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의 좌청룡 우백호 성벽을 따라서.
북악산(342m). 낙산(125m). 인왕산(338m). 안산(295m). 백련산(215m)

산행일시: 2007년 7월 7일 산행시간: 6시간 30분
소재지: 서울시- 종로구 성북구 서대문구 은평구 날 씨: 맑음 산행거리: 약 16km

북악산과 인왕산 그뒤로 안산 까지
저녁에는 둘째딸 미숙이가 친정 식구들을 초대하여 집들이 겸 만찬을 하기로 약속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근거리 산행에 나선다.

곡장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전경
주간 예보로는 어제와 오늘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린다는 호우 주의보가 발효된다.
기상대의 최면에 먹칠을 하는 오보로 곤혹을 치루지만, 밝게 떠오르는 태양이 반갑기만 한 것은 산을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언제나 그렇듯이 새벽부터 서둘러 짐을 꾸리고 동대문역에 도착하니 7시 30분.
성곽을 따라 시작하는 지신 밟기는 창신2동의 골목을 들어서며 시작된다.


낙산공원오르는 길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도읍을 정하고 경복궁에 터를 잡아 북악을 주산으로 정할때, 좌청룡에 낙산을 우백호에 인왕산의 지세를 놓고 보니 낙산의 지맥이 너무도 허약하여 동대문을 흥인지문이라 하여 갈지자로 지맥을 보완하였다고 한다.


낙산정
낙산은 60년대 개발의 붐을 타고 시민아파트가 들어서며 정기를 잃고 정수리까지 민간인들의 사유재산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도에도 표시가 없는 유명무실한 곳으로 방치 되어 오다가 2002년 시민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나 문화의 거리 대학로와 연계되는 휴식공간으로 조성하여 낙산정의 정자와 홍덕이 채소밭을 지나 낙산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이어진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산책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정면으로 남산이 바라보이고 장안의 빌딩숲 너머로 북악과 인왕산, 안산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낙산의 높이가 125m로 완만한 경사에 1.2km의 등산로가 개설되어 30여분 만에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으로 내려선다. 곧 바로 혜화동로타리를 가로질러 헤화 초등학교와 경신고등학교를 지나 5분 만에 도성입구가 나온다.

낙산의 정수리를 차지한 민간 가옥

낙산에서 바라본 남산


정도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성터는 새로 복원한 부분도 많지만, 인고의 세월속에 산 역사의 증인으로 담쟁이 넝쿨과 바위 이끼로 속살을 감추고 고즈넉한 산길을 열어준다.




성밖으로 급경사를 이루는 성북동과 완만한 경사에 울창한 그늘속으로 계단이 이어지는 명륜동쪽으로 둘레 길이 이어진다. 성벽을 따라 오르는 동안 도심의 빌딩과 남산의 타워가 유난히 돋보인다. 와룡동에서 올라오는 산책로와 만나면, 정자를 비롯한 휴식공간에는 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즐긴다.



군부대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성벽이 허물어진 곳으로 둘레 길이 열리고 , 이곳부터 40여 년간 금족령이 내려진 역사의 현장으로 접근한다. 역사의 뒤안 길에서 풍랑이 일때마다 시련을 함께 해온 곳. 김신조의 청와대 습격사건으로 나라 안밖이 소용돌이 치는 와중에 일반인들의 출입도 금지된다. 울창한 숲으로 보존되고,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거듭 태어난 성벽이 우리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성벽을 넘는 철 계단 전망대에 올라서면 만리장성이 부럽지 않은 성벽이 끝없이 이어지고, 성북동 마을 뒤편으로
북악 스카이웨이의 팔각정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출입신고소에서 본 북악산
도심지에 있으면서도 때 하나 묻지않은 노송들이 운치를 더 하고, 시원한 그늘 아래 잘 어울리는 목조건물 한채가 반겨준다. 일반 등산객들이 출입신고를 하는 곳이다. 6월까지는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단체로 입장을 했다지만, 지금은 패찰을 교부하면 개인별로 입산이 가능하다.

하얀 지붕이 숙정문

7월 1일부터 일반에게 자유로운 산책길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 우리의 심장부를 지키는 곳이기에 100여 m 간격으로 초병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숨겨진 비경들이 우리의 눈 앞으로 펼쳐진다.


