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곰봉 너머에 동강이 흐른다.
김완묵
2006. 7. 22. 06:43
곰봉(1,015m) 너머에 동강이 흐른다.
영월지나 동강따라 유순한 마차재
만항재 가는길 접어두고 산길로 들어서니
양지바른 산비알엔 너른 분지 평화롭고
비탈진 화전밭에 길고긴 이랑들
앙상한 돌자갈에 쟁기질이 힘겨워도
고냉지 채소들이 잘도 자란다.
칡넝쿨 다래넝쿨 사이로
빛바랜 리본하나 바람에 나부끼고
산딸기 억새들이 앞을 가려도
우리의 발길을 잡을 수 없고
비 온뒤 쏟아지는 한낮의 태양
지글거리는 용광로에 바람도 녹아들고
한증막 열기속에 사투를 벌이며
선들바람 불어오는 계봉에 올라서니
한평남짓 좁은공간 시원한 조망속에
수백길 벼랑아래 구절양장 굽이치고
백운산의 자태가 신비로운데
앞길을 가로막는 계봉의 등줄기
칼날같은 날등이 스릴넘치고
용아장성 무색하게 현기증 난다.
평화로운 가탄마을 쑥대밭으로
미루나무 높은가지 비닐조각 펄럭이고
초가삼간 어디가고 동강은 말이 없는데
자연보호 앞장세워 댐 건설 반대하며
조용하던 두메산골 유명세를 타더니
외지인들 몰려들어 난장판을 벌이며
종다리도 산천어도 보금자리 모두잃고
상혼을 앞세운 인간들의 이기심에
하늘도 노하시어 루사를 앞세워
천지개벽 이루시니
점재나루 레프팅장 물속으로 사라젔네.
아라리 아라리 구슬픈 가락속에
천만년 지켜야할 민족의 유산
너도 나도 우리모두
가지도 말고 보지도 말고 묻어 두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