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흐르는 무갑산의 정수리에서

물안개 흐르는 무갑산의 고스락에서

무갑산(578.1m),
관산(555.8m), 소리봉(608m), 앵자봉(666.8m), 우산봉(670m)
산행일시: 2006년 8월 20일 08시 30분 - 15시 50분 산행시간 - 7시간 20분 산행거리: 약 18km
소 재 지 : 경기도 - 광주시, 여주군, 양평군 나홀로 산행 날 씨 : 비 약간 흐린 뒤 맑음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음먹은 대로 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있을까마는 노는 날 산에 가는 일 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금년 여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동강의 백운산인데 6월에는 월드컵의 열기 속에 무산되더니 이번에는 때늦은 태풍으로 영동지방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예보에 따라 또 다시 취소되고 말았으니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서울 근교의 산을 물색하다 무갑산과 관산을 오르기로 마음을 정하고 새벽에 일어나 도봉산을 바라보니 어둠 속에 포대능선이 선명하게 다가오며 손짓을 한다.

엷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지만 비올 확률은 많아 보이지 않아 부지런히 배낭을 꾸려 강변
역 테크노 앞 정류장에서 광주를 경유하여 에버랜드까지 운행하는 1113번 버스에 올랐다.
거리에 관계없이 1500원의 버스요금에 좌석버스.
일요일 이른 아침인지라 텅 텅 빈 버스 안에서 기사와 정담을 나누며 지루한줄 모르게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45분 만에 광주에 도착하니 08시.

마주보이는 무갑산 자락이 운해 속에 자취를 감추고 객지의 산 꾼에게 고약한 환영 인사로 비를 뿌리고 있으니 착잡한 마음으로 내친걸음을 되돌릴 수가 없어 교통의 사각 지대인 두월리 까지 택시(7,800원)를 이용하여 15분 만에 영화사 입구에 도착한다.


잘 생긴 향나무 한그루 마을 입구를 지키고 그 옆으로 손바닥만한 널빤지에 영화사의 입간판 있는 골목이 들머리가 되는데 우중산행에 대비하여 배낭 카바를 씌우고 카메라도 비에 젖을 새라 깊숙이 갈무리 한 다음 진입로로 들어선다, (8시 30분)


잠시 후 콘 세트 막사에 초라한 영화사.
비닐로 문을 가린 대웅전이 아니라면 암자라고 하기에도 어색한 효정원, 채마밭과 허름한 대웅전을 뒤로하고 오솔길로 들어서면 안개비 내리는 숯 가마 골은 검은 장막 드리우고 빗물을 흠뻑 머금은 풀잎을 스치는 바짓가랑이가 다리에 휘감긴다.
지난번의 폭우 때문인지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서 인지 가시덤불에 흔적조차 희미한 등산로는 깊은 계곡 속에 뭍 혀 버리고 가파른 된 비알에서 구슬땀을 흘리는데 날개 젖은 쉰 목소리의 처량한 매미의 울음소리도 나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동병상련의 모습으로 들려온다.
잠시 후 안간힘을 쓰며 올라선 주능선에는 탄탄대로 임도길이 펼쳐지고 고압선 철탑공사가 마무리 중인지 포크레인이 빗속에 졸고 있다. (9시)

울창한 숲
활엽수림이 하늘을 가리고 물안개가 온몸을 휘감는 어둠 속에서 정수리를 향하는 가파른 비알 길에서 거친 숨결을 토해내며 안간힘을 쓰는데 아름드리 고목의 밑둥치에 불거진 혹들이 우리 인간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을 전해주는 듯 가슴이 아려오는데 한줄기 빛이 숲 속으로 파고들며 가슴속의 먹장구름을 날려 버린다.

