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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방/충청도민회

역사 기행 - 영월

 

역사 기행 -영월

- 2008년 5월 25일 -

 

 


주체: 재경도봉 충청도민회

오늘은 도봉지역에 거주하는 충청 인들이 일 년에 한 번씩 단합대회를 갖는 날이다. 혈기 방장한 삼십대 중반에 모임을 결성하여 금년이 29회를 맞게 되니 어느덧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내리고 주름진 얼굴에는 제2의 고향인 도봉지역의 발전과 애환이 배어나오는 경륜으로 반가운 만남과 즐거운 정담이 오가는 보람으로 바쁜 일상을 접어두고 모두 모여든다. 두 대의 관광버스에는 시끌벅적 소풍가는 학생들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웃음꽃이 만발하고 임원진들이 정성껏 마련한 백설기와 음료수는 이른 아침부터 서두르며 허기진 시장 끼를 염려하는 세심한 배려이며 돼지 수육에 김치를  곁들여 돌리는 술잔에서 우리의 우정이 넘쳐흐른다. 

 

 

우리가 나들이 하는 날이면 오던 비도 그친다는 속설대로 남부지방에는 비가 내린다고 하지만 화창한 초여름의 날씨에 구름 한 점 없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나들이하기에는 그저 안성맞춤이다. 일요일 답지않게 소통도 잘되고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아카시아의 향기가 진동을 하는 가운데 영월 땅으로 들어서면 이차선 도로에 꼬불꼬불 넘어가던 고갯길이 4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렸으니 이래저래 우리의 나들이 길에 신바람이 나고 예정대로 11시에 청룡포에 도착한다. 소나무 숲이 울창한 강 건너를 바라보며 우리나라 역사 이래 가장 비극적인 정권 찬탈의 현장에서 비감에 젖으며 50여m도 안 되는 강폭이 나이 어린 단종의 유배지로 부부의 인연까지도 멀리하는 단장(斷腸)의 슬픔을 간직한 곳이었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천혜의 요새인 청룡포는 외관상 삼면이 수심이 깊은 강물로 둘러싸이고 남쪽으로는 험준한 산맥으로 막혀있어 배가 아니면 빠져나오기가 어렵기 때문에 유배지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으로 500여 년간 비극의 현장을 지켜온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제 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천년의 숲으로❞ 지정이 되었다고 한다. 단종의 비극은 역사 교과서나 영화, TV 연속극으로 익히 들어온 터라 생소한 것은 아니지만 참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보고 그 시대의 비참한 역사를 체험한다는 점에서 시사 하 는 바가 크다 하겠다.

 

 

나룻 터에는 청룡포에 관한 해설문과 함께 ❝두견새 우는 청룡포 노래비❞가 있어 그 시대의 상황을  표현한 노랫말로     이 만진 작사   한 복남 작곡    심 수경 노래


               1. 왕관을 벗어놓고 영월 땅이 웬 말이냐

                  두견새 벗을 삼아  슬픈 노래 부르며

                  한양천리 바라보며 원한으로 삼년세월

                  아. 애달픈 어린 임금 장릉에 잠들었네.


               2. 두견새 구슬프게 짖어대는 청룡포야

                  치솟은 기암절벽 구비치는 물결은

                  말해다오 그 옛날의 단종대왕 귀양살이

                  아. 오백년 그 역사에 비각만 남아있네.


               3. 동강 물 맑은 곳에 비춰주는 달을 보고

                  님 가신 뒤를 따라 꽃과 같이 사라진

                  아름다운 궁녀들의 그 절개가 장하고나

                  아. 낙화암 절벽에는 진달래 피고지고.

 

 


나룻배에 몸을 싣고 청룡포에 들어서며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낙락장송 그늘 속에 시원한 강바람. 피맺힌 역사의 현장에는 단종이 2개월간 머물다 큰 물난리로 유실된 삼간초옥이 있던 자리에 영조시대에 단종의 복위와 함께 단묘재본부시유지비(端廟在本府時遺址碑)를 세운 비각이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편액으로 걸려있는 어제시를 읽어 내리며 눈시울이 붉어짐은 나만의 감상(感想) 뿐이겠는가?

