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북한강을 바라보는 은두봉

김완묵 2007. 2. 7. 08:48
 

                 북한강을 바라보는 은두봉에서

                       은두봉(678m), 오독산(624m)

 

 

                     성북역 전철뒤로 비추는 보름달

 

         산행일시: 2007년 2월 4일 대성리 소석철교      산행시간: 5시간 5분

소 재 지: 경기- 가평군 청평면,  남양주시 수동면   산행거리: 약 11km (진입로 5km 포함)   

  

                                  경춘선의 차창으로 떠 오르는 일출


이가 태어 난지도 20여일.

30년 만에 들어보는 아기의 울음소리에 우리 모두 기쁨 속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중한 나의 핏줄이 흐르고 있다는 감동으로 손주 들여다보는 재미에 푹 빠진다.

 

 


유난히도 포근했던 겨울도 서서히우리 곁을 지나고, 절기상으로 오늘이 입춘이다. 봄을 시샘하는 꽃 샘 추위가 한 두 차례 지나고 나면 버들가지에도 물이 오르고 매화가지에도 꽃이 만개하는 봄소식이 기다려진다.

 

 

                                        북한강과 화야산 자락


저녁에는 청우회 모임이 있어 장거리 산행을 하지 못하고 북한강 자락을 굽어보는 은두봉과

두리봉, 송라산을 종주하기위해 새벽 일찍 집을 나선다.

 

 

 

성북 역에서 대성리까지 예매를 해놓은 터라, 느긋한 마음으로 집을 나서니 서산마루에 걸터앉은 보름달과 동녘하늘의 샛별이 유난히도 반짝이며 모처럼 청명한 날씨속에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7시 17분 춘천으로 향하는 열차에는 일요일인데도 절반 이상 자리가 비어있어 좌석표에 관계없이 빈 자리를 골라 창가에 자리를 잡는다. 스쳐가는 풍경들을 감상하며 은두봉 종주 길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한껏 부픈 마음으로 8시 정각 대성리 역에 도착한다.

 

                                    중앙기도원 입구의 소석철교


주말의 정체현상을 피하기 위해 예매를 하려고 했지만, 매시간 운행하는 기차가 마석에서는 승객이 적다는 이유로 오후 5시 이후에나 승차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인구가 많은 읍 소재지에 기차가 서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아심을 가지며, 역 광장에 나서며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대성리는 대학생 들이 낭만과 꿈을 키우는 M.T 현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학생들이 항상 붐비는 곳이라 택시야 흔하게 얻어 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산행 들머리인 중앙 기도원까지 택시를 이용하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광장의 어느 구석에도 택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매서운 강바람만 가슴을 파고든다.

 

 

 

신나게 질주하는 차량들 속에서 택시는 보이지 않고, 답답한 마음으로 연쇄점에 들어가서야 대성리에는 택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마석이나 청평에 전화로 대절을 해야 한다는 대답에 다이알을 돌려 보지만 근처를 지나는 차가 없어 못 간다는 대답 뿐이다.

 

                                           경춘선 복선공사 현장

 

망연자실 한 채 이일을 어찌 수습해야 할지 우왕좌왕 하는 동안 금쪽같은 30분이 흘러가고 궁여지책으로 소석철교가 있는 기도원입구까지 버스로 이동을 하여 3km가 넘는 기도원까지 걷기 시작한다.

 

 

원천동 마을로 들어서며 낯선 사람의 출현에 개들의 합창으로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일일이 대꾸할 기력도 없이 기도원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는 이 길은 5년전 아내와 재형이가 청평의 깃대봉에서 종주하여 이곳으로 하산하던 추억이 있어 낮설지가 않다.

 

                              마을의 연륜을 자랑하는 당산 나무


 산골 구석까지 그림 같은 집들이 들어서고, 경춘선 복선 공사로 어수선한 현장을 벗어나면 계곡을 따라 유원지가 펼쳐진다. 잠시 후 양지바른 분지위에 중앙기도원의 건물들이 자리 잡고, 숨소리도 들릴 만큼 정적이 흐르는 수련장이 펼쳐진다.

