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 들은 산울림 -대표 수필선 제22집
일 시: 2018년 5월 20일
신선이 노니는 선유도
서해안도보여행을 하면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 새만금방조제와 고군산열도를 답사하는 구간이다. 이곳은 21세기를 선도할 대한민국의 청사진이 담겨 있는 곳이요, 유람선으로 1시간이상 걸리던 선유도를, 걸어서도 찾아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금란도가 있는 월명공원부터 비응항까지는 군산국가산업단지가 자리를 잡고 있어서 답사를 생략하고, 선유도의 관문인 신시광장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다. 군산대학교 정문에서 출발하는 99번 버스가 새만금방조제 끝자락에 있는 가력도까지 운행하고 있어서 수월하게 접근할 수가 있다.
새만금개발사업은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와 군산시 옥도면 비응도를 연결하는 세계최장의 방조제(33km)를 축조하여 간척지 28.300ha과 호수 11,800ha를 조성하고, 농경지와 공단, 관광지를 개발하여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비상할 녹색성장과 청정생태환경을 건설하는 국책사업이다.
멀리서 보아도 웅장한 33센터종합통제실을 찾아가는 중에 정문에서 제지를 당하고 만다. 새 만금방조제의 최첨단기기들을 통제하고 있는 곳이라, 일반인들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신시광장으로 가는 중에, 썰물시간을 이용하여 배수갑문을 활짝 열고 호수의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공룡처럼 입을 떡 벌린 철갑문 아래로 소용돌이치는 물보라를 보는 순간 가슴속이 후련하도록 스릴을 느낀다. 담수호의 수질을 정화시키고, 계획 중인 조력발전소가 완공된다면, 새 만금 방조제는 또 하나의 신기원을 이룩할 것이다. 바다위의 만리장성이라 부르는 새 만금 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네델란드 쥬다치 방조제 보다 1.4km가 더 길다고 한다.
새 만금 방조제 준공탑을 뒤로 하고 월영재를 찾아간다. 신시광장 북쪽으로 낙타 등처럼 생긴 월영봉과 월영대사이로 질마재처럼 잘록한 허리 부분이 월영재 마루다. 쉬엄쉬엄 올라도 십여 분이면 월영재에 도착한다. 신시도에서 가장 높은 월영대(198m)로 향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변에 펼쳐지는 경관이 너무도 아름답다.
최치원이 단을 쌓고 글을 읽어 그 소리가 중국에까지 들렸다는 월영대. 정상에 올라서면 대각산(187m)까지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지난 7월에 개통된 관통도로와 새만금방조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고군산열도에서 가장 큰 신시도는 선유도의 유명세에 눌려 빛을 보지 못하다가 새 만금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주변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대각산에 설치하고, 월영산까지 논두렁길로 연결하여 등산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또한 무녀도를 경유하여 선유도로 들어갈 수 있는 관문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관통도로는 지난 7월 신시도와 무녀도 구간 4.39㎞가 개통되었고, 내년 말까지 8.77㎞의 도로가 완공되고 나면 장자도까지 단숨에 달려갈 수 있는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로 이어질 것이다. 왕복2차선에 자전거와 인도까지 갖춘 관통도로는 초현대식 공법으로 건설된 고군산대교가 압권이다.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850m 길이의 고군산대교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돛단배 모양을 본뜬 높이 105m의 주탑이다. 교각도 없이 주탑에 연결된 철선으로 다리를 지탱하여 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범선 모양으로 세련미가 돋보이는 교량이다.
무녀도(巫女島)는 장구모양의 섬과 그 옆에 술잔처럼 생긴 섬 하나가 있어 무당이 상을 차려놓고 춤추는 모양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고군산대교를 건너면 차도(車道)가 끝나는 지점이다. 유람선으로 힘들게 찾아오던 선유도를, 당일 여행으로 가능하다는 입소문 때문인지 관광버스에서 쏟아지는 등산객으로 만원을 이룬다.
