 마전하고9) 쪽들이고 잇들이니 청홍이 색색이라.10) 부모님 연만(年晩)11)하니 수의(隧衣)도 유의하고 그나마 마르재어 자녀의 혼수(婚需)하세. 집 위에 굳은 박은 요긴한 기명(器皿)12)이라. 대싸리13) 비를 매어 마당질에 쓰오리라. 참깨 들깨 거둔 후에 중오려 타작(打作)14)하고 담뱃줄 녹두 말을 아쉬워 작전(作錢)15)하라. 장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북어(北魚)쾌16) 젓조기17)로 추석 명일 쇠어 보세. 신도주(新稻酒)18) 오려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先山)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 며느리 말미받아 본집에 근친갈 제19)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20)와 술병이라. 초록 장웃21) 반물 치마22) 장속(裝束)23)하고 다시보니 여름 동안 지친 얼굴 소복(蘇復)24)이 되었느냐. 중추야(仲秋夜)25) 밝은 달에 지기(志氣)26) 펴고 놀고 오소. 금년 할일 못다하니 명년(明年) 계교(計較)27) 하오리라. 밀대 베어 더운갈이28) 모맥(牟麥)29)을 추경(秋耕)하세. 끝끝이 못 익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갈소. 인공(人功)만 그러할까 천시도 이러하니 반각(半刻)도 쉴새 없이 마치며 시작느니.
1) 추의(秋意)가 완연(宛然)하다 : 가을의 징조가 확실하다 2) 공생(功生) : 보람이 나타나다 3) 여물다의 명사형 4) 황운(黃雲) : 온갖 곡식(百穀)이 익어서 황금물결을 친다는 말 5) 하얀 목화송이와 빨간 고추 6) 싸리나 대오리로 엮은, 지게에 얹어 짐을 나르는 기구 7) 쇠등에 얹어 물건을 나르는 망태기 같은 것 8) 알밤 9) 피륙을 햇볕에 바래는 것이니, 명주를 가을 햇볕(秋陽)에 바랜다. 10) 쪽은 남빛 물감의 원료가 되는 풀. 잇은 붉은 물감의 원료가 되는 풀이니 그것으로 물들인 것이 알록달록하다. 11) 연만(年晩·年滿) : 나이가 많음 12) 기명(器皿) : 그릇 13) 명아주과의 풀로 줄기채 베어서 비를 만들어 씀 14) 타작(打作) 즉 곡식의 이삭을 터는 일 15) 작전(作錢) : 팔아서 돈을 만들다 16) 북어(北魚)쾌 : 말린 명태 20마리 17) 저려 말린 조기 18) 신도주(新稻酒) : 햅쌀로 빚은 술 19) 며느리가 휴가를 얻어 친정 부모를 찾아뵈려 갈 제 20) 떡을 담은 고리짝 21) 옛날 여자가 나들이할 때에 머리에서부터 덮어쓰던 옷 22) 거므스레한 남빛 치마 23) 장속(裝束) : 옷을 갖추어 입다 24) 소복(蘇復) : 앓고난 뒤에 건강이 회복됨 25) 중추야(仲秋夜) : 추석날 밤 26) 지기(志氣)는 뜻과 기개이니, 마음껏 27) 명년 계교(明年 計較) : 내년의 계획 28) 소나기 빗물로 논을 가는 일 29) 모맥(牟麥) : 밀과 보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구월령 (九月令) - 70구
구월이라 계추 되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노. 벽공에 우는 소리 찬이슬 재촉는다. 만산 풍엽(楓葉)은 연지를 물들이고 울밑에 황국화는 추광(秋光)을 자랑한다. 구월구일 가절이라 화전(花煎) 천신(薦新)하세. 절서를 따라가며 추원보본(追遠報本)1) 잊지 마소. 물색(物色)2)은 좋거니와 추수가 시급하다. 들마당 집마당에 개상(床)3)에 탯돌이라. 무논은 베어 깔고 건답은 벼 두드려 오늘은 점근벼요 내일은 사발벼라. 밀따리 대추벼와 동트기 경상벼라.