 

 

 

 

기도원이 끝나는 계곡 오름 길에는 대성리 2.2km, 은두봉 정상 4.7km의 이정표가 반겨준다. 널찍한 임도를 따라 오르는 것도 잠시 뿐. 임도는 오른쪽으로 돌아서고 왼쪽으로 계류를 건너며 본격적인 등산로가 열린다. 소복히 쌓인 눈 위로 몇 사람의 발자국이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따라 오르는데, 어느새 이곳에도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사가 도착을 했다.

 

 

고로쇠 수액을 받기위한 비닐호수가 등산로를 따라 이어지고, 계류를 여러 번 건너며 상류 쪽으로 30여 분간 거슬러 오르면 여러 나무에서 연결된 비닐호수의 집하장이 있는 곳에서 발자국도 멈추고 만다. 지금까지 눈길에서도 편히 올수 있었던 것은 고로쇠 수액을 받기 위한 동리 사람들의 발자취 때문이었다.

 

 

상류로 오를수록 골이 깊어지고, 너덜지대의 바위들이 계곡을 가로 막는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속으로 등산로도 사라지고 가파른 산 비알엔 잡초와 가시덩굴이 뒤엉켜 진퇴양란이다. 대성리에서 부터 빗나가기 시작한 일정이 고립무원의 곤경에 처하고 말았으니, 겨울 산행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조난의 순간이 아닌가?

 

                               나의 분신인 그림자와 함께


너럭바위를 건너뛰며 눈 속에 뭍인 크레바스에 빠질세라 조심조심 신경을 곤두세운다. 10여분을 더 오르자 가파른 빙벽이 가로막고 사방을 둘러봐도 만만하게 올라 설 탈출로를 찾을 길이 없으니 막막하기 그지없다.

 

 

 

어려움속에서도 산행경험을 되살려 침착하게 눈이 없는 양지쪽의 벼랑으로 방향을 잡아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거리상으로는 마루금의 주능선이 얼마 되지 않을 듯 싶은데 발붙이기도 어려운 험지의 가시덤불 속에서 허우적거림은 그물 속에 같인 새들의 신세와 무엇이 다르랴?

 

겨울산에서 조난당하는 기사를 심심찮케 볼수가 있다. 조난이란 희말라야의 고산준령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하게 보이는 야산에서도 얕잡아 보는 자만심과 경솔한 행동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다. 만가지 상념이 교차하는 번민속에 마음이 초조해진다.

 

 

 

가까스로 작은 능선의 안부에 올라서니 깃대봉에서 은두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저 만치 바라보이고 고생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종개량을 위한 간벌로 참나무의 그루터기와 잔해들이 앞길을 가로 막고 있으니 갈수록 태산이다.

 

장애물 경주하듯, 난공불락의 성벽을 기어오르는 고초를 겪으며 체력이 쇠진하고 만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주능선에 올라서니 무릅까지 빠지는 눈 속을 헤치는 산 꾼들의 발자국이 선명하고 낯익은 리본들이 반겨준다.

 

 

 

고립무원의 사지를 벗어나며 허탈감이 앞선다. 청명한 날씨가 아니라면 도저히 돌파할 수없는 곳이다. 1/50.000 지도에 표시된 등산로를 믿고 길을 찾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못하는 등산로는 무성한 가시덤불 속에 유실되기 십상이니 후답자들도 이런곳을 피했으면 하는 바램 이다.

 

 

처음부터 빗나가기 시작한 산행을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탄탄대로 마루금이 시원하게 열린다. 전망좋 은 암릉 위에서 바라보는 중앙기도원 골짜기가 아늑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겨울잠을 자고 있으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산굽이를 몇 개 돌아서는 갈림길에는 깃대봉 3.5km 축령산 4.2km의 이정표가 서 있고, 잠시 후 오늘의 종주 길에서 가장 높은 697봉을 지나면 곧 바로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은두봉 정상이다.

 

 

 

 

툭 터진 조망으로 주위의 산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운무속에서도 머리를 살짝 내민 천마산으로 가장 먼저 눈길이 가고, 오늘 올라야 할 송라산이 송신탑을  머리에 이고 반겨준다. 철마산에서 주금산으로 부드러운 능선을 이루는 천마지맥, 오독산과 어깨동무하는 축령산, 그 뒤로 운악산의 암봉들이 하늘 금을 이룬다.

