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품세계/문학공간

제314호: 2016년 1월 (문학공간)

김완묵 2016. 1. 20. 15:59

 

                                              서해안 도보여행

 

동해의 해파랑길과 휴전선 평화누리길을 완주하고서도 서해안은 엄두를 내지 못하던 구간이다. 리아시스식해변이라 굴곡이 심하고, 길도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미개척지가 많아 중도에 포기하는 불상사가 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망설이는 것 보다는 부딪혀 보고 후회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에 곧바로 실천에 들어간다. 송정역에서 60-3번 버스로 환승하여 대명항에 도착하니 810분이다. 평화누리길 시발점인 대명항에서 서해안 도보여행의 첫발을 내딛는다.

 

 

활기 넘치던 대명항도 쥐 죽은 듯이 고요하고, 점포들도 문을 열기전이라 정적만이 감돈다. 초지대교로 연결되는 356번 도로를 횡단하여 해안가로 접근하니 철조망과 가시덤불이 앞을 가린다. 싱싱한 횟감이 생각날 때면 들렸던 황산도 선착장이 염하를 사이에 두고 반가운 미소를 보내고, 물 빠진 갯벌이 검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철조망과 근접한 농로를 따라 진행하는 중에 미나리꽝에서는 부지런한 농부들의 일손이 분주하고, 앙살 맞은 진돗개의 텃새에 오금이 저려온다. 목살이 풀어진 두 마리의 진돗개가 경쟁이라도 하듯이 달려드는 통에 논두렁을 가로질러 도로위로 올라서고 만다.

 

 

고약한 것은 진돗개 뿐 만이 아니다. 주유소를 지나면서 해안을 매립한 철조망 옆으로 2차선도로는 갓길도 없이 무법자의 천국이다. 속도경쟁이라도 하려는 듯이 쌩쌩 달려가는 화물차를 피할 길이 없어 철조망 옆으로 달라붙는다. 경사진 비알 길에는 잡풀이 무성하고 심한 매연이 콧구멍으로 파고드는데, 2km가 넘는 길을 어찌 통과할지 걱정이 앞선다.

 

 

30여 분이 지난 뒤 악암교차로에 도착하면서 숨통이 트인다. 새우양식장 유수지를 관리하는 비포장 길이 구세주처럼 반갑기만 하다. 이 길도 얼마 안가서 끝이 나고 또 다시 2차선 도로위로 내려서고 만다. 각오는 했지만, 이렇게 위험한 길을 가야한다는 생각에 더럭 겁부터 난다.

 

 

지옥 같은 구간을 벗어나는 데는 2시간이 소요되었다. 안암도소초를 지나면서 4차선도로에 자전거전용도로까지 인천광역시 구간이 시작된다. 탄탄대로에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 부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단조로운 길에서 피로감이 빨리 찾아온다. 마라톤 선수들이 제일 싫어하는 구간이 직선 코스라고 한다.

 

 

서해안이 리아스식 해안이라는 것도 옛말이 되고 말았다. 인천 해안선 124km 중에서 122km가 해안을 매립하여 만든 직선도로라고 한다. 우리경제가 발전하면서 갯벌도 사라지고, 생태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직선도로를 지나 온지 30여 분만에 서해안 갑문에 도착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지루한길은 이어진다. 빤히 건너다보이는 아라 뱃길 수 백 미터를 두고 6km를 돌아가야 하는 구간이다. 경인항 컨테이너부두를 비롯하여 수도권매립지에서 슬러지를 자원화 하는 공장이 줄지어 나타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이 매우 방대하다. 그 많은 쓰레기를 매립하면서 재생산된 것이 슬러지를 자원화 하는 공장이다. 난지도 매립지에서 월드컵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성하여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는가. 이곳 인천 매립지도 유용하게 사용할 날을 기대한다.

 

 

하수처리 공정 중에서, 화학적으로 침전된 슬러지가 얻어지고, 점적여과기에 의해 활성화된 슬러지가 얻어지며, 일부 슬러지는 수중투기법이나 양수법으로 처리한 후에 바다로 내보낸다. 일부는 건조하여 비료로서 판매되고, 임호프 탱크나 침전 탱크와 같은 수조 내에서 유기성분을 줄이기 위해 미생물로 혐기처리한 후에 침지하게 된다.

 

 

드디어 청운교위로 올라선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이,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다. 서해바다(인천시 서구 오류동)와 한강(강서구 개화동)을 잇는 길이 18km, 너비 80m의 경인 아라 뱃길이다. 정부정책의 당위성과 환경론자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공사가 중단되기를 수차례.

 

 

우리나라 최초의 운하로 기록되는 아라 뱃길은 각 지방의 조세를 한양으로 운반하기위해서는 꼭 필요한 물길이었다. 800여 년 전인 고려 고종 시절부터 항로를 개척하기위해 실권자인 최충헌이 인천 앞바다와 한강을 직접 연결하는 공사를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근세에 들어와서도 운하의 필요성을 절감한 정부에서 1966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사를 추진하여 45년 만에 개통을 본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계하여 추진한 사업이 결실을 보아 자연환경(한남정맥)의 파괴와 경제성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관문인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연도에 고속도로와 지하철에 운하까지 구색을 갖추어 외국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성이 크다 하겠다.