차량들은 이곳에서 회차를 하고, 무녀도와 선유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걸어서 이동을 하게 된다. 리아스식해안과 바다위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원색의 물결을 이루는 관광객들로 조용하던 포구가 떠들썩하다.
황금빛 들녘에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무녀도. 무녀봉(131m)을 제외하고는 높은 산이 별로 없는 무녀도는 예전부터 간척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염전에 종사하는 어민들이 많은 곳이다. 무녀초등학교를 지나면 모감주나무 군락지를 만난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고향으로 하는 모감주나무는 하늘을 향하여 곧추선 긴 꽃대에 촘촘히 피어난 황금빛 꽃이, 7월의 짙푸른 녹음속에서도 군계일학으로 돋보인다. 청사초롱처럼 생긴 특별한 모양의 열매 속에서 콩알 굵기만 한 씨앗이 있어서, 만질수록 윤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모감주나무 씨앗의 다른 이름은 금강자(金剛子)다. 금강석의 단단하고 변치 않는 특성을 가진 열매라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도를 깨우치고 지덕이 굳으며 단단하여, 모든 번뇌를 깨뜨릴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는 큰스님들이나 지닐 수 있을 만큼 귀중한 물건이다.
모감주나무군락지를 돌아서면, 그림 같은 주황색 아치가 시선을 압도한다. 무녀항과 선유도를 잇는 선유대교 공사 현장이다. 공사 중인 교량 옆으로 놓여있는 舊(구) 선유대교는 1986년 12월에 완공 된 총 길이 268m에 폭이 3m의 다리로서, 선유도와 무녀도를 한 섬으로 연결하여 관광명소로서 각광을 받는 곳이다.
선유도에서 가장먼저 찾은 곳이 옥돌해변이다. 가파르게 돌아가는 해변 가로 산책길이 연결된다. 푸른 바다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조약돌처럼 반짝이고, 가까이 다가서기전에는 보이지 않는 숨겨진 해수욕장이 옥돌해변이다. 납작납작한 조약돌이 곱게 깔린 옥돌해변은 물이 너무도 맑아 물속이 선명하게 보인다.
고군산 군도는 16개유인도와 47개 무인도로 구성된 천혜의 해상관광지이다. 군산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54km 떨어진 해상에 있는 고군산 군도는 조선태조 이성계가 왜구의 잦은 침략을 막기 위해 이곳에 수군부대를 배치하면서 군산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세종 때는 수군부대를 내륙에 있는 옥구군 북면 진포로 옮기고, 이곳을 옛 군산이라는 뜻에서, 古群山 또는 仙遊島라 부르고 있다.
고군산(古群山)'이란 이름은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처음 등장한다. 이순신장군은 1597년 9월 명량해전에서 왜군에 대승을 거둔 뒤 11일간 선유도에 머물며 배를 수리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군산은 중국과의 거리가 가까운 곳이라, 1123년 송나라의 사신 서긍이 이곳을 거쳐 고려개경까지 왕래하면서 그 기록을 “고려도경”에 남겼다고 한다.
선유봉 고개를 넘어서면, 초분공원이 반겨준다. 초분이란 섬이나 해안지방에서 행해지던 전통장례 풍속중의 하나이다. 초상이 나면 2-3년 동안 가매장을 하였다가, 육탈이 된 뒤에 땅에 매장하는 방법이다. 고구려에서는 관에 시신을 넣어 집안에 3년간 안치했다가 길일을 잡아 장례를 치르고, 백제에서는 무왕의 시신을 2년간 빈(殯) 하였다가 매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장자대교를 건너 장자도로 들어간다. 1986년 선유대교와 함께 건설된 장자대교는 길이가 268m에 넓이3m, 높이가 30m에 이르는 푸른 바다위에 주황색 아치가 걸려있는 아름다운 교량이다. 장자도는 가재미와 장재미를 합하여 이르는 말이다. 뛰는 말 앞에 커다란 먹이 그릇처럼 장자봉이 우뚝 솟아있어 인재가 많이 나오는 곳이라고 한다.