 

                                     안개속의 운악산

 

                                          건너편의 오독산


깃대봉은 방금 지나온 697봉에 가려 보이지 않고, 남쪽으로 참나무 등걸사이로 화야산이 북한강을 사이에두고 손짓한다. 시계방향으로 중미산과 용문산이 아스라이 하늘금을 이루고, 서남쪽으로 문안산 뒤편으로 운길산과 예봉산이 눈도장을 찍고 있으니 모두가 나의 발자취가 스쳐간 곳이라 더욱 정감이 간다.

 

                                       모처럼 만나는 낙락 장송

 

축령산 방향4.2km  원대성리 5.4km의 이정표를 바라보며 저녁 모임이 걱정이 되어 오독산을 경유하여 수레넘이 고개에서 하산하기로 계획을 변경하고  북사면의 쇠 음달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쪽바위의 날카로운 기상이 오독산의 정기를 받고

 

서 있기도 힘이 든  벼랑길. 빙설이 천국을 이룬다. 오금저리는 비알 길에서 진땀을 흘리며 파워 고개로 내려서니 나는 새도 넘지 못할 오독산과 은두봉, 피라밑을 두개 잇대어 놓은 듯 음산한 고개 마루에는 세찬  바람만 불어온다. 북쪽의 임초리와 남쪽의 입석리를 오가는 고개마루는 사람들의 발자취도 없이 가시덤불만 무성하다.

 

                                  오독산의 정수리를 이루고있는 암봉


양지바른 오독산,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속에서 내딛는 발길마다 미끄러지며 헛김이 샌다. 150m의 고도차를 극복하는 비알 길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위 잔등에 자리를 잡고 찐한 양주 한잔으로 원기를 돋운다.

 

 

                          임초리의 고요한 아침 수목원


정상으로 오를수록 바위도 듬성듬성 나타나고 수 십 길 단애를 이룬 암봉을 우회하여 정상에 올라서면 시원한 조망으로 가슴이 터진다. 건너편으로 깃대봉에서 은두봉까지 흐르는 종주 길이 시원하게 펼쳐지며 북쪽의 임초리 계곡에는 가평이 자랑하는 ꡒ아침고요 수목원ꡓ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북쪽으로 축령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며 서쪽으로 오르지 못한 송라산이 더욱 눈에 밟히며 수동리 계곡이 천마산 자락을 파고든 다.

 

                                        정수리로 오르는 암릉길


375m의 수레넘이 고개까지는 250m의 고도차를 극복하는 벼랑길이 빙판을 이룬다. 잠시라도 방심을 하다가는 큰 사고를 당하기 십상이라 넘어지고 자빠지는 수난을 당하며 고개 마루에 내려서니 따스한 햇볕아래 축령산이 자랑하는 잣나무 단지가 펼쳐진다. 널찍한 임도가 수동면 입석리와 상면의 임초리를 이어준다.

 

 

                                   수레넘어 고개의 임도

 

12시 35분: 일찌감치 산행을 완료하게 되지만 만만치 않은 임도길이 아직도 4km나 남아 있으니 마냥 늑장을 부릴 일도 아니다. 교통이 편리한 수동면 쪽으로 울창한 잣나무 숲길을 따라  부지런히 걸어오면 10여분 후 계곡을 사이에 두고 임도는 두 갈래로 갈리고 왼쪽 길을 따라 10여분을 진행하면 서낭당 고개에 이른다.

 

                                       선돌마을 탁거리


잠시 휴식을 하며 두유를 마시고 내려가는 하산 길에 다정한 부부산객을 마주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마을이 멀지 않았다는 자신감에 발길이 가볍다. 축령산 생수공장에서 임도도 끝이 나고 선돌마을 탁거리 에 도착하며 오늘의 일정도 마감을 하며 청량리에서 수동면 비금리까지 오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달콤한 꿈나라로 빠진다.

 

 

※ 버스는 25분마다 있고 남양주시 도농역에서 전철을 이용하면 구리시와 망우리의 교통 혼잡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