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좋은 도솔봉
백두대간 전망좋은 도솔봉
묘적봉(1,148m), 도솔봉(1,314m), 삼형제봉(1,261m)
산행일시: 2005년 7월 19일 10시 10분 15시 산행시간: 4시간 50분 산행거리: 약 15km 인 원: 40명
소 재 지: 충북 단양군 대강면 경북 영주시 풍기읍 봉현면 날 씨: 맑음 한백 산악회 회 비 : 23,000원
지루하던 장마도 물러가고 삼복더위의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이른 아침.
엷은 운무속에 롯데월드 시계탑 앞에서 만난 한백 산악회는 평일 산행임에도 백두대간의 매력으로 만원을 이루고 치악 휴계소에서 휴식을 한 다음 시원하게 질주하는 우등버스는 중앙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 단숨에 죽령터널을 빠져나와 풍기읍에 도착한다. (9시 40분)
풍기읍내를 벗어나며 옥녀봉 휴양림을 찾아가는 길가에는 이곳의 특산물인 인삼포가 즐비하게 펼쳐지고 차양 가림막 속에서 싱싱하게 자라는 줄기와 4년생 이상에서만 볼 수 있다는 빨간 열매가 탐스렇게 열려있어 수확기를 앞두고 신비감을 더해준다.
주 5일근무로 웰빙시대를 맞아 팬션과 휴양림 조성이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도 진입로공사로 분주하고 읍내에서 5km 거리에있는 휴양림 마당에 도착하니 후끈한 열기로 등줄기에서 땀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10시 10분)
숨막히는 폭염속에 타박타박 걸어가는 임도길은 산꾼들이 제일 싫어하는 코스로 산 중허리를 휘감아 돌며 묘적봉과 도솔봉을 이어주는 마루금을 바라보며 1km남짓한 오름길에 고항치에 도착하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10시 35분)
무성한 숲 그늘속으로 들어서니 그나마 정수리에서 내려 쪼이는 불볕더위를 피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맹위를 떨치는 삼복더위의 위세에 눌려서인지 바람도 숨을 죽이는 찜통의 열기속에 가쁜숨을 몰아쉰다.
서울의 백두대간 팀들이 산행 들머리를 교통이 편리한 단양쪽의 사동리로 잡고 있지만 고항치에서 오르는 코스 또한 개척산행을 한다는 기분으로 완만한 능선길따라 함양전공의 무덤을 지나며 경사도 가파라지고 무명봉 몇 개를 넘다보니 먼발치에 대간길의 마루금이 나타나고 오르락 내리락 비지땀 흘리며 해발 1,000m의 묘적령에 도착한다 (11시 20분)
묘적령은 충북 단양군 대강면 사동리와 경북 영주시 봉현면 두산리를 잇는 고개 마루인데 죽령의 유명세에 짓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한적한곳으로 당일산행에는 구간의 경계선으로 무박산행에는 솔봉과 묘적봉의 중간 쉼터로 사랑을 받는 안식처이다.
또 한가지 이곳부터 소백산 국립공원이 시작된다는 것을 아는 이 몇이나 될까?
죽령이나 연화봉을 깃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묘적령에서 시작된 국립공원은 동서로 장장 50km에 이르는 마루금을 형성하면서 갈곶산의 늦은목이 까지 대간길이 이어지는데 부드러운 능선의 종주길은 지리산종주, 설악산종주와 함께 봄이면 철쭉동산에서 겨울이면 매서운 눈보라와 함께 산꾼들에게 심신 단련장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철쭉나무가 터널의 숲을 이루고 있는 묘적봉 오름길은 경상도와 충청도를 가르는 경계선으로 산행초반이라 큰 어려움없이 정상에 올라설 수 가 있다. ( 11시 45분)
1,148봉의 정수리에는 작은 돌탑과 앙증맞은 표지석, 영주시청에서 만들어놓은 동판 이정표가 눈길을 끌고 사진 한장 물 한 모금으로 휴식을 대신하고 서둘러 하산길로 내려서는데 건너편의 1,185봉이 점점 높아지는데도 얼마를 더 내려가야 안부가 될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또다시 급경사 오름길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주체 못하며 주머니에 넣어둔 개념도가 물에 빠진 솜뭉치처럼 곤죽이 되고 말았으니 어지러움과 현기증으로 정신이 몽롱한데 가까스로 정상에 올라 얼려온 막걸리로 원기를 회복하고 발길을 재촉한다.(12시 15분)
전망대 바위에서 바라보는 도솔봉은 어머니 품속과도 같이 포근하고 오대산과 함께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소백산은 비로봉, 연화봉, 상월봉, 도솔봉으로 소백산의 정수리를 장식하는데 백팔번의 고뇌를 되씹으며 도솔천을 건너 정상을 향하는 발길이 107계단에서 끝이 나고 말았으니 도로 아미타불 허망한 마음 달랠길 없다.
