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도보여행

내변산 봉래구곡

김완묵 2016. 10. 19. 03:16

일  시; 2016년 10월 18일

구  간: 부안군 변산반도 - 내변산 탐방 지원센터 - 봉래구곡 - 직소폭포 - 관음봉 삼거리 -  내소사 (6km)

 

                                                                 내변산 봉래구곡

태풍 차바의 위력 앞에 쫒기다 시피 서울로 돌아온 이후, 등산하기 좋은 날짜를 가려 찾아가는 날이 하필이면 짙은 안개 속으로 빠지고 만다. 주시거리가 백m에도 미치지 못하는 안개 속에서 233km의 먼 거리를 향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으니,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정상적이라면 고속버스로 2시간 50분 거리여서, 940분에 도착하게 되어있다. 30분이 지체된 1010분에 도착하여 시내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가니 사자동가는 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운 좋게도 합승하여 40여분만인 11시에 내변산탐방지원센터 광장에 도착한다.

 

내변산 등산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계곡보다는 날 등을 넘다보니 그 유명한 직소폭포를 보지 못하여, 내변산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하여 직소폭포를 둘러보고 내소사로 하산할 계획이다. 거리는 6km에 불과하지만 주변에 펼쳐지는 경치가 아름답고, 관음봉 오르는 길목이 험난하여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출발지점이 봉래구곡과 연계되어 기대가 자못 크다. 망포대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내변산의 아름다운 절경을 따라 기암절벽을 파고드는 계류가, 중계교 아래서 백천과 합류하여 부안 댐을 빚어놓고, 묵정삼거리에서 서해로 빠지는 20km   물줄기를 봉래9곡이라 한다

 

내변산 탐방로를 지나 시원한 그늘 속을 올라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명소가 원불교 제법성지다. 전남 영광에서 원불교를 개창한 소태산 대종사께서 1919년 이곳 봉래산으로 들어와 새 회상의 교법을 반포하고 1921년 석두암을 지었다. 봉래정사에서는 초기교서를 초안하고 창립의 인연들을 만났으며, 1924년 익산총부로 거처를 옮기고, 일원대도비(一圓大道碑)를 건립하였다

 

천왕봉과 안장바위사이의 너른 분지에 터를 잡은 실상사는, 신라 신문왕 9(689)에 초의선사가 세운 내변산에 있는 4대사찰중의 하나이다. 고려시대에 제작한 불상과 대장경을 소장하였으나, 6.25때 전소되어 터만 남아 있던 것을 최근에 일부만 복원된 상태이다.

 

봉래교를 건너며 본격적인 蓬萊九曲이 시작된다. 갈수기인데도 물소리가 제법 우렁차다. 널찍한 암반위에 새겨진 蓬萊九曲乙丑年 閏四月에 음각된 것이고, 小金剛雲雄 高炳斗의 글씨이다. 참고로 제1 대소2 직소폭포3 분옥담4 선녀탕5 봉래곡, 6곡 영지, 7곡 금강소, 8곡 백천9 양지까지 아홉 곡의 명승지를 빚어 놓는다.

 

생뚱맞기는 하지만 미선나무다리를 건넌다. 미선나무 군락지는 변산반도에 속하는 부안군 상서면 청림리와 변산면 중계리 일대에 자생하여천연기념물 370호로 지정된 물푸레과의 수종으로, 국립공원특별보호구로 보호하고 있다. 곧이어 남여치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자연보호 헌장탑을 지난다.

 

계곡이 깊어지며 심산구곡이 펼쳐진다. 의상봉(椅上峰, 509m)을 필두로 쌍선봉(雙仙峰, 486m), 신선봉(491m), 관음봉(424m) 등 해발고도 400m 내외의 산들이 병풍처럼 솟아 있고, 협곡을 가로막은 수중보가 내변산의 풍광을 더욱 아름답게 빗어낸다. 깎아지른 절벽사이로 단풍들이 노랗게 물들고, 잔잔한 수면위로 내려앉는 관음봉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선녀탕과 분옥담을 지나 직소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계곡으로 울려 퍼지는 굉음소리와 함께 높이 22.5m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직소폭포는 변산 8경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명소이다. 나무데크로 만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직소폭포는 천하절경이다. 하지만 거리가 멀다는 것이 한 가지 흠이다.

