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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세계/시와산 계간지.2

제 71 호 - 여름은 넘치는 계절이다

 

권두언

 

                                                  매실주

아내와 함께 경동시장을 다녀왔다. 전국에서 가장 싼 곳.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곳이다. 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제철만난 매실이다. 가판대 제일 앞자리를 차지한 매실이 보기에도 탐스럽다. 유난히도 추었던 겨울의 찬바람 속에서도 꽃을 피워내고 알알이 영근 매실들이 소비자의 눈길을 유혹한다.

 

 

모든 사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눈이 쌓인 가지를 밀어내며 꽃망울을 터뜨리는 설중매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을, 늙은 몸에서 정력이 살아나는 회춘(回春)을 상징하였다. 해서 매실이 생산되는 5, 6월이 되면 각 가정마다 매실 담그기에 분주하다. 매실은 담그는 방법에 따라 껍질이 연한 녹색에 과육이 단단하고 신맛이 강한 청매, 향이 좋고 빛깔이 노란 황매, 청매를 쪄서 말린 금매, 청매를 소금물에 절여 햇볕에 말린 백매, 청매의 껍질을 벗겨 연기에 그을려 검게 만든 오매 등이 있다.

 

 

알이 굵고 싱싱한 매실 한 박스를 골라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설탕까지 사왔으니 일차적으로 준비는 끝난 셈이다. 평소 술을 즐겨하는 나를 위해 매년 매실주를 담 그어 한 잔씩 반주삼아 마시는 매실주는 은은하고 고풍스러운 맛이 그만이다.

 

 

매화는 사랑을 상징하는 꽃 중에서도 으뜸이며 이른 봄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탐스러운 꽃을 바라보며 시인이나 묵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탓에 好文木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위와 타협하지 않고 꼿꼿한 선비정신을 유지하고 있어 지조를 상징하는 꽃으로 四君子 중에서도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매실주 한 잔을 음미하며 우리 詩山도 세상 풍파를 이겨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매화의 고고한 자태로 표현하고 싶다.

 

 

 

 

 

 

                                             의정부 둘레길

 

 

올래길, 둘레길, 마실 길로 들불처럼 번지는 걷기운동으로 주말이면 입추의 여지가 없는 원색의 물결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도봉산과 수락산의 정기를 받은 의정부는 사패산과 흥복산, 천보산으로 둘러싸인 인구 42만 여명에 82㎢의 아담한 면적을 가진 위성도시다. 수도 서울을 사수하는 천혜의 요새지인 탓에 산봉우리마다 군부대가 자리 잡고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국립수목원이 있어 의정부시계를 완전히 종주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종주 길에 나서본다.

 

 

1부 : 흥복산에서 울대고개까지는 지뢰경고표시가 있어 접근이 불가능하므로 울대고개에서 사패산 쪽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한북정맥이 지나는 울대고개는 의정부시 가능동과 양주시 장흥면이 경계를 이룬다. 교외선과 평행으로 달리는 39번 국도는 의정부에서 외지로 나갈 수 있는 큰길 중에 하나로 서울의 구파발과 고양시로 연결되는 관문이다.

 

 

한북정맥과 동행하는 시 경계는 일반인들이 찾지 않는 곳이라 가시덤불이 앞길을 가로막고 군부대훈련장이 있어 진행하는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골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며 긴장감도 사라지고 일명 샌드위치바위를 지나 벼랑길을 기어오르면 사패산(552m) 정상이다. 선조의 여섯째딸인 정휘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갈 때 하사하여 붙여진 사패산은 수십 명이 쉬어갈수 있는 널찍한 바위암반으로 정수리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회룡사에서 송추로 넘어가는 회룡골재를 지나며 도봉산 오름길이 시작된다. 한여름이면 시원한 그늘 속으로 가을이면 붉게 타오르는 단풍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면 길을 치고 오르면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의 분기점인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649봉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의정부는 부처님 손바닥처럼 도심지의 뒷골목까지도 선명하다. 관북지방에서 한양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의정부는 태조 이성계가 태종 이방원과의 불화로 함흥차사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지고 이성계의 환심을 사기위해 정승들이 이곳까지 행차하여 정무를 본 후로 지어진 이름이다. 또한 회룡사는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전설이 깃들여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고 부근에 있는 석굴암은 김구선생이 은거하던 곳으로 바위에는 친필서각이 남아있다.

 

 

아기자기한 포대능선의 암 봉을 넘나들며 자운봉(740m)이 지척에 보이는 벙커가 있는 716봉에 올라서면 의정부시와 도봉동이 경계를 이루는 다락능선과 천년고찰 망월사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수석의 전시장을 타고 내리는 다락능선은 조물주의 걸작 품이다. 바위와 어우러진 소나무 숲길을 내려설 때, 건너다보이는 자운봉과 선인봉, 만장봉이 도봉산의 백미를 이룬다.

 

 

대한불교조계종인 망월사는 신라 선덕여왕 8년(639)에 해호화상(海浩和尙)이 왕실의 융성을 기리고자 창건한 절이다. 대웅전 동쪽에 토끼 모양의 바위가 있고, 남쪽에는 달 모양의 월봉(月峰)이 있어 마치 토끼가 달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망월사가 건너다보이는 암봉을 내려서며 다락능선을 버리고 남쪽으로 은석암이 있는 낮은 능선으로 내려선다. 도봉산역을 바라보며 활등같이 휘어진 능선을 30여 분간 내려서면 인강학교 정문이 나오고 골목길을 빠져 나오면 도봉동과 다락원이 경계를 이루는 3번 국도가 기다린다.

 

 

 

2부 : 3번 국도는 의정부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가장 큰 관문으로 경원선이 전철로 개통된 뒤로는 서울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하다. 의정부에서 설치한 광고판을 뒤로하고 의정부 쪽으로 100여m 진행하면 경원선 전철 밑을 통과하여 비닐하우스 밭둑을 따라 중랑천으로 내려선다.

 

 

의정부가 자랑하는 조깅코스. 녹양역부터 시작된 중랑천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서울 숲까지 신나게 달려가고, 한강을 바라보며 팔당으로 행주산성으로 가지 못할 곳이 없다. 팔뚝만한 잉어들이 활개 치며 뛰어오르고 철새들이 찾아오는 지상낙원으로 변신한 중랑천. 후손들에게 물려줄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서울 쪽으로 1km쯤 내려서면 두원초등학교가 있는 중랑천다리가 나온다.

