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창포 해수욕장
일 시: 2016년 6월 12일
무창포 해수욕장
민속촌 갓바위마을 이정표를 지나며,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정리된 들판에는 땅내 맡은 벼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산자락이 내려앉는 곳에서 십리제방(十里堤防) 남포방조제(藍浦防潮堤)가 시작된다.
편도2차선에 오른쪽은 바닷길을 막은 방조제요, 왼쪽은 자전거도로에 200m폭의 운하가 흐르고 있어 아라 뱃길의 축소판과 같은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을 잇는 길이가 3.7km에 이르는 남포방조제는 1997년 완공되어 남포면 일대의 489ha의 농지를 조성하였다.
남포방조제 중간지점에 있는 죽도는 대나무가 많아 부르는 섬이다. 방조제 축조공사로 인해 육지로 변한 죽도는 관광지(보물섬)로 개발하여 관광버스들이 쉬어 가는 곳이다. 죽도는 고려의 재상 임향이 귀양살이하던 곳이다. 공민왕이 신돈을 중용하자, 중을 재상으로 들이심은 천하의 부끄럼이라는 상소를 올린 뒤 이곳으로 부처되어 귀양을 살았다.
40여 분간 지루하게 걸어온 방조제도 끝이 나고 용두해수욕장이 시작된다. 보령요트장이 있는 용두해수욕장은 충청남도 야생조수실태고정조사지로 지정될 만큼 시원한 소나무 숲과 바다바람을 동시에 접할 수 있어서, 때 묻지 않은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입자고운 백사장이 1km에 걸쳐 펼쳐지고, 해변 경사가 완만하여 노약자로부터 어린아이들까지 가족단위 해수욕장으로 안성맞춤이다. 백사장 뒤편으로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소나무 숲이 형성돼 캠핑 족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해수욕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열린바다로’를 따라 산마루에 올라서면, 소나무 숲속에 정자까지 갖춘 쉼터가 나타난다. 때 마침 사람들도 없어 호젓한 정자에 올라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펼쳐든다. 도보여행을 하는 중에 식당을 찾게 되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지라 간편하게 행동식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반주까지 곁들이고, 마을로 내려서면 무창포해변이 반겨준다. 한 달에 4-5번씩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 바닷길 열림 현상은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서 생기는 자연현상이다. 달의 인력이 평상시 보다 센 보름과 그믐을 전후하여 3-4일간 바닷물이 많이 빠져나가면, 물속에 잠겨있던 무창포와 석대도 사이 1.5km가 아름다운S자 곡선을 그리며 장대하게 펼쳐진다.
진도해변과 대부도해변을 우리나라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3대 해안으로 꼽고 있다. 하필이면 물때가 맞지 않아 모세의 기적을 보지 못하고, 무창포해수욕장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올라간다. 높이45m의 타워에 올라서면 그림 같은 무창포해변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름다운 해안과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석대도가 절경이어서, 서해안에서 가장 먼저 개장한 곳이 무창포해수욕장(1925년)이라고 한다. 무창포 해수욕장의 구석구석을 스케치하며 버스시간을 기다린 끝에 2시20분에 출발하는 시내버스에 오른다.
웅천 읍내로 들어와 보령이 자랑하는 석재공원을 찾는다. 화락산자락에 터를 잡은 웅천석재공원을 찾아가는 연도에는 석재가공공장들이 즐비하게 펼쳐진다. 보령은 예전부터 돌로 유명한 고장이다. 돌의 역사와 함께 보령에서만 생산되는 남포오석과 남포벼루를 일목요연하게 전시하고 있다.
보령에서 나오는 오석으로 만든 비석을 최상품으로 인정하여, 성주사지에 있는 국보 제8호인 안혜화상탑비가 대표적인 유물이다. 남포오석 중에서 백운상석으로 만드는 벼루는 조선시대 임금님에게 진상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여 추사 김정희도 남포벼루를 극진히 아꼈다고 한다.
좋은 벼루는 먹이 잘 갈리고 고유의 묵색이 잘 나타나야 한다. 돌의 입자가 미세하고 강도가 강한 반면 적당한 무게를 지니고 있어야 하며, 먹물이 잘 마르지 않는 벼루에 예술성이 가미된다면 최상급의 벼루라고 한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벼루가 전시되어 있다. 조선시대 소론의 영수였던 명재 윤중 선생의 소장품을 재연한 것이라고 한다. 전시실에는 중국의 시선 이규보와 조선의 성리학자 기대승의 벼루 예찬론이 영상으로 나오고, 탁본체험관과 우리의 옛것을 재현하는 부채들을 전시하고 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 했던가. 보령석재의 우수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현장을 방문하여 많은 것을 보고 견문을 넓혔으니 소중한 시간이었다. 웅천역에서 16시 22분 무궁화열차에 오르며 다음을 기약한다.
요트 계류장
용두해수욕장
무창포항
석대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벼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