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야!!!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느냐.
건강하지 못하신 친정어머니에게 가현이를 맡겨놓고, 회사에 출근하랴. 저녁에는 병상을 지키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고된 생활을 하면서도, 시집식구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송현 아범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너의 마음고생을 헤아리지 못하고 괜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동안 얼마나 시댁을 원망하였느냐?
그래도 그렇지 시 애비에게 조차 등을 돌리는 것은 심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 너와 우리가 인연을 맺어 온지 십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눈살 한번 찌푸린 적 없이 오직 사랑으로 대하여 왔건만 시댁이라는 이름으로 외면당하고 보니 허망하기 그지없더라.
상암동 서현이 집에 도착하면서 가현이가 아프다는 전갈을 받고, 한시라도 빨리 가현이를 돌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고, 메시지를 보내도 묵묵 부담이라. 애타는 마음을 진정할 수 없지만 속수무책이 아니냐?
대화의 단절이 얼마나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이 증폭되어 오해를 낳고 상대를 원망하게 된단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분진이 한 올 한 올 쌓여서, 먼지가 되고 결국에는 숨 쉴 수 없는 삭막한 공간으로 변하고 만다는 사실 말이다.
사람이 완벽 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 누구나 장단점을 갖고 있게 마련이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보듬어 안으면 행복할 것인데, 내 자신의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는데서 오해의 싹이 트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단다.
예전부터 시댁이란 단어는 쉽게 융화될 수없는 말인가 보다. 故事成語를 보면 시집에 대한며느리의 고충이 많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만큼 시집식구들과의 관계가 불편하다는 표현일 것이다. 엄마와 딸 사이라면 심하게 다투고도 금 새 웃음으로 대할 수 있겠지만, 고부간의 관계란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이번일로 인해 시어머니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내가 몰랐던 사실들이 들어날 때마다 네가 받은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며느리도 자식인데, 말 한마디라도 따듯하게 대해 줬더라면 얼마나 마음이 편했을지, 무심코 던진 돌팔매가 상대방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생각들을 왜 못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에미야!!! 정말 미안하다.
시어머니와 시누이도 네가 미워서 한 말은 아니고, 아범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에게 무리한 요구로 변질된 것이 아닌가 싶다. 너희 둘의 보금자리를 행복한 가정으로 꾸미고, 송현이와 가현이가 건강하고 올바르게 자라는 것이 시아비의 바램이다.
그러하기에 신혼 초에 함께 살자는 너의 순수한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분가하여 친정 부모님 곁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하게 된 것이고, 행복한 보금자리에서 송현이와 가현이도 태어나고 남들보다 빠르게 집장만을 하여 잘살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단다.
사실 결혼생활이란 당사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주위에서 일어나는 잡음으로 불화의 씨앗이 된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부부의 주체는 두 사람이고 시부모나 친정 식구들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울타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하니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잠시잠간 스쳐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하단다.
시어머니도 이번 일을 기화로 너희들의 일에 일일이 참견하지 않고,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겠다고 했으니 시애비의 말을 믿어주면 좋겠다. 송현 아범의 몰골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이역만리 열사의 나라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데,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불화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에미야!!!
지난 일을 모두 잊어 달라고 하지는 않겠다. 말로는 쉽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는 앙금이 쉽사리 없어지겠느냐. 하지만 마음을 풀어다오. 두 사람사이에 문제가 없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겠느냐. 비온 뒤에 땅이 궂어진다고 하지 않더냐? 갈등과 번민이 화합으로 승화된다면 더욱 돈독한 사이로 발전될 것이다.
행복이란 사랑하는 이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아범의 얼굴에 드리워진 수심을 걷어내고 활짝 피어나는 웃음꽃을 보자꾸나. 지금까지 시애비를 믿고 신뢰하였던 것처럼, 불미스러웠던 일들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한다면, 밝아오는 계사년에는 우리 집안에도 행복한 날이 찾아올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며느리 신애야. 사랑한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출근하여 보내주신 메일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아범과 얘기도 나누었고요
먼저 새해인사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아버님께 실망 끼쳐드려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버님께 연락온거도 보았고 문자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당시에는 더이상 제가 무슨말을 해도 다 믿지않고 안들어주실꺼 같아서
아범과도 대화를 단절을 했던부분도 있습니다.
어머님 작은형님 다 저를 생각하시어 말씀하신거 알아요
하지만 계속 반복되어지는 일이 생기다 보니 점점 무서움이 더 커지는 제 마음이 한곁에 생기더라고요
문자로 호출만 와도 또 무슨일이지?? 회사에서 일이 손이 안잡히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아범에게도 몇번이나 중간에 이야기를 하여도 그떄 당시에는 집안에 조용히 넘어갈려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보여
참고 참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현이가 아픈소식에 병원과 일과 머리가 복잡한시기에 작은형님 어머님의 말씀을 들었을때
정말 너무하는구나 라는 싶은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아버님께서 주신 편지를 보고 저도 잘한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을 하고 처음에 잘해야지 잘해야지 생각을 했던 저가 점점 시댁에 두려움이 되어졌던거 같습니다
이에 제가 대화와 행동이 무뎌지는 모습을 보셨을때 어머님도 실망이 크셨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범도 먼 타지에서 일을하고 가족과 떨어져 있는데 마음도 편치 않았을것이고요
저 또한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이번일로 정말로 속 상하게 해 드리점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리고 아버님, 어머님 건강하셔서
저희 아범과 저 송현이 가현이 더 이쁘고 화목한 가정으로 살아가는것 지켜봐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건강하세요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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