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맥 가는 길
한북정맥에는 명성지맥, 화악지맥, 명지지맥, 천마지맥(축령지맥), 수락지맥, 왕방지맥, 감악지맥, 오두지맥 등 8개의 지맥이 분기하고 있어, 경기도 일원의 산자락을 형성하고 있으니 이 또한 정맥의 버금가는 산줄기로 그 지맥의 산자락을 더듬어 보고자한다.
제 1 구간 광덕산(1,046m) - 여우고개(520m) / 21.9km
명성지맥은 남으로 영평천과 북쪽으로 한탄강을 품에 안고 뻗어 내리는 지맥으로 52km의 긴 여정이 펼쳐진다. 광덕 고개에서 강원도와 경기도를 가르는 2.5km의 급사면을 치고 오르면 강원도 화천군(사내면), 철원군(서면)과 경기도 포천시(동면)의 3개시군이 모이는 광덕산(1.046m)정상으로 부터 명성지맥이 시작된다.
남서쪽으로 진행하면 갈말310번 삼각점이 있는 825봉에 오르고, 이어서 박달봉(830m)갈림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진행하면 가파른 비알 길에 자일과 엉성한 나무사다리가 걸쳐있다. 10여분 후 군 작전도로를 만나 서쪽능선으로 내려선다. 잣나무숲길을 따라가면 SK서면기지국 시설물이 있고, 강원도 철원군 서면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의 경계를 이루는 47번지방도로가 지나는 자등현에 도착한다.
도로를 건너 서쪽 잣나무 숲속으로 작전도로가 이어진다. 잠시 후 넓은 길을 버리고 참나무 숲이 무성한 교통호를 따라 서쪽으로 진행하면, 군부대장의 경고문이 눈길을 끈다. 소나무 아래서는 잡초도 자라지 못하지만, 참나무가 무성한 숲속에서는 소나무가 견디지 못하는 것을 보면 생태계에서도 천적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참나무와 낙엽송이 공존하는 능선에는 야전군 진지들이 요새를 이루고, 가파른 비알 길을 30여 분간 올라서면 각흘봉(828m)정상이다. 스텐으로 만든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정수리는 주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특히 군부대에서 조성한 방화선으로 사방의 능선들이 손금 들여다보듯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북쪽으로 대득봉(630m)으로 뻗어 내린 능선이 철원평야까지 이어지고, 명경지수와 같이 잔잔한 용화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동쪽은 상해봉에서 이어지는 한북정맥이 광덕산 기상관측소를 지나 남쪽으로 백운산(903.m)과 국망봉(1.167.2m)으로 마루 금을 이루고, 서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이 앞으로 진행할 명성지맥이다.
약사 령 가는 길은 만리장성처럼 등줄기가 선명하고, 소나무가 있는 분기 봉까지는 암릉 구간이라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여유를 부릴 수가 있다. 포사격장이 있는 안덕재와 사향산(750m)을 바라보며 바위 길을 내려서면 좌측으로 붉은 깃대가 있는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직진하여 소나무가 있는 분기봉에 올라, 서북쪽의 바위봉을 지나면 용화저수지로 이어지는 능선이고, 마루금은 남쪽(왼쪽)의 울창한 숲속으로 방향을 틀어 각흘봉 일반등산로를 따라 662m봉 방향으로 진행한다.
인근에 있는 약사봉은 장준하선생이 1975년 8월 17일 57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한 곳이다. 박정희대통령과 장준하선생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한 사람은 만주 군관학교를 나와 일본군 장교로 출발하고, 또 한 사람은 일본 신학교에서 유학 중 일본 학병으로 끌려가 탈출한 뒤 중국군 유격대에 가담하면서 독립운동가로 나선다. 나중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 유신 개헌으로 장기 집권을 자행할 때, 또 다른 한 사람은 사상계의 사장이며, 국회의원으로 독재에 항거하다 이곳에서 의문사하고 만다.
