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버리기재 - 지름치재 ( 장성봉)

김완묵 2006. 9. 8. 05:49
 

백두대간 - 장성봉을 넘어서

장성봉(915m), 악휘봉(845m), 주치봉(684m), 구왕봉(877m)


산행일시: 2005년 8월 21일 03시 40분 -11시    산행시간 : 7시간 20분     산행거리: 약 17.5km

소 재 지 : 충북 - 괴산군 칠성면, 연풍면    경북 -문경시 가은읍    늘보산악회    회원 23명   날씨 :흐림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인간들이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이삼일 전만해도 35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 가마솥더위로 무더운 열대야속에 연화지옥이 따로 없더니 국지성 호우가 전국을 순회하며 대지를 식혀주고 거짓말처럼 선선한 가을 날씨로 변하고 말았다.


저녁 10시 30분 일년 만에 찾아온 늘보 산악회는 휴가 뒤끝에다 조상님들의 산소를 돌보는 벌초의 시기와 맞물려 썰렁하다 못해 한산하여 2자리에 한사람씩 안고도 널널하게 자리가 남는 다.


중부 내륙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버스는 탄탄대로를 시원스레 달려가고 괴산 휴게소를 경유하여 문경새재 터널을 지나며 차창에 흩날리는 빗줄기로 산 꾼들의 가슴에 찬물을 끼얹는다.


심란한 마음으로 가은읍 우정식당에서 새벽 2시에 먹는 아침식사가 무슨 식욕이 있겠는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을 달려가는 버스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숨소리도 멎은 듯 조용하고 버리미기재 마루에는 무거운 정적만이 감돈다.


다행히 비도 그치고 깜짝 이벤트로 대간길의 절반을 지나오며 고락을 함께한 막내대원의 생일 축하 파티는 산 꾼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으로 나머지 구간도 무사히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외침이 아니겠는가? (03시 30분)


북쪽으로 향하는 대간 길은 높은 고개 마루임에도 많은 비가 내린 탓인지 계곡물소리가 우렁차고 질퍽거리는 등산로에 풀숲을 헤치는 바짓가랑이가 흠뻑 젖어 두 다리에 칭칭 감겨온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에 암릉을 넘나들며 전망대 바위를 뒤로한채 헤드램프 불빛 따라 잽싼 발놀림으로 숲길을 헤치며 옷 나무 골도, 애기암봉길도 꿈길 속에 흘려버리고 쌍계구곡이 있는 절말가는 이정표를 지나며 너른 공터에 올라서니 장성봉의 표지석이 어둠 속에 졸고 있다. (04시 30분) 


싱겁기 그지없는 정상은 오늘의 종주 길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버리미기 재와는 500m의 표고차로 잔뜩 긴장을 하였지만 굴곡도 별로 없는 완만한 경사에 큰 힘들이지 않고 안착을 하였으니 어둠 속이라 주위경관은 볼 수는 없어도 오늘의 산행길이 순탄하리라는 희망적인 예감을 갖게 된다.


3년전 수리 재에서 막장봉을 거쳐 올라온 곳이라 정겨움이 더하지만  디지털의 발광체도 무용지물이 되어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물 한 모금으로 휴식을 끝내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산행 개념도를 살펴보면 장성봉과 악휘봉, 희양산이 삼각형을 이루는 V자 형의 대간길이 경상도와 충청도를 아우르며 달려가는데 구간이 끝나도록 세곳의 꼭지점을 바라보며 산행을 하는 특성으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다.


정상에서 직진을 하면 대간 길에서 이탈하는 것이고 좌측으로 막장봉과 쌍계구곡으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어둠속에 급경사 비온뒤의 미끄러움, 악조건 속에서 더듬더듬 15분을 진행하면 막장봉 바로 밑의 갈림길이 나타난다. (4시 55분)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급경사 벼랑길을 내려서면 무성한 수림 속에 암릉길이 이어지고 가파른 절벽을 기어오르면 낙락장송이 무성한 827봉 에 오르게 된다. (5시 10분)


아직도 어둠은 우리의 주위를 맴돌고 내친걸음 멈출 수 없어 그대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전망대 바위에서 바라보는 살구나무계곡은 피어오르는 운해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앞사람의 발자취 따라 달려가기에 바쁘다.


급경사 내려섰다 완만한 능선 길에 이르면 한 여름 다가도록 길섶에 피어있는 원추리 샛노란 꽃대 곧추세우고 은은한 향기 풍겨오며 다소곶이 손 내밀어 유혹하는데 갈길 바쁜 나그네 애절한 손길 뿌리치며 발길을 돌릴 적에 사나이 가슴에 멍울이 든다.


동녘하늘 밝아오며 봉암사 추녀 끝에 운해가 휘어 감고 희양산 민대머리 황금빛으로 물들며 붉게 타오르는 운해 속에서 찬란한 태양이 솟아오르면 밤새워 달려온 산 꾼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황홀한 정경을 뉘라서 마다할까?


무박산행의 진수가 여기에 있거늘 야속한 잡목들이 시샘을 하며 앞을 가로막으니 그 흔하던 암봉은 어디로 가고 낙락장송 휘늘어진 전망대 바위는 어디로 갔나?


