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

고달사지를 찾아서

김완묵 2006. 7. 22. 05:34
 

 

고래산(542.5m), 우두산(480m), 옥녀봉(419m)

 

 

 

산행일시: 2005년 3월 7일  08시 15분 - 12시 30분      산행시간 : 4시간 15분   

산행거리 : 약 8km  

소 재 지 :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 여주군 - 북내면 ,대신면      날  씨 : 흐린뒤 갬   나홀로 산행

   교통편 : 상봉터미널 - 용문(4,700원) 용문 - 옥녀봉 금동교(1,400원) 고달사지에서 여주까지 승용차편 이용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지나고 보니 춥고 지루하던 겨울도 한발 물러서고 양지바른 언덕아래 잔설속에서도 봄을 알리는 달래, 냉이, 쑥부쟁이의 푸른잎들이 솟아 나오고 기상 관측소가 생긴이래 백여년만에 가장많은 폭설이 내린 부산지방에서는 길이 막히는 교통의 대란속에서도 눈이 귀한 지방의 어린이들이 마냥 줄거워하는 모습이 축제의 분위기인양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으니 기상이변으로 기록이 될것이다. (적설량 37cm )


삼월들어 처음으로 시작하는 산행길은 저녁에 모임이있어 멀리 가지는 못하고 경기 일원의 산들을 물색하던중 여주의 고래산과 우두산으로 정하고 교통편을 알아보지만 강원도와 접경을 이루고있는 곳이라 접근하기에 만만치가 않아 꼭두새벽 일어나 짐을 꾸리고 동서울에서 출발하는 여주행 첫차(6시 30분)를 타려고 하였지만 시간이 맞지않아 상봉터미널에서 용문행으로 진입로를 변경하여 6시 25분버스로 용문에 도착하니 때마침 일신리를 지나 옥녀봉아래 금동교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있어 택시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행운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하게된다. (7시50분)

 

 

 


이른 아침이라 텅텅빈 버스안에 운전기사와 단둘이 앉아 어색한 분위기이지만 구불구불 전양고개를 넘어 아직도 단선으로 운행하는 중앙선의 구둔역을 지나 금동교에서 하차하여 서쪽으로 개천따라 금동마을 진입로가 있지만 불청객을 향하는 개들의 시위소리를 피해 죄측의 능선길로 들어서니 임도를 가로 막는 경고문(임산물 재배 지역)철문을 지나 10여분후에 좌측으로 낙엽송 숲길따라 오솔길을 오르면 가파른 경사면의 산 중허리에 지금은 폐광이 된 금광동글이 나타나는데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갱도의 입구는 깨끗이 정돈이 되어있는 쉼터로 이곳에서 산행에 필요한 행장을 꾸리고 안부로 올라서니 벤치들이 놓여있는 휴식공간으로 반대편 마을에서 올라오는 산책로에는 보도불록에 미끄럼방지 고무 매트까지 깔려있는 것으로 보아 산 아래 기도원에서 심신단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듯 전망도 좋고 건너편의 우뚝 솟아오른 240봉의 자태가 보는이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8시 50분)


산책로 따라 200여m를 진행하다 잡목이 무성한 오솔길로 접어들면 양지바른 능선길이라 잔설도 녹아 수북히 쌓인 낙엽이 발길에 채이는데 간간이 이어지는 발자욱따라 무인지경 별유천지 서둘 것도 없이 여유작작, 나만의 세계에서 활보를 하는데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이는 바람도 선들선들 목덜미를 스치고 자빠진 고사목이 앞길을 막아도 마냥 줄거운것은 무상무념의 경지에서 내딛는 발걸음에 거칠것이 없기에.


오르락 내리락 유순한 능선길은 고도를 높이며 잔설로 뒤덮이고 먹이찾아 달려간 외로운 토끼발자국 따라 한겨울이 다 가도록 그 누구도 찾지 않는 옥녀봉 오름길, 리본은 고사하고 인적도 끊긴지 오래되어 적막강산이라 만고강산 유람할제 .... 목청을 높혀본다. 

 

 


9시 25분: 가파른 비알길을 치고 오르니 낙락장송 무성한 쉼터에는 자연 그대로 고고한 자태로 인간의 그 어떤 흔적도 거부한채 솔 내음이 가득한데 소복히 쌓인 눈위에 발자국 남기는것도 죄스러워 서둘러 옥녀봉을 하직하고 서북 방향으로 고래산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는데 듬성듬성 나타나는 암릉사이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수직갱도는 간담을 서늘하게하는 현기증으로 금동마을의 유래를 확인시켜주듯 지금은 을씨년스런 모습이지만 그 옛날 금노다지 은노다지 흥청거리는 모습들이 선연하게 상상이된다.


금동마을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에는 하나둘 리본이 보이고 여주의 진산답게 정상을 향하는 오름길은 갈지자로 올라가도 가슴벅찬 깔딱고개, 양지바른 비알길은 잔설도 녹아내리고 수북이 쌓인 낙엽밑에 얼음까지 덧을 놓아 안간힘을 쓰면서 네발로 기다시피 올라온곳, 망망대해 우뚝솟은 전망대, 사주경계 확실히 헬기장으로 터를 닦고 검은 빛깔 오석으로 맵시나게 세워놓은 표지석.


