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

앵자지맥 3구간을 찾아서

김완묵 2007. 1. 23. 05:17
 

앵자지맥 3구간

국수봉(427m), 양각산(386m), 해룡산(367m)

 

                               무갑산 위로 태양은 떠 오른다.


산행일시: 2007년 1월 20일  09시 - 14시 30분    산행시간: 5시간 30분     나홀로 산행

소 재 지: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 광주시- 실촌읍 도척면   날  씨 : 맑음   산행거리 : 약 14km

 

                                      넋 고개 정류장 앞


오늘은 일년 중에 가장 춥다는 大寒 이다.

대한이 동생인 소한 집에 놀러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말이 있듯이 서울지방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도에 낮 최고 기온이 6도로 예보하고 평년 기온보다 무려 6도나 높다는 날씨가 뉴스의 초점이 될 정도로 춘 삼월의 날씨를 보이고 있으니 우리 서민들이야 겨울나기가 수월하지만 그래도 추울 때는 추워야 제 맛이 아닌가?

 

                          넋고개 주위로 식당의 물레방아


전국을 누비며 산을 찾아가는 우리 산 꾼들도 자연이 생활의 터전을 중심으로 산을 오르게 되는데 이번에는 이천시와 광주시의 경계를 이루는 양각산과 해룡산을 찾아가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다보니 앵자 지맥이라는 생소한 이름이 나의 시선을 끌게 되고 지도를 정치하여 보니 그럴싸한 산맥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미 여러 명의 산객들이 산행기를 올려놓은 상태이다.

 

 


문헌에 의하면 광주시 남종면의 검천리를 시작으로 정암산과 해룡산을 거쳐 앵자봉을 정점으로 남쪽으로 내 달리는 지맥은 남이고개를 지나 천덕봉에서 남서진하며 정개산을 일구고 동원대학의 뒤편으로 내려와 3번국도가 지나는 넋고개를 통과하게 되는데 이곳까지는 지맥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답사가 끝이 난 곳이라 넋고개에서 해룡산을 지나 성황당 고개까지가 오늘의 종주 일정이 된다.

 

 

 

등산은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을 낸다는 나의 습관대로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산이지만 새벽부터 서둘러 도봉산역의 환승을 시작으로 건대 앞에서 2호선으로 강변역에서 동원대를 오가는 1113-1번의 좌석버스로 순례를 하며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천호동의 시가지를 통과하며 중부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광주에서 곤지암으로 종점인 동원대입구의 넉고개 정류장에 내려서니 8시 40분. 선답자 들의 종주기록에 의하면 7시간이 넘는다고 하지만 기록과 알바를 하며 보낸 시간이라 14km에 대략 6시간을 잡으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을 하며 들머리를 찾기 위해 고개 마루에 올라섰지만 절개지에는 키 높은 펜스가 가로막아 되돌아 내려와 무선송신탑이 있는 골목길을 타고 오르면 숲 사랑 농원의 입간판이 있는데 좌측의 묘목을 심은 밭을 가로 질러 절개지의 위로 올라서며 본격 적인 산행길이 열린다.

 

                              동원대학 뒷편으로 정개산이


산행에 필요한 장비로 갖추고 보무도 당당히 서진하는 발걸음에는 나 혼자만의 여유로움으로 경쾌한 리듬 속에 두 활개 활짝 펴고 가시덤불 헤치며 284봉을 향한다( 9시 출발)

 

                                  앙상한 가시의 엄나무


잡목이 앞을 가려 시야는 별로 좋은 편은 아니지만 등산로는 뚜렷하여 2005년 利川 市界답사 리본과 지금은 진양기맥을 더듬고 있을 화요맥의 竹川 선생의 리본이 길잡이가 되어 수월한 산행이 이어진다.