나무둥치에 걸려있는 은자 표시판을 지나며 무명봉의 정수리에 콘테이너 박스의 구조물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소방업무 통신시설물을 보관하는 곳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삼거리 갈림길은 무갑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연결이 된다.(9시 30분)

이제 된 비알 오르막도 끝이 나고 훤하게 터진 암 능길.
양쪽으로 단애를 이룬 벼랑길에는 어두운 장막의 그늘인 운무가 온몸을 휘어 감고 잠시 후에 3m 나 되는 거대한 돌탑을 쌓아올린 정수리에 올라서게 된다. (9시 32분)

광주의 진산으로 600m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지만 주의의 높고 낮은 산들을 굽어보는 제일의 전망대로 시내 전망 안내도와 산행 안내 지도까지 구비하여 조망의 도우미까지 설치하였지만
자욱한 운무 속에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나 잠시 후
무갑리 계곡에서 불어오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 속에 운해의 춤사위는 시작되고 건너편의 관산의 모습이 드러났다 숨었다 앵무봉, 소리봉이 숨바꼭질을 하는데 소용돌이치는 운해의 옷자락에 학동리 계곡의 숨은 비경이 황홀감을 연출하며 서쪽으로 백마산, 국수봉, 중부고속도로의 질주하는 차량들도 운해 속에 춤을 춘다.

천의 얼굴을 가진 산이기에 시시때때로 천태만상의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며 15분간의 휴식을 꿈결 속에 보내고 하산 길을 서두르는데 수 십 길 단애를 이룬 기암절벽에는 노송의 숲 그늘이 운치를 더 하고 로프가 걸려있는 벼랑길을 기어 내릴때 무갑리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마주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흐뭇한 마음으로 웃 고개에 도착한다. (10시 5분)


청소년 수련원이 있어서인지 갈림길마다 자세한 이정표가 세워지고 무갑리와 학동을 넘나드는 웃 고개를 지나며 뒤돌아보는 무갑산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건너편의 관산이 뒷걸음치며 멀어만 진다.

무명봉을 넘어 열미재에 도착하면 무갑리와 열미리를 내통하는 고개 마루로 관산 1시간 20분 학동 50분 무갑산 50분의 이정표가 말해주듯 등고선이 무시된 산행 개념도를 보고 너무도 쉽게 생각한 관산이 사막의 신기루처럼 수없이 넘나드는 전위봉의 뒤로 숨어 애간장을 태운다.
( 10시 37분)

새벽 5시 선잠 속에 한술 뜨고 강행군을 시작한지 6시간 가파른 비알 길에서 피로와 허기에 지친 몸을 추 수리며 쉴 자리를 찾기에 여념이 없는데 관산과 앵자봉의 갈림길 너럭바위에 짐을 부리고 봄바람에 게 눈 감추듯 민생고를 해결하고 나니 포만감속에 눈이 스르르 감긴다.
(11시, 식사시간 20분 )

너럭바위에서 식사를 하고
하지만 갈 길이 구만리 인데 한가롭게 여유를 부릴 처지도 아니고 608.5봉에 올라서니 북쪽으로 관산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손짓을 하는데 40분이 소요 된다고 하니 왕복 1시간 20분을 소비해야하는 종주길에 갈등이 일지만 오늘의 행선지가 무갑산과 관산, 그 다음으로 소리봉과 앵자봉 이므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내 딛는다.(11시 30분)

앵자봉과 관산의 갈림길
하늘을 뒤덮은 울창한 수림
주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바위하나 없는 육산에서 몇 개의 전위봉을 오르내리며 학생수련원의 갈림길을 3군데 지나며 된 비알길을 올라서니 555m의 정상석이 반겨주는 고스락이다.
(11시 55분, 5분간 휴식)

물 한 모금으로 휴식을 끝내고 되돌아오는 앵자봉 갈림길
높고 높은 608봉이지만 큰 어려움 없이 1시간만에 관산의 종주를 마감하고 어려운 임무를 완수했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널널하게 펼쳐지는 초원에서 소리봉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경쾌하기만 하다.(12시 30분)
좌측에서 올라오는 청소년 수련원 갈림길을 지나 로프가 매여 있는 가파른 비알 길을 치고 오르니 삼각점도 선명한 소리봉 정상이다. (1998년 재설 이천 439번 -삼각점 번호)


