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

이천벌을 가로 지르는 천덕봉 종주

김완묵 2006. 9. 19. 05:23

이천벌을 가로 지르는 천덕봉 종주

천덕봉(634.5m), 원적봉(563.5m), 공민봉(547m), 정개산(407m)

 

산행일시: 2005년 12월 22일 (동짓날) 09시- 14시    산행시간: 5시간     산행거리: 약 10km

소 재 지 : 경기도 - 이천시 , 광주시,  여주군     날  씨: 쾌청,  영하11도     나홀로 산행


함평의 불갑산이 꿈속의 신기루인가?

산행 안내서를 살펴보던 중 눈에 쏙 들어오는 산이 있었으니 겨울 산행으로는 안성맞춤인 불갑산을 마음에 두고 2개월 전부터 수첩에 메모를 하며 손꼽아 기다리던 중 12월 들어서며 매서운 한파와 함께 서해안에 쏟아지는 폭설이 정읍과 고창을 중심으로 기상 관측대가 생긴 이래 연일 신기록을 세우며 애간장을 태우더니 드디어 21일에는 하루의 적설량으로는 최고기록인 40여cm가 몰아치며 호남고속도로까지 눈 속에 발이 묶이고 수천채의 비닐하우스와 주택이 붕괴되고 마을이 고립되는 천재지변으로 불야 불야 행선지를 변경하고 말았다.


                                  산수유가 군락을 이루고있는 영원사 가는길

 

광주의 무갑산으로 갈까? 

양평의 주읍산으로 갈까?

이리저리 찾아보아도 경기일원의 산들은 거의 등반을 하고 겨울해의 짧은 일정으로 5-6시간의 산행거리를 찾다보니 급조된 곳이 이천의 백사면 에서 원적산을 오르면 넓고개 까지 장대한 산맥으로 종주가 가능 하리라는 판단으로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선다.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는 서해안의 눈 소식과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11도라는 한파 소식으로 출근길의 시민들이 동동걸음을 치고, 동서울터미널에서 7시 45분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이천을 향해 달려가며 그곳에는 얼마나 많은 눈이 쌓여 있을지 갖가지 상념에 사로잡힌다.


                                                      천수를 누리고있는 영원사 은행나무

1시간 만에 이천 터미널에 도착을 했지만 한파 속에 사람들의 왕래도 뜸하고 이포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할 경우 백사면 현방리 에서부터 걸어야 하는데 진입로인 영원사까지 한 시간 이상 소요 되므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택시(요금 9,000원)를 이용했지만 지난밤에 내린 눈 때문에 송곡리 마을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하게 된다.(9시)


                                                          증축공사가 한창인 영원사

산수유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영원사 오름길에는 소복소복 쌓인 눈이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아침햇살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고 비탈진 시멘트 길에 바람도 잔잔하여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린다.


천년고찰 영원사는 신라 선덕여왕 7년(서기 638년)에 개호선사가 창건을 한곳으로 오랜 역사에 비해 규모가 작고 한적한 곳이었지만 대규모 불사로 황금기와를 얹은 대웅전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어 대 가람으로 탈바꿈을 하고 있다.

 

경내에는 800년 된 은행나무가 눈길을 끄는데 1982년 경기도에서 보호수로 지정이 된 높이 25m에 나무둘레 4,5m의 거목으로 용문사의 은행나무에 견줄 바가 아니지만 외모는 훨씬 더 잘 생기고 싱싱한 자태는 앞으로도 천수를 누릴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된다.(9시 25분, 15분간 휴식)


절 입구에 있는 등산 안내판은 임도를 따라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이라는 스님의 안내로 새로 중창하는 건물 뒤편으로 돌아서면 119구조대의 안내간판을 지나 천년노송의 숲 속으로 등산로가 정비되어 편안하게 산행이 시작된다.


                                                          영원사에서 올라선 안부

한파 속에 땀을 많이 흘리면 저 체온증에 걸릴 우려가 있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양지바른 비알길을 20여 분간 올라서니 주능선의 안부에는 119구조대 간판과 벤치가 있고 ☜ 원적봉 1,14km, ☟영원사 0,59km, ☞ 임도 0,8km의 이정표가 시선을 끄는데 생각보다 바람도 잔잔하고 구름 한점 없이 청명한 날씨에 원적봉을 향한 발걸음이 시작된다. (10시)


코끝이 시리도록 싸늘한 아침공기에 몸을 움츠리며 염주 알 꾀듯 고만 고만한 봉우리를 넘어서면 서쪽으로 민 대머리 원적봉과 천덕봉이 정수리의 마루 금을 이루는데 백사면의 경사리와 금사면의 주록리를 넘나드는 사거리 안부에서 원적봉 오르는 길은 가파른 급사면에 녹슨 철조망이 있고  군부대의 경고문이 긴장감을 더 하는데 옛날에는 공용화기 사격장이 있던 곳이라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던 곳이다.