 

 


광주시와 이천시를 아우르는 종주 길은 말끔하게 간벌을 하여 사람들의 왕래가 별로 없는 곳이지만 거칠 것이 없고 길섶에는 약용으로 널리 알려진 엄나무가 앙상한 가시로 무장을 하고 지나는 길손을 반겨주는데 고슴도치와 쌍벽을 이루는 보신책으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10여분 만에 284봉의 정수리에 올라서니 1987년 재설된 이천 476번의 삼각점이 낙엽 속에서도 고개를 내 밀고 민 대머리로 밀어버린 정수리는 그런대로 조망이 이루어지고 뒤편으로 동원대학의 뒤편으로 정개산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종주 길은 남쪽으로 이어지고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라서 인지 낮은 구릉지대로 내려서는 경사가 제법 가파르며 아름드리 거목들이 길가에 누워 있는 것을 바라보며 뿌리 약한 나무들이 비바람에 약하듯이 허장성세로 풍채가 거창해도 내실이 없으면 저 나무 등걸과 다를 바 무엇이 있겠는가?

 

 


완만한 능선 길에 삼거리 갈림길을 지나 간벌로 잘려진 나무들이 등산로를 가로막아 애를 먹으며 장애물을 통과하면 광주시 신촌리와 이천시의 수광리를 잇는 서낭당 고개 마루에 도착하는데 고목나무에 청사초롱을 달아놓고 앙증맞은 신랑각시의 목각 인형을 놓아둔 것으로 보아 그 옛날 결혼을 한 새 색시가 가마를 타고 이 고개를 넘으며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던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9시 35분)

 

 

 

서낭당 고개에서 절개지 를 치고 오르는 직진 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 가쁜 숨 몰아쉬며 삼각점이 있는 319봉에서 한숨을 돌리는데 갑자기 달려드는 개에게 놀라 기절초풍으로 오금이 저리고 등허리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9시 55분)

 

 


내 주위를 빙빙 돌다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고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데 머리를 쓰다듬는 내 모습에 적의가 없는 것을 알았는지 꼬리를 내리며 주인에게로 달려가는데 주인의 손에는 송아지만한 개들이 두 마리나 더 있는 것이 아닌가?

 

 

 


훈련 받은 개들이라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사람을 물지 않으니 걱정 말라고 하지만 산속에서 느닷없이 달려드는 맹견에 놀라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글자도 없는 삼각점을 디카에 담고 서둘러 현장을 떠나는데 머지않은 곳에서 아빠를 따라 산에 올라온 삼남매의 천진스러운 모습에서 마음에 평온을 되찾는다.

 

                                         건너편의 국수봉


한북정맥의 종주 길에서 삽살개에 당한 수모를 떠올리며 단숨에 344봉에 올라서니 잡목 사이로 건너편의 국수봉이 어른거리고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딛는 발길에는 낙엽만이 풀풀 걷어채 인다. (10시)

 

                                  실 안개속의 무갑산과 앵자봉


안부에 내려서면 완만한 분지가 형성되고 종주 길은 북 서진을 하게 되는데 북쪽으로 실촌읍의 너른 평야와 앵자봉, 무갑산이 마루금을 이루며 실안개가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마을 이 내려다보인다.

 

                                                 국수봉 정상

 

                 죽은 나무가지 끝에 모진 생명 이어가고


오늘의 산행 길에서 가장 높은 국수봉 오름길에서 또 한번 비지땀을 흐리며 고된 신고식을 하고 한겨울의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정상에는 참나무들이 즐비하게 공터를 이루고 한 여름 쉬어가기 좋은 쉼터가 마련되어 있지만 삼각점도 이정표도 없는 쓸쓸한 산정에서 외로움이 엄습한다. (10시 30분 5분간 휴식)

 

 

 

 

북쪽으로 시원스런 영봉들이 유혹을 하지만 눈길을 거두고,  남쪽으로 열려 있는 종주 길은 무성한 잡목 숲에 가려 시야를 가리는데 길목 마다 간간이 붙어 잇던 리본의 흔적도 사라지고 없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직원들의 이동통로 사다리