들에는 조·피 더미, 집 근처는 콩팥 가리 벼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 비단차조 이부꾸리 매눈이콩 황부대를4) 이삭으로 먼저 갈라 후씨5)를 따로 두소. 젊은이는 태질이요 계집사람 낫질이라. 아이는 소 몰리고 늙은이는 섬 욱이기6) 이웃집 울력하여7) 제일하듯 하는 것이 뒷목추기8) 짚 널기와 마당 끝에 키질하기 일변(一邊)으로 면화틀기 씨아 소리 요란하니 틀 차려 기름 짜기 이웃끼리 합력하세. 등유도 하려니와 음식도 맛이 나네.9) 밤에는 방아찧어 밥쌀을 장만할 제 찬 서리 긴긴 밤에 우는 아기 돌아볼까. 타작 점심 하오리라 황계(黃鷄) 백주(白酒)10) 부족할까. 새우젓 계란찌개 상찬(上饌)으로 차려 놓고 배춧국 무나물에 고춧잎 장아찌라. 큰 가마에 앉힌 밥 태반이나 부족하니 한가을 흔한 적에 과객(過客)11)도 청하나니 한 동네 이웃하여 한 들에 농사하니 수고도 나눠하고 없는 것도 서로 도와 이 때를 만났으니 즐기기도 같이하세. 아무리 다사(多事)하나 농우(農牛)를 보살펴라. 핏대12)에 살을 찌워 제 공을 갚을지라.
1) 추원보본(追遠報本) : 조상의 은혜를 고맙게 여기고 그것을 갚는 일 2) 물색(物色) : 자연의 경치 3) 개상(床) : 볏단을 태질하는데 쓰는 통나무로 만든 농구의 한 가지 4) 품질 좋은 차진 조, 이부꾸리는 팥의 일종, 매눈이콩 황부대는 콩의 일종 5) 내년에 쓸 씨앗 6) 벼를 담을 섬 만들기 7) 힘을 모으고 기운을 내어서 8) 타작하고 난 뒤 마당에 떨어져 있는 낟알을 줍는 일 9) 기름을 짜서 등유도 하고, 식용유로도 쓰라는 뜻 10) 황계(黃鷄) 백주(白酒) : 닭잡아 술대접하는 일 11) 과객(過客) : 지난가는 길손 12) 피의 줄기로 여물을 만들어 잘 먹여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시월령 (十月令) - 146구
시월은 맹동(孟冬)이라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공(農功)을 필하여도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마저 하세. 무우 배추 캐어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 淡)1)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2) 장아찌라. 독 곁에 중도리요 바탕이3) 항아리라. 양지에 가가(假家)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박이무우4) 아람5) 마름도 얼잖게 간수하소. 방고래 구두질과 바람벽 맥질하기6) 창호(窓戶)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덧울하고7) 외양간도 떼적치고8) 깍짓동9) 묶어 세고 과동시(過冬柴)10) 쌓아 두소.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술빚고 떡 하여라 강신(降神)날 가까웠다. 꿀 꺾어 단자( 子)11)하고 메밀 앗아 국수 하소. 소 잡고 돝12) 잡으니 음식이 풍비(豊備)13)하다.
들마당에 차일치고 동네 모아 자리 포진(鋪陳)14)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각각하소. 삼현 한패 얻어오니 화랑이 줄무지라.15) 북치고 피리부니 여민락(與民樂)16)이 제법이라. 이풍헌(風憲) 김첨지(僉知)는 잔말 끝에 취도(醉倒)하고 최권농(勸農) 강약정(約正)은19) 체골(體滑)이춤20)을 춘다. 잔진지(盞進之)21) 하올 적에 동장님 상좌하여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 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이 뉘덕인고. 천은도 그지없고 국운도 망극하다. 다행히 풍년 만나 기한(飢寒)을 면하도다. 향약(鄕藥)은 못하여도 동헌(洞憲)22)이야 없을소냐. 효제충신(孝悌忠信)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 마소.