짧은 순간을 놓일 새라 잰 걸음으로 달려가지만 무심한 대간길이 벼랑으로 고개 숙이니 카메라 셧터를 들었다 놓았다 망설임 속에 앵글 속에 담지 못한 저 아름다움 가슴속에 품어 안고 된비알 오르기에 진땀 흘린다. (6시)


충청도 칠성면의 살구나무 골과 경상도 가은읍의 오봉정 마을을 오가는 십자로 안부를 지나 널찍한 헬기장을 통과하면 곧바로 급경사 오름길에서 애간장을 태우며 821봉 악회봉 삼거리에 올라서게 된다. (6시 50분)


작은 바위 암봉으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악휘봉과 구왕봉 장성봉의 이정표가 선명하고 풀숲에 가린 삼각점이 반갑게 맞아 주는데 밤새워 걸어온 길이 고단하였던지 10분 거리에 있는 악휘봉을 모두들 외면하고 나 홀로 정상을 향하는데 길동무삼아 같이 온 대원이 따라나서 외로움을 덜 수 있고 수직의 단애를 이룬 정상이 아침햇살에 더욱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정상아래 오른쪽으로 촛대바위 (선바위)가 낙락장송 품에 안고 하늘로 힘차게 용솟음치는 모습은 악휘봉의 정기를 한몸에 받은 선경의 관문으로 입석마을의 설화를 만들어낸 장본인으로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운해와 함께 신비의 세계에서 황홀경에 몰입된다.


층암절벽 사잇길로 조심조심 올라선 곳은 천하절경 전망대 사방을 둘러봐도 막힘이 없고 경상도와 충청도의 수 백리 산하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명당자리로 1,000m도 안되는 정수리에 이런 곳이 있다니 남쪽으로 어둠속에 지나온 장성봉이 지척에서 손짓하고 그길 따라 구불구불 사행천을 이루며 땀에 절은 발자취 정겨움을 더하는데 하늘 금에는 대야산, 조항산, 청화산 그 옆으로 불꽃같은 속리산의 암봉들이 하늘로 치솟고 화양구곡, 쌍계구곡, 선유동 구곡 품에 안은 군자산과 칠보산, 덕가산이 선경으로 빗어내고 오곡백과 무르익는 연풍의 분지에는 계곡마다 골골마다 피어나는 운해로 바다를 이루는데 북쪽으로 구왕봉과 희양산이 길잡이가 되어 손짓하고 이화령 너머까지 대간길의 태산준령 끝 간곳을 모르겠다.


마당바위 널찍한 정수리에는 검은 오석으로 단장한 정상석이 눈길을 더하고 밤새도록 배낭에서 잠을 자던 카메라가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 꿀맛 같은 아침식사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정상 -7시   30분간 휴식)


잠시잠간 다리품 팔면 천하절경 구경할 것을 무박산행, 꿈길산행 이곳에서 소원 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갈림길로 되돌아오니 왁자지껄 술 파티에 정신이 없는 그들을 뒤로하고 서둘러 길을 떠난다. (7시 40분)


우측으로 90도 방향을 잡아 오르고 내리고 사방으로 둘러보는 눈요기는 싫증이 나지 않고 여유로운 발걸음에 가느다란 밧줄타고 벼랑길 내려서면 봉암사 문지기들 오가는 길손에게 무례한 행동으로 가는길 방해하는 은티재에 도착한다. (8시 33분)


서슬 퍼런 경고문 주늑을 들게 하고 목책으로 막은 대간 어디로 가야하나,

대자 대비한 부처님의 은덕인지 스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잽싸게 목책 넘어 산길로 내달리는데 지그재그 갈짓자로 오르는 급경사에 숨이 턱에 차오르고 683봉 주치봉 정수리에 올라서니 후줄근하게 흘린 땀방울 등줄기를 흠뻑 적신다. (8시 50분)


곤두박질치는 벼랑길 안부에 내려서면 호리골재,

이곳에도 영락없는 경고문에 목책으로 담장을 치고 스님들의 선 수련장으로 방해가 된다고 외부 인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지만 다닐 사람 모두 다니는 곳에 볼성 사나운 짓거리는 집어치우고 서로 타협을 한다면 우리도 조용히 지나갈 것인데 지나친 행동이 아닌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힘겹게 올라가는 고빗길 두 다리에 경련이 일도록 안간힘을 쓰며 올라선 곳에 명당자리 무덤이 자리를 잡고 밤새워 걸어온 길에 지친 몸으로 속도도 느려지고 휴식시간도 길어지며 지척에 있는 구왕봉을 향하는데 널찍한 마당바위 쉼터로 안성맞춤 이라 솔 그늘에 자리를 잡고 망중한을 즐겨본다. (9시 40분)


10여분 만에 올라선 구왕봉은 명성에 걸맞지 않는 볼품없는 곳이고 잠시 내려서면 천하일품 전망대 휘늘어진 낙락장송 그늘아래 천년고찰 봉암사가 내려다보이고 백두대간 구간 중에 가장 험준하다는 희양산의 암봉이 손에 잡힐 듯 품에 안겨오는데 선경의 솔바람은 가슴속을 후련하게 씻어 내린다.


마지막구간의 대미를 장식하는 가파른 벼랑에는 로프가 걸려있고 스릴있는 곡예로 지름치 고개에 내려서니 봉암사 내려가는 오른쪽에서 희양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육중한 목책으로 가로막혀 가슴을 짓누르고 엄중한 경고문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0시 10분)


다행이 오늘의 대간길이 이곳에서 마감을 하지만 다음 구간을 어찌 통과해야할지 걱정을 앞세우며 은티마을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한데 험준한 산세에 주늑이 들어 배낭에 품고있던 막걸리를 풀어헤치고 나누어 마시는 술맛은 산꾼들의 우정이요. 피로 회복제가 아닌가?


은티마을의 유서깊은 소나무 숲,

마을의 유래비를 바라보며 4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소나무와 상수리나무는 영원토록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될 것이다. (11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