 

 

이곳까지가 의정부 남쪽 지경이고, 동쪽으로 수락 아파트 사이로 실개천이 흐르는 제방을 따라 동부고속화도로 무지개다리를 건너며 수락산 오름길이 시작된다. 왕 사토 비알 길은 소나무도 뿌리 내리기가 힘겨운지 벌거숭이로 남겨 진채 가시나무가 진을 치고 있다. 서울외곽 순환도로 수락터널위로 올라서면 꼬리무는 차량들이 21세기 우리의 번영을 예고하듯 신나게 달려간다.

 

 

의정부에 뿌리를 내린지 20년. 제2의 고향으로 마음을 열고 돌 하나, 풀 한포기까지 소중하게 보듬어 안고 시 경계를 따라 걷는 발걸음이 너무도 편안하다. 다정한 이웃들이 숨 쉬는 곳. 수락산 자락엔 노강서원이 자리 잡고, 시인묵객들이 놀던 그 자리에 천상병 시인의 발자취가 아련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험상 굳은 암릉 들이 앞길을 가로막고 비지땀 흘리며 안간힘을 쏟는다.

 

 

전망 좋은 정수리에 사뿐히 올라앉은 매월정. 조선중기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을 기리며 정자를 세우고 시편들을 걸었다. 세조의 왕위찬탈 이후 벼슬길을 버리고 전국을 유랑하며 발자취가 머물던 곳. 정자의 누각에 올라서면 건너편의 불꽃같은 도봉산이 하늘로 치솟고 호원동의 아파트 숲이 桑田碧海와 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신을 하고 있다. 주위 경관을 바라보며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에 김시습의 시 한편을 읍 조리면 만단시름이 녹아난다.

 

 

금오신화를 짓고

작은집에 자리 까니 따스한데

막 떠오른 달빛에 매화 창가에 가득

등불 켜고 긴 밤을 향 사르며 앉아

세상에 없던 새로운 책을 썼노라

 

벼슬할 생각은 이미 접었고

깊은 밤 소나무 창 아래 단정히 앉았네

향로에 향을 꽂고 깨끗한 책상에 앉아

풍류 넘치는 진기한 이야기 골똘히 찾았지

 

 

규모는 작지만 옹골찬 수락산. 북한산과 도봉산의 위세가 대단하다 하여도 만만하게 볼 산세가 아니다. 철모바위 돌아가는 난간에서 모골이 송연하고 정상의 표지석이 반갑기 그지없다. 수락지맥의 중심부를 이루는 637m. 아담한 돌비석에 커다란 바위 덩이 하나가 정상위에 올라앉았다.

 

 

수락지맥이란 한북정맥이 죽엽산(600m)을 지나 무림리 고개로 남진하다 축석령 가기 전 무명봉에서 분기하여 남동쪽으로 용암산(475.4m), 수락산(637m), 불암산(508m), 아차산(316m)으로 이어지는 43.8km 산줄기를 일컫는다. 이제부터 수락지맥과 팔짱끼고 걸어가는 경계선. 정상을 내려서는 암릉 길에는 나무데크로 계단을 만들어 편안하고 아름다운 산책로가 이어진다.

 

 

주말이면 정선오일장처럼 북새통을 이루는 종주길. 수락산이 자랑하는 기차바위에 도착한다. 건각들이 체력을 과시하는 불.수.사.도.북 다섯 산을 연계하는 종주길이 기차바위를 지나야 하지만 수락지맥은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암릉 길로 내려선다. 북새통을 이루던 인파들이 간곳없이 호젓한 암릉 길. 옹골차게 휘어진 소나무 등걸 부여잡고 내려서는 와중에 내원암의 독경소리가 금류폭포와 옥류폭포 속으로 녹아들고 마당바위 돌아가는 급류가 용담천으로 흘러든다.

 

 

눈이 부신 용현동과 민락동의 신시가지를 바라보며 30여분을 내려서면 43번 국도가 지나는 숫돌고개에 도착한다. 의정부쪽의 산곡동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반면 남쪽의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는 제법 번화한 도심지를 이루고 있다. 수락산과 용암산을 이어주는 지맥은 낮은 구릉지대를 형성하고, 부드러운 산세가 조상을 모시는 명당자리 인지라 가족 묘지들이 줄을 잇는다.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지맥은 청학리 주민들이 산책로로 이용하는 도정약수가 있어 발길이 분주하고 편안한 오솔길에서 모처럼 忙中閑을 즐긴다. 시원한 약수로 갈증을 달래고 울창한 참나무사이로 빼 꼼이 터진 산길을 오르면 곧바로 도정산 정상이다. 잡목이 무성하여 주위를 둘러볼 수는 없지만 지도상에는 깃대봉으로 표기된 289봉이다.

 

 

정상에 특별한 시설물은 없지만 도정산의 유래를 적은 간판이 있어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에서 지지조사와 토지 측량을 할 때 정상에 깃대를 꽂은 인연으로 깃대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의미에서 정갑성이 주장했던 개벽된 세상을 구현하기위해 도정산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제부터 나 홀로 산행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나만의 천국이다.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능선길이 지루하지 않고, 잘 다듬어진 소나무와 잣나무 숲속으로 들어서면 짙은 향기의 피톤치드가 분수처럼 온몸으로 파고들며 피로감이 싹 가신다. 또한 오가는 사람하나 없이 고즈넉한 산길에서 흥겨운 타령 한 곡조 뽑아내면 금상첨화가 아닌가.

 

 

좌우로 고산동과 용암동을 바라보며 1시간 동안 진행하면 비루고개에 도착한다. 두 마을이 소통의 길로 사용하고 있는 널찍한 수례길이다. 완만하게 경사진 산 비알에는 비옥한 토지와 배수관리가 수월한 탓에 배나무 과수원이 즐비하지만, 이곳에도 개발의 바람으로 머지않아 도심의 아파트 숲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3부 : 비루고개를 지나 320봉에 올라서면 지금까지 북쪽을 향해 달려가던 지맥이 동쪽으로 방향을 틀며 국립수목원 경내로 들어선다. 5년 전 수락지맥을 종주할 때는 통사정으로 국립수목원지역을 통과하였지만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선정된 이후로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기록 한 散文을 정리하여 “백두대간에 부는 바람”이라는 제목을 달아 발간한 산행수필집이 국토사랑의 기록물로 인정받아 산림청으로부터 “숲 사랑 지도원”증을 발급받았다. 국토의 지맥과 생태계를 관찰하고 산림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국공립수림원과 휴식년제로 통제된 지역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감회가 새롭다. 특혜를 받는 만큼 숲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우치며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데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한다.