 

폭포로 접근해 보려고 하지만, 등산로는 폭포 상단으로 향하고, 울창한 나무숲에 가로막혀 정면에서 바라볼 수가 없다. 위험을 무릅쓰고 가파른 너덜바위를 타고 계곡으로 내려선다. 실상용추로 부르는 폭포 아래 둥근 용소는 검푸른 물결이 소용돌이치는 지라 간담이 서늘하다. “예로부터 직소폭포와 중계계곡의 선경을 보지 않고서는 변산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 그만큼 내변산이 자랑하는 명소이기 때문이다.

 

속이 후련하도록 폭포의 위용에 취해 시간가는 줄을 모르겠다. 가파른 비알 길을 거슬러 폭포 상단에 올라서면, 천지를 진동하던 굉음소리도 자취를 감추고, 울창한 수림 속에 평평한 분지가 펼쳐진다. 폭포 상류가 다 그러하듯이 흘러가는 계곡 물소리가 정겹게만 들린다. 폭포의 물줄기가 떨어지며 생긴 웅덩이를 소()라하고, 오랜 세월 바위가 패여 생긴 웅덩이를 탕(설악산 십이선녀탕)이라 부른다.

 

물길이 시작되는 발원지는 갈수기에도 마르지 않는 최상류에 있는 샘을 일컫는다. 또한 계곡물이 모여 개천이 되고, 개천이 모여 강을 이룬다. 7년 대한(大旱)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곳을 강이라 하고, 강이 모여 대하를 이루는데, 동양에서는 중국의 황하가 유일하다.

 

재백이 다리를 건너며 완만하던 분지도 서서히 경사를 이루고, 재백이 고개에서 원암통제소와 관음봉삼거리(내소사)로 갈라진다. 이제부터 관음봉 삼거리까지 1km 구간에 걸쳐 층층계단을 오르게 된다. 내변산은 중생대 쥐라기의 대보화강암을 기반암으로 하고 있어서 낮은 산이면서도 옹골찬 암릉미를 자랑하고 있다.

 

다리가 뻐근하도록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안부에 올라서면, 관음봉이 머리위에서 손짓하고, 남쪽으로 곰소만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노력의 대가로 얻은 보람은 자아실현(自我實現)의 긍지(矜持)로 몸속의 엔돌피가 살아나는 희열(喜悅)을 맛보게 된다. 자동차나 케불카를 타고 올라왔다면, 짜릿한 성취감(成就感)은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전망이 툭 트이는 암반위에 자리를 잡고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펼쳐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던가. 소박한 성찬이지만, 천하절경이 펼쳐지는 명소를 바라보며 걸치는 술 한 잔에도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는 젊음이 샘솟는다.

 

관음봉 삼거리에 도착한다. 15년 전 새봉과 관음봉을 경유하여 내소사로 내려간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그동안 많은 시설물을 설치하여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안개 걷힌 하늘은 맑게 개이고, 천년사찰 내소사가 내려다보이는 암릉에 올라서면, 곰소만을 중심으로 내변산국립공원이 한 폭의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안장 바위

 

 

 

 

 

 

 

 

 

 

 

 

                                                                           자연보호 헌장탑

 

 

                                                                                 내변산 수중보

 

 

 

 

 

옥녀탕

 

 

 

 

 

 

 

 

 

 

 

 

 

 

 

 

 

 

 

 

 

변산반도 곰소만

 

관음봉 

 

 

 

내소사 전경

 

 

 

 

내소사 전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