 

                                       마루금의 386봉


한 겨울 내내 오간 사람이 없는지 급경사 내리막길에는 발목을 덮는 낙엽들이 지천으로 깔려있고 중부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의 굉음소리가 귀청을 파고드는데 어느새 고속도로의 절개지위에 도착하며 주위의 경관이 펼쳐지는데 안타깝게도 작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마루금을 이탈하고 말았다. (11시)

 

                              이동통로 내려오는 게단길

 

                                 이동통로 옆의 공사 현장

 

                            고속도로 관통하는 이동 통로


종주의 마루금은 남쪽으로 활등같이 휘어진 다음 현재의 위치에서 300여 m의 간격을 두고 마주 보고 있는데 급경사 내리막길을 20여분간 내려 왔으니 다시 올라간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설이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고속도로를 건너는 비상통로가 계곡의 수문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 어차피 이곳에서 합류를 해야 하므로 미안한 일이지만 도로공사의 직원들이 사용하는 철 사다리를 이용하여 50여 m나 되는 절개지의 벼랑길을 내려와 왼편으로 돌아가니 차량들이 통과할 수 있는 큰 암거로 수월하게 고속도로를 통과한다.

 

                                     마루금의 절개지

 

 

밤나무 밭을 거슬러 오르며 절개지를 향하는 비알 길은 가시덤불과 앙살 맞은 철쭉나무가 사정없이 앞길을 가로막고 수십m의 절개지 아래로 내달리는 차량들이 홍수를 이루는데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며 마루금에 올라서니 건너편의 종주길이 나의 변측적인 산행을 비웃는 듯 반색을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으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고속도로 통과하는데 20여 분간 소요 ) (11시 20분)

 

 

 


가시덤불 헤치며 오르는 386봉은 높기만 한데 쇠 음달 사면 길에는 수북히 쌓인 낙엽위로 지난번에 내린 눈이 살포시 덮혀 있어 전인미답의 개척지를 탐험하는 기분으로 눈 위에 발자취를 남기며 한발 한발 내 딛는다.

 

                          386봉의 정수리에 국수봉 가는길 표시


천신만고 끝에 정수리에 올라서니 이곳 또한 아무런 흔적도 없이 무명봉의 서러움에 울고 있는데 건너편으로 높이가 한 치도 틀리지 않는 양각산이 지척에서 미소 지으며 해룡산이 마주보고 손짓을 한다. (11시 50분)

 

                                            

                                                 나무사랑의 정겨운모습

 

                         지천으로 깔린 낙엽의 천국


남쪽으로 내려딛는 발걸음은 목적지가 멀지 않다는 희망으로 가볍기만 한데 동지섣달의 짧은 해는 중천에 떠 있으면서도 해거름의 한기가 옷깃을 파고들며 갑자기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종주길의 유링한 벼락 바위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는 양지바른 너럭바위에 자리를 잡고 간단한 행동식으로 요기를 하고 양주한잔으로 입가심을 하고나니 짜릿하게 흐르는 엔돌피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듯 내딛는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 12시 5분에서 식사시간 20분간)

 

                                          해룡산의 전경

 

                                        회고개의 당산목


잠시 후 가지가 두 갈래로 갈라진 시커먼 거목이 버티고선 서낭당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회고개로 서쪽으로는 천문대 돔과 같이 생긴 농장을 지나 노곡리로 가는 길이고 동쪽으로는 서 이천 인터체인지가 있는 장암리로 가는 계곡으로 직진을 하여 언덕을 올라 곧바로 우측으로 90도 방향을 선회 하면 해룡산으로 가는 마루금이 되고 앞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는 종주 길에서 벗어난  양각산 정상이다. (회고개 12시 30분)

 

                                         회고개의 돌무더기

 

 