 

 

산림감시원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올라서는 산등성이가 벌거숭이 민둥산으로 변하고 말았다. 수십 년간 공들인 울창한 숲이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할 때가 있나. 열 사람이 도둑 하나를 지키지 못한다더니 철저한 감시 속에서도 한 순간의 실수로 큰 재앙을 불러오고 말았다. 일찍 찾아온 삼복더위의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가며 방화지역을 벗어나니 천국이 따로 없다.

 

 

하늘을 뒤덮는 울창한 수림 속에는 작열하는 태양도 범접하지 못하고 정성들인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온실속의 천국이다.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사색의 공간속에서 사람하나 지나갈 수 있는 오솔길을 따른다. 골바람이 불어오는 그늘 속을 단숨에 올라서면 406봉이다. 林자와 58번 표지석이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부근에서 가장 높은 수리봉(537m)이고 천겸산(393m)과 퇴뫼산(367m)으로 연결된다.

 

 

왼쪽으로 완만한 능선을 따르면 용암산 오름길이 시작된다. 잣나무와 소나무, 참나무를 비롯한 각종나무들이 부위별로 식재되어 사열하는 장병들처럼 질서가 정연하다. 사람 없는 골에 산새들 천국이라 지휘자가 없어도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로 요란스럽다.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이 있는 용암산(477m)은 울창한 수림 속에 묻혀 답답하기 그지없다.

 

 

2010년 6월 2일 개최된 유네스코에서는 인간과 생물권계획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우리나라 최대의 산림보고인 광릉 숲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하였다. 생물권 보전지역이란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보호지역(생물권보전지역, 세계유산) 중 하나로 설악산(1982), 제주도(2002), 신안 다도해(2009)에 이어 국내에서 4번째로 한반도에서는 백두산(1989), 구월산(2004), 묘향산(2005)을 포함하여 7번째로 전 세계 109개국, 564개소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우리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자부심으로 숲길을 내려오면 용암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100여 m 떨어진 사면 길에 진흙탕 웅덩이가 있고 산돼지들이 천국을 이루고 있다. 진흙탕 마사지를 좋아하는 산돼지들의 특성에 따라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모습은 우리가 숲을 가꾸는 이유를 알려주는 좋은 교훈이다. 자연의 생태계는 우리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들이 먹이사슬에 따라 형성되는 자연조건에 따라 건강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고도를 낮추어 내려서는 둘레 길은 국립수목원과도 작별하고 무림리 내루동을 휘돌아 서쪽으로 내달린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에도 서울이 가깝다는 이유로 골골마다 그림 같은 전원주택이 자리 잡고 펜스 담장사이로 제철만난 넝쿨장미가 흐드러지게 향기를 뿜어낸다. 외진 산골마을이라 집지킴이 필요한지 황소만한 견공들이 낮선 사람들을 향해 으름장을 놓고 종종 걸음으로 고샅길을 빠져나간다.

 

 

숲속에 가려진 삼각점(포천 460)이 있는 235봉에서 북동쪽으로 급선회해야 한다. 산이라는 말이 실종되고 경작지로 연결되는 수레 길을 따라 진행하면 잠시 후 수락지맥의 분기점에 도착한다. 會者定離라는 말이 실감나게 그동안 정들었던 수락지맥을 뒤로하고 한북정맥을 따라 북쪽의 참나무 숲속으로 들어선다. 20여 년간 전국의 천 여산을 다녀오면서도 이곳만은 잊을 수가 없다. 잠시 후에 만나는 군부대의 삽살개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혼쭐이 난 곳이다.

 

 

앙살 맞은 삽살개를 깔보고 잘못 건드렸다가 독이 오른 채, 군부대의 철조망을 들락거리며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지던 5년 전의 수모. 다시는 어설픈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천천히 군부대 철조망으로 접근을 하니 삽살개는 보이지 않고 쇠사슬에 묶인 군견들이 으르렁 거리고 검정색의 개 한 마리가 하이애나처럼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울부짖는다. 그래도 목줄 때문에 달려들지 못하는 그들을 피해 종종걸음을 친다.

 

 

이제 축석고개도 머지않은 듯.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축석고개에서 민락동으로 빠지는 대체도로위로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만들었다. 산을 자르고 골을 메워 개설되는 도로 때문에 동물들의 행동반경이 줄어들고 생존권마저 위협을 받는다. 우리인간들의 편리함으로 인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 되고 말았으니 자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천혜의 요새처럼 육중하던 방호벽이 헐리고 4차선으로 확장된 축석고개. 엉금엉금 기어가던 차량들이 신바람 나게 달려간다. 의정부에서 외지로 나가려면 4곳의 대로를 경유하게 된다. 서울 도봉동 방면의 다락원길, 송추로 빠지는 울대고개, 양주로 빠지는 비석거리와 이곳 축석령이다. 이 고개를 분수령으로 하여 북쪽으로 흐르는 물이 포천천을 거쳐 한탄강에 이르고, 남쪽으로는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유입된다. 철원과 서울까지의 거리가 2백리가 된다고 하여 2백리 고개라 불렀다고 한다.

 

 

 

4부 : 내천(川)과 뫼산(山)을 형상하는 역동적인 모습.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통일조국의 중심지로 21세기를 준비하는 미래 지향적인 포천시의 정신을 표현한 상징물 옆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축석교회 앞마당으로 올라선다. 완만한 능선 길에서 쉬엄쉬엄 올라서면 전망 좋은 287봉이다.

 

 

포천시. 의정부시. 양주시가 경계를 이루는 287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서북쪽의 양주고을이 압권이다. 양주의 진산인 불곡산자락에 자리 잡은 양주시청을 중심으로 눈부시게 발전하는 고읍지구의 아파트 숲이 장관을 이룬다. 또한 이곳은 왕방지맥의 분기점이다. 북쪽으로 어하고개로 향하는 산줄기가 천보산(423m), 해룡산(660m), 왕방산(737m), 국사봉(754m), 개미산(453m)을 지나 연천군 청산면 영평천까지 이어지는 37.0km 산줄기를 왕방지맥이라 부른다.

