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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도보여행

천수만의 비경

일  시; 2016년 4월 19일

구  간: 안면암입2구 - 안면암 - 안면암입구 - 버스 이용 - 원청리 - 당암리 - 서산 B지구방조제 -  간월도 - 간월암 ( 17.5km) 


                                                  17. 안면암 & 간월암

안면도에서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이 안면암이다. 해돋이 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안면암은 77번 국도에서 동쪽으로 2.5km, 천수만을 바라보는 바닷가 언덕에 자리 잡은 대한 불교 조계종 17교구 본사 금산사의 말사로 1988년에 지어진 사찰이다.

 

 

건립한지 30년도 안 되는 안면암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자연경관을 활용하여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면암에서 100m 떨어진 두 개의 섬(조구널 섬) 중간에 부상탑을 조성하여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감을 보여주고 있다.

 

 

안면암과 부상탑 사이에는 나무판자로 만든 부교를 설치하여 밀 물때는 물위에 뜨고 썰물이 되면 갯벌에 가라앉는 구조로 되어있다. 7층으로 조성된 부상탑도 부교와 마찬가지로 17미터의 탑신이 1.1m의 구조물위에 안치되어 심한 태풍과 풍랑에도 원형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 불심의 신통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명 여우섬으로 부르는 조구널 섬은 조기가 많이 잡히던 시절, 섬 가득히 조기를 말렸는데 충청도 방언으로 조기를 너는 섬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일반 사찰의 경우 화강암을 다듬어 석탑을 안치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곳 안면암은 재료를 스텐레스와 동()을 사용하여 가벼운 중량감으로 인해 부상할 수 있는 특징과, 날렵하게 날아오르는 비천상과 황금빛 색상으로 치장하여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대웅전 또한 장중한 목조 건물로 사찰의 위용을 과시하는데 비해, 콘크리트재료를 사용하여 3층 건물에 화려한 색상으로 단청을 하였다.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여 안면도를 대표하는 명소로 부상하는 안면암을 뒤로 하고, 입구로 되돌아 나오니, 한 시간 마다 다니는 버스를 채 일분도 안 되어 탈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원청삼거리에서 시작하는 답사는 96번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진행한다. 4차선 도로 옆으로 자전거길을 개설하여 편안한 행보가 이어진다. 담암마을회관에서 자전거길이 96번 도로를 뒤로 하고 산 고개를 넘는다. 지도에도 없는 길이라 망설임 끝에 자전거 길을 따르기로 한다. 태안이 자랑하는 솔향기길과 해변길에 견줄만한 호젓한 길이다.

 

 

산 벚꽃이 흐드러진 고개 마루에는 짝을 찾는 새들이 구애의 목소리로 산울림을 하고, 동쪽으로 천수만이 끝없이 펼쳐진다. 다행이도 자전거 길은 96번 도로 옆으로 돌아오고, 또 한 번 산 고개를 넘은 뒤, 서산 B지구 방조제로 올라선다. 태안기업도시 라티에라 홍보관을 지나면서 한국이 낳은 불세출 정주영의 걸작 품이 펼쳐진다. 서산의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는 정주영이라는 한 인간의 의지로 일구어낸 결정체이다.

 

 

9.8나 되는 물막이 제방공사에서 약 270m 를 남겨두고 최대의 난관에 봉착한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구간에서 유조선을 이용하라는 정회장의 기지(奇智)는 수리학의 석학들도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다. 길이가 332m나 되는 226000t급 대형 유조선에 물을 채우고 물막이 공사를 완공함으로써, 서산간척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다.

 

 

1982년 착공하여 13년만인 1995년 완공함으로써 여의도의 35배에 달하는 농토를 개발하고, 홍성과 태안의 생활권을 1시간 30분에서 20분으로 단축하는 기적을 이루었으며, 태안군 30여개 해수욕장들이 빛을 보면서 태안해상국립공원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당암포구에 도착하며 지난 5개월 동안 해안선 500km17개구간으로 나누어 답사해 오던 태안 땅을 뒤로하고, 철새탐조 전망대 앞에서 휴식을 한다. 일각에서는 서산간척 사업으로 갯벌이 사라지고 환경이 파괴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겨울이면 찾아오는 철새들의 군무는 우리들이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손님이 아닌가.

