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보다 더 많은 바래봉의 행락 인파

바래봉(1,165M)
덕두산(1,149M)
산행일시: 2006년 5월 14일 10시 50분 - 15시 30분 산행시간: 4시간 40분 산행거리: 약11,8km
소 재 지: 전북 - 남원시 운봉읍, 일월면, 산내면 뫼솔 산악회 참여인원: 27명 날 씨: 맑음

채
피어나지 못한 꽃망울
모처럼 비 소식 없는 일요일 철쭉의 환상에 젖어 잠을 설치다 새벽 4시, 베란다에 나서니 도봉산도 수락산도 엷은 운무 속에 모습을 감추고 고요한 정적만이 흐른다.

양지쪽의 화려함
서둘러 산행 준비로 분주한 몸이지만 가족들이 깨어날 새라 살금살금 도둑고양이 살 광 뒤지듯 현관을 나선다.

못다핀 한송이 안타까움만 더하는데
6시 20분
시청 역 2번 출구에 정차된 버스에는 썰렁한 분위기속에 너덧 명의 산 꾼 들이 서성이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하여 바래봉 철쭉으로 초만원을 이 룰 줄 알았더니 우 째 이런 일이???

터질듯 말듯 애타는 마음
사당역으로 양재역으로 죽전까지 순례를 하고도 27명의 단출한 인원으로 헐렁한 좌석에 편안히자리를 잡고 바래봉으로 신나게 달려가는데 엊저녁 무박 팀이 태극능선을 종주하며 바래봉을 거치기 때문에 당일산행의 인원이 적게 되었다는 대장의 설명으로 오해는 풀리고 ........

고속도로 주변으로 피어나는 아카시아의 향기 속에 태양도 빛을 더하고 인삼 랜드 광장에 모여드는 버스들로 초만원을 이루며 절정기에 이른 철쭉을 향해 달려가는 상춘객들의 부푼 가슴으로 바래봉이 몸살을 앓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진입도 못하고 돌아오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인삼랜드의 관광버스들
믿음직스러운 대진고속도로
아무리 상춘객의 인파들이 몰려들어도 시원하게 달려가는 버스는 예정된 시간대로 지리산 나 들목으로 들어서고.........

모내기가 한창인 들녁
인월면의 너른 들녘에는 모내기가 한창인데 반듯반듯하게 경지정리 된 바둑판의 논에는 질서정연하게 모들이 심겨져 격양가가 울려 퍼질 것으로 상상을 해보지만 우루과이 라운드의 해일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우리 농촌의 가슴 아픈 현실 속에 천직으로 살아온 그들이 당하는 고통을 어찌 통감 할 수 있으랴.

평화로운 인월리 농촌 - 달리는 차창으로
운봉 읍내로 들어서며 바래봉으로 시선이 가고 붉게 타오르는 환상 속에 마음이 급해지지만 좁은 진입로에 넘쳐나는 관광차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으니 초조한 마음으로 불안한데 아예 처음부터 걸어가는 인파들이 늘어나며 거리는 축제 분위기로 운봉 중학교를 앞두고는 차량의 진입이 불가능하여 남쪽의 주천리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전북 청소년 수련원
수철리 계곡으로 들어서니 용산리 와는 대조적으로 얼마 안 되는 거리이지만 한가롭다 못해 적막감마저 드는 호젓함으로 전북 청소년수련원 까지 편하게 진입을 하여 산행을 시작하게 된다.(10시 50분)
수련원 뒤편의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서면 좌측으로 리본의 손짓 따라 등산로가 열리고 겨우내 쌓인 솔 갈비들의 부드러운 촉감으로 발걸음도 경쾌하고 선들바람 불어오는 시원함속에 새벽잠 설치며 달려온 피로감도 솔향기 물씬 풍기는 피톤치드의 세례를 받으며 생동감이 넘쳐난다.