 

15분간의 꿈같은 휴식을 끝내고 암릉 구간을 내려서면 그윽한 솔향기 속에 백석이 고개를 만난다. 의정부시 자일동과 양주시 삼승동을 오가는 백석이 고개는 그 옛날 마을을 이어주는 소통의 길이었지만 무성한 잡초 속에 허물어진 돌무더기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완만한 능선 길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피어나고 꽃길 따라 정상을 향하여 달려가면 북쪽으로 로얄 골프장이 내려다보이는 230봉에서 한북정맥과도 아쉬운 작별을 한다.

 

 

한북정맥은 골프장의 경계선을 따라 덕고개까지 진행한 다음 샘내고개와 임꺽정봉을 지나 도봉산과 노고산, 현달산, 고봉산을 지나 파주의 장명산까지 이어진다. 천보산 정상의 송신탑을 바라보며 따라가는 산줄기는 전망 좋은 암릉이 있어 주위를 둘러보는 재미로 발걸음이 마냥 느려진다.

 

 

천보산에는 고구려시대의 유물인 보루가 여러 곳에서 발굴된다. 보루라 함은 국경지대에 설치한 견고한 진지를 말하며 적의 동태를 살피고 비상시에는 적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시설이다. 천보산 정상에 설치한 미군 부대의 통신시설 또한 현대판의 보루라 할 수 있으니 의정부가 수도 서울을 사수하는 요새지인 셈이다.

 

 

천보산은 암석과 왕사토가 깔려있는 산이라 나무들이 자라기에는 부적합한 곳이다. 하지만 곳곳에 전망 좋은 바위들이 있어 인근주민들의 산책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정상을 내려서면 소림사의 암자를 지나 320봉으로 진행해야하지만 군부대가 정수리에 진을 치고 불암사가 가로막아 왼쪽기슭의 약수터를 지나 빡빡이 산으로 내려서야한다. 수년전에 일어난 산불로 벌거숭이 민둥산이 된 뒤로 빡빡이 산으로 부르고 있다.

 

 

소요산까지 전철이 개통된 뒤로 나날이 발전하는 녹양동. 새로 신축된 녹양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르고 활기찬 로데오거리가 의정부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다. 하동교로 내려선 다음 중랑천상류를 따라 암매교차로까지 이동한 다음 서쪽으로 암매교를 지나면 비석사거리가 나오고 건너편으로 시군 경계석인 해태상이 반겨준다.

 

 

3번국도가 지나는 비석사거리는 양주와 동두천으로 나가는 관문이며 경원선과 함께 금강산이나 함경도를 가자면 이 길을 지나야만 했다. 양주산성로를 따라 모소 어린이집을 지나고 인화당 한약방을 지나면 남방주유소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흥복산 진입까지는 군부대와 목장지대의 철조망이 있어 진입로 찾기가 까다로우니 세심하게 적어본다.

 

 

남방주유소 삼거리에서 어둔리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진행하는 길옆으로 수련이 만발한 연못을 지난다. 한마음수련원 입간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50여 m 거리에 상감한우 간판이 있는 큰길로 나선다. 왼쪽의 의정부녹양동 방향으로 가는 길에는 천년 초 농원(선인장)이 있고, 50여 m 진행하면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옛길을 따라가는 중에 일신조경이 반겨준다. 잠시 후 의정부와 양주시가 경계를 이루는 방호벽이 나온다. 쓰레기 더미로 지저분한 입구에서 서쪽으로 수례 길을 따라가면 비로소 흥복산의 들머리가 열린다.

 

 

마을 뒤로 아카시아와 참나무가 울창하고 고압송신탑이 있는 안부에서 시작하는 잣나무 숲은 경사가 심하여도 짙은 그늘속이라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주능선을 바라보며 20여 분간 진땀을 흘리고 나면 헬기장에 올라서며 주위의 전망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하지만 이곳까지가 일반인들이 올라올 수 있는 곳이다.

 

 

지척에 있는 정상에서 서쪽능선으로 내려서야 하지만 육중한 철조망이 앞길을 가로막고 가슴이 서늘한 지뢰경고판이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철조망 옆으로 트인 길은 호명산과 한마음 수련원으로 내려서는 길이라 의정부 둘레 길과는 거리가 멀다. 올라온 길로 되돌아 내려와 잣나무 숲이 있는 능선에서 입석마을로 내려서는 암릉 길을 따르며 사패산과 도봉산, 수락산, 용암산, 천보산까지 의정부를 이어주는 주능선을 바라보며 35km의 거리를 4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하였지만 흥복산에서 울대고개로 내려서는 능선을 생략하게 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연재

 

                          종주하는 한북정맥 -1-

 

한북정맥이란? 백두산에서 출발한 백두대간이 남진하던 중 강원도와 함남의 경계를 이루는 추가령에서 분기하여 백암산(1.111m),과 법수령을 지나 휴전선 가까운 오성산(1,062m)을 넘고 남한 땅의 적근산(1.073m)을 지나 대성산(1.175m)에 이른다. 즉 남북한에 걸쳐 있는 유일한 정맥이다.

 

 

남쪽의 시발점이기도한 수피령(780m)에서 출발한 정맥은 강원도의 복주산(1.151m)과 광덕산(1.046m)을 지나 경기도의 백운산(904m), 운악산(936m), 서울의 도봉산(740m), 북한산(837m)줄기인 상장봉(534m), 고봉산(208m)을 지나 파주의 장명산(102m)에서 생을 마감한다. 북쪽으로 임진강과 남쪽으로 한강의 분수령을 이루는 정맥은 북쪽의 70여km와 휴전선 대성산구간의 5km가 접근이 불가능하여 수피령에서 장명산까지 170여km에 이르는 산줄기를 종주하게 된다.

