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은 곤지암의 진산
태화산은 곤지암의 진산
태화산(644m), 마구산(585m), 정광산(563m), 노고봉(573m)
발리봉(514m), 용마봉(503m), 백마산(462m) 대 종주
산행일시; 2003년 7월 7일 산행시간; 6시간15분 산행거리; 약 13km
소 재 지;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실촌면, 초월면 용인시-포곡면, 모현면, 오포면
얌전하게 지나가는 장마덕분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평일산행이 늘 그렇듯이 나 홀로 산행이라 오늘도 세심한 준비를 하고 동 서울 터미널로 갔지만 광주와 곤지암은 시내버스를 이용하라는 매표소 아가씨의 답변에 당황하여 허둥지둥 헤멘
끝에 1113-1좌석버스에 올라 곤지암 까지 가게 되었다.
오늘의 행선지는 태화산(도척면)에서 백마산(오포면)까지 남북으로 10km에 걸쳐 길게 이어진 산맥으로 중부고속도로 서쪽으로 평행선을 이루며, 고도는 높지 않지만 높 낮은 고개가 많이 있어 만만하게 볼일이 아니다.
먼저 산을 다녀온 산 꾼들의 산행기를 보면 백마산을 깃 점으로 태화산을 종점으로 잡았지만 반대로 산행을 할 계획이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만 오늘의 산중에서 가장 높은 곳이 태화산이고 백마산까지 고도가 점점 낮아지기 때문에 체력안배에 가장 유리할 것이고, 교통도 태화산이 불편하여 하산 후에 차를 쉽게 이용 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08시;곤지암에 도착하여 보니 추곡리행 버스는 40분을 기다려야 한다기에 시간을 절약하기위해 렌터카를 이용했다.
도척저수지를 지나며 태화산 정상이 정답게 바라보이고 느티나무 정자가 무성한 추곡리에 내려 진입로를 찾는데 시간을 소비하며 가시덤불을 헤치고 잣 나무숲으로 들어서 10여분 만에 주능선으로 올라서니 뚜렷한 등산로가 나타나고, 가파르기는 하지만 무성한 활엽수림이 그늘이 되어 솔바람까지 불어오니 싱그러운 풀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30여분을 올라가니 정상 바로 밑 아늑한 계곡 속에 유서 깊은 백련암이 자리 잡고 있다.
아담한 대웅전과 요사채, 바위 밑에 모셔진 산신상이 전부이지만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부도가 이절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듯이 고려 충숙왕때 일연선사가 세웠다고 한다.
가파른 돌계단을 10여 분간 올라서면 전망 좋은 헬기장이 나타나고 바로 앞이 정상이지만 통신 중계소 안테나가 자리 잡고, 이곳에는 폭발물이 매설되어있으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판이 심사를 뒤틀리게 하고 그나마 정상석은 길 한 모퉁이에 덩그러니 서있으니 주객이 전도 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철쭉나무가 무성한 서쪽 암 능에는 로프가 매어있고 조심조심 내려서니 핼기장이 나타나고 지도를 펼쳐보지만 가늠하기가 쉽지를 않다.
등산로는 잘 나 있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곳이라 그 흔한 리본도 빛이 바랜지 오래 이고 햇볕도 들어오지 않는 밀림 속에서 북쪽을 향하여 터벅터벅 걸어갈 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유순한 산길에 솔바람까지 불어오고, 광활한 초원위에 주황빛 원추리꽂이 군락을 이루어 반겨주니 별 어려움 없이 마구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돌무더기 위에 비목이 외로이 서있고 이곳부터 정광산까지 방화선이 이어지는데, 한증막과도 같이 푹푹 찌는 태양아래 무성한 억새와 산딸기가 앞을 가리고고 산초나무까지 텃새를 부리며 날렵한 바위위에는 독사들이 일광욕을 즐기며 천국을 이루고 있으니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며 간담이 서늘하다.
그동안 수백회의 등산을 하면서 간혹 뱀을 보기는 하지만 이렇게 집단적으로 독사들의 환영을 받기는 처음이라 모골이 송연하고 두 다리가 후들거려 겁이 덜컥 일어난다.