60년 전만해도 고군산군도 16개 유인도중 가장 풍요로운 섬이 장자도 였다. 선유팔경인 壯子漁火는 장자도가 풍요를 누리던 시절, 멸치잡이와 조기잡이로 밤바다를 비치는 어선들의 불빛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서쪽 바닷가에 솟아있는 사자바위는 서해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액운을 막아주는 장자도의 수호신이다.
장자도에서 대장도로 넘어가는 길목에 놓인 장자교(20m)는 낙조를 조망할 수 있는 명당자리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대장도의 품에 안겨있는 바위섬 팬션, 섬마을 팬션, 옥도 팬션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고군산제일의 휴양지로 터를 잡고 있다.
옥도 팬션 옆으로 조성된 계단을 따라 할미바위를 찾아가는 길이다. 멀지 않은 곳에 쓰러져가는 사당이 있고, 벼랑위로 할미바위가 솟아있다. 전설에 의하면 과거에 낙방하는 남편을 위해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드리는데, 남편은 과거에 낙방을 거듭하다가 사대부집 외동딸 글 선생을 하는 중에 과거에 급제하여 고향으로 금의환향을 하게 된다.
과거에 급제한 남편을 위해 술상을 차려들고 마중을 나갔는데, 소실부인과 함께 내려오는지라. 하도 기가 막혀 술상을 든 채 돌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가파른 비알 길을 치고 오르면 대장도 정상이지만, 숙박지로 정한 선유도로 돌아가는 시간이 애매하여 발길을 돌린다.
장자대교를 건너 선유도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곳이 “선유 스카이라인”이다. 명사십리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높이 45m의 타워에서 로프를 타고 700m 떨어진 솔섬까지 바다 위를 날아가는 위락시설이다. 이곳은 대장도와 관리도 사이로 넘어가는 일몰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서해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사그라지는 저녁노을이 “우리네 인생여정”과 같아 마음이 숙연해진다.
“바다여행” 민박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아침 6시 반 숙소를 나선다. 하늘에는 엷은 구름이 드리우고 명사십리 해안에는 적막감이 감돈다. 선유도의 남섬과 북섬을 잇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길이가 1.3㎞에 폭이 50m의 해안사구(海岸砂丘)이다. 본래는 3개의 섬이었는데, 선유3구와 선유2구가 육계사주(陸繫砂洲)로, 선유2구와 선유1구가 해안사구(海岸砂丘)로 연결되어 하나의 섬이 되었다.
고군산군도의 중심지인 선유도는 본래 군산도라 불렀으며, 섬의 경치가 매우 아름다워 신선이 놀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곳이 망주봉이다. 백사장 건너편,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해발152m의 망주봉(望主峰)은, 옛날 유배되어 온 충신이 귀양살이를 하면서 산봉우리에 올라 한양 땅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하여 불러온 이름이다.
망주봉 남쪽에는 김부식이 사신단을 초청해 영접행사가 열린 군산정이 있었고, 서쪽에는 숭산 행궁이, 동쪽 산봉우리 중단부에는 오룡묘와 자복사, 관아인 객관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모든 건물이 사라지고, 홀로 남은 오룡묘를 찾아간다.
샛터마을 입구에서 왼쪽으로 망주봉 산기슭에 오룡묘가 있다. 고려 인종1년(1123년) 송나라 사신 서긍의 기록에는, 2채의 당집이 남쪽을 바라보며 아래위로 배열되어 있는데, 아래 있는 것을 오룡묘 또는 아래 당집, 위에 있는 것을 위 당집으로 불렀다고 한다.