 

 

                        제 1구간 수피령(780m) - 광덕고개(664m) 22.5km

 

해발 780m인 수피령은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육단리에서 사내면 사창리를 넘나드는 56번 국도가 지난다. 이곳은 최전방의 보루로써 작전 통제권에 있는 관계로 일몰 이후에는 민간인의 통행이 제한을 받는다. 송우리를 지나 포천으로 향하는 차창너머로 야산들이 연녹색으로 산뜻하게 옷을 갈아입고 개나리 진달래가 절정을 이룬지도 보름이 넘는다. 하지만 북녘 땅 철원에는 아직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양지바른 산 비알에 연분홍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을 기다리고 있다.

 

한북정맥의 시발점인 수피령에 도착한 우리는 9개 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하게 될 170여 km의 긴 여정을 무사히 종주 할 수 있도록 산신님께 예를 올리고 급사면 절 개지를 치고 오른다. 거친 호흡으로 비지땀을 흘리면서 뒤 돌아보는 대성산은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상도로가 분단조국의 슬픈 현실을 말해준다. 정수리의 시설물들도 녹슨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스스로 채운 족쇄로 발이 묶여 오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후줄근하게 땀을 흘리며 30여 분간 비알 길을 치고 오르면 헬기장이 있는 촛대봉이다. 건너편으로 매월당 김시습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복계산(1,057m)이 손짓한다. 복계산의 상징이기도 한 매월대는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 선생 등 아홉 선비가 세조의 왕위찬탈에 비감한 나머지 관직을 버리고 산촌으로 은거하여 소일하던 곳이다.

 

 

복계산 기슭 해발 595m의 산정에 솟아있는40m 높이의 층암절벽을 김시습이 이곳에 은거한 후로 매월대라 부르고 마을 이름도 매월동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김시습은 조선세종16년(1434년)에 태어나 성종24년(1493년) 59세로 세상을 떠난 조선시대 초기의 천재 기인으로 그의 나이 22세에 사육신의 참화를 비관하여 세속을 버리고 스스로 광인을 자처하며 걸식행각으로 도처를 방랑하게 된다.

 

 

정맥 길에서 비껴나 있는 탓에 무리한 산행을 줄이기 위해 다음으로 기약을 하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촛대봉의 허리를 끼고돌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완만한 능선의 종주 길은 맑은 하늘아래 숨을 조이는 긴장감으로 산과 계곡이 물결친다. 나른하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의 운무 속에 보랏빛 초롱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새소리 지저귀는 천국에서 느려지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복계산 갈림길인 950봉을 1시간 20분 만에 통과하고 아스라이 바라보이는 복주산을 향해 달려갈 때 허물어진 진지를 보수하는 장병들.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베개를 높이하고 편안하게 잠을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늠름한 모습을 바라보며 남쪽으로 달려가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4시간 10분 만에 복주산(1,152m) 정상에 올라서면 아담한 표지석이 반겨주고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으로 중부전선의 고봉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민족비극의 총성이 멎은 지 60여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긴장의 끈을 노을수가 없는 휴전선을 바라보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하오현(760m)으로 내려서는 급경사 내리막길은 군용차량의 타이어로 만든 층층계단이다. 김화읍에서 화천군 사내면으로 넘나드는 비포장 463번 도로는 산 밑으로 터널이 개통된 뒤로 오가는 사람도 없이 산 꾼이나 약초꾼들이 찾는 한적한 곳이다.

 

 

또 다시 급경사를 이루는 비알 길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올라선 헬기장은 주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힘든 고행 끝에 올라선 회목봉(1,025m)은 좌대도 없이 ‘건설부 1977’ 삼각점이 설치된 1025봉이다. 나무둥치에 매달린 비닐표지로 회목봉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육산으로 달려오던 정맥 길에 암능이 반겨준다. 수직 절벽을 오르는 손끝이 파르르 떨린다. 밧줄이 걸려있는 암릉 구간에서는 잠시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미끄러운 벼랑길을 오르내리며 한 동안 식은땀을 흘린 후에야 바위틈을 비집고 안부로 내려선다. 헬기장에 도착하면 마루금 좌측으로 레이더 기지처럼 보이는 광덕산(1.046m) 정상이 시야에 들어오고 우측으로 상해봉(1.024m)의 멋진 암봉이 올려다 보인다.

 

광덕고개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나는 회목현(620m). 포천 시에서 세운 광덕산 기상 레이더 관측소 안내간판이 서있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정맥 길은 왕사토의 가파른 비알길이고, 따사로운 봄날 오후 타박타박 걷는 발길이 마냥 느려진다. 가쁜 숨 몰아쉬며 상해봉(1.024m) 갈림길에 도착하면 화천군 사내면과 철원군 근남면, 서면이 만나는 3면 경계지점이다.

 

 

서북쪽으로 비껴있는 상해봉은 포근한 육산 가운데 우뚝 솟은 암 봉이다.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와 함께 백만 불짜리 노송 한그루. 정수리의 바위틈을 비집고 독야청청 복록을 누리고 있으니 아름다운 절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맥 길에 오른 보람을 보상 받고도 남음이 있다.

 

3개면이 접경을 이루는 갈림길로 되돌아와 완만한 임도를 따라 남쪽으로 40여 분간 진행하면 실질적인 광덕산정상인 기상관측소 정문에 이른다. 하얀 돔의 기상관측소는 정맥을 이어가는 길잡이가 되어 수십km 떨어진 곳에서도 보이는 특색 있는 건물이다. 건너다보이는 봉우리는 강원도 화천군(사내면), 철원군(서면)과 경기도 포천시(동면)를 가르는 광덕산(1.046m) 정상으로 삼각점과 엉성하기 짝이 없는 표지판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곳에서 서남쪽으로 분기하는 주능선을 명성지맥이라 하여 명성산(921.7m), 관음산(733.0m), 보장산(555m)을 넘어 포천시 창수면 영평천에 이르는 52.2km의 산줄기가 이어진다. 또한 정맥은 왼쪽의 능선을 따라 도마치 봉까지 도계를 따라 내려선다. 고도 400 여m를 낮추면서 내려가야 하는 광덕현까지의 길이 조심스럽고 백운계곡과 사창리를 넘나드는 차량들의 경적소리를 들으며 제1구간도 마감을 한다.

 

 

                                     제 2 구간 광덕고개(664m) - 도성고개(630m) 16.4km

2구간 출발지점인 광덕고개(일명 캬라멜 고개)는 강원도와 경기도가 경계를 이루는 372번 지방도로가 지난다. 지금이야 직강공사로 길도 넓히고 포장을 하여 수월하게 넘나들지만, 그 옛날 6.25 전쟁시절에는 비포장의 협소한 도로에서 길이 어찌나 험한지 간이 콩알만 해진 미군 장교가 운전병에게 카라멜을 먹이며 졸음을 쫒았다는 설화로 한동안 카라멜 고개로 부르던 곳이다.

