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 나는 농어회
감칠맛 나는 농어회 (거봉회의 나드리 길)
2004년 11월 14일 소래포구에서
청량리와 남산의 철거민들이 이주하며 태어난 도봉동은 중랑천 뚝방아래 4-6평의 단간방이 어깨를 맞대고 공동변소와 공동우물터에서 모진 생명력을 키워가는 꼬방동네로 서민들의 애환을 간직한 곳이지만 제2의 고향으로 끈끈한 인정이 묻어나는 삶의 터전을 일구며 도봉산의 만장봉을 바라보며 고향의 향수를 달래고 내일의 희망으로 육영사업에 관심이 많은 방학용 회장님과 뜻을 같이하는 십여명이 함께모여 『巨 峰 會』를 만들어 후학을 양성하는 보람으로 십여년의 세월이 흘러오며 우리의 모임은 더욱 알차게 영글어 가고있다.
도봉동의 산 증인으로, 터줏대감으로 청춘을 불살랐던 우리도 흘러가는 세월따라 칠십고개를 바라보는 황혼기를 맞고 있지만 모두가 왕성한 생활력으로 나이에 걸맞지 않은 건강들을 유지하고 있으니 우리모임의 큰 자산이요 자랑인 것이다.
태어난 고향은 달라도 도봉동에서 생활터전을 일구며 만난 인연으로 매월 정기모임을 갖고 있지만 신정동에 사업장이 있는관계로 2-3개월에 한번씩 참석을 해도 반갑게 맞아주는 그분들이 있기에 미안한 마음을 앞세우며 줄거움이 넘치고 육십이 넘은 내가 막내로서 여러 형님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니 마냥 행복한 순간들이다.
지난여름 대진 항에서의 피서는 모기에 뜯기는 고통 속에서도 일상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난 해방감으로 동해의 푸른 바다에 몸을 담그고 동심의 세계에서 나래를 펴며 휴전선 앞 바다에서의 낛시질은 산으로만 향하는 내 마음에 새로운 파문을 일으키며 직접 잡아올린 넙치의 감칠맛 나는 그 맛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초겨울의 바람결에 화려하게 불타오르던 가로수도 맥없이 떨어져 길가에 나딩굴고 움추려드는 마음을 추수르기 위해 전철타고 소래포구 나들이길에 나섰다.
일요일 아침 나드리길에 나선 사람들로 4호선의 창동역은 만원을 이루고 행선지는 몰라도 역마다 오르고 내리는 이 들의 분주함속에 가장 사랑받는 대중교통으로 자리매김 하고있는 지하철은 1974년 8월 15일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7.8km구간의 개통을 시작으로 30여년간 꾸준히 성장하여 1호선에서 8호선까지 완전개통으로 583.3km (2002년 12월기준)의 길이에 263개역으로 확장되어 하루에 6,538회의 운행횟수로 연간 35억명의 인원을 실어 나르고있다.
이제 런던, 뉴욕, 동경 다음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성장한 서울의 지하철은 거미줄처럼 연결된 도로망으로 가장 안전하고, 가장 빠르고, 공해없는 교통수단으로 2천만 수도권 인구의 균형있는 도시발전과 교통지옥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가장 사랑받는 서민의 발이되어 서울의 땅속을 누비고 있는것이다.
옆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정도로 수다를 떨며 분위기는 무르익고 환승역마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지하철은 2호선과 4호선, 5호선이 교차하는 동대문 운동장역에서 절정을 이루며 구름떼처럼 몰려나가는 경마장 역에서는 그린위를 달리는 말들의 경주에 삶에 의미를 거는 사람들이고 엄마 아빠의 손을잡고 대공원으로 향하는 고사리손들은 우리의 희망이다.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는 수도권의 중심에는 나날이 비대해지는 경기도가 있고 광역시가 되고도 남을 수원, 성남, 안양, 부천을 제외하고도 연천, 가평, 양평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시로 승격이 되었으니 교통의 지옥속에서 지하철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게된다.
평촌, 의왕, 군포로 대변되는 서부 신흥도시의 중심축에는 산본이 있고 지상으로 올라온 지하철은 마지막 잎새마져 붉게물든 수리산을 끼고돌며 해안가 너른 평야위에 자리잡은 안산시가 반듯반듯하게 정리된 도시설계로 이국적인 감각속에 무한히 발전하는 우리의 미래상이다.
1시간 30분간의 긴여정속에 4호선의 종착역인 오이도에 도착하니 싱그럽게 불어오는 갯 바람속에 서해안 시대를 열어가는 첨병으로 개발이 한창이고 그에 걸맞게 웅장한 역사는 미래를 여는 전초기지로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하며 시화방조제 공사로 육지로 변한『 烏耳島』의 깊은뜻을 이해할수 없으나 끝없이 이어지는 방조제와 광활하게 펼쳐지는 간척지는 좁은 국토를 늘리려는 인간 의지의 표현이다.
버스타고 월곷을 지나 도착한 소래포구는 주일을 맞아 몰려나온 인파로 초만원을 이루고 수인선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철교위를 지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들을 하고있는지?
일제 36년의 치욕속에 인천에서 수원으로 연결된 협궤열차는 서해안의 염전에서 나는 소금을 수탈하는 통로가 되었으며 화성평야에서 생산하는 쌀을 실어나르며 이천평야의 진상미를 탈취하는 도구로 이천까지 철길이 연결된것을 아는이는 몇 안되겠지.
소래포구 좁은 공터에는 입추의 여지없이 아수라장을 이루며 비좁은 골목에서 밀쳐대는 사람들에 떠밀려 호객하는 상인들의 외침소리도 귓전으로 흘리고 식은땀 흘리며 골목의 어귀로 밀려나 군침도는 횟감에 이끌려 횟집에 들어서니 제철만난 농어는 통통하게 살이오르고 혀끝에서 녹아드는 감칠맛은 天下一味 로 “둘이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속담이 실감나게 푸짐한 점심상에 포식을 하고 되돌아오는 차안에서 巨 峰 會 의 나들이길도 꿈속으로 나래를 펴며 통통하게 살이오른다.
거봉회의 식구들
회 장 방 학용 부회장 김 한경 총 무 이 재기
정 철홍 이 규호 이 수종 심 병택
이 기선 서 오만 김 완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