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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삼신봉의 신기루

 


삼신봉(1,354m)의 신기루

소 재 지: 지리산 남부능선


지리산!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곳

설악산과 함께 등산 애호가들이 가장 많이 찾고 가장 많이 사랑 받는 곳으로  3개도 5개 군 16개 면의 광대한 면적에 걸쳐 자리 잡고 있는 지리산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동서로 40여 km 에 이르는 장대한 등줄기를 이루며 1,500m의 고봉이 16개나 솟아 있어 능선마다 계곡마다 수 백 개의 등산로가 거미줄 같이 얽혀 있으니 수 십 번을 오르고도 지리산의 진면목을 알 수 없어 북쪽의 삼정산과 남쪽의 삼신봉이 가장 아름다운 전망대라 하기에 지난봄 염주를 꾀듯 올망졸망 바위틈에 둥지를 틀고 있는 5개의 암자를 지나 삼정산에 올라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만복대에서 바래봉까지 지리산의 장쾌한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벅찬 감회를 맛보고 나머지 삼신봉에 오를 꿈을 간직하고 있다가 이름도 생소한 늘보 산악회와 함께 무박으로 산행 길에 오른다.


산행에는 언제든지 날씨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을 하지만 특히 오늘은 지리산의 모습을 조망하기 위한 산행이므로 쾌청한 날씨가 아니면 의미가 없으므로 각별히 신경이 쓰인다. 버스는 심야의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선잠 속에 덕유산 휴게소에 도착하여 하늘을 처다 보니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는 별빛만이 은구슬을 뿌려놓은 듯 영롱하고 부질없는 걱정도 사라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든다. 


양철통 스치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그 유명한 쌍계사의 십리 벚꽃 터널을 지나며 버스 지붕이 스치는 소리로 모두가 잠이든 하 계천 계곡의 새벽 공기를 가르며 목적지를 향해 살금살금 기어간다.


04시 10분 쌍계사 주차장을 출발한 우리는 입에 재갈을 물린 듯 침묵 속에 가쁜 숨소리와 경쾌한 발놀림으로 천년 고찰 쌍계사를 꿈결에 지나치고 돌층계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외눈박이 전구의 힘을 빌어 40여분 만에 불일폭포 휴게소에 도착하니 하늘의 별들은 더욱 영롱하고 봄의 화신으로 눈 녹은 계곡물소리가 시원하게 가슴속을 열어준다. 지리산에서 가장 크다는 불일폭포의 실체는 보지 못하지만 우렁차게 들리는 굉음소리로 만족하며 사면 길을 거슬러 오르다보니 계곡물 소리도 잦아들며 산 꾼들이 가장 싫어하는 너덜지대를 통과하며 먼동이 터오고 응달 편에 쌓인 눈길이 고단한 발걸음에 족쇄가 되어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6시 50분 상불 재에 올라서니 어둠 속에 걸어온 계곡의 실체가 드러나며 쌍계사가 아련히 내려다보이는 지리산 자락이 깊은 계곡을 품에 안고 신비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며 시원한 바람결에 흐르던 땀방울도 잦아든다.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며 지리산이 기지개를 켜는 순간.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일출을 기다림은 소녀의 기도처럼 순진무구한 마음이다. 회색 빛 띠가 산마루에 걸치며 그 속에서 붉은 점 하나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살그머니 고개를 내밀더니 곧 이어 불덩이로 활활 타오르며 온 누리를 비추고,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아래 황금색으로 물들이는 암 봉들. 불무장등 넘어온 산줄기가 화개천 따라 섬진강으로 이어지고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운해 까지 우리의 눈을 황홀하게 하며 불일폭포 기어오르며 흘린 땀방울을 보상이라도 하듯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전망 좋은 바위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곁들이는 간식은 일미를 더하고 조릿대가 무성한 능선 길을 오르며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위의 경관이 아름답게 펼쳐지는데 그냥 지나치기 쉬운 쇠 통 바위 구멍으로 올라서면 도인 촌으로 유명한 청학동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상불 재에서 쇠 통 바위로 내 삼신봉, 외 삼신봉이 바람막이 울타리가 되어 속세를 떠난 별천지로 환인, 환웅, 단군왕검 세분을 모신 삼성궁은 10여 만 평에 이르는 너른 분지에 한풀선사를 중심으로 그의 제자들이 엄격한 수행을 하는 곳으로 현대판의 무릉도원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싶다.


키를 넘는 조릿대 밑으로 깔려있는 빙판길은 겨우 내 오르내린 발자취 따라 반들거리는 위험한 구간으로 잠시라도 방심 할 수 없는 곳, 조심스런 발길로 오르락  내리락 1,354m의 정상에 올라서니 지리산 제일의 조망터로 내 삼신봉의 정수리가 아닌가? (8시)


보라 !

저 장쾌한 지리산의 연봉들.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웅장하게 솟아오른 천왕봉, 제석봉 아래 장터목산장이 다소곳이 머리 숙이고 유월이면 붉게 타오르는 세석평전, 하동과 함양을 넘나들던 벽소령, 삼 도봉 지나 반야봉이 우뚝한데 노고단 운해가 아름다워라.


웅장하고 장엄한 저 모습을 보기 위해 얼마나 마음조리며 기다려 왔던가?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은 우리 민족의 애환을 간직한 곳으로 동학혁명과 의병들의 활동 무대이기도 하고 해방 이후 빨치산 시절 남부군으로 유명한 이 현상의 부대가 이곳에 은거하며 마지막 항전을 하던 곳으로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삼신봉의 정상에는 춘삼월의 칼바람이 불어오지만 장쾌한 파노라마에 혼미하여 내려 설줄 모르고 영신 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유혹의 손길을 보내는데 남으로 백운산이 운해위로 우뚝 솟아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다. 


세 갈래길 삼거리에는 쌍계사 9,7km  세석산장 7.5km  청학동 2.8km의 이정표가 선명하고 신라의 최치원 선생이 삼 신봉에 오르다가 용변을 보기위해 갓을 걸었다하여 이름 지어진 갓걸이 재를 지나 청학동으로 내려오는 길옆으로 나무의 밑둥치에 여러 가닥의 비닐호스가 달려 있으니 고로쇠의 수액 을 받는 것도 좋지만 국립공원에서 만큼은 자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30분 만에 청학동 입구에 도착하여 옛 정취를 찾아 심산계곡에 있는 도인 촌으로 향했지만 현대 문명에 물들어 저자거리를 방불케 하며 자동차의 경적 소리와 휴대폰의 신호음이 골짜기에 울려 퍼지고 가전제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으니 실망스러움을 금할 수가 없다. 


맨 상투에 도포자락의 도인들,

초가집의 평상에 자리를 잡고 인심 좋은 주모가 따라 주는 동동주 한 사발에 위안을 삼으며 서둘러 하산을 하여 버스에 오르며 6시간의 삼 신봉 산행도 마감을 하고 일출과 함께 지리산의 아름다운 조망을 가슴에 안고 섬진강 가에 피어나는 매화향기에 취해 꿈속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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