 

고개 마루에는 강원도에서 세운 곰의 형상이 자리를 지키고, 그 옛날 보부상들이 고개 마루에 장터를 개설하던 시절에나 있을 법한 토산품 판매점과 음식점들이 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너른 광장의 남쪽 절개지에 걸려있는 철 계단을 타고 오르며 종주가 시작된다.

 

 

가파른 오르막에서 한 바탕 비지땀을 흘린 뒤에야 광덕산이 잘 보이는 무명 봉에 올라서서 한 숨을 돌린다. 운치 있는 노송들이 하늘을 가리는 완만한 능선을 부지런히 걷다보면 670봉이다. 널찍한 등산로에 300m마다 설치된 이정표가 마음의 등불이 되어 편안하게 바위 길 을 올라서면 870봉 삼거리에 이른다.

 

후줄근하게 땀을 흘린 산객들이 쉬어가는 정수리는 전망이 일품이다. 남쪽으로 백운산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지나온 광덕산과 박달봉(799m)의 험준한 산세가 힘차게 맥박을 이어간다. 870봉 삼거리에서 좌측(동쪽)으로 500여 m 비껴난 곳에 金鷄一鶴의 무학봉이 몸을 숨기고 있다. 급경사 내리막길은 三冬이 다 가도록 찾는 사람이 없어 수북이 쌓인 낙엽 속에 석편들이 즐비하고 조심조심 내려딛는 발걸음에 오금이 저려온다. 가까스로 내려선 안부에는 바람도 비껴가는 아늑하고 조용한 천국이다.

 

운무도 산자락을 타고 넘어 시원하게 조망이 열리고, 기암괴석의 틈 사이를 비집고 올라서면 학이 창공을 박차고 오르는 무학봉이다. 너른 암반에는 아담한 낙락장송 한그루가 독야청청하니 천수를 누리고, 하늘이 열다섯 평으로 부를 만큼 높고 험한 산들이 즐비한 사창리 계곡이 한 폭의 동양화를 바라보는 것처럼 선경 속으로 빠져든다.

 

 

되돌아온 870봉에서 남쪽으로 급사면을 내려서서 완만하게 능선을 올라가면 바위틈에 로프가 걸려있고, 봉우리 하나를 넘어 비알 길을 치고 오르면 널찍한 헬기장이 있는 백운산(904m) 정상이다. 삼각점과 이정표가 있는 광장은 사방을 둘러봐도 막힘이 없어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으로 장관을 이룬다.

 

 

우리나라 산 이름을 살펴보면 청계산과 백운산이 유독 많다. 외국처럼 수천m가 넘는 높은 산은 없지만 아기자기한 산과 계곡이 어우러지고,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안개가 산자락을 타고 오르면 안개의 바다를 뚫고 솟아오른 산봉우리가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바로 이런 곳에 신선들이 살고 있다고 믿어온 우리 선조들이 백운봉, 청계산, 옥녀봉으로 부르며 고운 심성과 착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북쪽으로 한북정맥의 줄기 따라 복주산(1,152m), 회목봉(1,025m), 상해봉(1,024m), 광덕산(1,046m)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 국망봉(1,168m), 명지산(1,252m), 석룡산(1,147m), 화악산(1,468m), 응봉(1,436m)등 경기제일의 고봉들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정맥이 부처님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뚜렷하다. 삼각봉(910m)을 지나 로프가 걸려있는 벼랑길을 내려서면 완만한 능선이 펼쳐지고 헬기장이 있는 도마치봉(937m)으로 올라선다. 서쪽으로 흥룡봉(774m)의 암릉 길에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동쪽으로 보이는 번암산(832m)에는 높이 20여m에 길이가 7m나 되는 우리나라 최대의 천연바위 구름다리가 있다.

 

남쪽으로 6분정도 내려가면 옹달샘을 만난다. 높은 산정에서 솟아나는 석간수가 갈증 난 산 꾼들에게는 요긴한 보약이요. 산짐승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생명수인 것이다. 아프리카 주민들이 물을 구하기 위해 수km씩 황량한 들판을 헤매야 하고 야생동물들이 목숨을 걸고 수백 km씩 이동하는 모습은 진정으로 물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교훈이다.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음미하며 깔딱 고개를 치고 오르면 널찍한 헬기장에 도마봉(883m)의 표지석이 선명하다.

 

 

3개 군의 분수령(포천시, 가평군, 화천군)인 도마봉(883m)은 화악지맥의 분기점이기도하다. 광덕산에서 내려온 정맥이 국망봉(1.168m)으로 향하면서 왼쪽으로 큰 지맥을 형성하고 있으니 석룡산(1.147m), 화악산(1.468m), 북배산(867m), 보납산(330m)을 지나 가평천으로 이어지는 44.5km의 산줄기를 이룬다.

 

사방을 둘러봐도 고산준령의 높은 산들이 병풍을 둘러친 듯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높은 산이 별로 없는 경기도에서 화악산(1,468m)을 중심으로 1,000m가 넘는 산이 양평의 용문산을 빼고는 이곳에 모여 있으니 경기도의 개마고원이라고 하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정맥은 폭 7~8m의 널찍한 방화선을 따라 국망봉으로 향한다. 산의 능선을 따라 나무들을 베어내고 나면 주위를 바라볼 수 있는 사주경계가 확실하고, 산불이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도마봉에서 급경사 길을 내려가면 비교적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지고 20여분 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에서 조금 올라가면 아담한 바위틈에 소나무 한그루가 자리를 지키는 전망대 바위가 있어 지친 몸을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삼각점이 있는 824봉에서 바라보는 백운봉과 도마치봉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지친 몸에는 평지가 약이다. 완만한 능선 길이 그렇게도 반가울 수가 없다. 뻣뻣하던 다리가 부드러워지고 목구멍까지 차오르던 숨결이 한결 편안해지니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헬기장을 지나 무명봉을 우회하면 신로봉의 아름다운 암봉이 시야에 들어오고, 끝자락에 가리산의 정상이 우뚝 솟아있다.