수원에서
원정 왔다는 삼촌과 조카의 우정어린 모습을 바라보며 수인사를 나누고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라 앵자봉까지 동행을 하게 되는데 적막강산에 동지를
얻었으니 이 아니 좋을 씨고 (12시 50분 20분간 휴식)

가파른 하산로를 내려오면 천진암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앵자봉 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내려섰다가 능선 길을 타게 되는데 잠시 후 솔푸더기 사이로 시원한 골프장이 펼쳐지고 자기들의 영역 표시를 하기 위함인지 돼지몰이 하듯 등산로를 따라 철조망을 둘러치고 있으니 볼 성 사나운 일이다.

또 다시 천진암 쪽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만나며 본격적인 앵자봉 정상을 향한 오름길이 시작되는데 짙은 숲 속의 포로가 되어 한고비 두 고비 전위봉을 넘나들며 하늘이 활짝 열리는 앵자봉 정상에 올라선다.(14시)




오년 전 양자산을 경유하여 이곳에 올랐을 때는 태극기가 휘날리는 게양대가 있었는데 그 사이 없어지고 정상 표지석과 수련원에서 세운 이정표, 사방을 둘러보며 조망 할 수 있도록 사진까지 곁들여 광주, 여주, 이천, 용인, 양평의 산과들이 질펀하게 펼쳐지고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줄기 따라 서울의 북한산과 도봉산 남산의 타워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으니 무갑산에서의 아쉬운 조망을 이곳에서 만끽한다.

우산봉의 헬기장
이럴 때를 대비하여 배낭 속에 갈무리하여 장시간 걸머지고 온 서울 막걸리, 수원의 산 꾼과 나누어 마시는 정상주는 산 꾼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닌가?
옥빛보다도 더욱 청명한 정수리에서 40여 분간 눈길이 닷 는 곳 마다 나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며 정담을 나누고 급경사 하산 길을 내려서면 앵자현에 이르고 또 다시 거친 발걸음은 우산봉의 정상을 향해 안간힘을 쏟는다.
앵자봉 보다도 높은 670m의 우산봉
무성한 억새밭이 펼쳐지는 헬기장을 3개 지나 직진하면 양자산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으로 억새밭을 헤치면 오솔길이 나타난다.(14시 50분)

북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마루 금을 따라 오르내리다보면 10여분 후 원앙봉에 올라서고 잠시 후 천진암에서 세운 산책로 아님 이라는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 성현들의 묘를 참배하자면 이곳에서 샛길로 들어서야만 하겠기에 왼쪽길로 들어서니 미로와도 같은 계곡에는 가시덤불이 무성하고 지난 폭우의 피해로 산책로가 유실되어 헤쳐 나가기에 큰 곤욕을 치룬다.

20여 분간 사투를 벌이며 내려선 곳은 5인의 성현들의 묘가 있는 300m 남쪽으로 그곳으로 가자면 다시 앵자봉 기슭으로 올라가야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망설임 없이 천근이나 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산길을 기어오른다.

녹색의 융단이 펼쳐지는 잔디광장에는 5분의 성현들의 묘가 자리를 잡고 엄숙한 분위기속에 참배객들의 경건한 모습을 바라보며 짐작조차 할 수없지만 그분들의 피나는 고통의 역사가 오늘의 신앙으로 승화 되었다는 사실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15시 35분)

서둘러 내려오는 성지에는 우측으로 조선교구 설립자 정해상 바오로의 묘가 있다고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성묘를 못하고 백년대계로 우리건축사에 획을 긋고 있는 천주교 성당의 건립현장에서 터다지기에만 십 수 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완공되려면 몇 대의 후손에게서나 가능한 일로 먼 훗날 걸작품의 탄생을 기대하며 7시간이 넘는 무갑산 종주도 이곳에서 마감을 한다.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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