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팔당호에 떠 오른 정암산

김완묵 2006. 10. 7. 06:14
 

                   

                 정암산(403m)과,  해협산(531m)에 올라


산행일시 : 2005년 5월 9일          산행시간 : 4시간 30분   산행거리: 약 10km       

소 재 지 : 경기  광 주시, - 퇴 촌 면, 남 종 면     

        

중국을 다녀온 뒷마무리로 20여일 만에 산을 찾으니 신록이 무성한 산에는 철쭉도 낙화되어 땅위로 떨어지고 보라색 제비꽃이 다투어 피어난다. 양수리에서 바라보는 정암산과 해협산은 수반위에 피어나는 한 떨기 꽃처럼 아름다운 자태로 산 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정암산은 서울근교에 있으면서도 교통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의정부에서 도봉산역으로 군자역에서 강동역으로 3번이나 환승을 하며 상일동 정류장에서 퇴촌행 13-2번 버스에 몸을 싣고 면소재지에 도착하여 수청리행 광주시 완행버스(7시 40분)에 탑승하여 여우고개를 넘는 어려움속에 귀여리에 도착하게 된다.


반갑게도 정류장에는 정암산 오르는 이정표(정상까지 2,7km)가 있다. 들머리인 마을로 들어서니 낮선사람을 경계하는 개들의 요란한 울부짖음으로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진입로인 장로교회로 들어서지 못하고 마을을 벗어나 비닐하우스 단지가 있는 왼편으로 올라서면 산 비알에 청주한씨의 묘가 나타난다. 묘 잔등을 가로질러 솔밭속으로 들어서니 잠시 후 마을에서 올라오는 갈림 길을 만난다. "정류장 0,7km, 정상 1,7km"의 이정표가 있는 나뭇가지에 리본하나 걸어놓고 정상으로 향한다.


처음 계획했던 등산로는 이곳이 아니고 버스정류장에서 검천리 쪽으로 50여m를 더 가서 지릉선으로 올라서야 한다. 271봉으로 올라서면 두 물 머리의 너른 호수위로 정자나무 숲과, 정약용의 생가를 바라보는 환상의 산행코스가 될 터인데, 정류장에 세워놓은 이정표를  따르다 보니 호수의 전경도 볼 수가 없고 숲의 늪속에서 정상을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여러개 넘나들며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고, 남종면에서 삼림욕장으로 조성해놓은 등산로를 따라가는 길이 편하기는 하지만 이곳을 찾는 외부인들이 별로 없다보니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나 홀로가는 사색의 길에는 수 백년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불청객을 경계하는 장끼 한마리가 화들짝 놀라 비상을 한다.

 

큰 어려움 없이 정암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울창한 나무숲이 주위경관을 가로막아 합수머리 정자나무도 드넓은 호수도 가슴속에 묻어 둘 수 밖에, 실망감이 앞선다. 2003년 3월 1일 세운 정상석에는 표지석을 세운 사람의 이름석자를 무명으로 남겨두었다. 무심코 지날일이지만, 조그만 일에도 자기를 과시하는 요즘 세상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솔바람 불어오는 정상은 아무리 무더운 삼복더위라도 더위를 잊을 만큼 휴식공간으로 더 할 나뉘없이 좋은 곳이지만, 모든 잎 새 떨 구고 사주경계가 확실한 겨울철에 찾는것이 제격이다.

 

삼각점(양수461번, 1998년 복구)을 뒤로하고, 20여m 전방의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십자로 안부가 나타난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휘적휘적 걸어가는 발걸음에 느닷없이 달려드는 개의 공격에 기절초풍을 하고 만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송아지만한 개가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는것이 아닌가. 사색이 되어 구원의 요청을 해보지만 나물 뜯는 개 주인은 천 하 태 평이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는가. 여유 작작하는 그 모습에  울화통 치밀지만, 궁지를 벗어나려면 통사정을 하는 수밖에 주인이 개를 부른 다음에야 궁지를 벗어날 수가 있었다. 사람들이 수시로 다니는 길목에서 목줄도 없이 산천을 활개 치도록 방치하는 몰염치한 그 사람은 개를 훈련시키는 중이라는 변명아닌 변명을 하고있으니 어이가 없다. 340봉을 단숨에 넘고 410봉까지 삼십육계 줄행랑을 하면서도, 호젓한 산길에서 신선놀음으로 삼림욕을 즐기다가 당한 봉변에 간담이 서늘하다. 


410봉에서 무성한 나무사이로 수청리를 확인하고 오른쪽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된 비알을 내려오며, 개놈에게 놀란 가슴 진정도 되려니와 여유로운 발걸음에 떡 취들이 길섶에 돋아나고 향긋한 그 내 음에 어찌 그냥 지나치랴. 한 잎 두 잎 따 모아 비닐봉지에 담아보니 하루저녁 쌈 싸먹기 알맞은 분량이다. 쉬엄쉬엄 오름길에 해협산 정상에 올라선다.

 

무인 통신기를 철조망으로 둘러치고 외부인 접근금지라는 서슬 퍼런 경고판을 바라보며, 우리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재산을 우리 스스로 지키고 보존해야 할 책임감을 다시 한번 통감한다. 정상석 옆으로 짐 보따리 풀어놓고 시원한 강바람에 두 활개를 활짝 편다. 윤기 나는 오석에는 531.7m 해협산 이름석자 확실하고 우정산악회에서 정성스레 세워놓은 정상 표 지석 뒷면에는 산의 전설까지 친절하게 소개하니 흙에 뭍인 삼각점 내용물이 없다 한들 무엇이 아쉬우랴.


개에게 혼쭐이 나기는 했지만, 예정대로 진행하는 자신감과 만족감으로 삼각대 세워놓고 요리조리 폼을 잡아본다. 배낭 속의 필수품. 막걸리로 갈증을 해소하며 20여 분간 휴식을 한다.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염치고개로 연결이 되지만 등산로 표지판만 믿고 벼랑길로 내려서니 2차선 포장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뉴월 때약볕에 고개마루로 올라서는 포장길이 장난이 아니다.


어렵사리 올라선 염치고개는 남쪽으로 강상면과 북쪽으로 퇴촌이 접경을 이루고 앵자지맥이 정암산까지 이어지는 길목이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이 없으니 난감하기 그지없고, 퇴촌까지 5km나 되는 거리가  멀어만 보이는데, 무심한 차량들이 신나게 질주한다.


그래도 예정대로 두 산의 정수리를 올랐으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포장길 터덜 터덜 2km를 내려서니 천하 대장군, 지하 여장군 장승을 세운 휴게소가 나온다. 인심좋은 젊은이가 동승을 허락하여 올라앉고 보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런 저런 대화로 상봉역까지 편한 길이 되었으니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어찌 다 갚으리요. 배낭 속에 넣어둔 저서(바람과 구름이 머무는 곳)를 건네주니 어찌나 고마워 하는지, 흐뭇한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7호선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