 

 

신로봉 아래 분지에는 119표지판이 있는데 "새길령"이라는 표시가 있어 음미해 보면 한글로 풀어 쓴 것이지만 新路嶺이라 부르는 것이 나을 듯싶다. 신로봉(999m) 정상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가리산(774m)으로 이어지는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바위와 소나무는 동양화에서 빼놓을 수없는 그림의 소재가 된다. 바위틈을 비집고 솟아나온 소나무라야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고, 온몸이 뒤틀리고 휘어진 앉은뱅이 작은 키에 옹이 박힌 소나무는 우리네 민초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대변해 준다.

 

 

삼각봉을 지나면 헬기장이 나온다. 광덕고개를 지나며 유난히도 많이 나타나는 헬기장이다. 험준한 산에서 유사시에 신속하게 접근하려면 헬기장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나무들을 베어낸 자리에는 훌륭한 쉼터를 제공하며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조망으로 지형지물을 판단하기가 용이하다. 잠시 후 이동면 장암저수지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만난다. 종주에 자신이 없다면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이 좋다. 산은 온화하면서도 비정하다. 힘이 든다고 부축해 주는 법이 없고 편안한 길이라고 반겨주는 법이 없다. 먼발치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으니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해야만 한다.

 

가파른 오르막을 20분정도 올라가면 "헬기장이 있는 1.102봉에 이르고 이곳 또한 전망이 매우 좋다. 동쪽으로 석룡산에서 화악산으로 이어지는 화악지맥이 경기 제일의 산세를 자랑하고, 서쪽으로 이동면의 너른 들판과 장암저수지 너머로 사향산(665m), 관음산(733m), 불무산(668m)으로 이어지는 명성지맥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완만한 길을 쉬엄쉬엄 올라가면 위험 표지판이 나오고 모처럼 망중한을 즐기며 20분정도 올라가면 국망봉이 지척이다.

 

가파른 비알길이 앞을 가로막는다. 코에서 단내가 나도록 거친 숨을 토해내며 정상 직전에 있는 갈림길에 올라선다. 우측으로 장암저수지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는 벼랑길에는 굵은 로프가 걸려있다. 이곳은 등산객들이 조난을 당하기 쉬운 위험한 곳이다. 산을 얕잡아보는 무례함 속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달려들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당하게 되니 경거망동을 해서는 안 된다.

 

 

정상을 오르는 길이 이렇게도 험난한가? 또 한 번 비지땀을 흘린 뒤에야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국망봉(1,168m)에 올라선다. 경기도에서 3번째(화악산1,468m. 명지산1,252m)로 높은 곳이요 한북정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四方 수 백리의 산하가 한눈에 펼쳐지는 조망으로 가슴속이 후련하다.

 

이곳에도 궁예의 전설이 서려있으니, 왕건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왕건에게 패하고 도읍이 있는 철원을 바라보며 통곡을 했다하여 국망봉이라 부른다. 또한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 시에는 시체가 산을 이루었던 최대의 격전지로 적목리의 골짜기마다 이름 모를 원혼들이 구천을 떠돌고 지금도 발굴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정상에서 5분 정도 내려갔다 올라서면 산불무인카메라가 있는 1.150봉이다. 남쪽으로 이어지는 정맥은 방화선으로 조성되어 주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이 좋아 지루한줄 모른다. 완만한 길로 20여분 진행하면 이동면 휴양림 정문 옆에 있는 생수공장 앞에서 남동 능을 타고 오르는 길과 만나는 1.130봉이다.

 

 

삼거리 남쪽에 있는 헬기장에 오르면 전망이 좋아 견치봉(1.110m)과 민둥산(1,023m), 청계산(849m)으로 이어지는 마루 금 끝자락에 운악산(936m)까지 아련히 보인다. 큰 무리 없이 봉우리 3개를 넘으면 넓은 공터에 이정표가 있는 개이빨산(견치봉) 정상이다. 포천시 이동면 연곡리에서 한북정맥의 마루 금이 지나는 동쪽을 올려다보면 뾰족뾰족한 암봉이 마치 개 이빨 같이 날카롭게 보인다 하여 개 이빨 산 또는 견치봉 이라고 부른다.

 

 

견치봉의 암릉을 우회해서 내려가면 주위를 바라보는 경치 또한 절경이다.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결에 땀방울도 잦아들고, 끝없이 펼쳐지는 가평의 산과 계곡이 그림 같다. 가파른 비알 길을 올라서면 넓은 공터에 헬기장이 있는 민둥산(1,023m)이다.

 

 

정상 주변으로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민둥산 또는 민드기 봉이라 부르고 도성고개까지 무성한 억새밭의 방화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2구간을 마감하는 도성고개에 도착하면 동쪽으로 논남기 쪽은 교통이 불편하여 하산 길로는 적합하지 않고, 서쪽의 포천시 이동면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군부대가 가로막고 있으니 구담사가 있는 연곡리 쪽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제3구간 도성고개(630m) - 노채고개(370m) 12.5km

도성고개를 오르는 들머리는 포천시 이동면 연곡리 제비울상회 앞에서 시작된다. 군부대와 구담사를 지나면 불당계곡 표지석이 나오고 인적도 없는 호젓한 수례 길을 따라 한동안 오르면 도성고개 갈림길이다. 잠시 후 도성고개에 도착하며 진입로 2.4km의 워밍업을 마치고 정맥의 종주가 시작된다. 방화선을 따라 진행하는 가파른 오르막에서 심호흡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20여 분간 가쁜 숨을 몰아쉬면 백호봉(815m)이다. 잠시 후 채석장 갈림길을 지나 300여m 진행하면 강씨봉(830m) 정상에 도착한다.

 

강씨 봉은 경기도 가평군과 포천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주위에 높은 산들이 많다보니 뒷동산에 올라온 듯 낮아 보이지만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너른 공터는 주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궁예가 태봉국을 세우고 철원에 도읍을 정한 뒤 나라의 기틀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폭정이 날로 심해진다.

 

 

이를 보다 못한 부인 강씨가 한사코 궁예에게 간언을 했으나 이를 듣지 않고 오히려 부인을 강씨봉 아래 마을로 귀양을 보낸다. 그 후 왕건에게 패한 궁예가 잘못을 뉘우치고 부인을 찾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 후 이곳을 강씨봉이라 부르며, 산 아래는 지금도 강씨 마을이 있다.

