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신따라 남도 천리 영취산으로
화신따라 남도천리
영취산(510m), 호랑산(470m)을 찾아서
산행일시 : 2005년 3월 31일 12시 - 16시 15분 산행시간 : 4시간 15분 산행거리 : 약 10km
소 재 지 : 전라남도 여수시 뫼솔산악회 참여인원 : 35명 날 씨 : 쾌청 회 비 : 25,000원
한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며 움 추렸던 몸도 기지개를 활짝 펴고 남녁에서 불어오는 훈풍 따라 한반도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영취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개나리 진달래의 향연 속에 임 마중 나가는 길목으로 서울에서 당일 산행으로는 가장 먼 곳으로 사천의 와룡산, 장흥의 천관산, 해남의 두륜산으로 이어지는 벨트라인 까지 형성되었으니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며 새로움을 추구하는 뫼솔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발휘하는 일정이다.
이웃에 살고 있는 이남규씨 부부와 함께 시청 앞 광장에 올라서니 반 년 만에 만나는 박대장의 건강미가 더욱 넘치고 멀고도 먼 천 리길을 다녀오자면 전국이 일일 생활권으로 거미줄 같은 도로망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지만 왕복 11시간에 5시간의 산행을 더하고 보면 20여 시간의 여정이 펼쳐지는 것이다.
06시 30분 시청 앞을 출발한 하나관광은 사당 역을 경유하여 양재 역에서 일행들을 모두 태우고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대진고속도로의 인삼 랜드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내쳐 달리다 남해고속도로와 만나 하동과 섬진강을 가로질러 남녁땅을 순례하며 양지바른 언덕아래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개나리와 매화의 향기에 취해 천리가 넘는 지루한길을 잘도 참으며 순천을 지나 예정보다 30분이나 빠른 12시 정각 여천공단의 호남정유 공장 앞에 서울의 산 꾼들을 풀어 놓는다.
비릿한 바다 내 음도 싱그러운 훈풍 속에 녹아들어 진달래의 환상 속에 부풀어 오르고 따사로운 햇살아래 활짝 개 인 하늘은 쪽빛바다와 어우러져 깔딱 고개 비알 길을 오르는 우리에게 한 아름 선물을 안겨준다.
억새 군락지를 지나 450봉에 올라서니 통통하게 살이 오른 꽃망울들이 두꺼운 갑주 속에 몸을 숨기고 애간장을 태우는데 심심찮게 나타나는 암릉길을 오르내리며 영취산 (진례산 510봉으로 표기) 정상에 올라서니 시원한 해풍이 멍울진 가슴을 쓸어내리고 한려수도를 품에 안고 있는 진산으로 북녘으로 펼쳐지는 여천공단은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원동력으로 활기가 넘쳐흐른다.(12시 50분 )
봉우재로 향하는 벼랑길은 철도침목으로 다듬어놓은 계단이 한 없이 이어지고 포장마차가 진을 치고 있는 봉우재 너른 공터를 그대로 지나쳐 430봉 오름길에 뒤돌아본 영취산은 정수리에 철탑으로 중무장하고 울 끈 불끈 솟아나온 암릉 사이로 그림 같은 도솔암이 명당자리 차지하고 시원한 해풍에 다리쉼하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너른 암반위에 자리를 잡는다.(13시 20분 - 30분간 식사)
절 고개 까지 펼쳐지는 진달래능선은 영취산이 자랑하는 군락지로 잡티 하나 없이 빽빽하게 숲을 이룬 진달래가 터널을 이루는데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속에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단단한 표피를 뚫지 못하고 탱탱하게 성이 난 사춘기 소녀들의 유두처럼 꽃망울을 감싸고 있는데 앞으로 일주일 후에나 그 화사한 모습을 볼 수 있겠으니 안타까운 심사를 어이할 꺼나.
오르락내리락 올망졸망한 고스락의 연속으로 남북으로 길게 지맥을 이루고 있는 영취산은 호남정맥이 동쪽으로 줄기차게 달려가다 남해에 발 담그기 전에 아름답게 솟아오른 진산으로 여수시를 품에 안고 한여름의 거친 파도와 겨울의 북풍한설을 막아주는 어머니의 품속과도 같이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아름다운 한려수도를 펼쳐 보이니 동백섬으로 유명한 오동도와 향일암, 거문도와 백도의 뱃길을 열어주는 요충지로 거북선을 수리하던 조선소가 있고 임진왜란 때는 300여명의 승려들이 승병을 일으킨 호국사찰(흥국사)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영취산으로 표기된 436.8봉에 올라서면 양지바른 사면 길에 앙증맞은 돌탑들이 소박한 꿈으로 태어나고 절고개로 내려가는 능선 길에는 편무 암의 파편조각들이 삼겹살을 구워내는 구절판으로 널널 하게 깔려있으니 봄나들이 나온 상춘객들에게 군침을 흘리게 하고 개 동백으로 불리는 샛노란 생강나무 꽃이 겨울잠을 깨워주는 전령사로 온 산천으로 짙은 향기를 뿜어내는데 흐드러지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진달래도 긴긴 겨울잠에서 깨어나겠지.(14시 10분)
수 백 년 된 고목나무가 자리 잡고 있는 절 고개는 흥국사에서 양지마을로 넘나드는 고개 마루로 그 옛날 절터로 짐작이 되는 널찍한 휴식처로 편 백 나무숲이 울울 창창 하늘을 가리고 탱자나무 울타리 옆으로 김해김씨 후손들이 만들어놓은 화려한 납골당이 자리 잡고 있으니 후손 잘 둔 덕분에 오고가는 길손들에게 눈요기와 부러움으로 시선을 모으며 호랑산을 오르는 깔딱 고개가 시작되며 거친 숨소리가 메아리친다.(14시 40분)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흥국사로 하산을 하는 탓에 울창한 숲 속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인적이 드문 호젓한 길로 싱그러운 해풍 속에 피톤치드 마셔가며 삼림욕을 즐기는데 401봉에 올라서면 사색의 길도 끝이 나고 스릴 넘치는 암봉이 펼쳐지는데 전망 좋은 누대위에서 바라보는 경관에 눈길이 황홀하고 오늘 우리들이 걸어온 영취산의 줄기들이 구불구불 사행천을 이루며 마루 금으로 이어진다.
470봉의 호랑산은 거친 암봉으로 1996년 재설된 광양 453호의 삼각점이 선명하고 사방팔방 펼쳐지는 여수 제일의 전망대로 진달래의 향기에 취한 상춘객들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선물로 가슴속 가득히 안겨준다. (15시 30분)
건너다보이는 암봉에 세워진 안테나 잔해들이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경관을 해치며 영험이 좋은 산자락에는 기도원이 자리 잡고 높다란 바위위에 십자가를 안치한 것도 볼성사나운 꼴불견으로 자연을 지켜야할 우리들이 자연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고 있으니 아름다운 유산을 물려줄 후손들에게 낮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파른 경사면을 치고 내리며 양지바른 둔덕고개 마루에는 산뜻하게 들어서는 아파트가 그림 같고 한 두 송이 피어나는 진달래를 스치며 아쉬움을 달래고 여도중학교에 도착하며 따듯한 남쪽나라 화신의 전령사로 임 마중 나온 산행 길도 마감을 하며 한 자락 아쉬움이 남지만 만족 만족 대만족속에 서둘러 서울 가는 천리 길의 행군을 시작한다.(16시 15분 산행마감 - 17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