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신풍령에서 덕산재까지

김완묵 2006. 9. 8. 05:27
 

백두대간 신풍령에서 덕산재 까지

삼봉산(1,254m), 삼도봉(1,248m), 대덕산(1,290m)


산행일시: 2005년 11월 27일 10시55분 -15시 20분        산행시간: 5시간 25분 

소 재 지: 경남 거창군,  전북 무주군,  경북  김천시        산행거리: 약 15.2km

가고파 산악회      날  씨: 안개 뒤 맑음     참여인원 : 32명     회    비: 25,000원

 

 


유난히도 눈이 많았던 지난겨울 향적봉에서 빼재 구간을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구덩이 속에서 고생하며 다녀 간지 10개월 만에 다시 찾은 이곳은 이상난동으로 아직까지 눈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신풍령의 모진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고개 마루의 절개지에 번듯하게 세워진 수령(秀嶺)이라는 표지석은 잘못된 것이고 원래 이곳은 험준한 고개로 도적들의 소굴이었는데 짐승들을 잡아먹으며 버려진 뼈가 산을 이루어 뼈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는데 경상도의 억센 발음으로 빼재 빼재 하다가 빼어나다라는 말을 빌려 수령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표지석을 세우게 되었고 이밖에도 고개아래 마을 이름을 빌려 상오정 고개라고도 하고 추풍령을 본떠 신풍령으로 불리며 무주구천동과 거창을 잇는 지방도로가 많은 이름으로 유명세를 달리하고 있으니 대간꾼들에게는 흥미로운 고개인 것이다. (10시 55분)


고개 마루의 오른쪽으로 절개지를 따라 내려가다 뛰어넘기 쉬운 옹벽을 올라서니 바람결에 나부끼는 리본들이 홍수를 이루고 가파른 벼랑길을 기어오르면 오른쪽으로 마루금이 이어지는데 완만한 주능선을 바람결에 스치며 1,050m의 수정봉을 어찌 지나왔는지 앞서간 선두그룹의 발자취를 따르기에 여념이 없는데 비알 길을 내려서며 된새미기재를 통과하게 된다.(11시 30분)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르는 주능선에는 키가 작은 철쭉과 싸리나무가 주종을 이루며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호리골재를 지나며 삼봉산 오름길이 시작된다.


삼복더위에는 애를 먹을 급경사길이지만 시원한 바람결에 수월하게 정상에 올라서니 아담한 돌탑과 정상석이 자리를 잡고 덕유산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다고 하여 덕유 삼봉이라고 한다지만 아침안개 탓인지 운무가 앞을 가려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12시 10분)

 

 


3개의 암봉이 솟아있는 삼봉산은 맨 처음 봉우리에 표지석이 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세 번째가 가장 높아 보이는데 고도계를 챙기지 않았으니 눈짐작으로 만족을 하고 오늘의 산행 구간중 가장 스릴 있는 2봉에서 로프도 잡아보고 아슬아슬한 구간을 통과한다.


제3봉을 지나 10여 분만에 나타나는 갈림길은 무심히 걷다보면 알바하기 쉬운 지점으로 직진을 하면 덕동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급경사 내리막길로 내려서야 하는데 주위를 조금만 살펴보면 수많은 리본들이 길안내를 하고 있으니 큰 어려움은 없고 포근한 겨울 날씨라고는 하지만 1,200m가 넘는 높은 곳이다 보니 쇠음달 북사면에는 서릿발과 얼음이 빙판을 이루고 5- 60도의 벼랑길에는 잔돌들이 무수히 깔려있어 낙석에 주의를 해야 하는 난코스로 오금이 저려오는 구간이다. (12시 30분)


30여분간 애간장을 태우며 벼랑길을 기어내리면 철조망이 앞을 가리고❛일몰 후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판이 붙어있는데 우측으로 양지바른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행동식으로 식사를 하고 서둘러 짐을 꾸리는 바람에 애지중지하던 다 초점 안경을 버리고 왔으니 몇년전 지리산 심메마니 능선에서도 같은 경험을 한 터라 조심을 하였지만 나이 탓인지 건망증 탓인지 애석한일로 두고두고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을 일이다. (13시  10분간 식사)

 

 


철조망을 통과하면 곧바로 갈림길인데 좌측의 낙엽송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계곡으로 내려서야하고 낙엽이 깔려있는 융단길을 5분간 지나노라면 고냉지 채소밭이 펼쳐지는데 수확이 끝난 들녘에는 정적만이 감돌고 백두대간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현장을 바라보며 밭둑길을 따라 내려가면 1089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소사고개에 도착하게 된다. (13시 20분)


좌측으로 부흥동 마을의 구멍가게가 있지만 서둘러 솔밭 속으로 들어서면 양옆으로 질펀하게 펼쳐지는 고랭지 채소밭 사이로 대간길이 이어지고 그나마 비닐하우스 농가 앞마당을 가로질러가는 길목에는 사나운 개들이 낮선 사람들을 향하여 짖어대고 있으니 잠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간직한 보리밭과 단풍나무 묘목 밭을 지나면 수 천평씩 마루금을 파헤치며 개간에 몰두하고 있는 현장을 지나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사랑이란 두 글자를 커다란 비석에 새겨둔 곳에서 지루하던 고랭지 채소밭도 끝이 나고 삼도봉을 향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13시 50분)

 

 


낙타의 봉우리와 같이 쌍봉으로 바라보이는 산의 우측이 삼도봉이고 좌측이 대덕산인데 큰덕을 품고 있다는 마을 어른들의 설명대로 유순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바라보이지만 700m가 채 안되는 소사재에서 1,290m의 정상까지는 표고차가 600m이니 서울근교에서는 이만한 산들도 대단한 높이가 아닌가?