울창한 숲속의 등산로
10여분 후
임도를 만나게 되는데 좌측으로는 산허리를 감아 도는 바래봉 가는 길이고 직진을 하면 세걸산 오름길로 이곳부터는 경사도 만만치를 않아 가 뿐 숨 몰아쉬는 산행길이 시작되고 검푸른 소나무 사이로 겨우내 앙상하던 활엽수들이 새 생명을 잉태하는 분주함속에 연록색의 잎들을 피워내고 산세들도 짝을 찾아 사랑노래 부르는데 거친 숨소리 하늘에 닿는다.
임도 갈림길
큰 어려움 없이 세동치에 올라서니 저자거리와 같이 많은 인파들로 붐비는데 태극능선을 종주하는 무박 팀들과 정령치에서 내 달리는 건각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11시 38분)

주능선에는 못다 핀 철쭉의 봉오리들이 실망감을 안겨주며 좁다란 등산로에는 느림보행렬이 이어지는데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염주알 굴리듯 넘고 넘어 1,135봉에 올라서니 구름한점 없이 맑은 하늘아래 시원하게 터진 조망으로 동남쪽으로 반야봉을 중심으로 임걸령의 잘록한 허리를 흘러내리면 노고단이 우뚝 솟아오르고 성삼재와 고리봉 만복대를 지나 정령치에서 세걸산으로 태극능선이 이어지고 동쪽으로 삼도봉, 명선봉, 그 너머로 천왕봉까지 첩첩이 산을 이루며 지리의 연봉들이 웅석봉으로 물결치는데 북쪽으로는 바래봉이 아스라이 바라보인다.(12시 8분)

지리산의 연봉들
시간이 지나면서 행렬의 꼬리는 길어지고 앙살 맞은 다래넝쿨과 조릿대가 좁다란 통로를 외워 싸고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과 비켜서기도 힘겨운 등산로에서 벼랑길이라도 만나게 되면 무한정 휴식을 해야 하는 답답증으로 곤욕을 치룬다.

꼬리를 문 긴행렬들
부운치에 도착하며 산행에 지치고 허기에 지친 산꾼들이 자리를 잡고 휴식을 하는 사이 잽싸게 앞질러 1,125봉에 오르니 1981년 재설된 삼각점이 있는 너른 헬기장에는 무인도의 괭이 갈매기들보다도 더 많은 인파들이 자리를 잡고 한구석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간단한 식사로 민생고를 해결한다. (12시 33분 - 식사시간 15분)

인산인해 를 이룬 괭이 갈매기들

광주에서 온 강창원씨 부부
광주에서 왔다는 강창원씨 부부와는 옷깃이 스치는 인연으로 막걸리를 나누며 인사를 나누게 되는데 처음 산행으로 정령치에서 종주길에 올라 몸도 지치고 인월리 까지 갈 자신이 없어 팔랑치에서 용산리로 하산을 하겠다는 하소연에 15년 전 초보자였던 나의 모습을 뒤돌아보며 초심자들에게 용기를 안겨주며 진정한 산꾼으로 태어나라는 의미에서 주소를 받아 쥐고 나의 분신인 산행기를 보내주기로 약속을 하고 아쉬운 작별 속에 팔랑치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12시 48분)

바래봉 정상
바래봉의 철쭉은 이곳부터 시작이 되어 팔랑치 에서 절정을 이루고 정상까지 화려한 불꽃을 피워 올리는데 지난겨울 한파 속에 언 몸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는지 수줍은 처녀가슴 옷깃을 여미고 통통한 젖 망울 감싸 안으며 감질 나는 자태를 내 보이니 소문 따라 찾아온 남성네 들의 애간장을 다 녹이며 실망감을 안겨준다.

연분홍 진분홍 철쭉의 봉오리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철쭉보다도 더 많은 인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전국 제일의 철쭉으로 명성을 얻게 된 사연은 1969년 박정희 대통령 집권시절 한국과 호주간에 면양시범목장을 설치하기로 합의를 하고 이곳 바래봉 일대 645ha에 목장을 조성하고 2,500두를 들여와 사육을 하게 되었는데 식욕이 왕성한 면양이 풀이고 나무고 못 먹는 것이 없이 말끔하게 청소를 하는데 유독 철쭉에서 나오는 독성으로 먹지 못하다 보니 온 산천이 철쭉 밭으로 변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축산 기술연구소 남원지소 인용)








이곳의 철쭉은 사람의 키를 넘지 않는 작은 몸집으로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처럼 아름다운 모양으로 무더기를 이루고 완만한 분지위에 타오르는 불꽃은 팔랑치의 언덕에서 절정을 이루며 자연을 보호하기위해 만든 목책 계단 길에 오고가는 인파들의 행렬 또한 철쭉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연출하는데 전국의 사투리가 한데 모여 시끌벅적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웃음꽃 만발한 얼굴에는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우리 모두 행복의 나래를 활짝 편다. 13시 20분)

부산에서 왔다는 어느 등산객이 동료에게 이르기를 멀리서만 바라봐도 아름다운 곳이라 바래봉 이라고 부른다지만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절에서 스님들이 보시할 때 사용하는 바리때를 엎어놓은 것과 흡사 하다는데서 연유 되었다고 하는데 어느 한곳 모난 곳이 없이 둥그스럼한 정상은 넉넉한 인심 속에 운봉 읍을 품에 안고 전국의 상춘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으니 어머니의 품속같이 아늑 하기만하다.