662m봉에서 각흘봉 일반 등산로를 버리고 남서쪽으로 방향이 틀어진다. 이 지역은 탱크부대 훈련장이 있어 부대장의 경고문이 수시로 나타난다. 잠시 후 방향이 서쪽으로 바뀌며 안부로 내려선 다음 다시 암봉을 향해 오름길이 이어지고, 좌측의 절벽지대를 피해 우측으로 돌아 오르면 넓은 공터를 이룬 암봉의 정수리에서 약사령으로 내려선다.
낡은 참호와 군 시설물을 지나 내리막이 이어지고, 비포장 임도인 약사령은 경기도 외약사동과 강원도 용화저수지로 가는 갈림길이다. 가파른 오름길을 만나면 온몸의 기가 쭉 빠진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가쁜 숨을 몰아 쉴 때 경사가 완만한 사면으로 길이 트인다. 어려운 고비 길을 지나 하늘이 열리는 헬기장에 올라서면 명성산이 정면으로 올려다 보인다.
남쪽으로 안덕재 사격장이 내려다보이고, 주위의 관측점을 확인하기위해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려 사방으로 시야가 확 터지는 지역이 펼쳐진다. 명성산 구조 4지점에서 용화저수지는 오른쪽으로 3.2km이고, 명성산은 직진으로 1.7km를 더 가야한다. “苦盡甘來라” 30여분의 고행 끝에 갈림길에 오르면 명성산 정상이 북쪽으로 300여 m 빗겨있다. 갈말24번 삼각점과 커다란 표지석(923m)이 있는 명성산은 “울음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신라의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들어가며 망국의 한이 서러워 목 놓아 울자 그 슬픔에 산도 따라 울었다는 전설이 있다.
또한 정상 서쪽으로 뻗어 내린 암릉지대는 “궁예의 침전”이라는 바위가 있고, 여우봉 남쪽의“사향산”으로 이어지는 “여우고개”에도 궁예의전설이 남아있다. 또한 산세를 살펴보면 소(牛)가 누워있는“와우형”으로, 뾰족한 암봉이 소의 머리이고 북쪽의 정상에서 남쪽으로 길게 뻗어 내린 능선이 소의 등허리에 해당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능선의 서쪽은 급한 벼랑과 암 봉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쪽은 완만한 분지로 화전민들이 삶을 이어가던 수 십 만평의 억새와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다시 삼거리(910m)로 내려와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남쪽의 능선을 따른다. 삼각봉(903m) 정상에 오르면 정상석 뒷면에 양사언의 “태산가를 적어 놓았으니”
태산이 비록 높다하나 이 또한 산이니
오르고 올라 그치지 아니하면 어떤 어려움이 있으리요.
사람이 몸으로 노력하지 아니하고
다만 산이 높아 오를 수 없다고 말하네.
한동안 평탄한 능선을 따라 신안고개 2km표시의 헬기장에 이르면, 명성산이 자랑하는 억새 축제가 열리는 장소로, 가을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의 물결은 만단시름을 잊어도 좋을 만큼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이곳에서 무심코 내려섰다가는 마루 금에서 이탈하고 만다. 등산로 좌측으로 경기소방서의 “위험” 표시와 마스크 쓴 헌병이 그려진 경고문이 있는 철조망 너머로 마루 금이 이어진다.
명성산은 산정호수와 어우러진 국민관광지로 이름 난 곳이다. 안덕재에서 내려오는 분지는 화전민들의 마을이 있던 곳으로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또한 이곳에는 이승만과 김일성의 별장이 있었고, 6-70년대 동계 훈련장이 없던 시절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장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안덕재로 향하는 등산로는 포사격장이 있는 관계로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하여 철조망을 따라 우회하여야 한다. 그나마 일요일이 아닌 평일에는 종주가 불가능하다. 궁예약수가 있는 억새밭을 지나 등룡폭포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나면,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진행한다. 안덕재 일원은 고산습지로 웅덩이들이 많아 생태계의 보존이 필요한 곳이다. 억새와 싸리잡목을 헤치고 올라서면, 군 비상도로와 만난다.