사방팔방 둘러봐도 물결치는 산굽이들 끝간데를 모르고 방향감각도 상실한채 히뿌연 운무속에 우두산이 어디인고?  ( 10시 5분   25분간 휴식)

 

갈길을 잊은채 망연자실 하고있다 지도와 나침판의 도움으로 되돌아 내려온 안부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가는길을 알았다는 자신감에 휘파람 불어가며 여유로운 발길로 양평군과 여주군의 경계선따라 국사령을 지나며 대평저수지를 끼고도는 광활한 구릉지에 말끔하게 정돈된 골프장,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골프장은 한겨울의 을씨년스러운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그린의 색깔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광활한 대지위에 아름답게 펼쳐지는데 수십만평의 그린을 관리하자면 많고많은 농약이 살포되어 우리의 식수원인 한강을 오염시키는 원흉이 되지않을까 심히 걱정이 된다. (10시 55분)


거칠것없이 내달리는 발걸음은 수도권의 불을 밝혀줄 고압선의 행렬이 이어지는 69번 철탑아래 도착하게 되는데 북사면으로 이어지는 쇠 음달에는 아직도 녹지않은 잔설속에 가파른 비알길이 복병이 되어 안간힘을 쓰게되는데 가까스로 올라선곳은 억새가 무성한 헬기장으로 방급 지나온 고래산과 주능선들이 시원하게 조망이되고 남쪽으로는 상교리의 너른 분지가 펼쳐지는 전망좋는 쉼터로 3분거리에 있는 우두산 정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11시 20분)


무성한 낙락장송 그늘아래 자리잡은 우두산은 아담한 표지석으로 치장을하고 솔바람 불어오는 명당자리 쉼터로 곡수리에서 이어지는 주능선은 여주, 이천의 너른 들판을 품에안고 조용히 잠들어있는 어미소의 느긋한 모습으로 桑田이 碧海되는 변화를 외면한채 세월을 비껴가고있다.

 

 


되돌아온 헬기장에서 남쪽으로 내딛는 발걸음은 대신면과 북내면의 경계선을 그으며 363봉을 지나 완만한 능선길에는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아래 얼었던 땅이 녹아 질퍽거리고 왼쪽의 고달사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루금이 이어지는데 그 옛날 여자들이 뺑소니를 첬다는 뻥치고개는 장풍과 주암간의 확장공사로 고개길이 열리고 말끔하게 단장된 2차선도로에 질주하는 차량들의 행렬을 바라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12시 18분)


사실상의 산행을 마감하고 양지바른 언덕아래서 겯들이는 반주로 식사를 하고 예상보다 빠른 산행시간의 만족감으로 여주군이 자랑하는 고달사지 발굴현장으로 내려오니 수천평의 너른분지에는 한 겨울의 공사중단으로 을씨년스러운데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의 조용한 마을이 그옛날 엄청난 규모의 가람으로 국보 제6호인 원종대사 헤진탑비 귀부 및 이수를 비롯하여 원종대사 혜진탑(국보 제 7호), 원종대사 부도 (국보 제 8호), 석불대좌(보물 제8호) 의 유물들을 둘러보며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데 선종불교에서는 수행이 뛰어난 승려의 행적을 기리기위해 부도와 함께 탑을 세우게 되는데 이곳은 신라말기와 고려초기로 추정되는 여주군의 문화탐방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원종대사의 유물들로 정교한 조각작품은 불교문화의 경지를 보여주는 예술품으로 발굴이 완료되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것이다 (13시 5분 )


20여분간 발굴현장을 들러보며 오늘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줄거움도 잠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막막하기만 하다.

 

인적이 드믄 오지마을에서 버스를 타는 내룡리까지는 3km나 되는 길을 걸어야 하고 그곳에서는 양동과 여주간을 오가는 시내버스가 1시간에 한번씩 있다니 지루한 시간을 어이할꼬,

 

나홀로 산행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진입로와의 연계인데 실제 산행시간 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비일 비재하니 이래서 오지 산행을 꺼리게 되는것이다.


우연찮게 마주친 중년부부, 인적이 드믄 이곳에서 그들도 고달사지 탐방으로 다정하고 진지한 모습에 방해가 될까봐 접근도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네고 보니 반갑게도 여주까지 가는길에 합승을 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으니 이 어찌 횡재가 아닐소냐!

 

 

 


정년퇴임을 하고 역사 유물을 돌아보는 여유로운 발걸음은 현대인의 각박한 생활속에서 그려볼 수 있는 선망의 대상인데, 가을걷이 끝내놓고 풍년가를 부르며 너른 들판을 돌아보는 여유로움이라고나 할까.

 

보기좋은 정경으로 승용차로도 20분이나 걸리는 여주까지, 지리도 잘모르는 터미널을 물어물어 편안히 모셔주는 고마움에 황송하고 감사 또 감사하며 상봉터미널로 향하는 13시 50분행에 몸을 싣고 오지산행과 문화탐방, 인심좋은 부부와의 만남 이모든 것이 나에게 행운을 안겨다준 줄거움으로 가슴속에 고이 간직하고 꿈나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