20여 일간 인파의 홍수 속에 줄 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다음 주만 지나면 썰물처럼 빠져 나간 빈자리에 공허로운 바람만 불어오고 지리산의 산 꾼들도 외면하고 돌아서니 화려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외로움에 눈물짓고 있는 처량한 모습이 어찌 너 하나뿐이겠느냐?

내장산의 단풍도 민둥산의 억새도 영취산의 진달래 까지도 동병상련의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명년 5월이면 또다시 문전성시를 이루는 줄 거운 잔치 굿판을 벌이겠지만 인간사 한번 떠난 부귀영화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너희들의 신세가 부럽기만 하구려.

장사진을 이루던 인파의 행렬도 바래봉 정상을 목전에 둔 삼거리 갈림길에서 좌측의 종축장이 있는 용산리로 하산을 하고 정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연체동물의 흐느적거리는 느린 몸짓으로 안간힘을 쓰는데 바위틈에 샛노란 뱀 딸기 꽃이 활짝 웃으며 반겨주고 앉은뱅이 제비꽃이 수줍은 미소를 보낸다. (13시 45분)


정수리의 암 봉 위에 사 뿐이 올라앉은 정 상석
누구라 할 것 없이 힘들여 올라온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정 상석 부여잡고 놓을 줄을 모르고 무더기로 단체 사진 찍으려는 패거리들로 초만원을 이루는데 점잖은 체면에 해가 지도록 차례가 오지 않을까 조바심 난다. (14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산마루를 넘어서며 덕 두 산으로 향할 적에 그 많던 인파는 어디로 가고 적막감마저 드는 허전함으로 알바가 아닌가 다시 한번 확인해 보지만 모든 사람들이 용산리 쪽으로 내려가고 종주를 고집하는 소수의 인원들만이 간간이 눈에 뜨이는데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철쭉의 동산도 바래봉을 경계로 자취를 감주고 앙살 맞은 다래넝쿨과 조릿대만이 무성하다.

그 옛날 목장의 울타리로 사용하던 녹슨 철조망 사 잇 길로 쉬엄쉬엄 걸어가노라면 덕두산을 지나 잠시 후 갈림길( 옥계 타운 과 인 월리)에서 인월리 쪽으로 5분간 직진하면 무명봉의 쉼터에서 좌측의 북사면에 아름드리 철쭉이 몸을 숨기고 조용히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덕두산 - 14시 28분, 갈림길 - 14시 33분 , 진달래 거목 - 14시 38분)

400년으로 추정되는 철쭉의 거목
지난해 백두대간 도래기재에서 선달산을 오르던 중 옥돌봉 기슭에 자생하고 있는 400년된 철쭉나무(영주 국유림 관리소의 안내간판으로 확인됨)보다도 덩치가 큰 것으로 보아 이놈도 족히 400년은 넘을 것으로 추정을 하며 숨은 진주를 얻은 기쁨으로 흥분하는데 광양의 백운산 따리봉의 거목과 함께 진귀한 보물이 아닐 수 없다.

인월리 쪽으로 내려서면 무성한 활엽수와 소나무들이 혼재하고 있는 능선 길에서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예상보다 빨리 진행하고 있는 발걸음에 만족하며 여유를 부리는데 앞쪽으로 후미대장의 모습이 보이니 이 무슨 변괴냐?

사진 찍기에 한눈을 팔다보니 일행들이 지나 가는 것도 모르고 시계만 바라보며 여유작작하고 있었으니, 그래도 인월리에 16시 30분까지 주어진 시간보다 1시간이나 빨리 진행하고 있으니 남들이 부러워하는 건각들이 아닌가?

너희들의 사촌이 철쭉 동산을 만들었지 아마

동구밖 돌담길

인월리 마을 정자
못 다 핀 철쭉이지만 100여장 이상 사진에 담아오며 리본도 20여개 달아매고 시간과 간단한 메모까지 챙겼으니 아직까지 녹슬지 않은 체력에 감사하며 나의 건강을 지켜주는 산이 있기에 그곳으로 향하는 나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15시 30분 )

지는해가 더 아름답죠 - 달리는 차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