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령의 언덕위에 갈곳산이 있다.
백두대간(고치령-늦은목이) 갈곶산(966m)
산행일시: 2005년 1월 29일 10시 30분 - 15시 30분 산행시간 : 5시간 산행거리 : 약 17km
소 재 지 : 소백산 국립공원 북동쪽 끝자락 충북 단양군 ,경북 영주시 봉화군
산정산악회 회 비: 25,000원 날 씨: 흐린가운데 주능선에 눈발이 날림
산 꾼을 자처하는 내가 한 달 이상 산을 오르지 못하면 몸이 근질거리고 좀이 쑤실 텐데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을유년 새해가 밝아오며 나에게는 겹경사로 큰 변화가 있었으니 그동안 15년간 산을 오르며 습작으로 써온 글들이 단행본으로 선을 보이고 여러 곳의 문인들의 모임에서, 친목회에서 조촐한 환영식을 갖으며 1월 22일에는 일가친척들을 한자리에 모시고 회갑을 겸하여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게 되었으니 이 보다 영광된 자리가 어디에 있겠는가?
책 한권씩 가슴에 안고 흐뭇해하는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있고 사랑하는 가족들 앞에 가장으로서 품위를 세울 수 있었던 것도 산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산길로 접어든 것이 소백산 국립공원의 북동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고치령에서 늦은목이 까지 백두대간의 당일산행 35회 구간으로 한솥밥을 먹으면서도 비로봉과 국망봉의 명성에 가려 일반인들의 외면 속에 대간꾼이 아니면 찾지 않는 호 젖 한 산길로 13km의 장쾌한 마루금에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솟아있건만 이름표하나 달지 못하고 홀대를 받고 있으니 힘없는 우리 민초들의 삶 또한 매한가지 아닐까?
눈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오랜만에 나서는 산행길에 걸림돌이 되고 시원스레 뚫린 죽령터널을 지나 풍기 읍에 들어서니 핸드폰의 신호음으로 지금 서울에는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으니 산행을 포기하고 되돌아오라는 근심어린 안부 전화다.
하지만 이곳에는 흐린 날씨지만 눈이 내릴 기색은 없으니 염려말라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소백산의 오지마을인 좌석리에 도착하니 버스는 더 이 상 오르지 못하고 마을 이장 서 정영씨의 화물 트럭에 찜짝 실리듯 그나마 감지덕지 차에올라 고개마루를 향할 때 동지섣달 엄동설한의 매서운 맞바람이 가슴을 파고들며 온 몸이 오그라드는 추억을 만들며 포장길이지만 굽이굽이 돌아가는 3km의 고개길이 멀기만 하다.
대간꾼들이 하산로로 거쳐야만하는 고치령은 경북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에서 마락리를 넘나드는 고개 마루로 중소형 차량만이 통행이 가능한곳으로 넓은 분지에는 새로 지은 산신각이 눈길을 끌고 천하대장군의 장승옆으로 이정표에는 국망봉11km, 비로봉14.1km, 마구령8km, 늦은목이 13.9km의 우리가 가야할 길을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10시 30분: 표지기의 홍수속에 풍운아의 표지기도 자리를 잡으며 우측으로 완만한 능선따라 대간길은 이어지고 겨울 답지않은 포근함속에 헬기장을 지나 950봉을 올라서면 곧이어 완만한 내리막길 살짝덮힌 눈길위로 경쾌한 발놀림은 어느덧 45분만에 미내치를 통과하게된다.
십자로의 히미한 미내치는 820m의 표고로 부석면 소천리에서 단산면 마락리로 넘든 고개길이지만 약초캐는 심메마니의 전용 통로로 히미한 흔적만이 우리를 반기고 철쭉나무와 떡갈나무가 무성한 마루금은 완만한 능선길로 경쾌한 발걸음에 스피드를 내 보지만 뒷차로 올라온 준족에게 추월을 당하고 보니 허망한 마음으로 백전노장이라며 큰소리 처보지만 난다 긴다하는 산꾼들이 부지기수인데 언감생심 어디다 명함을 내 밀겠는가?