안부에서 부대 쪽으로 이어지는 왼쪽의 도로를 버리고 오른쪽능선 길을 따라 오른다. 잠시 후 SK송신탑을 통과하고 널찍한 헬기장에 오르면, 그동안의 긴장감도 사라지고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으로 가슴속이 후련하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서면 일반산악회 표지기도 많이 걸려있고 길도 좋아 큰 어려움 없이 여우봉(620m)에 올라선다.
"군사보호시설" 시멘트 사각기둥과 표지판(등룡폭포 0.7km, 흔들바위 0.5km)이 있고 각흘 산악회에서 나무에 걸어놓은 앞면에 "여우봉", 뒷면에 "여인봉 정상" 이란 팻말도 보인다. 이곳에서 남쪽 억새지역으로 오르내리며 30여분을 진행하면 78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여우고개에 도착하며 제 1구간을 마감한다.
제 2 구간 여우고개(520m) - 도내지고개(43국도) /12.5km
길옆으로 여우재 산장, 고개 마루식당 등 몇 개의 음식점과 진행할 방향으로 "산정교회"가 보인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산정교회 오른쪽으로 오르면 “깊은산골 펜션” 앞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포장길을 버리고 좌측의 사면 길로 올라서면 묵은 산판 길로 연결된다. 잠시 후 리기다소나무 숲속으로 묵은 산판 길이 이어지지만, 산판 길을 버리고 무성한 잡초와 가시덤불을 헤치며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교통호를 건너뛰며 오르게 된다.
10여분 후 시야가 터지는 방화선으로 오름길이 시작되고, 리기다소나무와 참나무들이 공존하는 능선에 올라서면 벙커가 있고, 뒤돌아보면 북쪽으로 여우봉과 명성산의 억새밭도 보이고, 그 우측으로 바깥덕재 포사격장과 각흘봉이 선명하다. 평탄한 바위능선을 지나 남쪽으로 향하면 머리위로 군부대가 보인다. 잠시 후 울창한 숲을 빠져나오면 부대철조망과 경고판이 가로막고 우측으로 10여 분간 철조망을 따라 내려서면 부대 정문이다. (깊은산골 펜션에서 시멘트 임도를 따라와도 된다.)
정문에서 오른쪽 철조망을 따라 10여 분간 진행하여 주능선에 올라선 뒤 부대 철조망을 뒤로하고 우측으로 3분 정도 올라서면 갈말458번 삼각점과 제법 너른 공터에 작은 자연석 하나를 정상석 대신 세워놓은 사향산(▲734.8m)정상에 도착한다.(군부대의 특성상 정상석은 부대 동쪽 일반 등산로의 암봉에 세워져있다.) 이곳 역시 사방팔방 막힘없이 터지는 조망으로 이동면의 산하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산 로는 북서쪽으로 급한 내리막이다. 무성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5분간 비알에서 씨름을 하다보면 전면으로 낭유고개로 꺾어지는 분기봉과 그 좌측으로 관음산 일부가 보인다. 가파른 곳을 내려서면 북서쪽으로 방화선이 펼쳐지고, 키 큰 참나무 아래 억새들이 무성하다. 아기자기한 암 봉을 넘나들며 올라서면 벙커가 있는 분기 봉이다. 북쪽으로 산정호수와 철원시내가 보이고 명성산 궁예봉도 모습을 드러낸다.
서쪽으로 방화선을 따라 가파르게 내려서는 지맥은 싸리나무와 억새 등 잡목이 무성하다. 10분 정도 방화선을 따라 내려서면 큰 바위절벽 지대가 나타나고 좌측으로 돌아 벼랑길을 내려선 다음, 다시 6~7분 간 바위지대 사이로 고도를 줄이며 내려간다. 절 개지를 피해서 좌측으로 내려서면 오래된 군 시설물이 있는 339번 지방도로인 낭유고개다.
