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6년 3월 26일
구 간: 송산 유원지 - 운평마을 - 평동저수지 - 노안역 - 감정천 - 장성천 - 버스 터미널 - (18km)
전남 12길(평온길)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8월 30일 바람길을 다녀간 뒤로, 7개월 만에 삼남 길을 다시 찾았다.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自信感(자신감) 때문이다. 도로 원표에 의하면 나주시청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346km다.
천리 길을 찾아가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지만, 중간에서 허비하는 時間(시간)과, 經費(경비)가 만만치를 않아 최소한 2박3일의 일정이 필요한데, 그때마다 事情(사정)이 생기고, 날씨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뒤로 미루다 보니, 이제야 삼남길에 오를 수가 있었다.
용산역에서 7시15분발 무궁화호에 올라 송정역에 도착한 시각이 11시27분이다. 19번 버스로 환승하여 송산유원지에 도착하니 12시 정각. 전남 12구간 평온길이 21km 거리다. 춘분이 지났으니 시간상으로도 충분하고, 날씨까지도 화창하여 錦上添花(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3일간 70여 km를 완주하겠다는 포부로, 심호흡을 하고 영암 월출산을 향해 발걸음을 내 딛는다. 22번 국도를 토끼 굴로 빠져 나와 운평마을로 들어선다.
1600년대 羅州丁氏(나주정씨) 丁江綠(정강록)이 이곳에 안주하며 생겨난 운평마을은 남쪽의 伏龍山(복룡산)과 마을 앞을 흐르는 黃龍江(황룡강), 멀리 우둑 솟은 龍泉山(용천산)을 합하여 三龍(삼룡)이 마을 앞으로 전개되는 넓은 평야에서 구름을 타고 놀았다 하여, 구름雲(운)자와 평평할 坪(평)자를 합하여 雲坪(운평)마을로 부르는데, 85호가 마을에 터전을 잡고 사이좋게 살아가는 마을이다.
고샅길을 빠져나와 산등성이를 넘어서면, 운평저수지를 만난다. 따사로운 봄볕아래 좌대를 펼치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너무도 평화롭게 보인다. 뒤로 보이는 伏龍山(복룡산)은 정상에 봉화대를 겸한 성터가 있는데, 왕건에게 쫓기던 견훤이 함적굴아래서 은신하다가 나주로 갔다는 전설과 오자치 장군이 이곳에서 무술을 연마하다가 자신이 타던 용마의 머리를 베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산이다.
양지바른 산자락에 산수유와 매화가 고운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데, 굳게 잠긴 사립문에 인기척은 간곳없고, 앙살 맞은 견공이 길길이 날뛴다. 아서라! 그만 두어라. 내 갈 곳이 따로 있으니 너에게는 미련이 없단다.
카셋트에서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에 餘裕自適(여유자적)하며 갈대밭이 무성한 평동저수지를 돌아서며, 광주시에서 조성한 “빗고을 산들길”과도 작별한 뒤, 무안광주 고속도로 밑을 통과하고 서광산 요금소를 육교로 통과하여 농촌 들녘을 지난다.
남녘에서 불어오는 훈풍을 타고, 싱그럽게 펼쳐지는 보리밭이 어느새 초록색 융단으로 갈아입고, 마을 주민들이 도라지 수확이 한창이다. 이제는 모든 작업이 기계의 힘을 빌린다. 십 여 년 전만해도 도라지나 더덕 캐는 데는 쇠 시랑이나 호구가 전부였는데, 경운기로 골을 깊게 파고 뒤에서 주워 담기만 하면 그만이니, 농사일에도 편한 세상이 되었다.
도라지는 우리 민요에도 구전되는 신토불이 약초다. 도라지 뿌리에는 풍부한 섬유질과 칼슘, 철분을 비롯하여 단백질, 비타민과 사포닌 등이 들어있는 우수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길경은 폐를 맑게 하고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며 뱃속의 찬 기운을 풀어주어 기침을 멈추고, 기관지천식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좋다고 한다.
에콜리안 광주CC를 지나는 삼거리에서 나주시 감정마을로 들어선다. 평화롭게 보이는 농촌마을에서 가슴 아픈 현장을 목격한다. 지난 가을 김장용으로 심었던 무밭이 한해 겨울을 넘기고도 밭고랑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으니, 바라보는 내 자신도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농산물이란 공산품처럼 계획생산을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날씨의 변수에 따라 풍흉을 점칠 수가 없고, 대단위로 경작하는 농가에서는 계약재배를 하게 되는데 풍년이 들어 생산량이 늘어나면 값이 폭락하게 되고, 중간상인들이 수확을 포기하게 되면서 계약금만 받고 피땀 흘려 지은 농산물이 애물단지로 변하여,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것이다.
벼농사로 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나주지방에서 대체 작물로 선정한 것이 미나리 생산이다. 너른 들녘에는 비닐하우스가 장관을 이룬다. 연료비가 많이 드는 겨울철에도 따뜻한 날씨 탓에 연료비 걱정도 덜고, 사시사철 수확을 하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효자종목이다.
우리식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미나리는, 약방의 감초처럼 모든 음식의 재료로 활용되는데, 무침과 전골종류, 복어요리를 할 때에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라 한다. 몸속의 중금속을 해독하고 체외로 배출해 주기 때문에 “천연 해독제”로 부르는 미나리는 東醫寶鑑(동의보감)에서 “갈증을 풀며 정신을 맑게 해준다. 또한 인체의 독을 제거해 주고 대 소장을 원활하게 하며 황달, 부인병, 술독을 해소하는데 탁월하다” 고 적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밑을 통과하여 감정천 둑방길을 가는 중에 지금은 폐세 된 노안역을 지난다. 잠시 후 장성천과 합류하여 구석현교에 도착하면, 승천보에서 내려오는 영산강 자전거도로와 만난다. 자전거도로는 이명박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4대강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담양댐에서 시작하여 목포 하구언까지 133km에 걸쳐 영산강치수사업을 완공하면서, 생겨난 부산물이다.
삼년 전(20113년 3월9일) 국토대행진을 하면서, 영산강을 찾아 이곳 구석현교를 지나던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무모한 도전으로 생각했던 가족과 지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완주한 1.300km의 멀고 먼 여정이 “물길따라 삼천리” 라는 수필집으로 세상에 선을 보일 때, 쏟아지는 찬사는 인간승리의 전주곡이 되었다.
그 뒤로 나의 야심찬 행진은 계속되어 동해안을 답사하는 해파랑길 770km와 휴전선을 걷는 평화누리길 450km, 영남길 경기도 편 140km, 진행 중인 서해안 도보기행 500km에 삼남길 350km를 완주했으니, 내 자신이 생각해도 대단한 성과를 남긴 셈이다.
영산강을 따라 나주대교가 있는 전망대 앞에 도착한다. 3년 전에는 전망대가 완공되기 전이라 내부에 들어갈 수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문이 잠겨있어 내부를 둘러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오늘의 일정이 나주시에서 일박을 하고 유서 깊은 나주읍성을 돌아보는 계획이라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영신장에 여장을 푼다.
처음보는 농기구
평동 저수지
봄의 전령사- 수선화와 할미꽃
도자지 캐는 농민들
에콜이안 광산CC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는 김장용 무
호남선 노안역 부근
감정천 둑방길
장수천 유입
영산강 건너 광주혁신도시
나주 금성산(451m)
나주고을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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