10여분 후 그림 같은 숙정문에 도착한다. 이성계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며, 쌓은 성벽을 따라 동서남북으로 4대문을 설치 하였는데, 이곳이 북문에 해당하는 곳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별로 없는 외진곳이라 울창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자연을 최대한 살리며 쌓은 성터를 오르며 바라보는 경치는 그야말로 선경이 따로 없다. 이층의 누각에 올라서면 북악스카이웨이와 팔각정, 그 뒤로 살포시 고개 내미는 백운대의 암 봉이 한 폭의 그림같다.



북악산 개방이 얼마 안된 탓인지, 휴일임에도 이곳을 찾는 탐방객이 별로없어 호젓한 오솔길에 삼삼오오 짝을 이룬 연인들의 모습이 한가로워 보이고, 싱그러운 솔향기에 흠뻑 취해 시간 가는줄을 모른다.



숙정문을 지나며 북악산성에서 가장 힘든 계단이 나타난다. 천헤의 요새답게 밖으로는 수 십길 단애를 이룬 절벽이요. 성안쪽으로는 45도가 넘는 가파른 경사를 이룬다. 성벽이 직각을 이루는 꼭지 점에 잘생긴 소나무가 있는 휴식공간이 나타나고 10여 m 위에 북악산 제일의 전망대가 펼쳐지는 곡장에 올라선다.

곡장에서 바라보는 북악산과 인왕산



수 십 길 단애를 이룬 곡장은 삼면에서 공격하는 적의 동태를 파악하고 방어하기 위해 설치한 곳을 말한다. 북쪽으로 북한산의 전경이 펼쳐지고,서쪽은 북악마루의 정상까지 새로 복원된 성벽이 장관을 이룬다. 그 옆으로 인왕산과 자하문 밖의 세검정이 그림같이 펼쳐지고 남쪽으로 지나온 능선들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다시 소나무가 있는 공간으로 내려와 10여 분 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무심히 넘겨버릴 역사의 뒤안길을 되새겨본다. 북악산을 중심으로 남산과 낙산. 인왕산을 잇는 성벽이18km에 이르지만, 현재까지 복원된 부분이 10여km에 이른다고 한다. 도성과 산성, 장성의 차이점과 곡장, 여장의 상징적인 의미로 부터 한양천도의 풍수지리까지 해박한 지식이 일사 천리로 쏟아진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군부대의 주둔으로 산책로는 성벽을 넘나들며 전망대가 조성되고, 잠시 후에 곡장과 함께 북악산 제일의 전망대인 청운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안내원의 설명이 반복되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40여 년간 우리의 발목을 잡고 족쇄를 채웠던 총탄 맞은 소나무가 반겨준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하는 와중에 벌어진 총격전으로 아직도 상처의 흔적이 뚜렷하다.



북악산의 정수리
북악 마루 오르는 계단이 지옥의 문턱인가? 다리가 뻐근하도록 진땀을 흘린 뒤에야 정상에 올라섰지만 안보상의 이유로 무성한 숲이 앞을 가려 시야가 흐리고,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바람 한 점 없는 찜통더위 속에 소나무 그늘에서 안내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하산 길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인왕산이 지척에서 손짓하고, 그 유혹에 이끌려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창의문 쪽으로 수 천 개가 넘는 계단 길이 까마득히 내려다 보인다. 내려가는 것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데, 장애우들이 정상을 향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차마 바라보기 조차 민망스럽다.




장애우들의 정상을 향하는 집념
아슬아슬한 계단을 내려와 검사소에서 패찰을 반납하고, 자하문으로 부르는 창의문에 도착하며 북악산 답사는 일단 끝이난다. 슈퍼에 들어가 시원한 사이다로 갈증을 달래고, 캔 맥주 하나와 사이다 한 캔을 따로 배낭 속에 넣은 다음 인왕산을 향한 행군이 시작된다.



인왕산 길(이차선 도로)을 따라 10여분 진행하면 초병들이 근무하는 길 건너로 등산로 표시가 있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초병들의 초소를 지나면 잠시 후에 성벽을 만난다.

인왕산 오르는 등산로 입구

성벽의 보수가 한창이라 진행에 조심해야 한다. 10여 분후 초병들의 막사가 있는 안부에 올라서면 찜통더위 속에 후줄근히 몸이 녹아내린다. 거대한 바위 사면 길에는 철 계단이 놓여있고 정상의 턱밑으로 연결된다.