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자식을 길러 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천신만고(萬苦) 길러내어 남혼 여가 필하오.23) 제각기 몸만 알아 부모 봉양 잊을소냐. 기운이 쇠진하면 바라느니 젊은이라. 의복 음식 잠자리를 각별히 살펴 드려 행여나 병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고까우신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적에 중중거려 대답말고 화기로 풀어내소.24) 들어온 지어미는 남편의 거동 보아 그대로 본을 뜨니 보는 데 조심하소.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눴으니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간격없이 한통치고 네것내것 계교 마소25) 남남끼리 모인 동서(同參) 틈나서 하는 말을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귀순(歸順)26)하리. 행신(行身)에 먼저 할 일 공순이 제일이라. 내 늙은이 공경할 제 남의 어른 다를소냐. 말씀을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하물며 상하분의(上下分義) 존비(尊卑)가 현격(懸隔)하다. 내 도리 극진하면 죄책을 아니 보리. 임금의 백성 되어 은덕으로 살아가니 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일년의 환자(患者) 신역(身役)27) 그 무엇 많다 할꼬. 한전(限前)에 필납함이 분의에 마땅하다. 하물며 전답 구실28) 토지로 분등(分等)하니 소출(所出)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 되나니29) 그러나 못 먹으면 재(災) 줄여 탕감(蕩減)하리.30) 이런 일 자세 알면 왕세(王稅)를 거납(拒納)하랴.
한 동네 몇 홋수에 각성(各姓)이 거생(居生)하여 신의를 아니하면 화복은 어이할꼬. 혼인 대사 부조하고 상장(喪葬) 우환(憂患)31) 보살피며 수화(水火)도적 구원하고 유무상대(有無相貸)32) 서로 하여 남보다 요부(饒富)한 이 용심(用心) 내어 시비(是非) 말고33) 그 중에 환과고독(鰥寡孤獨) 자별(自別)히 구휼(救恤)하소.34) 제각각 정한 분복(分福) 억지로 못하나니 자네를 헤어보아 내 말을 잊지 마소. 이대로 하여 가면 잡생각 아니 나리. 주색잡기(酒色雜技)35) 하는 사람 초두(初頭)부터 그리할까. 우연히 그릇 들어 한 번하고 두 번하면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 줄 모르나니 자녀들 조심하여 작은 허물 짓지 마소.
1) 염담( 淡) : 짜고 싱거움 2) 조기 젓국으로 담근 김치 3) 둘 다 오지그릇으로 된 작은 독의 한 가지 4) 구덩이에 묻어 두는 무우 5) 방고래(온돌 밑의 고랑)에 쌓인 재를 구둣대로 쑤시어 내는 일 6) 벽에 흙을 바르는 일 7) 덧 댄 울타리 8) 무엇을 막기 위하여 거적 따위를 침 9) 콩깍지 따위를 묶어 둔 것 10) 과동시(過冬柴) : 겨울 동안 땔 나무 11) 강신(降神)날 : 추수감사의 뜻으로 고사나 굿을 하는 날 12) 단자( 子) : 경단. 