급경사 깔딱 고개는 잠시도 쉴만한 휴식공간도 없이 갈짓자로 고도를 높이며 싸리나무와 산딸기 억새밭에 철쭉나무의 키작은 관목들이 대간길을 가로막고 맞바람도 힘에 겨운 지친몸을 훌쳐대니 대거리할 기력도 없이 비몽사몽간에 천근같은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고진감래라 억새밭 사이길 을 비집고 올라선 이름 없는 무덤 세찬바람 속에서도 융단 같은 잔디밭은 전망 좋은 휴식처로 건너편의 삼봉산이 하늘높이 솟아오르고 고랭지 채소밭이 내려다보이는 부흥동 마을이 그림같이 펼쳐지는데 새로운 용기로 내딛는 발걸음은 거창과 무주, 김천을 아우르는 삼도봉 정상으로 사방팔방 거침없는 조망은 백리 길을 열어주고 대덕산의 억새밭이 황금물결로 출렁인다. (14시 43분)


지리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을 지나노라면 경남 하동과 전남의 구례, 전북의 남원이 분수령을 이루는 1,550m의 반야봉 아래 삼도봉이 있고, 민주지산으로 유명한 충북 영동과 전북 무주, 경북 김천을 아우르는 삼도봉은 1,176m의 작은 키에도 너른 공터에 거창한 탑을 세우고 1989년부터 매년 10월10일 산신제와 함께 삼도화합의 축제로 성시를 이루는데 초점산으로 전해오는 이곳은 1,249m의 키에도 반 동강난 표지석에 대간 꾼이 아니면 돌아보는 이 없는 외로움에 억새들의 울음소리만이 석양노을에 메아리친다.


대덕산으로 향하는 수백만평의 평원위에 펼쳐지는 억새들의 천국은 유명세로 몸살을 앓고 있는 다른 곳에 비해 자연의 비경을 그대로 간직한 때 묻지 않은 곳으로 키도 작고 줄기도 가늘지만 세찬바람에도 굽힐 줄 모르는 끈질긴 자생력에서 우리 민초들의 뿌리가 아닐 런지?


삼도봉 오르며 지친 몸도 대덕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원기를 회복하고 1,290m의 정수리에 올라서니 검은 오석으로 단장을 한 대덕산 정상의 표지석이 우리를 반기고 백두대간을 알리는 스덴 표지석으로 둘러리를 세우고 1988년 재설된 무풍 22호의 삼각점과 우리나라의 모든 측량의 기준점이 되는 삼각점을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하여 16,000여개의 삼각점을 관리하여 우리 모두 소중한 자산을 보호하자는 안내문까지 구색을 갖추었으니 삼도봉에서 받은 푸대접을 어느정도 보상받은 심정으로 위안을 하며 힘들게 걸머지고 온 막걸리로 자축을 한다. (15시 20분 10분휴식)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은 자연의 이치로 1,290m의 높은 정상에서 640m의 덕산재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벼랑길로 한겨울 눈이라도 쌓이면 산행이 어렵겠다는 생각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으며 북사면의 산 그림자가 어둠을 몰고 오니 마음이 급해진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과 같이 벼랑길 한 모퉁이에 생명수가 흐르고 있으니 갈증난 산꾼들에게 신이 내려주신 용천수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가 있으랴? (15시 50분  5분간 휴식)


멀고먼 대간길에 샘터를 만나기가 쉬운일이 아닌데 해발 1,000m가 넘는 곳에서 솟아오르는 샘터에는 오염도 없고 탐욕도 없고 목마른 나그네의 갈증을 풀어주고 지친 몸 쉬어가는 쉼터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그곳에 아름다운 시한구절 걸려있으니


❉얼음골 약수터에서 목을 추기는 길손이시여 사랑하나 풀어 던진 약수터에는 바람으로 일렁이는 그대 넋두리가 한 가닥 그리움으로 솟아나고..........❉


용천수 한 모금에 용기를 얻어 대덕산 기슭을 빠져나오니 오늘의 대미를 장식하는 덕산재,  30번 국도가 지나는 고개 마루는 무주의 나제통문과 관기를 오가는 길목으로 쌍방울에서 운영하던 주유소는 폐허가 된지 오래 이고 산 삼 파는 전시장도 돌아보는 사람 없는 외진 곳에서 덕산재를 지키고 있으니 대간을 넘나드는 산 꾼 들이 어찌 반갑지 않으랴? (15시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