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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위스

인터라켄

2013년 4월20일

 

                                                     3. 스위스

 

광활한 대지에 빽빽이 들어찬 숲속을 바라보며 경제선진국 독일이 한없이 부럽다. 하지만 우리의 삼림자원은 어떠한가. 50년 전만해도 벌거벗었던 민둥산을 울창한 숲으로 가꾸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 않은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근면한 정신으로 일구어낸 소중한 유산이라 더욱 자부심을 갖게 된다.

 

독일과 스위스의 국경도시에 도착하면, 관광객은 버스에서 기다리고, 독일에서 물건을 산 관광객은 스위스 겸역소에서 신고를 하고 국경을 통과한다. 중립국을 표방하고 있는 스위스는 유럽 연합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스위스로 들어갈 때나 다른 나라로 나갈 때도 같은 방식으로 국경을 통과하게 된다.

 

프랑스나 이태리의 관광이 인간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역사 관광이라면, 스위스는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관광이다. 따라서 날씨가 관광의 큰 변수로 작용한다. 오늘아침 융프라우의 날씨가 좋지 않아 관광열차가 운행을 중지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희망에 부풀어 있는 우리에게 찬물을 끼얹는 순간이다. 알프스의 날씨가 너무도 변덕스러워 제대로 관광을 하는 날이 일 년에 40여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하늘의 도우심이 꼭 필요한 곳이다.

 

알프스 산맥이 가까워지며 광활하게 펼쳐지던 평원이 산악지역으로 바뀌고, 하얀 눈으로 덮인 새로운 세상이 전개된다. 융프라우를 찾는 관광객들이 필히 거쳐야하는 인터라켄은 “호수의 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스위스 중부지방에 자리 잡은 베른주에 속하는 인터라켄은 남동쪽 26km지점에 툰호와 부리엔츠호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드디어 툰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명경지수와 같이 맑은 호수위로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자락이 내려 안고, 녹색융단의 초원위로 그림 같은 집들이 펼쳐진다. 짙은 먹구름이 알프스의 산정을 우리의 시야에서 빼앗아간 채 심술을 부린다. 도심지에는 시계, 스위스 칼, 초코릿을 파는 점포를 비롯하여 숙박업소들이 밀집되어 있다.

 

그 중에서 규모가 큰 쇼핑센터 전면에는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로렉스 시계로부터 각종 고급브랜드가 진열되어있고, 안쪽으로 중저가 물건이 진열되어있는 매점 앞에는 관광객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도심지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아간다. 도심지는 중세유럽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자연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뒷골목까지도 흐트러진 곳이 없는 청결하고 깨끗한 마을이다.

 

저녁을 마치고 도심지 산책길에 나선다. 이곳에는 2개의 역이 있는데, 외부로 연결되는 곳이 서역이고, 산악열차를 타는 곳이 동역이다. 인터라켄은 스위스의 대표적인 관광지라서 서독의 초고속 열차인 이체와 프랑스의 테제베가 이곳에서 시작되고, 유럽전역의 외부도시와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시내중심가를 흐르는 하천은 알프스에서 녹아내린 만년설이라 수량도 많고 물살이 세어 가슴속이 시원하게 녹아내린다.

 

호텔로 돌아와 알프스 정상에 오르는 꿈으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융프라우의 악몽에 시달리며 창밖을 바라보니 청명한 날씨는 아니라도 어제보다는 시야가 확보되어 정상에서의 조망을 기대해본다. 서둘러 호텔식으로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융프라우를 오르기 위해 동역으로 이동한다. 알프스를 오르는 모든 관광객이 겨울옷으로 중무장을 한 채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관광객들이 아수라장을 이루고, 환승열차에서 일행들과 떨어지면 다시 만나기가 어렵고, 지정된 열차를 놓치게 되면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많은 손해를 보며 생고생을 하게 되니 개인행동을 하지 말라는 가이드의 신신당부가 계속된다.

 

처음 출발하는 산악열차에 몸을 싣는다. 융프라우관광은 3번의 열차를 갈아타고 2시간 30분간 고도3,454m의 전망대까지 올라간다. 동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동화속의 나라 라우터부루넨 마을을 지난다. 이곳에는 부라이튼 빙하에서 발원한 루치네 강이 U형으로 흘러내리는 협곡이 있어 산허리를 흘러내리는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융프라우(4.158m)는 스위스 베른주의 알프스 산맥에 속하는 산으로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터라켄의 오스트역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아이거글레시어(2320m) 까지는 바깥을 관망할 수 있는 산악지역을 지난다. 열차를 타고 오르다보면 차창 밖으로 그림 같은 전원풍경이 펼쳐지고, 전날내린 눈으로 하얀 은빛세계에 푸른 상록수가 어우러진 숲속을 지날 때는 감탄사가 절로난다.

 

카메라로 차창 밖의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첫 번째 역에서 내려 두 번째 열차로 갈아탄다. 산악열차에서 바라보는 빙하. 만년설의 무게를 이기지못하고 융프라우에서 흘러내리는 옥색 빛을 띠는 세계에서 가장 긴 알레치 빙하는 유네스코에서 자연유산으로 지정하였다고 한다. 두 번째 역에서 눈보라가 비껴간 틈새를 타고 정상이 얼굴을 내민다. 모두들 탄성을 지르지만 잠시 후 눈보라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만다.