찹쌀 따위를 동글동글하게 빚고, 꿀이나 고물을 겉에 묻힘 13) 껍질을 벗겨서 14) 돼지 15) 풍비(豊備) : 넉넉하게 마련함 16) 포진(鋪陳) : 자리 따위를 깔아 놓다 17) 풍악치고 노는 패거리를 하나 불러오니, 광대(화랑)들이 줄무지(상여를 메고 풍악과 춤으로 노는 여흥)가 흥겹다 18) 여민악(與民樂) : 아악(雅樂)으로 나라 잔치 때에 연주하던 음악 19) 풍헌(風憲)·검지(僉知)·권농(勸農)·약정(約正)은 모인 유지들의 직함인데, 풍헌은 면이나 동의 직원, 첨지는 남자에 대한 일반적인 존칭. 권농은 농촌 지도원. 약정은 향약(鄕約)의 책임자 20) 체활(體活)이춤 : 망석중놀이, 꼭둑각시춤 21) 잔진지(盞進之) : 술잔을 올리다 22) 향악·동헌(鄕藥·洞憲) : 향약은 유교적인 인륜도덕을 함께 지켜 나가기 위한 마을의 규약이요, 동헌은 마을 사람들이 지켜야 할 규칙(앞의 것은 교화적(敎化的)이고 뒤의 것은 다분히 법률적이다.) 23) 온갖 고생(千行萬苦) 끝에 길러내어 아들 장가들이고, 딸 시집보내면, 24) 투덜투덜 말댓구하지 말고 화목한 분위기로 술술 풀리게 하시오 25) 네것이니 내것이니 하고 서로 구별 말고 한데 합치어 서로 양보하고 화합하라 26) 귀순(歸順) : 겨루는 마음을 버리고 진심으로 순종하게 됨 27) 환자·신역(還者·身役) : 봄에 꾸어서 먹은 것을 가을에 갚는 곡식이나 부역(賦役) 28) 토지세 29) 소출(所出)에 비하면, 10분의 1의 세금(十一稅설)도 못 된다. 30) 재(災) 줄여 탕감(蕩減) : 흉년이 들거나 해서 소출이 없으면 재앙을 줄이어 전면적으로 면제(탕감)해 준다. 31) 상장 우환(喪葬 憂患) : 장사지내는 일이나 병자가 집안에 있어서 걱정이 되는 것 32) 유무상대(有無相貸) : 있고 없는 것을 서로 빌려줌 33) 부자가 심술을 부려 옥신각신하지 말고 34) 홀아비·홀어미·고아·자식없는 늙은이를 특별히 도와주소 35) 술과 계집과 노름 - 예부터 패가망신(敗家亡身)의 근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십일월령 (十一月令) - 52구
십일월은 중동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가을에 거둔 곡식 얼마나 하였던고. 몇 섬은 환(換)하고 몇 섬은 왕세(王稅)하고1) 얼마는 제반미(祭飯米)요 얼마는 씨앗이며 도지(賭地)2)도 되어 내고 품값도 갚으리라. 시곗(市契)돈 장릿(長利)벼3)를 낱낱이 수쇄(收刷)하니 엄부렁하던4) 것이 나머지 바이없다. 그러한들 어찌할꼬 농량(農糧)이나 여투리라.5) 콩길음 우거지로 조반석죽(朝飯夕粥)6) 다행하다.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동지는 명일이라 일양이 생하도다.7) 시식(時食)으로 팥죽 쑤어 인리(隣里)와 즐기리라. 새 책력 분포하니 내년 절후 어떠할꼬.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루하다. 공채(公債) 사채(私債) 궁당(弓當)하니 관사(官使) 면임(面任) 아니 온다.8) 시비를 닫았으니 초옥이 한가하다. 단귀(短晷)에 조석(朝夕)하니9) 자연히 틈 없나니 등잔불 긴긴밤에 길쌈을 힘써 하소.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서 잣고 짜네. 자란 아이 글배우고 어린아이 노는 소리 여러 소리 지꺼리니 실가(室家)의 재미로다. 늙은이 일 없으니 기직10)이나 매어 보세. 외양간 살펴보아 여물을 가끔 주소. 갓 주어 받은 거름 자조 쳐야 모이나니.
