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의 쉼터에는 영장산이 있다.
분당의 쉼터에는 영장산이 있다.
영장산(421m), 불곡산(313m), 매지봉(277m)
산행일시: 2005년 12월 4일 08시 40분 - 13시 20분 산행시간: 4시간 40분 날 씨: 쾌 청
소 재 지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광주시 - 광주읍 오포읍 산행거리: 약 10km 나홀로 산행

11월 내내 영상의 포근한 날씨로 가로수의 푸라타나스가 푸르름을 간직하는 아열대기후로 착각을 하고 있었더니 12월 들어서며 수은주가 곤두박질을 치고 첫눈까지 내리니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우리 인간들이 어찌 헤아릴 수 있단 말인가?
이제 수도권의 웬만한 산의 봉우리는 모두 올라보고 몇몇 산이 남아있는 터라 저녁에 모임이 있는 날이면 느긋한 마음으로 나 홀로 산행을 나서게 되는데 오늘은 분당의 뒷산으로 일컬어지는 영장산과 매지봉, 불곡산과 문형산까지 땅따먹기 하는 욕심으로 지도상에 산행표시로 영역을 확보하고 예상시간도 5시간으로 가늠 해보지만 세상일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될 수 있는가?
서설치고는 제법 많은 눈이 내리고(서울 적설량 8cm) 기온까지 영하5도에 강풍까지 불고 있으니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넘는 한파에 게으름 피우기 알맞은 일요일아침 모두가 잠들어있는 이른 새벽 한강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태원 고교앞 네거리
야탑역 2번 출구로 올라선 분당의 거리는 흰 눈 속에 빙판길로 변한 노변에는 오가는 차량도 없는 정지된 도시로 아름답기보다는 삭막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8 : 40)
서현역 방향으로 2불록을 가면 태 원 고등학교가 있고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부지런한 사람들의 발자국이 눈 속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데 완만한 능선 길에는 운동기구들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봉우리 마다 정자와 쉼터가 깔끔하게 조성되어 산책하는 이들이 쉬어가기 편하도록 마련되어있다.
밤새내린 눈이 다북솔 위에 소복히 쌓여 힘겨운 가지에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눈 벼락을 맞는 줄거움속에 오가는 사람들과 정다운 인사를 나누며 올라선 곳이 종지봉 이곳에도 날아갈듯 산듯하게 지은 정자와 벤치가 놓여있고 세찬 바람속에 기념사진에 리본하나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한다. (9시 30분)

종지봉에서 필자
예상치 못한 눈 산행에 줄거움도 있지만 고도가 높아질 수 록 가파른 경사면에 발목까지 빠지는 눈으로 속도는 느려지고 찬바람이 몰아치는 산등성이에서 맞바람을 맞으며 산불감시탑이 있는 매지봉에 도착하니 9시 50분이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는 듬성듬성 바위들이 낙락장송의 그늘아래 쉼터를 만들어 주고 영장산 오름길에서 후줄근이 땀을 흘리며 경사면을 치고 오르니 남한산성에서 남으로 뻗어 내린 지 능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잡목이 무성하지만 모든 잎새 떨군 앙상한 가지사이로 남한산성의 군부대가 아련히 바라보이고 쌍봉으로 보이는 문형산의 자태가 완연하다. (10시 25분)

전망좋은 쉼터에도 힌눈으로
정수리에는 아담한 비석과 성남시의 경계를 돌아가며 만들어놓은 등산로의 이정표가 자리를 잡고 벤치에는 손바닥에 모이를 들고 새를 부르는 신선이 있으니 그의 착한 심성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싶다.
영장산에서 내려가는 급사면 벼랑길에는 로프가 매여 있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쪽이라 세찬바람 속에서도 눈이 녹아 질퍽거리고 등산화 속으로 들어오는 눈 때문에 스피치와 아이젠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 그대로 진행을 하다보니 등산화가 젖어오며 발목이 시려온다.
바람도 잔잔한 안부에 내려서니 거북터 이정표가 자리를 잡고 곧이어 곧은골 고개를 지나 미로와도 같이 얽혀있는 등산로에서 마주오는 사람들에게 문형산 가는 길을 확인하고 또 하며 어설픈 산행 길에 갈림길 하나만 잘못 넘어도 엉뚱한 방향으로 알바를 하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거북터 이정표
완만한 능선이라도 눈 속의 산행은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세찬바람 맞으며 일곱 삼거리에 올라서니 아담한 정자와 이정표, 그 아래로 질펀하게 펼쳐지는 강남 300. cc 25만평의 넓은 구릉지에는 말끔하게 조성된 잔디밭위로 소복이 쌓인 눈이 별천지를 이루고 건너다보이는 문형산이 다소곳이 고개 숙인다. (11시)
휴식도 잠시 골프장과 부대시설의 철조망을 따라 새마을 고개까지 내려오고 보니 문형산은 저만큼 멀어지고 다시 그곳으로 가기에는 세찬바람 속에서 체력으로도 무리지만 저녁모임에 시간이 늦을 것을 염려하여 아쉬움을 간직한채 문형산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율동공원과 분당의 시가지를 바라보며 태재고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11시 30분)

골프장 내의 부대시설
234봉을 넘어서며 오른쪽으로 열병합 발전소의 웅장한 건물이 산속에 자리를 잡고 곧이어 아담하게 조성된 가족묘를 지나 태재에 도착하게 되는데 가파른 절개지를 따라 돌계단을 내려서면 서현역과 오포읍을 오가는 삼거리에는 유흥 음식점과 간이 골프장이 자리를 잡고 마을길로 들어서면 옛길 한 모퉁이 머슴해장국집 옆으로 성남시 경계를 도는 산행지도가 있어 진입로를 쉽게 찾을 수가 있다. (12시 10분)

태재고개 진입로에 세워진 안내지도
현지인들도 모르는 형제봉에는 운동시설과 벤치가 놓여있고 잡목사이로 불곡산의 정수리가 모습을 내 보이는데 눈 속을 헤치며 산책 나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고 완만한 등산길을 오르내리며 올라선 곳이 불곡산 정상. (12시 55분)
아담한 돌비석과 정자가 있고 이정표와 벤치까지 세심한 배려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휴식 공간이 펼쳐지는 데 소나무 숲 사이로 시가지가 내려다보이고 구미동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건너편으로 광교산, 백운산, 바라산, 국사봉, 청계산 으로 맥을 이으며 남한산성을 휘돌아 건각들의 훈련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으니 성남의 자랑이요 분당의 진산이 아닌가?

문형산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으로 빛바랜 감이 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오늘의 산행도 500산을 향하는 발걸음에 디딤돌이 되어 영장산과 불곡산을 추가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벼랑길을 내려서며 서울대병원 앞 고수부지를 지나 미금역에 도착하여 추어탕 집에서 언 몸을 녹이며 건강하고 부지런한 내 자신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13시 20분 )

고수부지에서 본 불곡산과 서울대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