                      스키장 공사가 아니고 군 사격장 이라는 원적봉에서 바라본 능선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민 대머리 원적봉, 헬기장이 자리잡고 있는 정수리는 남으로 기름진 이천의 너른 들판이 질펀하게 펼쳐지고 임금님께 진상하는 잡채 쌀이 생산되는 인심 좋은 고을 이지만  스키장 공사로 천덕봉을 중심으로 수십만 평의 임야를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씨알머리 없이 삭발을 하고 높은 봉우리마다 붉은 깃발로 경계를 표시하여 삭막한 몰골을 드러내니 수천 수 만년 지켜온 금수강산이 레저산업이라는 명목으로 산허리가 마구 잘리고 있어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흰눈이 소복히 쌓여있는 천덕봉 정상

이천 뜰에서는 가장 높은 정수리에 걸맞게 막힘없이 펼쳐지는 조망으로 용문산에서 시작되는 파노라마는 주읍산, 고려산, 우두산을 지나 마루금에 태기산, 치악산의 높은 영봉이 백운산을 품에안고, 명봉산, 오갑산, 보련산, 국망산, 부용산, 칠장산으로 돌아가며 영동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사통팔달의 중심축이 되어 태화산으로 백마산으로 무갑산, 앵자봉, 양지산까지 원을 그리며 도도히 흐르는 남한강은 중부내륙의 너른 평원을 살찌우고  이천, 여주, 광주의 삼개 시군이 경계를 이루는 천덕봉 정상은 너른 헬기장이 자리를 잡고  새로 세운 표지석에는 이천시 신둔면 장동리 산1번지의 문패를 달고 삼각점이 눈 속에서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10시 55분,  15분간 휴식)




북사면으로 광주시 실촌면의 너른 분지에는 수십만 평의 그린 힐이 한겨울임에도 말끔하게 단장을 하고 주능선을 사이에 두고 남서쪽의 이천시 신둔면 장동리의 양지바른 급사면에는 스키장의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으니 머지않아 종합레저 타운 으로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서쪽으로 뻗어나간 장대한 산맥이 이천과 광주를 가르며 공민봉과 정개산을 지나 넓고개 까지 이어지는데 급경사 내리막길에는 듬성듬성 바위 벼랑도 나타나고 스키장 공사가 끝나는 송림 속으로 들어서니 지난밤에 내린 눈이 소복이 쌓여 별천지를 이루고 오간사람 흔적 없는 오솔길에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먹이 찾아 달려간 토끼의 탈출로가 이어지고 외로운 산 꾼에게도 길잡이가 되어 발자국 따라 마루 금을 넘는다. 


                                                    중간의 공민봉과 맨뒤편의 정개산

499봉을 지나 공민봉을 지척에 두고 광주의 외선마을과 이천의 장동리를 오가는 고개 마루에서 바람막이 양지쪽에 자리를 잡고 행동식으로 민생고를 해결하는데 옷깃을 파고드는 칼바람 속에 곱은 손 호호 불며 곁들이는 양주한잔으로 언 몸을 녹이고, 높고 높은 공민봉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11시 50분   10분간 식사)


전망 좋은 공민봉,

547m의 높은 정수리이건만 표지석하나 볼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으로 소나무가지에 ♣의정부의 산 꾼 풍운아♣의 리본을 달아매고 유난히도 뾰족하게 솟아오른 정개산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일년 중에 낮이 가장 짧다는 동짓날 12시가 넘어 1시가 가까워오자 쇠 음달 북사면에는 해거름의 음산한 바람이 몰아치고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조난을 당한다면 구조의 손길도 바랄수가 없고 500산으로 향하는 발걸음 이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 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잡채쌀로 유명한  기름진 이천 평야

495봉에 올라서면 이천시를 감싸고 있는 설봉산과 도드람 산이 정다운 모습으로 내려다 보이고 급사면 벼랑길을 내려서면 오늘의 산행 중에 가장 힘겨운 산행길이 시작된다.


멀리서 보아도 소당 뚜껑을 엎어놓은 것처럼 표족한 봉우리의 급사면에는 제법 많은 눈이 쌓여있고 낙엽 속으로 얼음까지 깔려있어 아이젠을 차고도 미끄러지기 일쑤이니 힘겨운 사투 끝에 올라선 곳이 정개산의 소당봉 이다. (13시 05분   10분간 휴식))




앙증스러운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정수리는 이천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로 이천 새마을 금고 산악회에서 등산로 개설 1주년기념으로 세운 정상석과 이 고장의 유래를 자세히 적어 정겨움을 더하는데 407m의 소당봉에서는 매년 산신제를 지낸다는 설명으로 그 옛날 이곳에 신이 내려와 살아서 주변의 골짜기와 마을 이름이 여인네들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베틀골, 도리봉(족도리에서 유래), 장터벌(장독대), 국수사리, 지방골(부엌), 문등바위, 요꼴(이불), 방아다리, 능말(농밑)등 우리조상들의 풍류해학이 가난과 고난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로움을 되찾을 수 있는 정겨움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제 어려운 고비도 모두 넘기고 넓 고개 까지 줄잡아 1시간이면 산행을 마감하게 된다는 자신감에 감칠맛 나는 양주 한잔으로 자축을 하며 내 고향 충주를 오가며 바라보던 정개산이 491번째 정상으로 병술년 1월 22일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500산 특별산행으로 이천의 진산인 설봉산에 올라 조촐하게 기념행사를 하기로 예정이 되어있으니 이 어찌 기쁨이 아니겠는가?


433봉을 지나며 이천에서 곤지암 으로 달리는 3번 국도가 내려다보이고 철탑공사가 한창인 공터를 지나며 오른쪽으로 동원대학의 캠퍼스가 자리를 잡고 황금색 돔으로 치장을 한 거대한 건물을 중심으로 증축 공사가 한창인데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서면 철탑공사를 위해 개설된 임도와 만나며 5시간의 산행도 마감을 하고 언덕을 올라서면 동서울터미널에서 학교까지 오가는 노선버스가 있어 수월하게 집으로 향할 수 있으니 이래저래 행복한 순간들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하여 원문은 그대로 두고 천덕봉 정상의 민대머리가 스키장 공사 현장이 아니고 군사격장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으니 이곳으로 등산을 할때는 세심한 주의가 요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