1) 돈으로 바꾸고, 나라에 세금 내고 2) 도지(賭地) : 소작료(小作料) 3) 시장의 곗돈과 봄에 꾸어다 먹은 곡식 4) 실속은 없는 것이 겉만 부푼 것 5) 농사짓는데 쓸 양식이나 아껴서 모아 두리라 6) 조반석죽(朝飯夕粥) : 식량이 모자라서 일하러 나가는 아침에나 밥을 먹고 저녁에는 죽을 쑤어 먹음 7) 동지가 지나면 해가 조금씩 길어지면서, 양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8) 관가의 빚을 다 갚아 버리고 나니, 관가의 심부름꾼이나 면직원이 빚받으러 오지 않아 마음이 홀가분하다. 9) 짧은 해그림자에 아침저녁이 후딱후딱 지나가 버린다. 10) 기직자리 : 왕골로 짠 돗자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십이월령 (十二月令) - 40구
십이월은 계동이라 소한 대한 절기로다. 설중(雪中)의 봉만(峰巒)들은 해저문 빛이로다. 세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고. 집안의 여인들은 세시의복(歲時衣服) 장만할 제 무명 명주 끊어 내어 온갖 무색 들여 내니 자주 보라 송화색(松花色)에 청화(靑華) 갈매 옥색(玉色)이라. 일변으로 다듬으며 일변으로 지어 내니 상자에도 가득하고 횃대에도1) 걸렸도다.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 장만 하오리라. 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세육(歲肉)은 계를 믿고2) 북어를 장에 사서 납평(臘平)날 창애3) 묻어 잡은 꿩 몇 마린고. 아이들 그물쳐서 참새도 지져 먹세. 깨강정 콩강정에 곶감 대추 생률(生栗)이라. 주준(酒樽)에 술 들으니 돌틈에 샘물 소리 앞 뒷집 타병성(打餠聲)은 예도 나고 제도 난다. 새등잔 세발심지 장등(長燈)4)하여 새울 적에 웃방 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명랑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세배5) 하는구나.
1) 옷을 걸쳐 두기 위하여 벽에 가로 매달아 놓은 막대 2) 세육(歲肉)은 정초에 쓸 육류인데, 고기가 귀하던 때라 계를 부어 미리 장만하였음 3) 창애는 새나 짐승을 잡는 덫 4) 장등(長燈)은 밤새도록 켜 두는 등잔불 5) 섣달 그믐날 저녁에 하는 세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맺는노래 - 48구
어와 내말 듣소 농업이 어떠한고. 종년근고(終年勤苦)1) 한다 하나 그 중에 낙이 있네. 위로는 국가(國家) 봉용(奉用) 사계(私系)로 제선(祭先) 봉친(奉親)2) 형제 처자 혼상(婚喪) 대사 먹고 입고 쓰는 것이 토지 소출(所出) 아니라면 돈지당3)을 어이할꼬. 예로부터 이른 말이 농업인 근본이라. 배 부려 선업(船業)하고 말 부려 장사하기 전당잡고 빚주기와 장판에 체계(遞計)놓기4) 술장사 떡장사며 술막질 가게보기 아직은 흔전하나 한번을 뒤뚝하면 파락호(破落戶)5) 빚꾸러기 살던 곳 터도 없다. 농사는 믿는 것이 내몸에 달렸으니 절기도 진퇴 있고 연사도 풍흉 있어 수한풍박(水旱風雹)6) 잠시 재앙 없다야 하랴마는 극진히 힘을 들여 가솔(家率)이 일심하면 아무리 살년(殺年)7)에도 아사는 면하느니 제 시골 제 지키어 소동(騷動)할 뜻 두지 마소. 황천(皇天)8)이 지인(至仁)하사 노하심도 일시로다. 자네도 헤어보아 십년을 가령(假令)하면 칠분은 풍년이요 삼분은 흉년이라. 천만가지 생각 말고 농업을 전심하소. 하소정(夏小正) 빈풍시( 風詩)를 성인이 지었느니 이 뜻을 본받아서 대강을 기록하니 이 글을 자세히 보아 힘쓰기를 바라노라.
1) 종년근고(終年勤苦) : 죽을 때 까지 하는 고생 2) 국가봉사(國家奉用) 사계(私系)로 제선봉친(祭先奉親) : 위로는 나라에 봉사하고 개인적으로는 조상에 제사지내고 어버이를 봉양함 3) 돈 마련 4) 체계(遞計) 놓기 : 5일 단위(장날마다)의 일수놀이 5) 파락호(破落戶) : 파산해 집안 일 결단낸 사람 6) 수한풍박(水旱風雹) : 홍수와 가뭄, 바람과 우박 등 농사에 큰 타격을 주는 천재들이다. 7) 살년(殺年) : 혹심한 흉년 8) 황천(皇天)이 지인(至人)하사 : 하느님이 지극히 인자하시어. 천재지변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천혜(天惠)를 가장 많이 받는 땅의 겨레로서의 일맥의 안도감이 엿보인다.