차량들의 왕래가 별로 없는 도로를 건너 전신주 옆 칡넝쿨 사이로 손짓하는 리본을 따라 오르면 절개지 상단이고, 폐타이어 길을 따라 오르면 첫 번째 헬기장이다. 제법 널찍하고 평탄한 길을 따라 가파른 비알 길을 오르면 로프가 걸려있다. 철망 재료들이 널려있는 헬기장 봉우리에서 진행방향은 남쪽으로 바뀌고, 잠시 후 화생방종이 걸려있는 봉우리에 도착한다. 10여 분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선 곳이 관음산(733m) 정상이다.
너른 헬기장에 길쭉한 정상목과 갈말 25번 삼각점이 있는 이곳은, 인근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망이 가히 환상적이다. 남쪽으로 보이는 관모봉(583m)은 영평천이 가운데 흐르고 있어, 그 뿌리는 수원산(710m)에서 북쪽으로 분기한 줄기가 굴 고개(포천시와 서파검문소를 넘는 고개)를 지나 천주산(424m), 금주산(569m), 곰넘이봉(600m) 으로 연결되는 10여 km가 넘는 산세를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 지맥은 북쪽으로 이어진다. 언제나 그렇듯이 내려가는 길이야 올라오는 고통을 보상받는 편안한 길이다. 하지만 내려가는 길에서 방심하다 부상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니 매사에 조심해야한다. 또한 하산 길에서 진행방향을 이탈하게 되면, 되돌아 올라오는 고통과 허탈감으로 낭패를 보기십상이다.
무성한 숲속으로 오솔길이 열리고, 관음산1-4번 구조표시판을 지나면 녹색철조망 안으로 태양열 시설물이 보인다. 정상을 출발한지 20여 분만에 관음산1-3번 구조 표시판이 있는 봉우리에 도착하면 억새들이 무성하다.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이 파주 골인데, 이곳에는 유명한 순두부의 원조인 할머니 순두부집이 있다. 마을전체가 순두부집으로 활기가 넘치는 이곳은, 80년대만 해도 겨울이면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는 심심산골이었다. 하루는 서울에서 관음산에 등산을 온 청년들이 추위와 허기에 지쳐 먹을 것을 찾았지만, 구멍가게에 무슨 음식이 있겠는가? 생각다 못한 할머니가 두부에 김치를 내어 놓은 것이 인연이 되어, 순두부집으로 변신한 할머니의 성공신화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관음골재 갈림길인 610봉을 지나 왼쪽의 야미리와 오른쪽의 우물목 마을을 바라보며 능선 길을 1시간가량 진행하면, 산정호수가 있는 한화리조트로 이어지는 501봉에 올라선다. 하산 길에는 참나무 숲속에 유난히도 눈길을 끄는 바위가 있어, 우측으로 살짝 돌아 벙커와 시멘트 말뚝이 있는 봉우리에서 북쪽으로 송전탑을 만들며 생긴 산판 길을 따라 내려선다.
무성한 숲 사이로 건너편의 불무산(669m)을 바라보며 이어지는 지맥은 교통호가 있는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좁은 공터가 있는 316봉에 오른다. 의정부와 철원을 이어주는 43번국도상의 도내지 고개는 그 이름도 무색하게 평지를 이루고,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태국군 참전비를 바라보며 2구간을 마감한다.
제 3 구간 도내지 고개 - 배모루 / 18.5km
문암리 버스정류장 앞에서 3806부대 정문까지 가서 좌측으로 농로를 따르면 호국로 3823번지”의 신일기도원 간판이 나오고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기도원 정문 직전에서 부대 철조망을 뒤로하고 전면의 소나무 아래 능선으로 붙으면 폐타이어 계단으로 연결된다.