 

 

4대강 종주를 목표로 국토대행진을 시작한 출발점이요, 백두대간종주와 함께 내 생애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받는 물길따라 삼천리의 서두를 열었던 곳이라 의미가 깊다. 운하가 개통된 3년전 보다는 많은 곳이 정비되고, 입주기업도 많아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이다.

 

 

홍보관을 겸하고 있는 아라리움에는 뱃길의 역사 및 문화와 선조들의 이야기를 모아 홍보물을 전시하고, 15분짜리 만화입체영화를 상영하여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아라 뱃길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터미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23(71m)의 아라 타워에 올라간다. 인천앞 바다와 영종대교, 서해바다와 운하를 연결하는 갑문이 발밑으로 내려다보이고, 수향2경으로 명명된 공원의 아름다운 조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함상공원을 지나 정서진 해넘이 공원에 도착한다. 정서진은 광화문을 기준으로 하여 정서쪽에 있는 나루라는 의미이다. 강릉에 있는 정동진과 대칭되는 개념으로 일출의 정동진과 일몰의 정서진을 부각시켜, 정동진이 새로운 희망과 출발을 의미한다면, 해가 지는 정서진은 아쉬움과 회상을 상징하는 기념 조형물과 정서진 표석을 세웠다는 설명이다.

 

 

4대강종주출발 인증센터와 부산을숙도까지 633km 출발점에서 가자! 가자 ! 가자 ! 바퀴는 굴러가고 강산은 다가온다. 힘찬 구호를 바라보며 서해안 도보여행 1코스를 마감한다.

 

 

정서진 공원을 출발한 시간이 12시 정각이다. 1년 만에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을 찾아 영종대교 휴게소에 도착한다. 가장먼저 시선을 끄는 것이 행운의 곰(포춘베어) 조각상이다. 폭이 9.7m에 높이가 23m, 무게가 40톤이나 되는 포춘베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철제조각품으로 세계기네스북에서 인정받았다고 한다.

 

 

3층 전망대에 올라가면 인천공항을 이어주는 영종대교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인천공항개장과 함께 완공된 영종대교는 199312월 착공하여 200011월 완공된 교량으로 길이가 4,420m이고, 교량너비 41m에 주탑 높이가 107m나 되는 초현대식 현수교이다.

 

 

영종대교를 건너가면 21세기를 열어가는 인천국제공항(仁川國際空港)이 터를 잡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허브로서 최첨단시설과 친절한 서비스로,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2005년 이후 계속하여 세계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바다를 메워서 만든 인천국제공항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관문이요. 자존심의 결정체이다.

 

 

2층으로 내려오면, 빨간 우체통이 벽면을 장식하고, 우편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에 우편엽서까지 비치되어 있다. 초스피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일 년 뒤에 배달되는 편지 속에 담겨질 사연이 자못 흥미롭다. 八道江山 遊覽全幅的內助를 아끼지 않는 아내에게 西海岸徒步旅行을 시작한 日字感謝한 마음을 적어 보낸다.

 

 

영종대교 밑을 통과하여 北港 방향으로 진행한다. 이곳역시 해안을 매립하여 광활한 대지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원형경기장을 형상화하여 건축한 인천체육고등학교를 지나며 멋진 사장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청라도를 비롯하여 문포도와 이도를 매립하여 인천서부일반산업단지와 청라신도시를 조성하며 생겨난 공촌1교다.

 

 

공천1교는 주탑이 기울어진 경사주탑으로 건설되어 난위도가 높은 기술로 평가받으며, 길이가 300m에 불과하지만, 주탑의 높이가 109로 국내 경사주탑 가운데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의 토목기술을 한 단계 격상시킨 공천1교는 수려한 외관모습이 인상적이다.

 

 

또한 공촌1교에서 바라보는 청라신도시는 송도신도시와 함께 인천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국제도시로 키워가는 현장이다. 산을 깎아 골을 메우고 반듯하게 정리된 대지위에 4~50층의 빌딩들이 현란하게 솟아 오른 모습은 욱일승천하는 인천의 미래를 상징하고 있다. 인천환경사업소를 지나 언덕을 넘어서면, 인천화력발전소 단지와 포스코에너지를 중심으로 북항산업단지가 펼쳐진다.

 

 

밀집한 공장단지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지루하게 걸어가면, 현대제철 운동장과 인천그랜드CC. 사이로 연결되고 인천화력본부입간판이 있는 율도입구 교차로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곧게 뻗은 중봉대로는 북항으로 수입된 물동량을 운반하는 중추신경이다.

 

 

서인천선착장입구와 한성자동차운전학원, 인천환경공단에 현대제철소를 지나도록 너무도 단조롭고 지루한 여정이다. 아라 뱃길을 출발한지 4시간 30분 만에 동인천역에 도착하며 대명항에서 시작한 서해안 도보여행첫 번째 구간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소요산행 전철에 몸을 싣는다.