오룡묘는 풍어를 기원하는 것 보다는 먼 뱃길의 안전과 무역의 성공을 기원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백제, 후백제를 지나 고려에 이르기까지 서해안에서 출발하는 외교 및 무역선들이 필히 거쳐 가는 항구였으며, 이조에서는 호남, 경남지역의 세금을 실어 나르는 조운선의 경유지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찾아가는 곳이 망주봉이다. 망주봉은 2개의 암봉으로 되어 있는데, 동봉은 오를 수가 없고, 서봉 또한 30여m 에 이르는 로프를 타고 올라야 하는 급경사 길이다. 칡넝쿨로 뒤 덥힌 초입부터 진입로 찾기가 어렵다. 70이 넘은 나이라고는 하지만, 천여 산을 오른 노하우를 앞세워 정상 도전에 나선다.
20여 분간 진땀을 흘리며 올라선 정상은,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일망무제(一望無際)이다. 고군산군도 63개 섬이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조망되는 선유도 제일의 전망대여서, 바다와 섬들이 마치 한 폭의 산수화(山水畵)를 펼쳐놓은 듯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쉰다.
망주봉에 오르지 않고서는 선유도에 왔다고 말하지 말며, 망주봉에 오른 다음, 다른 곳은 찾아갈 필요가 없다. 그만큼 진한감동을 느끼며, 때마침 동봉위로 떠오르는 일출까지 보게 되었으니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닌가. 기도등대와 대봉까지 다녀올 계획이었지만, 망주봉에서 충분히 감흥을 맛보았기에 일정을 생략하고 솔섬으로 들어간다.
솔섬에서 바라보는 망주봉 또한 진한 감동(感動)을 안겨준다. 수반위에 올려놓은 수석처럼, 보면 볼수록 신기한 섬이다. 파출소와 보건소가 있는 선유리에 들어오면 이곳의 명물인 수 백 대의 자전거 또한 장관이다. 섬을 일주하기위한 필수품인 자전거 행렬도 선유도 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선유도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한다. 11시에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기 위해서는 아직도 2시간이 남아 있다. 무료하게 기다리는 것보다는 신시도까지 되돌아가서 가력도를 둘러볼 생각으로 일정을 변경한다. 지난달에 무위도까지 개통한 관통도로가 아니라면, 선유도를 찾는 방문객은 여객선을 이용해야만 하였다.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고는 하지만, 2개선사가 운영하던 뱃길도 한 군데로 줄어들고, 내년 말 완전개통이 되고 나면 뱃길도 중단되고, 민박을 하던 주민들도 생활 터전을 잃게 된다는 푸념이다. 선유도(仙遊島)는 군산항에서 서쪽으로 45km 떨어진 섬이어서, 쾌속선으로는 45분, 일반여객선으로는 1시간 20분 걸리는 황금노선이었다.
관통도로가 개통된 무위도에 도착하여 관내버스가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30분마다 신시광장을 오가는 98번 순환버스다. 4.5km면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여서, 10여분을 기다린 끝에 편안하게 신시광장에 도착한다.
신시광장에서 가력도까지는 방조제를 따라 10.5km 거리다. 99번 버스로 10여 분간 가는 도중에 바람쉼터, 소라쉼터, 너울쉼터를 지나 군산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가력도항에 도착한다. 한 시간마다 운행하는 99번 버스가 가력도에서 10여 분간 정차하는 동안 “수박 겉핥기”식으로 주변을 돌아본다.
풍력발전기 2대가 돌고 있는 가력도항은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메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촌음을 아끼기 위해 재빨리 전망데크가 있는 제방위로 올라간다. 수변공원정도의 면적을 가진 가력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어항에서는 선상낚시를 즐기는 강 태공들로 분주하고, 방조제가 이어지는 남쪽 끝자락이 다음번 서해안 답사를 이어갈 부안군 변산해수욕장이다. 버스 출발시간을 가늠하며 “새만금풍력발전단지” 표 지석을 찾아, 세계제일의 간척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며, 우리의 웅지가 꽃을 피우는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