[풀이]
맹춘(孟春): 초봄, 조춘(早春) 산중 간학(山中澗壑): 골짜기에 흐르는 시내 평교(平郊): 넓고 평평한 들녘 운물(雲物): 하늘 모양과 천지간의 경물 또는 경치 성상(聖上): 임금 애민 중농(愛民重農):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 를 중히 여김 간측(懇惻): 진심으로 측은히 여김 권농 윤음(勸農綸音): 농사를 권장하는 임금 의 교서 고사(姑舍) 고: 그만두고 성의(聖意): 임금의 뜻 산전 수답(山田水畓): 산 밭과 물 논 상반(相半) 게: 서로 절반이 되도록 게얼니: 게을리 일년지계 재춘(一年之計在春): 일 년의 계획 은 봄에 함 종년(終年) 이리: 해를 마칠 때까지의 일이 거름: 재로 만든 거름 와: 거름을 잘 썩도록 손질하여 세전(歲前): 새 해가 되기 전 이영: 이엉. 지붕을 이기 위해 엮은 짚 벗蘭: 보굿. 나무 그루의 껍질로서 이것을벗겨 두면 나무에 벌레가 붙지 않는다 함 미명시(未明時): 날이 밝기 전 며나리: 며느리 밋 여라: 걸러라 백화시(百花時): 온갖 꽃이 만발한 때 수한(水旱): 홍수와 가뭄 징험(徵驗): 경험에 비추어 앎 친척 인인(親戚隣人): 친척과 이웃 사람 와각버셕: 새 옷이 서로 마찰되면서 나는 소 리 물색: 물건의 빛깔 산나 : 사나이 세알(歲謁): 설날 사당에 인사하는 일 병탕(餠湯): 떡국 엄파: 움 속에서 기른 빛이 누런 파 무어엄: 무의 싹 오신채(五辛菜): 부추, 겨자, 파, 마늘, 무릇 의 다섯 가지 채소 맹하(孟夏): 초여름 청화(淸和): 하늘이 개고 날씨가 화창함 패어: 곡식에 이삭이 생겨 나와 방장(方長): 이제 막 한창 대사립: 대나무로 엮어 만든 사립문 가소: 심소 부룩: 사이 사이에 다른 농작물을 심는 일. 간작(間作) 갈: 떡갈나무 무논을 써을이고: 물이 고여 있는 논바닥을 곤죽을 만들고 무논에 써레질을 하고 농량(農糧): 농사를 짓는 동안에 먹을 양식 환자(還子): 가을에 갚기로 하고 봄에 관청 에서 꾸어 가는 곡식 한 잠 자고 이는 누에: 한 번 자고 일어난 누에. 누에는 부화하여 고치를 지 을 때까지 다섯 번 잠을 잠 훗그루: 뒤에 남겨 둔 그루 보아여: 잘 보살펴 주어서 햇잎: 그 해에 새로 돋아 나온 잎 승시(乘時): 때를 탐 개와(改瓦): 지붕을 고침 음우(陰雨): 음산하게 내리는 비 훗근심: 뒷근심 봄낳이: 봄에 짠 무명 필무명: 한 필이 넘는 무명 마전: 표백 형세(形勢)대로: 형편이 되는 대로 봉왕(蜂王): 왕벌 옹위(擁衛): 부축하여 좌우로 호위함 군신 분의(君臣分義): 임금과 신하의 의리 현등(懸燈): 석가여래의 탄생일에 등불을 켜놓는 일 불긴(不緊): 요긴하지 않음 느티떡: 쌀가루에 느티나무 연한 잎을 섞어 찐 떡 천렵(川獵): 냇물에서 놀이로 하는 고기잡이 잔풍(潺風): 고요하고 잔잔한 바람 수단화: 연꽃 촉고(數 ): 눈이 촘촘한 그물 은린 옥척(銀鱗玉尺): 크고 싱싱한 물고기 반석(盤石): 넓고 편평한 바위 노구: 돌과 흙으로 부뚜막을 쌓아서 낸 아궁 이 팔진미(八珍味): 중국에서 성대한 잔치에 갖 춘다고 하는 8가지 음식 우후청(五候鯖): 중국 전한 때 누호라는 제후 가 다른 네 사람의 제후와 더 불어 즐겼다는음식