 

 

 


                              어 제 시(御 製 詩)

                千秋無恨寃   寂寧荒山裡  천추무한원  적령황산리

                萬古一孤魂   蒼松繞密園  만고일고혼  창송요밀원

                嶺樹三天老   溟流得石喧 령수삼천노  명류득석훤

                山深多虎豹   不夕掩柴門 산심다호표  불석엄채문


                      천추의 원한을 가슴깊이 품은 채

                        적막한 영월 땅 황량한 산 속에서

                        만고의 외로운 혼이 홀로 헤매는데

                        푸른 솔은 옛 동산에 우거졌구나

                        고개위의 소나무는 삼계에 늙었고

                        냇물은 돌에 부딪쳐 요란도 하다

                        산이 깊어 맹수도 득실거리니

                        저물기 전에 사립문을 닫노라.

 

 

경내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관음송(觀音松)으로 부르고 있는 소나무가 있는데  높이가 30여 m에 가슴둘레가 5m에 이르는 거목으로 지상 1.2m에서 가지가 두 개로 갈라졌는데 단종께서 유배생활을 하며 이 나뭇가지에 올라 시름을 달래곤 했다고 전해진다. 관음송을 뒤로하고 목책 계단을 오르면 그 유명한 수 십 길의 절벽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고 망향탑으로 명명된 자리에는 단종께서 유배생활을 하시면서 왕비 송 씨를 그리며 쌓아올린 돌무더기가 있어 그 당시의 기막힌 사연들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노산대로 명명된 암릉 에는 백제의 낙화암과 충주의 탄금대와 같이 기암절벽 아래로 강물이 흐르고 있어 우리의 수치스러운 역사를 보는듯하여 가슴이 쓰려온다.

 

 

소나무 숲으로 다시 내려와 강이 인접한곳에 그냥 지나치기 쉬운 비석이 하나 있으니 금표비라 하여 단종께서 유배생활을 하던 지역으로 일반 백성들이 들어오는 것을 금하는 경계선으로 영조시대에 세운 것이지만 그 당시 감시가 심했던 정황을 생각한다면 더욱 참담한 세월을 보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청룡포를 빠져나온 우리는 곧바로 장릉으로 향한다. 그 옛날에는 인적이 드문 첩첩 산중이었겠지만 지금은 사통팔달로 후세의 사람들이 찾아오기 쉬운 곳으로 변하여 17세의 어린 나이로 유배지인 관풍헌에서 사사(賜死)되시고 그 유해마저 동강에 띄웠으나 호장 엄흥도가 시신을 수습하여 현재의 능이 있는 이곳에 암장을 하였으니 그 당시 시신을 수습하는 자가 있으면 삼족을 멸한다는 엄명을 거역하면서까지 시행한 충절은 우리 후손들에게 길이 추앙을 받고도 남을 일이 아닌가?  단종께서 승하하신지 250여년이 지난 숙종 24년(1698년)에 전 현감 신규의 상소로 왕으로 복원이 되었으며 암장 되었던 묘도 능호를 장릉으로 추복되었으니 한 시대의 역사적인 사건을 재조명 하는 데는 공정한 사료에 의해 정리되어야 함에도 작금의 현실은 졸속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공정한 역사가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겠다.

 

 

영월의 동강을 지키려는 온 국민의 열화와도 같은 심정으로 댐을 막으려는 수자원공사의 계획이 철회되고 아름다운 절경이 우리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으니 그림 같은 어라연, 산굽이를 감아 도는 한반도의 지형에서 우리는 자연의 신비에 감탄하며 아라리의 애절한 사연이 물길 따라 흐르는 동강의 언덕에서 갓 잡아 올린 쏘가리 매운탕에 곁들이는 소주한잔이 끈끈하게 이어가는 충청 인들의 우정을 꽃피우며 淸風明月(청풍명월)의 정신 또한 영원할 것이다.

 

 


수필 작가  풍운아  김 완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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