인왕산의 기차바위 봉

스모그에 가린 경복궁과 세종로
정상에는 거대한 돌덩이 하나가 자리를 잡고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오른 기쁨으로 즐거움을 만끽한다. 낙산에서 인왕산까지 3시간 30여 분만에 주파하고보니 피로감으로 몸이 노곤하다. 더위를 피해 나무그늘에 자리를 펴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도심의 화려한 빌딩과 한강너머로 펼쳐지는 파노라마에 마음을 빼앗긴다.

인왕산 정상의 바위
인왕산도 김신조 사건으로 인해 시민들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으나,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시민의 품안으로 돌아와서 많은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봉수대가 있는 안산을 찾아 가자면 무악재로 내려서야 하지만 중간에 군부대가 가로막고 있어 진입로 찾기가 애매하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속담대로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만 연계종주를 한 사람들이 없는지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통에 머리만 복잡해진다. 건너다보이는 무악재를 두고 선바위 밑까지 내려갈 생각을 하니 맥이 풀린다.

군 부대가 있는 인왕산 주 능선 성우측으로 희미한 길이 무악재로 가는길
경사가 급한 비알 길을 내려가며 연신 오른쪽의 샛길을 찾던 중, 군부대가 건너다보이는 완만한 안부에 희미한 오솔길이 보인다. 허물어진 성벽을 넘어 숲속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뚜렷한 산책 로가 계곡으로 이어진다. 10여 분후 무악재육교와 연결되는 청구아파트 광장에 내려서며 너무나도 쉽게 산책로를 찾았다는 생각으로 쾌감을 느낀다.


건너다 보이는 안산

육교를 건너 삼성아파트 정문으로 들어가 슈퍼에서 캔 맥주를 사서 배낭에 넣고 안산 오름길을 물어본다. 아파트 뒤편으로 산책로가 열리고 아카시아나무가 무성한 산책로를 따라 10여분 오르면 약수터가 나오고 왼쪽으로 급 사면에 걸려있는 로프를 따라간다.
삼성 아파트 뒤로 안산의 들머리가 열린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로 된 정상은 마천루처럼 높아 보이고, 몸 하나 숨길 수 있는 그늘하나 없는 떼약 아래서 솜뭉치처럼 늘어진 몸을 가누며 벼랑 길을 오르면 봉수대가 있는 정상이다.

건너다 보이는 인왕산



높이는 비록 295m에 불과하지만, 수백 척 벼랑 아래로 무악재를 넘는 자동차들이 홍수를 이루고, 건너편으로 인왕산이 어깨동무를 한다. 평안북도 강계에서 출발한 봉수가 황해도와 경기도 내륙을 따라 고양 해포나루를 건너 남산 제3봉수대로 연결되는 전략적인 요충지다. 망망대해에 우뚝 솟은 등대처럼 막힘이 없으니 이곳을 무악 동봉수대로 부르고 있다.

남산의 서울타워가 희미하게 보인다.

인왕산과 북악산

무악재를 내려다본다.
햇살을 피해 그늘 속으로 들어가 캔 맥주에 김밥을 안주삼아 허기를 달래며 일정을 점검해 본다. 사실상의 종주는 끝이 났지만, 저녁 모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어 집으로 돌아가기도 뭐하고, 북쪽을 바라보니 홍제천 내륙고속도로 건너편에 소나무가 울창한 백련산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지도를 펼쳐보니 능선의 길이도 3km는 되는 듯 남은 시간을 채우기에 안상맞춤이라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나 철탑이 있는 서대문 구청 쪽으로 내려선다.


가파른 경사에는 토사의 유실을 막기위해 나무계단을 설치하고, 팔각정 정자가 있는 광장에서 우측의 계단을 내려서면 만남의 광장이 나오고 곧이어 연북 중학교 후문에 도착한다. 정문을 통과하여 서대문 구청앞의 횡단보도를 건너고, 홍제천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200여 m를 진행하면 어린이집이 나온다. 골목길을 지나 4차선도로레서 등기소와 서대문구 문화회관 사이로 백련사 길을 따르면, 홍연초등학교를 지나 정자가 있는 곳에서 들머리가 된다.


백령산 등산로와 정상의 팔각정
무성한 숲 사이로 완만한 산책로가 열리고 정상까지 1km남짓한 거리에는 산책 나온 주민들의 발걸음이 평화롭게 보인다. 정자가 있는 정상에는 벤치와 운동기구들이 마련되어있다.

잠시휴식을 하고 오늘의 소임을 다했다는 자부심으로 녹번역이 있는 능선을 거쳐 목욕탕에서 찌든 때를 씻어내며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