                                         양각산 오름길


아직 시간도 이르고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양각산을 찾을 길이 어려워 무성한 잡목사이로 뚜렷한 오솔길을 따라 십 여분을 진행하면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되고 낙엽이 수북이 깔린 비알 길에는 100여 m 에 걸쳐 로프까지 설치되어 후둘 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정상에 올라서니 남쪽으로 도드람산과 설봉산이 마루금을 이루고 북쪽으로 국수봉과 386봉이 서쪽으로 해명산이 건너다보인다. (13시 - 5분간 휴식)

 

 


오랜만에 정상에는 표지석이 둘씩이나 서있어 반갑기 그지 없는데 금강 산악회에서 세운 비석에는 높이를 564m로 적어 놓아 실소를 금할 수 없으며 그 옆의 검은 오석에는 양각 산악회의 명단을 모조리 적어 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정작 국토 지리정보원에서 펴낸 1:50.000의 지도의 표기가 잘못된 것을 확인하게 되는데 지도상에는 북서쪽으로 700여 m 떨어진 표고 241번을 정상으로 표기하고 있어 회고개 에서 지도를 보며 아리송 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예정대로 양각산을 순례하고 회고개 까지 되돌아 오는데는 45분의 시간이 소요되고 해룡산으로 가는 길목에 리본을 하나 걸어놓고 잡목을 헤치며 달려가는 앞길에는 무수한 가시덤불이 앞을 가리고 천문대의 돔과 같이 생긴 농장을 옆으로 바라보며 소나무 숲 속을 지나 임도 사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 13시 20분)

 

 

 

 

너른 분지에는 조경농장이 자리 잡고 도척면 소재지인 노곡리와 마장면 유다리로 통하는 길목을 가로 질러 야산의 숲 속으로 들어서면 한동안 사람들의 왕래가 없었는지 희미한 오솔길에 낙엽만 풀풀 날리고 완만한 구릉지를 십 여분 진행하면 맞은편으로 양의 뿔처럼 뾰족한 양각산이 올려다 보이고 참나무의 거목들이 숲을 이루는 해명산 정상에 올라선다. (14시)

 

 

 

이제 오늘의 주 임무를 완수했다는 자신감으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정상석은 없고 조금 빗겨난 곳에 글자도 없는 삼각점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그 옆에 리본을 하나 걸어 놓고 느긋한 마음으로 지도 정치를 시작한다.

 

                                        해명산 정수리

서쪽으로는 도척 저수지 건너편으로 태화산이 우뚝 솟아있고 남서쪽으로는 낮은 구릉이 이어지는 성황당고개를 지나 되재 까지 실금을 이루며 종주길이 이어지는데 차량들의 왕래가 뜸한 지방도로로 내려서면 돌아갈 차편이 마땅치 않고 저녁의 약속시간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판단으로 아쉽지만 북쪽의 노곡리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14시 10분)

 

                                            해룡사

가파른 경사지에서는 스틱도 무용지물로 나무등걸 부여잡고 안간힘을 쓰면서 안부로 내려서니 널찍한 분지에 조성된 해룡사가 반가우나 개소리 닭소리가 들리지 않는 심산계곡에 사찰을 짓는다는 옛말은 찾을 길이 없고 눈썰매를 끄는 송아지만한 개들을 풀어 놓아 길길이 날뛰며 으름장을 놓는데 이래저래 오늘은 개들에게 수난을 당하는 날인가보다.

 

 

 

 

개들의 공격을 피해 동부그룹의 수련원 훈련장을 지나 노곡리에서 무료한 시간 버스를 기다리다 인심 좋은 자가용을 얻어 타고 곤지암 까지 나오며 고마움의 표시로 산 행기 한권을 건네주니 고맙다는 인사를 되받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귀경 길에 오른다. (14시 30분)

 

 

 

                                  노곡리에서 바라본 해명산

 

 

                              노곡리의 쉼터에서 바라본 해명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