곳곳에 군부대와 관계된 시설물들을 지나 기도원 입구에서 10여 분간 소나무와 잡목을 헤치며 올라서면 벙커와 나무 깃대가 꼽혀 있는 공터에 올라선다. 모처럼 시야가 트이는 곳이라 운천 시내와 지나온 능선들이 스카이라인을 그리며 관음산으로 이어진다. 잠시 후 군부대 비상도로가 나타나고, 전면의 무덤지대를 지나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면 가파른 비알길이 나타나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능선 우측으로 검은 망이 있고, 전면의 절 개지를 기어오르면 철조망이 나타나고, 군사시설이니 침범하지 말라는 경고문과 지뢰지대임을 알리는 경고문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공군부대의 삼중 철조망이 마루 금을 가로막아 진행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 철조망을 따르는 고생 끝에 일반등산로와 만나, 편안하게 올라서면 야미리의 농촌들녘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깃대가 있는 봉우리에서 시멘트구조물의 교통호를 지나면 거대한 벙커가 있는 불무산(668m)정상으로 갈말 315번 삼각점과 아담한 정상목이 있다. 영구적으로 만든 토치카로 정상이 2m나 높아진 이곳은 군 요새지답게 철원지방을 굽어볼 수 있는 전망이 너무도 좋다. 불무산에서 패한 궁예의 군사들이 서북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은장산(456m)으로, 국망봉(1,168m)으로 명성산(923m)으로 도망을 다니다 철원의 보개산성에서 최후를 맞게 되었다는 설화가 있다.
서북쪽으로 궁예가 최후의 결전을 위해 한을 품고 건너간 한탄강이 종자산(643m)과 보장산(555m)을 감싸고, 고석정과 직탕폭포, 순담계곡을 따라 흐르는 강물에서 젊음을 발산하는 레프팅 장소로 각광을 받는다. 또한 이곳은 그 옛날 화산의 폭발로 용암이 흘러가며 형성된 곳이라 평지에서 2~30m 꺼진 강줄기를 이루는 특색 있는 곳이다.
철원의 관문인 운천은, 6,25 전쟁이 일어나자 외국의 참전국들이 주둔하며, 1970년 미군부대가 동두천으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3만여 명의 인구가 밀집된 군사도시였지만, 지금은 영북면의 중심지로 명성산과 산정호수의 관광지로 명맥을 유지하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불무산은 남쪽 영중면에서 보면 중이 삿갓을 쓰고 춤추는 모양 같다는 유래에서 불무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불무산의 정수리를 뒤로하고 넘나드는 암릉 길은 옹골차게 버티고선 낙락장송이 있어 운치를 더하고,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저마다 가장 높다고 손짓을 하는데, 삼각점이 있는 중간 봉우리에 올라서면, 백리 밖까지 시야를 틔우는 조망으로 한북정맥이 환상의 날개를 활짝 편다.
벙커가 있는 648m봉에서 보면, 서쪽으로 진행할 마루 금이 2-300m의 고도를 유지하는 낮은 구릉지대라 손금 들여다보듯이 선명하게 펼쳐진다. 세찬바람이 목덜미를 파고들어도 건너다보이는 보장산(555m)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직선거리로는 6km에 불과하지만, 갈 짓자 보다도 더욱 꼬부라진 사행길이 10km가 넘는지라 미로같이 얽혀있는 능선에서 조심스런 산행이 요구된다.
648봉에서 시작되는 하산로는 북서방향으로 가파른 벼랑길이 이어지고, 발길이 별로 없는 고적한 산길에서 바위지대를 넘나드는 재미로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굽이쳐 흐르는 한탄강과 건너편의 종자산이 그림같이 펼쳐지는 전망대 바위를 돌아 내려서는 길가에는 싸리나무가 무성하고, 고도가 낮아지면서 산딸기와 산초나무가 가는 길을 가로막는다.
339봉을 내려서면 운산리와 대회산리를 넘나드는 군 작전도로와 만난다. 고개를 가로질러 오솔길로 들어서면 무성한 소나무와 잡목이 앞길을 가로막아 進退兩亂이다. 불무산 정상에서 내려다 볼 때는 푸른 숲이 부드러운 융단처럼 포근하게만 보이더니, 가시덤불까지 합세하여 가는 길을 가로 막는다.