폐허가 된 헬기장 2개를 지나 급사면을 치고 오르면 오늘의 구간중에서 가장높은 1,096m의 정상으로 헬기장을 겸하고있는 너른 공터인데, 사방팔방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이 일품 이겠지만 애석하게도 소리없이 내리는 싸락눈속에 짙은 운무까지 시야를 가리니 지나온 길도 가야할 길도 자취를 감추고 애를 태우지만 영상의 날씨속에 바람마져 숨을 죽이고 이름 없는 무명봉 이지만 우리에게 보내주는 고마운 선물로 엄동설한의 혹독한 추위속에 이만한 날씨가 몇날이나 될까? (12시10분)
외로히 자리잡고 있는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고 발길이 머물던 영역표시로 나뭇가지에 표지기도 달고 완만한 내리막길을 달려 가다보면 잡목사이로 춘양목의 군락지대를 만나게 되는데 그 옛날 궁궐의 대들보 감으로 없어서는 안될 금강송으로 봉화지방으로 들어섰음을 알려주는 반가움에 중형차량의 통행이 가능한 마구령에 도착하게 되는데 부석면 임곡리에서 남대리로 이어지는(비포장길) 해발 810m의 고개 마루에는 비로봉 22.1km, 고치령 8km, 늦은목이 6.9km, 선달산 7.8km 의 이정표가 반겨주고 고치령에서 이곳까지 8km를 2시간 5분만에 통과를 하고보니 시속 4km라는 놀라운 속도로 별 특징이 없는 완만한 능선길에는 날카로운 암봉도 없고 깔딱고개도 없이 겨울 답지않은 포근한 날씨도 한몫을 하여 오늘의 산행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음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12시 35분)
마구령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진찍고 표지기 달고 사면길로 치고 오르니 제법 경사진 오름길에는 휘늘어진 노송의 군락이 이어지고 가뿐숨 몰아쉬며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한데 헬기장을 지나며 오늘의 구간중에서 가장 애를 먹이는 200m의 고도를 뛰어넘는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고 지친몸에 혼신의 힘을 다하여 안간힘을 써 보지만 정상은 왜 이리도 멀어만 지는지? (13시 30분)
가까스로 1,057봉에 올라서니 헬기장을 겸하고있는 정상은 소리없이 내리는 눈속에 적막감만 감돌고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운무속에 이름표는 고사하고 삼각점 마져 찾을길이 없는 허망함속에 완만한 하늘 금에는 암릉 지대가 펼쳐지지만 크게 긴장할일도 아니고 시야가 확트이는 청명한 날씨라면 아름다운 조망으로 스릴 있는 구간이 될 터이지만 눈길 속에 조심조심 1km거리에 있는 똑같은 높이의 1,057봉에 올라섰지만 세찬 바람에 떠밀려 서둘러 안부로 내려서니 선두그룹이 민생고를 해결하느라 여념이 없고 다시 만나는 기뿜 속에 김치 국에 밥 말아먹는 3분식사로 허기를 달래며 짜릿한 소주잔에 디저트로 커피까지 구색을 맞추고 보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는데,
會者定離의 야속함속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뜨는 선두 그룹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정글의 법칙에 익숙한 대간꾼들에게 구원의 손길은 구차한 사치가 아닐까? (14시 -10분간 식사)
주섬주섬 배낭을 꾸리고 서둘러 길을 나서지만 어려운 고비 다 넘기고 널널하게 여유를 부리며 올라선곳이 14km의 마루금중에 유일하게 이름표를 달고있는 갈곶산(966m) 정상이다.
무성한 잡목속에 비좁은 공터 그나마 비석은 고사하고 이정표의 비목에는 봉황산 갈림길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니 이곳이 갈곶산이라고 그 누가 밑겠는가? (14시 40분)
지금까지 동쪽으로 달려온 대간길이 갈곶산 정상에서 좌측의 급경사길로 내려서야 하지만 우측으로는 봉황산 자락에 자리잡고있는 유명한 부석사가 있는데 신라의 의상대사가 개창한 화엄종의 본찰로 국보 제 18호로 지정된 무량수전은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목조건물로 둘러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가슴속에 간직하며 지척에 있는 늦은목이를 향해 발길을 돌린다.
수월한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바라보는 선달산이 운무속에 그형체를 드러내고 1,236m의 높이 보다도 더욱 높아보이는 철옹성으로 오금이 저려오는데 다음구간을 언제 넘을지 기약은 없지만 새로운 각오로 늦은목이 고개마루에 도착하니 이정표에는 비로봉 28km, 마구령 5.9km 선달산 1.9km 가 선명한데 이곳을 거쳐간 산꾼들의 표지기가 홍수를 이루고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에서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로 넘나드는 고개길로 이곳까지가 소백산 국립공원으로 지정이되어 119 구급 안내표지목이 자리잡고 있는데 고치령에서 13,9km의 구간을 4시간 25분에 주파를하고 아직도 준족이 녹슬지 않았음에 자부심을 느끼며 버스가 기다리는 오전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14시 55분)
태백산과 소백산을 이어주는 분기점으로 겹겹이 산으로 둘러쌓인 오지중에 오지인데 계곡의 상류지점에는 산뜻하게 지은 별장과 민박집이 들어서며, 교통문화가 발달된 요즈음은 산간 벽지가 따로없고 하늘아래 첫동네의 별천지도 옛말이되고 말았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되며 몇 년 전만 해도 꿈에도 생각지 못하던 백두대간 당일산행으로 산꾼들에게 큰선물을 안겨주었으니 우리가 누리는 행복이 아닐까? (15시30분 오전리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