 

 

석양에 물든 갈대가 불꽃처럼 타오르는 천수만 간척지. 황혼으로 물드는 하늘위로 검은 장막이 드리워진다. 허공을 가르는 요란한 날개 짓과 거친 울음소리가 대지를 흔들고, 갈대가 부르르 몸부림친다. 수십만 철새가 무리지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오르면, 하늘은 온통 가창오리의 천국으로 바뀌어 화려하고 변화무상한 춤사위가 펼쳐진다.

 

 

찬 서리가 내리는 초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창오리들. 멀고먼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가 고향인 바이칼 틸이 북한 땅으로 날아오며 태극오리로 휴전선을 넘어오며 가창오리로 이름표를 바꾸어 단다. 천수만의 날씨가 추워지면서 금강 하구언으로 이동하고, 동장군이 기세를 부리는 엄동설한에는 해남의 고천암호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고 한다.

 

 

햇빛이 부서지는 천수만, 토끼섬 뒤편으로 태안의 황도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인다. 황도에는 충남무형문화제 12호로 지정된 황도 붕기풍어제가 있는 마을인데, 1977년 제18회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래 황도어민들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간월도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도 위험하다. 속도제한(80km)을 무시하고 달려가는 차량들이 귓전을 스치는 총알처럼 공포감속으로 몰아넣는다. 왕복4차선도로에 1m안 밖의 경계표시를 두고 2.6km가 이어진다. 뒤로 물러설 수도 없고, 앞으로 나갈 수도 없는 진퇴양란(進退兩亂)이 따로 없다. 40분 간 피 말리는 순간들을 지나고 보니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하다.

 

 

간월도의 끝자락에 터를 잡은 무인도가 간월암이다. 간월암은 밀물 때는 섬이 되어 건너지 못하고, 썰물 때만 갯벌을 걸어서 간월암을 오르게 된다. 간월암은 조선태조의 왕사 무학대사가 이곳에 토굴을 파고 수도를 하면서, 달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은 곳이라고 한다. 조선에서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을 실시함에 따라 완전히 퇴폐된 것을 1941년 송민공선사의 주창에 의해 마벽초선사가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간월암을 찾을 때마다 썰물시간이라 그 진가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밀물시간이라, 만경창파에 한 송이 연꽃으로 묘사하고 있는 옛 시인들의 주장이 허구가 아니고 진정한 적멸보궁이라는 주장이 사실로 보인다.

 

 

천수만의 명물은 단연 어리굴젓이다. 4월말을 전후로 어리굴젓을 담그는데, 겨울에는 생굴로 먹지만, 봄이 되면 굴 맛이 알싸하여젓갈을 담가 먹는다. 서산 어리굴젓이 유명한 것은 굴 끝부분의 털 날개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커서 양념이 많이 스며들고 덕분에 맛이 깊다고 설명한다.

 

 

굴밥을 먹어보지 않고서는 간월도에 다녀왔다고 자랑하지 말라는 말처럼, 배가 출출해지는 시장 끼에는 굴밥이 딱 이다. 식곤증이 몰려오는 봄철에는 알이 굵고 향이 짙은 굴이 제격이다. 맛은 물론 영양까지 뛰어나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기록도 있다. 굴깍두기, 굴젓 등 독특한 먹을거리를 반찬으로 곁들이면 봄철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굴밥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배를 불리고 나니, 천수만 A방조제 3km를 지나갈 생각이 꿈만 같다. 모르는 길은 혹시나 해서 자나갈 수 있지만, 위험천만한 길을 들어선다는 것은 만용이요 객기인 것이다. 간월도 정류장에서 335분 버스에 올라 서산 터미널로 직행한다.

    

























                                                                    부상교 옆의 얼굴바위







                                                                천수만 도보 출발점인 원청사거리




                                                                               길가의 민들레








                                                                            철새 탐조 휴게소





                                                             서산부터 자전거 도로가 없다.









                   

                                                                    버드랜드입구 공원 - 정면의  토끼섬


                                                                                 토끼섬과 검호도

                                                    태안군 황도와 토기섬- 사장교가 희미하게 보인다.



                                                                              닭섬에 공원 조성공사


                                                                너무도 무서운 갓길 행진(2.6km)


                                                                           간월도의 아름다운 정경



                                                                  갈매기들의 비상



                                                                     간월도가 가까워 오고


                                                                           봄의 전령사 유채 꽃




                                                                                 만조가 시작되는 간월암


                                                                             간월도 전경


                                                                           천수만 건너 홍성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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