336봉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높은 산이나 낮은 산이나 그 나름대로 기복이 있게 마련이라 올망졸망 연결되는 산굽이를 오르내리며 무수한 가시덤불과 씨름을 하다보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파김치가 되고 만다. 사람의 발자취하나 없는 미로에서 고생고생하다 군인들의 훈련장을 만나 편안하게 발걸음이 이어진다.
271봉을 넘어 군부대훈련장을 내려서면 곧바로 방골 고개에 도착한다. 창수면 오가리와 관인면 중리를 오가는 325번 지방도로인 이곳에는 육중한 방호벽이 자리를 잡고, 방공호와 연결된 토치카로 요새화 하였으니 휴전선이 멀지 않았음에 긴장감마저 감돈다. 소나무숲속으로 진행되는 지맥은 인근 주민들과 군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 오솔길이 선명하다. 258봉을 지나 30여 분만에 잣나무 단지를 빠져 나오며 보장산입구에 도착한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이 급경사 비알 길에 수북이 쌓여 한 발짝에 두 번씩 미끄러지는 고통과 풀풀 날리는 먼지로 애간장을 태운다. 가파른 비알에서 온갖 삭신 녹여가며 진땀을 흘린 뒤, 리본이 걸려있는 안부에 도착하며 고생도 끝이 난다. 창수면에서 보장산 오르는 임도와 만나면서 고속도로보다도 편안한 길을 따르면, 군 헬기장에는 작전 지휘소도 있고 비상도로가 정상까지 연결된다.
북쪽으로 한탄강을 사이에 두고 종자산(643m)이 반가운 손짓을 한다. 서로 태어난 고향이 달라서, 종자산은 임진북,예성정맥(미식령산맥)이 남서쪽으로 내려오며 보개산(환희봉) 끝자락에 우뚝 솟은 암봉이요. 보장산은 한북정맥 줄기 따라 광덕산에서 분기하여 명성산 -관음산 -불무산을 거쳐 이곳에 이르렀으니 호형호재로 키 재기를 하고 있다.
옛날부터 보물이 감추어진 산이라 하여 寶藏山(555m)으로 부르는 정상에는 화생방종이 달려있다. 정상에서 진행하게 될 지맥은 서쪽으로 만리장성과도 같이 시원스럽게 뻗어있어 길 잃을 염려가 없다. 창옥병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오른쪽으로 가파른 비알 길에는 암릉이 펼쳐지고 바위 부스러기들이 널려있어 해동기에는 낙석에 주의를 해야 한다.
찬바람 맞으며 내려서는 길이지만, 진행할 능선들이 선명하게 부각되니 여유자적하며 350봉에 올라선다. 멀리서 보아도 아름다운 정상에는 5그루 노송이 그늘을 만들고, 바위들이 듬성듬성 놓여있어 힘들게 올라온 이들이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연수원의 푸른 숲, 그 속에는 동물원도 있고, 5가지 가경이 모두 모인 듯 졸졸졸 흐르는 시냇가에 그림 같은 방갈로가 펼쳐진다.
포천은 예로부터 영평천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명승지를 골라 팔경이라 하였으니 화적연, 금수정, 창옥병, 와룡암, 낙귀정지, 백로주, 청학담, 선유담이고 보장산에는 다섯 가지 아름다운 가경이 있는 곳이라 하여 마을 이름을 오가리라 부르고 있다.
연수원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지나 353봉의 정수리에 올라서면 철원319번 삼각점이 있다. 유유히 흐르는 영평천에 52km를 이어온 명성지맥의 산줄기도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명성지맥이 시작되는 광덕산 백운계곡에서 발원한 영평천이 창옥병의 절경을 빗어 놓고, 연천군 청산면 궁촌리에서 한탄강과 합류하여 임진강으로 유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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