전망대바위에 걸터앉아 가쁜숨 몰아쉬는데 머리위로 이어지는 85계단이 또 있는지라 안간힘쓰며 맨 위 계단에 올라서니 후둘거리는 다리를 가누기 어렵고 전망대 바위에서 바라보는 묘적봉 너머 솔봉까지 대간길이 시원하게 이어지는 후련함속에 잠시후 급경사 오르막 헬기장에는 묘적봉 1.9km, 죽령 6km의 이정표가 반겨주고 곧이어 바위벼랑을 기어오르니 도솔봉의 정상이어라. (12시 55분)
티끌하나 막힘없이 천지사방 티워진 조망, 1,314m의 정수리에는 삼각점과 작은 돌탑, 동판으로 새겨진 이정표, 6년전 한 겨울에 무릅까지 빠지는 눈속을 헤치며 올랐던 곳이기에 감회가 남다르고 눈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황홀경에 빠져 드는데
서쪽으로 단양팔경이 모여있는 도락산과 황정산이 북쪽으로 삼형제봉 너머로 죽령고개 동쪽으로 너른 분지의 풍기읍내 남으로 대간길따라 묘적봉뒤로 솔봉, 황장산으로 굽이굽이 물결치는 첩첩산중 그 가운데 정점에 내가 서 있어 시샘하는 가스의 앞가림으로 비로봉과 연화봉은 볼 수 없어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여니 태백산의 천제단도 월악의 영봉도 아련히 바라보인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마음이지만 15km의 산행거리를 5시간에 주파하라는 산악대장의 주문으로 서둘러 하산길로 들어서는데 1,270봉 능선에는 소북 11-07 119구조대 팻말이 지친몸을 달래주고 연화봉 보다도 아름답다는 철쭉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속절없이 곤두박질치는 벼랑길에는 암릉까지 도사리고 있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가없다.
소북 11-09지점의 안부를 지나 다시 급경사 151계단을 딛고 올라서면 도솔봉 1,7km 죽령 4.3km의 이정표가 반겨주고 도솔봉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전망좋은 바위에 자리를 잡고 늦은 점심을 들지만 너무나도 많은 땀을 빼고 체력이 소진한 탓에 국물에 밥 말아먹는 행동식도 입안에서 겉돌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하랴? (13시 40분 15분간 식사)
중간그룹에서 점심을 먹으며 지체된 시간으로 계단을 올라오며 가쁜 숨 몰아쉬는 후미그룹에 추월당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짐을 꾸리고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또 있어 소북 11-11팻말을 지나며 급경사 암릉길이 이어지는 1,286봉의 갈림길에 올라서면서 지옥훈련도 끝이 나고 죽령고개까지 다리쉼하는 하산길이 시작된다.(14시 20분)
갈림길 우측으로 내리막길에는 철쭉나무가 숲을 이루고 그 아래로 녹색의 융단길 산죽밭이 질펀하게 펼쳐지고 내딛는 발걸음에 채이는 마찰음이 경쾌하기 만하다.
계속 고도를 낮추며 하산길에 자신이있는 나의 주법대로 올라 올때의 피로도 앃은듯이 가시고 신바람 나게 달려가며 앞서가는 일행 3명을 추월하며 너른 공터 폐 헬기장에 도착하니 도솔봉 4.2km 죽령 1.8km의 이정표가 반겨주고 쉴 사이 없이 달리기는 계속되고 급경사 내리막길을 지나 도솔봉 4.7km 죽령 1.3km의 이정표 옆에는 돌탑과 추모비가 가즈런이 놓여있고 아련히 차소리도 들린다. (14시 45분)
소북 11-16지점의 급경사를 지나며 전나무와 낙엽송 군락지가 펼쳐지고 앞에 바라보이는 밋밋한 능선길도 오르기에 겁이 나지만 피로에 지친 산꾼에게 마지막으로 베푸는 아량인지 완만한 사면길을 돌고돌아 묘지를 뒤로 하면 잠시후에 소북 11-18번의 구조대 팻말을 지나며 풍기쪽으로 죽령 옛길이 숲속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올라서며 백두대간의 도솔봉구간도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된다. (15시 )
땀에 쩔은 몸을 주체 못하며 단양쪽으로 1km지점에 주차해놓은 버스를 찾아 걸어가는 죽령고개길 영남과 기호지방을 연결하는 관문으로 문경새재와 함께 청운의 꿈을안고 한양으로 과거보러가는 선비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이 길은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서기 158년에 열리고 삼국이 접경을 이루며 잠시도 평온할 날이 없이 분쟁이 자주 일어나던 요충지로
제2연화봉이 1,367m 도솔봉이 1,314m의 험준한 고산준령으로 689m의 안부에 자리잡고 있으니 전략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한양으로 운반하는 물산들도 이 고개를 넘어 단양의 나루에서 남한강을 통하여 운반을 하게되니 오르는데 삼십리 내려가는데 삼십리길 고개마루에는 괴나리봇짐에 지친 여독을 풀기위한 저자거리 주막집이 성시를 이루었지만 세월의 탓이라고 할까?
중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옛 영화도 한낮의 추억이 되어 대간길을 찾는 산꾼들의 요람지로 전락하고 일부러 관광삼아 오르는 사람들이 아니면 곁눈질한번 하지 않는 푸대접으로 고개 마루에는 찬바람만 불어오고 죽령의 멋들어진 비석뒤로 소백산 휴게소도 문을 닫고 말았으니 양지만 쫒는 세상인심을 대변하는 쓸쓸함 속에 터덜터덜 고개길을 내려가니 제2연화봉에서 내려오는 보국사지 계곡물이 그렇게도 반가울 수가,
염천지하에 이체면 저체면 가릴 것 없이 텀부덩 시원한 게곡물에 뛰어드니 삼년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내장까지 후련하게 앃겨 내리고 곁들이는 막걸리 한 대접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대간길 죽령길 추억을 만들며 삼복더위에 이열치열로 담금질을 하였으니 올겨울 추위를 거뜬하게 이겨낼 보약한재 잘 들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