할 수없이 궁지를 탈출하기위해 몽둥이를 만들어 숲을 헤치며 조심조심 내려서니 저 앞에 민둥 성이에 깃발이 휘날리고 활공장으로 짐작이 되어 걸음아 날 살려라 꽁지가 빠지도록 달려 차도를 따라 정상에 올라서니 일망무제로 오늘 산행 중에 가장 좋은 전망대로 뒤돌아보기조차 끔찍한 독사들의 소굴 마구산이 하늘 높이 솟아있다.
광주시와 용인시의 기름진 평야가 끝없이 펼쳐지고, 평화로운 농촌마을이 양지바른 언덕아래 자리 잡고 중부고속도로 위로 질주하는 차량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전위봉을 몇 개 넘은 끝에 정상에 올라서니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 11시35분이다.
울창한 숲 속에 가려 주위를 확인하기 어렵고 그나마 갈참나무 가지에 매달려있는 비닐쪽지가 아니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허망한 마음을 안고 지척에 있는 노고봉에 올라서니 비목으로 정상석을 대신하고, 거리상으로는 중간지점 이지만 이제부터는 고도가 낮아지는 구릉지대라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속도감이 붙는다.
원추리 군락지 사이로 솜털이 뽀송뽀송한 개 복숭아 (산복숭아)가 가지가 휘어지도록 탐스럽게 열려 있다. 점점 많아지는 개 복숭아나무들
내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의 병풍산에는 절골 이라는 계곡이 있는데 암자는 허물어져 주춧돌만 남아있지만 돌무더기 사이로 개 복숭아나무가 한그루 있어 그것도 과일이라고 육칠월 더위를 무릅쓰고 십리나 되는 산길을 기어올라 솜털이 까실 까실한 개 복숭아를 한입 베어 물면 쓰면서도 떫은맛에 오만상이 찡그러지면서도 바지 주머니가 터지도록 따가지고 오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입안에 신물이 고이고 이곳도 그 옛날 절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전망대를 지나 궁평리와 외국어대학이 있는 왕산리를 잇는 고개 마루에 내려서니 특전대 훈련장이 나타나고 넒은 도로에는 군 시설물이 설치되어 앞길을 가로막고 산악훈련장을 따라 오르면 좌측으로 철조망에는 민간인 출입금지라는 경고문, 저 아래 사격장에서 들려오는 총소리가 지친 몸을 더욱 긴장시킨다.
13시5분; 발리봉 정상에는 훈련 중인 병사들이 휴식을 하고 있다. 반가운 마음이 앞서지만 이방인의 출현에 쏠리는 시선에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간다.
사방이 확 트인 전망대, 북쪽으로 오늘의 목표지점인 백마산이 긴 꼬리를 늘어뜨리며 손짓을 하는 그곳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한낮의 열기 속에서 장시간 산행으로 지친 몸이라 발걸음이 마냥 느려진다.
용마봉 정상에는 매산리 주민들이 세운 오석에 글씨도 선명한 표지석이 풍운아를 반기고 이제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속에 시원한 냉수로 목을 축이고 건너다보이는 종착점을 향하여 발길을 재촉할 때 새로운 힘이 솟는다.
작전도로를 따라 몇 구비 무명봉을 넘다보니 낙락장송 한그루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정상 길옆에 백마산 표지석이 외로운 길손을 맞아주는 수호천사가 되어 환영을 하고 있다.
실제정상은 좀더 가야 되지만 그 무엇이 대수랴.
무거운 배낭 나무그늘에 부려놓고 비석을 쓸어보며 사진을 찍고 멀고 먼길을 무사히 완주했다는 자신감에, 지친 몸이지만 웃음꽃이 피어나고 동동주 한잔에 꿀맛 같은 식사로 허기를 달래고 447봉을 거쳐 초월면 소재지인 대쌍령리로 내려서니 14시 45분, 약13km 의 거리를 6시간 15분 만에 마감을 하고 260산에 나의 발자취를 남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