중추(仲秋): 가을의 중간. 곧 음력 8월 로 도라: 자루가 돌아 완연 다: 뚜렷하다. 확실하다 들거고나: 들었구나 이실: 이슬 성실(成實)하고: 열매를 여물게 하고 공생(功生)하다: 공들인 일이 나타나다 여믈: 여물. 여물지 않아 물기가 많고 말랑말랑한 곡식의 알 황운(黃雲): 넓은 들판에 누렇게 익은 벼의 물결을 말함 고쵸다 : 고추를 엮어 매단 타래 쳠아: 처마 발 : 지게 위에 얹는 기구 망구: 소의 길마 위에 얹는 기구. 옹구 다락기: 다래끼, 입구가 작은 바구니 아 : 알밤 철 대야 Ρ게소: 필요한 때에 쓸 수 있 게 하여라 명지(明紬): 명주 추양(秋陽): 가을볕 쪽: 남빛, 쪽빛 잇: 빨강빛 수의( 衣): 시체에 입히는 옷 남아: 나머지 마루 아: 마름질하고 재어, 재단하여 마당질: 곡식의 이삭을 떨어 낟알을 거두는 일. 타작 중오려: 다소 일찍 익는 벼(오려: 일찍 익은 벼. 올벼) 아쇠야: 아쉬운 대로 작전(作錢): 물건을 팔아 돈을 장만하는 일 북어쾌: 북어 20마리를 한 줄에 꿴 것 젓조기: 젓으로 담근 조기 신도주(新稻酒): 햅쌀로 빚은 술 오려송편: 올벼로 빚은 송편 박나믈: 여물지 않은 막을 얇게 썰어 만든 나물 근친(覲親): 친정 부모를 찾아 뵙는 것 燔고리: 떡을 담은 고리 장옷: 부녀자가 나들이할 때 머리에 쓰던옷 반믈: 검은 빛을 띤 남빛 소복(蘇復): 원기가 회복됨 지기(志氣): 뜻과 기개 명년 계교: 내년 계획 밀 : 풀의 일종 더운가리: 날이 가물다가 비가 오면 그 물 을 이용하여 논을 가는 일 모맥(牟麥): 밀과 보리 추경(秋耕): 가을에 밭을 가는 일 魅魅치: 끝까지 인공(人功): 사람의 일 천시: 때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현상
* 이해와 감상
조선 후기 실학파의 대가인 정약용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의 작품인 이 노래는 농 가에서 1년 동안 해야 할 농사에 관한 실천 사항과 철마다 다가오는 세시 풍속 및 지켜야 할 범절 등을 달에 따라 상세히 읊은 월령체(달거리) 가사이다. 머리 노래 에 이어 정월령부터 12월령까지 모두 13장 1,036구로 이루어진, 월령가로서는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며, 농사철의 안내는 물론 농구(農具) 관리와 거름의 중요성, 그리 고 작물, 과목, 양잠, 양축, 양봉, 산채, 약초, 김장, 누룩, 방적 등 다양한 농사일과, 세배, 널뛰기, 윷놀이, 달맞이, 더위팔기, 성묘, 천렵, 천신(薦新) 등 다양한 민속 행 사를 광범위하게 담고 있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는 조선 후기 실학자의 풍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며, 조선 시대 생활사 및 풍속사의 귀중한 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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