 

완만한 주능선을 따라 한 나무봉(768m)을 지나면 곧바로 오뚜기고개로 내려선다. 높다랗게 탑처럼 세운 오뚜기령 비석이 있는 임도는 포천시 일동면 화대리에서 가평군 북면 적목리를 오가는 비포장 군사용 도로인데, 80년대 초 오뚜기 부대에서 길을 낸 뒤로 오뚜기 고개로 부르고 있다. 가파른 방화선을 오르고 내리기를 1시간여, 따사로운 햇살아래 비수와도 같이 날카로운 억새에 시달리며 올라선 곳이 890봉의 귀목봉(1.036m) 갈림길이다.

 

가평군 북면과 하면, 포천시 일동면의 삼개면 경계봉이다. 生態系 保全地域이란 표지목이 있는 이곳에서, 좌측으로(동쪽) 면 경계를 따라 귀목봉(1.036m)을 지나 명지산(1.252m, 1.9km 벗어나 있음), 연인산(1.068m), 대금산(706m), 마산(181m)을 지나 가평군 외서면 조종천으로 이어지는 41.6km의 산줄기를 명지지맥이라 부른다.

 

남서쪽으로 2등변 삼각형 모양으로 뾰족하게 보이는 청계산은 어디서나 쉽게 식별 할 수 있는 산이다. 우리나라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산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청계산과 백운산은 자연과 연관된 이름이고, 옥녀봉은 인간과의 관계, 비로봉과 연화봉은 불교의 성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천왕봉과 제왕봉은 임금님을 호칭하는 웅장하고 신성한 곳에 정해진다.

 

이제 청계산도 지척에서 손짓하고 정상을 500m 남겨두고 우측의 큰골 쪽으로 하산 로가 있는 갈림길을 지나며, 표고 800m내외의 호젓한 능선에서 주변의 잡목을 제거한 방화선을 따라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넓은 대지를 힘차게 걸어가면 우리의 생명은 젊어지고, 순수한 마음속에 심성이 편안해진다. 걷는다는 것은 물질문명 속에서 가장 원초적인 운동이다.

 

그러므로 걷는 것은 곧 내 몸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자 내 몸을, 걷는 것을 게을리 하면 우리 몸에 노폐물이 쌓이고 질병으로 이어진다.서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일동면 기산리에는 유명한 유황온천지구가 있어 수도권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황토 맥반석, 옥 등 한국 특유의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사우나, 한증막, 탕, 실내수영장 등을 고루 갖추고, 유리 천장 아래서 일광욕을 할 수 있는 대 욕장을 갖춘 업소도 있으니 따끈한 탕 속에 들어가 땀에 찌든 몸을 녹여주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좁은 공터를 이루는 정상(849m)에는 아담한 표지석과 삼각점(일동 303번)이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청계산은 '푸른 닭' 이라는 의미로 靑鷄山 이라 부르던 것이 지금은 '맑은 시내' 라는 뜻인 淸溪山으로 잘못 불리고 있다는 안내판과 돌무더기가 있는 정상은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으로 가슴속이 후련하다. 남쪽의 길매봉(735m)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슬아슬한 암릉 길이고, 그 너머로 운악산(945m)의 거대한 암봉이 장관을 이룬다.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수직으로 단애를 이룬 비알 길이다. 청계저수지 쪽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 돌무더기를 쌓아놓은 잔 봉에서 밧줄로 막아놓은 수직단애를 피해, 우측으로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절벽처럼 가파른 비알 길을 밧줄과 철 계단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길마재(612m)갈림길이다.

 

 

일동의 기산리와 가평의 장재울을 오가는 이곳은, 소의 등에 짐을 싣기 위해 얹는 안장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청계저수지로 내려서는 길이고 정면으로 길매봉 오르는 암릉이 장벽처럼 막아선다.

 

수 십 길 단애위에 우뚝 솟은 길매봉. 양쪽이 수십 길 벼랑을 이룬 절벽이라 여간한 강심장이라도 서늘하게 가슴이 조여 온다. 칼등같이 좁은 길을 엉금엉금 기어가며, 한 순간만 방심해도 황천길이 예 아닌가? 지나온 청계산과 주변경관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암릉 길. 눈앞에 펼쳐지는 황홀함도 간담이 서늘한 벼랑길을 넘어 왔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표지석이 있는 정상에서 가장 행복한 휴식으로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20 여m를 진행하면 미끄러운 마사토에 풀 한 포기 없는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유난히도 돋보이는 운악산의 전경이 펼쳐진다. 사바세계의 모든 번뇌(煩惱)를 해탈(解脫)하고 성불이 된 고승대덕의 인자한 모습으로 보인다. 사마(四魔)와 오탁(五濁)의 오염(汚染)속에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며 참선하는 마음으로 옷깃을 여민다.

 

710봉에서 왼쪽으로 돌 자갈이 깔린 급경사를 내려서서 510봉을 돌아가면, 자동차의 경적소리도 간간이 들려오고 솔푸더기 사이로 노채 고개가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3구간의 종주를 마감한다. 원래 노채고개는 원통산 너머에 있지만 일명 일동고개인 이곳을 길을 넓히고 포장하여 신 노채고개라 부른다. 이곳 일동고개는 일동면 소재지인 기산리와 가평군 하면 소재지인 현리를 연결하는 387번 지방도로가 지난다.

 

 

❮독자 코너❯

 

 

첫돌 잔치

                                             김 선화

 

 

혜성처럼 나타나

새벽하늘에 반짝이는 별 하나

 

우주만물 수십억 개의 별들이

미리 내로 흘러가는데

억겁의 정기로 

日月과 星辰의

살을 빌어 태어난 별아

 

사랑이 와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으로

밤송이 안에 들어있는

두개의 알밤 이란다

 

불랙홀의 위험한 징검다리를

무사히 건너온 보람으로

아름다운 멜로디가

무궁화 홀을 가득 메운다

 

사랑한다 별아

모든 별이 새벽하늘에 스러져 갈지라도

더욱 빛을 발하는

별이 되어라

 

영원하도록. 

 

 

 

 

 

일월 : 아빠 김 재형

성신 : 엄마 이 신애

사랑 : 언니 김 송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