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옛길: 삼남길

전남 10구간: 사색의 길

김완묵 2016. 3. 29. 18:27

일  시; 2016년 3월 28일

구  간: 동창사거리 - 성산 진료소 - 식산리  - 양와마을 - 금천 둑방길 - 화산마을 - 백룡산 임도길 - 8km -

         차 농원(차밭) - 선암마을 - 덕진초교 - 영암 시외버스 터미널 (25km)



                                             전남 10(사색의길)

밤을 지새우며 고민을 해도 별로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가는데 까지 가보자는 심산으로 나주터미널에서 동창사거리까지 운행하는 730분 버스에 오른다. 다행인 것은 버스종점이 동창사거리에서 삼남길 방향으로 3km지점에 있는 식산리 종점이다.

 

 

어제 다녀온 벽류정도 지나고, 성산진료소를 지나 식산정류장에서 하차하여 마음의 짐을 덜고 보니 행운이 따르는 날이다. 내성마을로 진입하여 산등성이를 넘어서면, 양와마을 정류장이고, 금천(양와교)을 건너 남쪽으로 제방을 따라 진행한다.

 

 

삼남 길에서 가장 먼저 조성한 구간이 전남14개 구간이다. 2012428일 개통하였으니,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리본과 꺽쇠가 비바람에 찢기고, 떨어져 나가 중요한 포인트에서 길을 찾기 애매한 곳이 많다. 모든 업무가 그러하듯이 조성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것인데, 인력과 예산에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50.000/1 지도에 나침판을 정치(定置)하고 낮선 곳을 찾아가는 것은 정맥과 지맥을 답사하며 얻은 지식이다. 독도법(讀圖法)에 어느 정도 익숙해 있다면, 길을 찾는데 큰 무리는 없지만, 그래도 선답자(先踏者)들이 달아 놓은 꺾쇠와 표지판 보다야 좋을 수가 없다.

 

 

7그루의 고목나무가 반겨주는 화산마을로 들어서면, 박운곡님 효열비가 눈길을 끈다. 함양박씨 문중에서 태어나 별호가 선암댁인 박운곡님은 모친이 중병으로 고생하자, 손가락을 잘라 피를 입에 흘려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였으며, 남편 이희도님이 중병으로 자리에 눕자 정성을 다하여 보살피고, 자녀교육에도 각별하여 62녀를 길러낸 현모양처로 소개하고 있다.

 

 

고목나무아래서 분수동 마을로 방향을 잡은 삼남길은 작은 저수지 옆으로 올라서며, 백룡산을 넘어가는 임도 8km가 시작된다. 잎도 피지 못한 앙상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는 임도는 산판 트럭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어서 무서움이나 외로움보다는 내 자신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사색의 길이다.

 

 

남태령에서 시작한 삼남길이 숱하게 많은 산길을 지나왔지만, 백운호수를 지나며 시작하는 모락산길, 오산의 독산성길, 평택의 부락산길, 천안의 차령고개, 정읍의 갈재를 넘었다. 우리나라 행정구역이 주로 산이나 강을 경계로 이루어지고, 그 경계를 기준으로 생활습관과 행동거지가 달라지고, 기후풍토가 달라지는 현상은, 괴나리봇짐을 걸머지고 다니던 시절에는 행동반경이 작기 때문에 단절된 생활습관으로 생겨난 부산물이 아닌가 싶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구절양장처럼 산자락을 넘나들고, 시원한 조망이 트이며, 남도지방의 너른 분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신북면과 금정면 갈림길에서는 신북면 방향을 따라야 하고, 신북면 명동리와 용산리 갈림길에서는 명동리쪽으로 돌아서야 한다.

 

 

200m가 넘는 고갯길을 넘어서면 수줍은 진달래가 고개를 내밀고, 정자와 샘물이 있는 쉼터가 반겨준다. 백룡산 임도는 길이가 긴만큼 경사도가 심하지 않아 편안한 산길이 이어진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혼자 걸어왔다고 자랑하지 마라. 너보다 먼저 걸어온 사람이 있어 생긴 길을 따라 왔을 뿐이 아니더냐.

 

 

고도가 낮아지며 편백나무와 조릿대가 숲을 이루고, 덕진면과 신북면 이정표에서는 덕진면 운암리 방향으로 돌아서야 한다, 덕진면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고대하던 영암월출산이 불꽃처럼 화려한 모습으로 손짓한다. 지루하던 백룡산길도 끝자락이 보이고, 백계리로 내려서야 하는 것을 운암리 쪽으로 진행하면서 1km 가량 벗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해야 할까, 백룡산자락에 조성한 녹차 밭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으니 말이다. 여수엑스포를 다녀오면서 보성녹차 밭을 찾아간 적이 있다. 완만한 구릉지에 질서정연하게 둔덕을 만들고, 섬세한 손길로 가꾸어온 장인의 솜씨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구슬땀을 흘리는 농부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조심스럽게 녹차 밭으로 내려서서 재빠르게 현장을 빠져 나온다. 그림 같은 운암제로 내려서며 백룡산을 넘어오는 사색의 길도 끝이 나고, 500m 떨어진 선암마을을 찾아간다. 선암마을 표지석아래서 10구간을 끝내고, 9구간 메아리 길을 6km 진행하면 영암 버스 터미널이다.

 

 

현재 시각이 1210, 밤새워 고민하던 사색의 길을 무사히 완주하고, 예정된 시간 안에 영암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되었으니, 더 없이 행복한 순간이다. 동구 밖 쉼터에서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천천히 여독을 풀며 터미널로 향한다.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통통하게 꽃망울을 터트리는 벚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덕진초등학교, 덕진 면사무소를 지나 영암읍내로 들어선다. 신정마을-13번국도-역리사거리-공설운동장-영암5일장-영암읍사무소를 지나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며 25km를 완주하고, 오후 2시에 출발하는 직행 버스로 광주를 경유하여 서울로 귀경한다.

 




                                                          식산마을 열녀비


식산마을 정류장



                                                  나주 터미널에서 타고온 버스 (내성마을 종점)





                                                      금천(양와교 건너 둑방길)










                                              백룡산 임도 시작 - 선암마을까지 8km

















                                                                   월출산이 손짓하네



                                                                              초 호화 납골당



                                                                             정갈하게 가꾼 차밭


















                                                                   광주 혁신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