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강 노을길
일 시: 2016년 10월 4일
구 간: 성천항 - 격포해수욕장(9km)
적벽강 노을길
3구간을 시작하는 성천항에서 어린학생들을 만난다. 순천에서 온 대안학교 학생과 선생님으로 구성된 20여명의 서해안 종주 팀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아실현(自我實現)을 위해 국토종주에 나선 학생들을 대하며, 우리 청소년들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어 마음이 흐뭇하다.
“山海絶勝 半島公園” 변산반도국립공원을 함축하여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이 경주국립공원을 제외하고는 산을 중심으로 하는 내륙공원과 바다를 중심으로 하는 해상공원으로 나누고 있는데, 유독 변산반도국립공원만은 육지와 바다를 함께 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설악산이나 지리산과 같이 화려하고 장엄한 것도 아니고, 최고 높이가 500여m 에 불과한 평범해 보이는 변산반도이지만, 속살을 헤집고 들어서면 숨겨진 보석처럼 아름다운 절경 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 바다와 산이 조화를 이루는 곳, 1971년 도립공원에 이어 1988년 국립공원으로 승격하여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 변산반도국립공원이다.
하섬을 정면에서 관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지나고, 출렁다리와 정겨운 조릿대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해안도로와 만나 반월 안내소에 도착한다. 이곳 반월안내소를 운영하는 유재길 선생은 별난마실길 안내소에서 만난 인연으로 더욱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막걸리대접을 받으며 정담을 나누는 중에, 부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마실길도 조성하고, 변산반도를 발전 유지하는 차원에서 음악회를 개최하기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반월안내소부터 변산반도의 절경인 적벽강이 시작되고, 수령500년이 넘는 팽나무 2그루가 있어 이곳을 지나는 나그네의 쉼터로,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자리지킴을 하고 있다.
적벽이 내려다보이는 해안가로 내려선다. 억겁의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거센 풍랑에 부대끼며 다듬어진 조물주의 걸작 품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름의 유래는 송(宋)나라의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놀았던 적벽강(중국 황강현(黃岡縣))과 자연경관이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밀물 때라 해안가로 내려서지 못하고, 용두산을 돌아 절벽과 암반으로 펼쳐지는 해안선을 돌아가면 수성당(水城堂)에 도착한다. 이곳 서낭당에서는 해마다 음력 1월 2일에 동제를 지낸다. 딸 여덟 자매를 낳아 팔도에 한 명씩 나누어주고 막내딸을 데리고 살면서 서해바다를 다스렸다는 개양할머니의 전설이 있는 사당이다. 이곳은 굿 발이 잘 받는 길지여서 무속인 들의 치성장소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수성당 언덕바지에서 바라보는 격포해수욕장이 일대 장관이다. 메밀꽃이 만발한 언덕 빼기를 배경으로 푸른 바다와 울창한 송림, 그 사이로 우뚝 솟은 분홍빛깔의 대명콘도와 닭이봉 전망대가 잘 어우러진 산수화를 그려낸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언덕을 내려서면, 천연기념물 제 123호인 후박나무군락지를 만난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으로 심은 수백 년 된, 후박나무가 약 200m 거리에 13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곳 죽막마을을 경계로 적벽강과 채석강이 나누어진다.
채석강의 절벽을 바라보며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해넘이 채화대에 도착한다. 때마침 일몰이 시작되는 시간이라 모두들 낙조를 바라보며 셔터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수평선에 걸려있는 위도 위로 살포시 내려앉는 태양이 진분홍빛깔로 온 누리를 불태운다.
닭이봉과 채석강 사이에 있는 격포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 약 500m로, 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고 물이 맑으며, 경사가 완만해 해수욕장으로서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울창한 송림뒤편으로 격포 배후도시가 펼쳐지고 닭이봉 기슭을 돌아가면 채석강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밀물 때라 채석강으로는 통행이 불가하고, 반월안내소에서 주선한 닭이봉 관리소장을 만나는 것이 급선무다.
일몰까지는 30여분의 시간이 남아 있어 닭이봉에서 마지막 일몰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땀이 후줄근하도록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올라서니 김종철 소장이 반겨준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 오감을 만족시키는 황홀함의 연속이다. 낙조에 붉게 물든 격포항의 모든 사물이 환상적이다.
서해낙조(西海落照)를 변산5경으로 꼽는 것도 낙산의 일출과 격포 낙조를 견줄 수 있는 비경이기 때문이다. 변산의 낙조대에 서면 멀리 서해에 점점이 떠 있는 고군산군도와 위도위로 내려앉는 일몰을 볼 수가 있다. 친절한 서비스로 냉커피를 대접받고, 마실길이 수놓인 스카프까지 선물로 받았으니 인정이 넘치는 부안에서 행복한 시간을 만끽한다.
마실길
인정이 그리워 부안에 간다/ 노을빛 고와서 변산 마실길 간다
걷고 걸어서 이어지는 길/ 내 삶의 가느다란 길
솔바람 바닷소리 아스라한/ 내 청춘 눈뜨게 한다.
해당화 피는 포구마다/ 옛 사람 그리워/ 변산에 마실길 품으러 간다.
땅거미 지는 어둠을 뚫고 야경이 아름다운 채석강에 내려섰지만, 사진 한 장 남길 수가 없고, 채석강 발목까지 차오른 물보라를 바라보며 근처에 있는 금정모텔에 여장을 푼다. 생각지도 못한 태풍소식에 마음조리며 새벽 3시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세찬 비바람이 몰아친다.
천재지변(天災地變) 앞에서 무력한 것이 인간이 아닌가. 한 여름 다가도록 일본으로 중국으로 피해가던 태풍이 뜬금없이 10월 달에 제주와 남해안을 강타하고 있으니 태풍 차바가 야속하기만 하다. 하늘의 노하심에 맥없이 두 손을 들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서해안 종주길에 나선 순천 대안학교 학생들
하섬 전망대에서
님을 그리는 상사화(무릇꽃)
조릿대 터널
지킴이 (유재길 선생)
500년된 팽나무
풍광 좋은 대명리조트
후박나무 군락지
일몰의 황홀함
채석강 위의 닭이봉 전망대
위도로 내려 앉는 태양
닭이봉 오름길
격포해수욕장 전경
채석강과 격포항
격포항 번화가
그림같은 해변과 대명리조트
닭이봉 전망대 소망이 담긴 소라
나의 소망 - 가화만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