 

세 번째 열차를 갈아탄다. 산장 같은 숙소와 호텔을 뒤로하고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바위암반을 뚫어 만든 7.2km의 터널을 통과 하는 동안 5분씩 두 번 정차한다. 톱니바퀴의 힘으로 25도의 경사로를 올라가는 열차가 첫 번째 정차역인 아이거반트(2865m)에 도착한다. 터널전망대에서 글라이네 샤이텍, 튠 호수 등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전날내린 폭설로 호수도 마을도 눈 속에 묻혀 은빛세계가 펼쳐진다.

 

융프라우가 "신이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 이라는 칭송을 받는 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 융프라우의 두 번째 정차역인"아이스 메어"(3160m) 터널 전망대에서 드넓게 펼쳐진 빙하와 암벽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이곳에는 철도를 설계하고 기획한 아돌프 구에르 첼러 두상이 있다. 알프스의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에 만들었다고 하나, 폭풍우로 제대로 볼 수가 없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망대 지하 200m에 있는 마지막 정거장에서 내려 얼음동굴로 향한다. 만년설을 쪼고 다듬어서 만든 동굴은 방문객들의 체온이 얼음을 녹이기 때문에 영하3도의 냉각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동굴 통로 옆으로 독수리, 펭귄, 곰, 로마시대의 항아리, 에스키모 얼음집, 등 수정 같은 예술작품들이 우리의 시선을 압도하고 수직승강기 앞에서도 장사진이다.

 

초고속 승강기로 순식간에 올라선 곳이 "TOP OF EUROP"유럽의 정상(스핑크스 전망대)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알레치빙하와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의 3개 봉우리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 기대가 컸지만, 몸이 날아갈 정도로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는 북풍한설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정상을 볼 수 있는 행운은 얻지 못했지만, 만년설을 밟아보는 것만으로도 알프스의 신에게 감사를 드린다.

 

융프라우는 알프스의 봉우리 중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융프라우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유라는데, 자연유산에 등재된 날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강풍에 몸이 날아갈 지경으로 영하의 혹한 속에서 잠시도 머물 수가 없다.

 

우리가 타고 온 융프라우 철도는 1896년-1912년 건설되었으며 최대경사도 25도의 아프르식으로, 9.3km를 오르는데 50분이 걸린다. 클라이네샤이텍(2061m)에서 약 2km는 완만한 초원이고 나머지 7km는 모두 아이거와 묀히의 산허리를 뚫은 터널이다. 아이거 북벽은 알프스 3대 북벽(마테호른, 아이거, 그랑죠라스) 중 하나로 꼽히며 험난한 모험을 뜻하는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암벽을 뚫고 1912년부터 운행되기 시작한 산악열차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3454m)인 융프라우요흐까지 이어진다. 1811년 마이어 형제가 발레 쪽에서 등정에 성공하였으며, 1865년 영국의 G영과, H.B조지가 인터라켄 쪽에서 1927년에는 2명의 가이드가 남쪽에서 각각 정상에 오르며 융프라우에 인간의 발자취를 남겼다.

 

동역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전망대로 몰려드니, 난장판이 따로 없다. 사람의 물결 속에서 일행들과 떨어지지 않으려면 개인행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먹는 컵라면이 최고의 추억이라 하여 한국에서부터 준비를 해 갔지만, 배낭을 열어볼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대신 산악열차운행 100주년을 기념하여 나누어준 여권에 스탬프 찍는 것으로 대신한다.

 

알프스열차관광도 추억 속으로 남겨두고 하산 길에 오른다. 두 번째 역인 클라이네 샤이텍에서 라우터부루넨과 그린델발트로 방향이 갈라진다. 이곳에서도 일행들과 떨어지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우리는 올라오던 계곡과 반대방향인 그린델발트로 내려온다. 하얀 눈이 가득한 설원에서 스키어들의 신나는 질주가 이어진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신이 내려준 선물이고, 깨끗한 공기는 인간이 유지해야할 자연유산이다.

 

달력에 단골로 등장하는 그린델발트 산간마을. 알프스소녀 하이디가 뛰어 노는 동심의 세계는 하얀 만년설과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양떼들과 통나무집에서 들려오는 감미로운 요들송, 에메랄드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잔잔한 호수 가를 지나며 열차도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에게 마지막 서비스를 한다. 때 마침 아이거 북벽의 날카로운 암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모두들 감탄사로 답례를 하며 인증 샷을 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동역에 도착하여 중심가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것으로 알프스관광도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스위스는 면적이 4만천㎢에 7백7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중립국으로 700여 년간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수도는 베른(행정수도)과 로잔(사법수도)으로 나누어진다. 국토의 1/4이 높은 알프스 산맥으로 이루어진 스위스는 서쪽으로 프랑스, 북쪽으로 독일, 동쪽으로 오스트리아와 리히텐슈타인공화국, 남쪽으로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내륙국가로 남북길이가 약 225km에, 동서 최대 폭이 약 336km이다.

 

 

 

 

 

 

 

 

 

 

 

 

 

 

 

 

 

 

 

 

 

 

 

 

 

 

 

 

 

 

라우터 부르넨은 부라이튼 빙하에서 발원하여 루치네 강이 흘러내리는 U형으로 300m-500m의 협곡을 이루고 있어 산허리를 흘러내리는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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